[이슈&뉴스] 19년 간 못한 한-중 ‘바다경계’ 긋는다

입력 2015.12.22 (21:16) 수정 2015.12.22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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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인터뷰> 임한임(어민) : "중국 어선이 우리 어장에 손실을 많이입히고 잘라버리고 이렇게 막 무자비하게 불법으로.."

서해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어민의 목소리를 들어봤는데요.

한국과 중국 사이에 있는 서해는 폭이 좁아서 400해리, 720킬로미터를 넘는 곳이 없습니다.

그런데 한중 양국은 배타적경제수역, EEZ를 국제해양법 협약대로 각각 200해리씩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겹치는 수역의 경계를 어떻게 할지 1997년부터 논의가 있었지만 아직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는 동안 이어도 관할권이나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같은 껄끄러운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먼저 우리 어민 피해가 심한 서해 어장을 서지영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중국 어선 불법조업 서해 EEZ를 가다▼

<리포트>

흑산도에서 남서쪽으로 55킬로미터 떨어진 해역.

우리 측 배타적경제수역인데 무허가 중국 어선들의 조업이 한창입니다.

우리 단속정이 접근하자 중국 어민들이 납덩이와 술병 등을 던지며 강하게 저항합니다.

불법 조업 어선을 제압하는 동안, 쇠창살로 무장한 다른 중국 어선들이 몰려와 단속정을 위협합니다.

우리 측 배타적경제수역에서 조업 허가를 받은 중국 어선은 천 6백 척에 불과한데 무허가 어선들이 대규모로 섞여 들어와 불법 조업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 어선들은 보시다시피 규모가 커지고 있는 추세인데요.

그런 만큼 어획 할당량을 초과해, 심지어 치어까지 싹쓸이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밤이 되면, 중국 어선들은 우리 영해까지 침범해 불법 조업을 합니다.

<녹취> "도주하는 배, 승선 검색을 실시하겠습니다."

적발된 어선에 올라보니 어획물이 대량으로 발견됩니다.

대부분 어린 참조기입니다.

치어 보호를 위해 그물코 규격은 50mm 이상이어야 하는데 이 어선은 41mm 그물을 사용했습니다.

<인터뷰> 중국 어선 선장 : "우리 해역에서 물고기가 많이 잡히니까 이쪽으로 왔죠? (여기서 많이 잡혀요.)"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무허가나 그물코 규격 위반 등으로 우리 바다에서 나포된 중국 어선은 늘었고, 그만큼, 꽃게, 참조기, 삼치 등의 어획량은 줄었습니다.

한-중간 배타적경제수역 협상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사이.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으로 우리 어민들은 생계에 큰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EEZ 획정을 해야 하는 이유는?▼

<기자 멘트>

이곳은 2003년에 세워진 이어도 해양과학기지입니다.

우리나라가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이어도는 1년에 몇 차례를 제외하곤 바닷속에 잠겨 있는 암초여서 영유권 분쟁 대상은 아닙니다.

문제는 주변 수역의 관할권입니다.

우리 영토에서 149km, 중국에서 247km 떨어져 있는 이어도에 대해 중국은, 중첩 수역에 포함된다며 관할권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2013년에는 이어도 상공이 포함된 방공식별구역을 일방적으로 선포했고 우리 정부가 이어도에 해양과학기지를 설치할 때는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이렇게 배타적경제수역은 해상주권과 안보에 큰 영향을 줍니다.

또 석유와 가스 같은 자원 탐사와 개발, 어업에 대한 권리 확보의 근거가 되는 등 경제적으로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한중 양국은 최대한 넓은 관할권을 인정받기 위해 서로 유리한 원칙을 제시하며 맞서고 있는데요.

20년 간 끌어온 해양 경계 획정을 위한 공식 협상이, 드디어 오늘(22일) 시작됐습니다.

▼한-중 차관급 공식 협상…장기전 불가피▼

<리포트>

한중 차관급이 배타적경제수역, EEZ 경계 획정 협상을 위해 마주 앉았습니다.

<녹취> 류전민(중국 부부장) : "우호적이고 실무적이고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하는 것을 기대합니다."

지난 1997년부터 2008년까지 국장급 당국자가 만나 EEZ 경계 획정을 위한 협의를 14차례 이어왔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양국 해역의 중간에 가상의 중간선을 도출해 경계를 긋자는 입장인 반면, 중국은 해안선 길이나 해저 지형 등을 고려해 중간보다 동쪽에 선을 그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첨예한 입장 차 때문에 협상이 장기화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인터뷰> 조태열(차관) : "아주 어려운 협상이기 때문에 한두 번의 협상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는 그런 사안은 아닙니다."

세계 400여 곳의 바다가 중첩 수역 문제를 안고 있는데, 협상이 타결된 곳은 절반 정도에 불과합니다.

<인터뷰> 이창위(교수/국제해양법학회장) : "기준선을 정하는 문제, 그 다음에 이제 적용해야할 경계획정의 원칙... 그런 것들이 서로 의견이 맞지 않기 때문에 쉽게 협상이 잘 안됩니다."

한일 간 EEZ 경계 협상이 중단된 상태에서 시작된 한중 EEZ 협상을 동북아 각국이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조빛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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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19년 간 못한 한-중 ‘바다경계’ 긋는다
    • 입력 2015-12-22 21:21:17
    • 수정2015-12-22 21:3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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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인터뷰> 임한임(어민) : "중국 어선이 우리 어장에 손실을 많이입히고 잘라버리고 이렇게 막 무자비하게 불법으로.."

서해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어민의 목소리를 들어봤는데요.

한국과 중국 사이에 있는 서해는 폭이 좁아서 400해리, 720킬로미터를 넘는 곳이 없습니다.

그런데 한중 양국은 배타적경제수역, EEZ를 국제해양법 협약대로 각각 200해리씩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겹치는 수역의 경계를 어떻게 할지 1997년부터 논의가 있었지만 아직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는 동안 이어도 관할권이나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같은 껄끄러운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먼저 우리 어민 피해가 심한 서해 어장을 서지영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중국 어선 불법조업 서해 EEZ를 가다▼

<리포트>

흑산도에서 남서쪽으로 55킬로미터 떨어진 해역.

우리 측 배타적경제수역인데 무허가 중국 어선들의 조업이 한창입니다.

우리 단속정이 접근하자 중국 어민들이 납덩이와 술병 등을 던지며 강하게 저항합니다.

불법 조업 어선을 제압하는 동안, 쇠창살로 무장한 다른 중국 어선들이 몰려와 단속정을 위협합니다.

우리 측 배타적경제수역에서 조업 허가를 받은 중국 어선은 천 6백 척에 불과한데 무허가 어선들이 대규모로 섞여 들어와 불법 조업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 어선들은 보시다시피 규모가 커지고 있는 추세인데요.

그런 만큼 어획 할당량을 초과해, 심지어 치어까지 싹쓸이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밤이 되면, 중국 어선들은 우리 영해까지 침범해 불법 조업을 합니다.

<녹취> "도주하는 배, 승선 검색을 실시하겠습니다."

적발된 어선에 올라보니 어획물이 대량으로 발견됩니다.

대부분 어린 참조기입니다.

치어 보호를 위해 그물코 규격은 50mm 이상이어야 하는데 이 어선은 41mm 그물을 사용했습니다.

<인터뷰> 중국 어선 선장 : "우리 해역에서 물고기가 많이 잡히니까 이쪽으로 왔죠? (여기서 많이 잡혀요.)"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무허가나 그물코 규격 위반 등으로 우리 바다에서 나포된 중국 어선은 늘었고, 그만큼, 꽃게, 참조기, 삼치 등의 어획량은 줄었습니다.

한-중간 배타적경제수역 협상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사이.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으로 우리 어민들은 생계에 큰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EEZ 획정을 해야 하는 이유는?▼

<기자 멘트>

이곳은 2003년에 세워진 이어도 해양과학기지입니다.

우리나라가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이어도는 1년에 몇 차례를 제외하곤 바닷속에 잠겨 있는 암초여서 영유권 분쟁 대상은 아닙니다.

문제는 주변 수역의 관할권입니다.

우리 영토에서 149km, 중국에서 247km 떨어져 있는 이어도에 대해 중국은, 중첩 수역에 포함된다며 관할권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2013년에는 이어도 상공이 포함된 방공식별구역을 일방적으로 선포했고 우리 정부가 이어도에 해양과학기지를 설치할 때는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이렇게 배타적경제수역은 해상주권과 안보에 큰 영향을 줍니다.

또 석유와 가스 같은 자원 탐사와 개발, 어업에 대한 권리 확보의 근거가 되는 등 경제적으로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한중 양국은 최대한 넓은 관할권을 인정받기 위해 서로 유리한 원칙을 제시하며 맞서고 있는데요.

20년 간 끌어온 해양 경계 획정을 위한 공식 협상이, 드디어 오늘(22일) 시작됐습니다.

▼한-중 차관급 공식 협상…장기전 불가피▼

<리포트>

한중 차관급이 배타적경제수역, EEZ 경계 획정 협상을 위해 마주 앉았습니다.

<녹취> 류전민(중국 부부장) : "우호적이고 실무적이고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하는 것을 기대합니다."

지난 1997년부터 2008년까지 국장급 당국자가 만나 EEZ 경계 획정을 위한 협의를 14차례 이어왔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양국 해역의 중간에 가상의 중간선을 도출해 경계를 긋자는 입장인 반면, 중국은 해안선 길이나 해저 지형 등을 고려해 중간보다 동쪽에 선을 그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첨예한 입장 차 때문에 협상이 장기화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인터뷰> 조태열(차관) : "아주 어려운 협상이기 때문에 한두 번의 협상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는 그런 사안은 아닙니다."

세계 400여 곳의 바다가 중첩 수역 문제를 안고 있는데, 협상이 타결된 곳은 절반 정도에 불과합니다.

<인터뷰> 이창위(교수/국제해양법학회장) : "기준선을 정하는 문제, 그 다음에 이제 적용해야할 경계획정의 원칙... 그런 것들이 서로 의견이 맞지 않기 때문에 쉽게 협상이 잘 안됩니다."

한일 간 EEZ 경계 협상이 중단된 상태에서 시작된 한중 EEZ 협상을 동북아 각국이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조빛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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