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억만금을 준다 해도…

입력 2015.12.29 (07:36) 수정 2015.12.29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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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기 해설위원]

한일 외무장관이 위안부 문제에 대한 협상을 타결했습니다. 두 나라가 미래를 향해 나가려 해도 나갈 수 없는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위안부 문제, 이 난제를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은 올해, 해를 넘기지 않고 풀어보려는 두 나라의 간절한 바람이 이끌어낸 성과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 켠이 무거운 것은 왜일까요?

위안부 문제 해결의 두 열쇠는 사죄와 배상입니다. 사죄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책임 인정을 이끌어냈습니다. 일본은 그동안 가토 담화와 고노담화 등을 통해 사죄와 반성의 뜻을 표명한 적이 있지만 정부 책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특히 군의 관여를 인정함으로써 가해의 주체를 명시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부분입니다. 배상과 관련해서도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단에 일본이 민간기금이 아닌 정부 예산으로 10억 엔을 출연하기로 한 것 역시 진전된 타협안으로 평가됩니다.
하지만 이번 타협안에 무조건 박수를 보낼 수 없는 것은 바로 위안부 할머니들의 눈물을 닦아주려는 열심이 부족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피해 당사자는 위안부 할머니들입니다. 협상을 했더라도 발표하기 전에 이분들을 만나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두 나라 미래를 위해 이해해주시라”는 노력을 먼저 했더라면 어땠을까요? 일본 정부가 책임을 인정한다고 했지만 우리가 요구했던 법적 책임인지도 분명하지 않고 아베 총리가 사죄한다고 했지만 외무대신의 입을 통해 들어야 하는 사죄라면 위안부 할머니들의 마음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은 충분히 짐작할만한데 말입니다. 협상에 100% 만족이란 물론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번 발표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것이라면 정부는 더 많은 배려와 노력을 기울였어야 하지 않을까요?

지옥보다 더한 시기를 보냈던 위안부 할머니들에게는 어떤 보상도 위로가 될 수 없습니다. 억만금을 준다 해도 말입니다. 새로운 한일관계를 위한 대타협이 제대로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더 깊은 배려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금이라도 나서야 합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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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2-29 07:4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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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기 해설위원]

한일 외무장관이 위안부 문제에 대한 협상을 타결했습니다. 두 나라가 미래를 향해 나가려 해도 나갈 수 없는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위안부 문제, 이 난제를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은 올해, 해를 넘기지 않고 풀어보려는 두 나라의 간절한 바람이 이끌어낸 성과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 켠이 무거운 것은 왜일까요?

위안부 문제 해결의 두 열쇠는 사죄와 배상입니다. 사죄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책임 인정을 이끌어냈습니다. 일본은 그동안 가토 담화와 고노담화 등을 통해 사죄와 반성의 뜻을 표명한 적이 있지만 정부 책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특히 군의 관여를 인정함으로써 가해의 주체를 명시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부분입니다. 배상과 관련해서도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단에 일본이 민간기금이 아닌 정부 예산으로 10억 엔을 출연하기로 한 것 역시 진전된 타협안으로 평가됩니다.
하지만 이번 타협안에 무조건 박수를 보낼 수 없는 것은 바로 위안부 할머니들의 눈물을 닦아주려는 열심이 부족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피해 당사자는 위안부 할머니들입니다. 협상을 했더라도 발표하기 전에 이분들을 만나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두 나라 미래를 위해 이해해주시라”는 노력을 먼저 했더라면 어땠을까요? 일본 정부가 책임을 인정한다고 했지만 우리가 요구했던 법적 책임인지도 분명하지 않고 아베 총리가 사죄한다고 했지만 외무대신의 입을 통해 들어야 하는 사죄라면 위안부 할머니들의 마음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은 충분히 짐작할만한데 말입니다. 협상에 100% 만족이란 물론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번 발표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것이라면 정부는 더 많은 배려와 노력을 기울였어야 하지 않을까요?

지옥보다 더한 시기를 보냈던 위안부 할머니들에게는 어떤 보상도 위로가 될 수 없습니다. 억만금을 준다 해도 말입니다. 새로운 한일관계를 위한 대타협이 제대로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더 깊은 배려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금이라도 나서야 합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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