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서 또 교민 피살…왜?

입력 2015.12.26 (08:27) 수정 2015.12.26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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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20일이었죠, 필리핀에서 우리 교민이 또 살해됐습니다.

청부 살인으로 보이는데, 필리핀에서 피살된 한국인이 최근 3년 동안 무려 33명이나 됩니다.

사건 현장에 급파된 구본국 특파원이 거듭되는 한국인 피살의 이유와 필요한 대책을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일요일인 지난 20일 새벽.

필리핀 바탕가스 주에서 57살 한국인 조 모 씨가 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괴한 4명이 조 씨 집에 침입해 총격을 가한 겁니다.

집에는 필리핀인 부인과 아기가 함께 있었지만 조 씨만 숨졌습니다.

<인터뷰> 레지(이웃 주민) : "아침에 일어나 보니 벌써 많은 경찰이 조사하고 있었습니다. 사건이 일어날 때 총소리는 듣지 못했습니다."

수사팀은 일단 이번 사건을 청부 살인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복면을 한 4인조 괴한이 조 씨를 묶고 살해했는데, 소음기를 단 총에다 차량까지 준비한 점으로 미뤄볼 때 전문 청부살인업자의 범행이라는 겁니다.

<인터뷰> 박용증(주필리핀 한국대사관 영사) : "이 사건은 단순 살인강도가 아니고 미리 계획된 청부 살인일 가능성이 많다.여기에 무게를 두고 그 배후를 중심으로 해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청부 살인의 배후는 조 씨와 혼인 무효 소송을 진행 중인 전 부인으로 좁혀지고 있습니다.

경찰은 특히 조 씨가 재산을 나눠주지 않으면 청부 살인을 당할 수 있다는 협박을 전 부인 측으로부터 받아 왔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숨진 조 씨는 보시는 것처럼 현지식 원룸 40여 개를 건축하는 등 현지에서는 재력가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조 씨는 7,8년 전부터 별거 중인 전 부인과 재산분할 다툼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이번 사건에 앞서 지난 9월에는 필리핀 중부의 관광 도시 앙헬레스에서 교민 박 모 씨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괴한의 총격을 받고 숨졌습니다.

괴한은 현장에서 박 씨에게 총 5발을 쏜 뒤 달아났습니다.

두 사건을 포함해 올해 필리핀에서 살해된 한국인은 11명.

최근 3년으로 보면 무려 33명이어서, 거의 한 달에 한 명꼴로 살해되고 있습니다.

인구 10만 명당 한국인 대상 살인 사건은 14.7건으로 필리핀인 대상 살인 사건 8.8건 보다 많습니다.

<인터뷰> 이동활(교민 112 대표) : "강력사건이 자주 일어나다 보니 교민들도 많이 불안해하고 그러다 보니 한목소리로 필리핀 정부에 교민 안전 대책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필리핀 교민 피살 사건의 상당수는 금전 거래나 원한 관계에 의한 청부 살인입니다.

필리핀은 면허만 있으면 누구든 총기를 구입할 수 있는 데다 불법 총기 또한 백만 정 이상이 나돌고 있습니다.

여기에 우리 돈 백만 원 정도면 살인 청부를 할 수 있습니다.

일선에서 사건을 담당하는 현지 경찰 역시 필리핀에서 청부 살인이 쉽게 이뤄진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인터뷰> 페티자난(필리핀 경찰) : "살인 청부는 매우 쉽습니다.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필리핀에는 많은 청부 살인 업자가 있습니다."

또 필리핀 현지인들 사이에 '한국인에겐 돈이 많다.'라는 소문이 퍼져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다는 점도 교민 피살이 빈발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처럼 교민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지만, 필리핀 경찰의 사건 해결 능력은 기대 이하입니다.

올해 필리핀에서 일어난 한국인 살해 사건에서 현지 경찰의 범인 검거율은 고작 37%.

95%인 우리나라의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필리핀은 우리나라와 같은 지문 등록 시스템이 없고 CCTV도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용의자 추적이 쉽지 않습니다.

또 수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고 과학 수사 능력도 뒤처집니다.

<인터뷰> 박용증(주필리핀 경찰영사) : "양적으로는 사건이 많죠. 그래서 부족한 인력에서 하나의 사건이 발생이 되면 거기에 집중하기도 전에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하고.."

그나마 현재의 범인 검거율도 한국 정부의 지속적인 수사 요청 때문에 나타난 결과입니다.

필리핀을 찾는 우리 관광객은 한해 백만 명 살고 있는 교민도 20만 명 이상이 넘습니다.

하지만 강력 사건이 계속되면서 한국인들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교민 조 씨가 피살된 후 바로 다음날.

한국에서 총기 분석과 범죄 심리 전문가 등 우리 수사팀 4명이 급파돼 필리핀 경찰의 안내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현장 감식에서부터 증거 수집, 대면 조사 등 필리핀 경찰과 공조 수사를 시작한 겁니다.

한국 경찰이 외국에서 발생한 사건을 직접 수사하는 것은 우리 경찰 창설 이래 처음입니다.

그만큼 필리핀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반증입니다.

<인터뷰> 김진수(서울 경찰청 경위) : "첫 파견이자 의미 있는 이슈인 만큼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적극적으로 임해서 피해자 사건해결에 도움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금품을 노린 단순 강도에서부터 청부 살인까지….

필리핀 내 한국인들의 범죄 피해가 줄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한인 밀집 지역에 폐쇄회로 TV를 추가 설치하는가 하면 급기야 현지에 우리 수사팀을 파견하고 있습니다.

교민들은 이 같은 노력이 하루 빨리 결실을 맺길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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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리핀서 또 교민 피살…왜?
    • 입력 2015-12-26 08:57:03
    • 수정2015-12-26 09:40:01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지난 20일이었죠, 필리핀에서 우리 교민이 또 살해됐습니다.

청부 살인으로 보이는데, 필리핀에서 피살된 한국인이 최근 3년 동안 무려 33명이나 됩니다.

사건 현장에 급파된 구본국 특파원이 거듭되는 한국인 피살의 이유와 필요한 대책을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일요일인 지난 20일 새벽.

필리핀 바탕가스 주에서 57살 한국인 조 모 씨가 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괴한 4명이 조 씨 집에 침입해 총격을 가한 겁니다.

집에는 필리핀인 부인과 아기가 함께 있었지만 조 씨만 숨졌습니다.

<인터뷰> 레지(이웃 주민) : "아침에 일어나 보니 벌써 많은 경찰이 조사하고 있었습니다. 사건이 일어날 때 총소리는 듣지 못했습니다."

수사팀은 일단 이번 사건을 청부 살인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복면을 한 4인조 괴한이 조 씨를 묶고 살해했는데, 소음기를 단 총에다 차량까지 준비한 점으로 미뤄볼 때 전문 청부살인업자의 범행이라는 겁니다.

<인터뷰> 박용증(주필리핀 한국대사관 영사) : "이 사건은 단순 살인강도가 아니고 미리 계획된 청부 살인일 가능성이 많다.여기에 무게를 두고 그 배후를 중심으로 해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청부 살인의 배후는 조 씨와 혼인 무효 소송을 진행 중인 전 부인으로 좁혀지고 있습니다.

경찰은 특히 조 씨가 재산을 나눠주지 않으면 청부 살인을 당할 수 있다는 협박을 전 부인 측으로부터 받아 왔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숨진 조 씨는 보시는 것처럼 현지식 원룸 40여 개를 건축하는 등 현지에서는 재력가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조 씨는 7,8년 전부터 별거 중인 전 부인과 재산분할 다툼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이번 사건에 앞서 지난 9월에는 필리핀 중부의 관광 도시 앙헬레스에서 교민 박 모 씨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괴한의 총격을 받고 숨졌습니다.

괴한은 현장에서 박 씨에게 총 5발을 쏜 뒤 달아났습니다.

두 사건을 포함해 올해 필리핀에서 살해된 한국인은 11명.

최근 3년으로 보면 무려 33명이어서, 거의 한 달에 한 명꼴로 살해되고 있습니다.

인구 10만 명당 한국인 대상 살인 사건은 14.7건으로 필리핀인 대상 살인 사건 8.8건 보다 많습니다.

<인터뷰> 이동활(교민 112 대표) : "강력사건이 자주 일어나다 보니 교민들도 많이 불안해하고 그러다 보니 한목소리로 필리핀 정부에 교민 안전 대책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필리핀 교민 피살 사건의 상당수는 금전 거래나 원한 관계에 의한 청부 살인입니다.

필리핀은 면허만 있으면 누구든 총기를 구입할 수 있는 데다 불법 총기 또한 백만 정 이상이 나돌고 있습니다.

여기에 우리 돈 백만 원 정도면 살인 청부를 할 수 있습니다.

일선에서 사건을 담당하는 현지 경찰 역시 필리핀에서 청부 살인이 쉽게 이뤄진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인터뷰> 페티자난(필리핀 경찰) : "살인 청부는 매우 쉽습니다.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필리핀에는 많은 청부 살인 업자가 있습니다."

또 필리핀 현지인들 사이에 '한국인에겐 돈이 많다.'라는 소문이 퍼져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다는 점도 교민 피살이 빈발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처럼 교민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지만, 필리핀 경찰의 사건 해결 능력은 기대 이하입니다.

올해 필리핀에서 일어난 한국인 살해 사건에서 현지 경찰의 범인 검거율은 고작 37%.

95%인 우리나라의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필리핀은 우리나라와 같은 지문 등록 시스템이 없고 CCTV도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용의자 추적이 쉽지 않습니다.

또 수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고 과학 수사 능력도 뒤처집니다.

<인터뷰> 박용증(주필리핀 경찰영사) : "양적으로는 사건이 많죠. 그래서 부족한 인력에서 하나의 사건이 발생이 되면 거기에 집중하기도 전에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하고.."

그나마 현재의 범인 검거율도 한국 정부의 지속적인 수사 요청 때문에 나타난 결과입니다.

필리핀을 찾는 우리 관광객은 한해 백만 명 살고 있는 교민도 20만 명 이상이 넘습니다.

하지만 강력 사건이 계속되면서 한국인들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교민 조 씨가 피살된 후 바로 다음날.

한국에서 총기 분석과 범죄 심리 전문가 등 우리 수사팀 4명이 급파돼 필리핀 경찰의 안내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현장 감식에서부터 증거 수집, 대면 조사 등 필리핀 경찰과 공조 수사를 시작한 겁니다.

한국 경찰이 외국에서 발생한 사건을 직접 수사하는 것은 우리 경찰 창설 이래 처음입니다.

그만큼 필리핀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반증입니다.

<인터뷰> 김진수(서울 경찰청 경위) : "첫 파견이자 의미 있는 이슈인 만큼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적극적으로 임해서 피해자 사건해결에 도움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금품을 노린 단순 강도에서부터 청부 살인까지….

필리핀 내 한국인들의 범죄 피해가 줄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한인 밀집 지역에 폐쇄회로 TV를 추가 설치하는가 하면 급기야 현지에 우리 수사팀을 파견하고 있습니다.

교민들은 이 같은 노력이 하루 빨리 결실을 맺길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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