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의 겨울…“온종일 전화만 기다려…”
입력 2015.12.29 (08:06)
수정 2015.12.29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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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살 박순조 할머니(가명)
새해를 나흘 앞둔 28일, 서울 노원구에 있는 '104마을'. 이곳은 집 주소가 '104번지'로 끝난다고 해서 104마을이라 불린다.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라고 불리는 곳이다.
연말이면 각종 연탄 봉사 등으로 거리가 북적거린다는데, 기자가 찾은 이날 오전은 조용했다. 동행한 노원구 어르신 돌봄지원센터의 정성미 어르신 돌보미(생활관리사)는 "매년 11월부터 2월까지는 각종 단체에서 봉사를 와 시끌시끌하다"며 "오늘은 월요일이라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올해 나이 90세인 박순조(가명)씨는 14년째 이 마을서 거주하고 있다. 그녀는 "따뜻하면 바깥 계단에라도 나가 앉겠는데, 추우니 집에만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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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거노인은 TV가 벗이다
박 할머니의 방은 0.5평 남짓. 냉장고와 TV, 밥솥 그리고 전기장판이 가구의 전부다. 눈이 침침하다는 박 할머니는 '소리를 들으려' TV를 켠다고 했다. 온종일 옛 노래가 흘러나오는 채널만 본다.
독거노인의 하루는 길고 외롭다. 밤 8시쯤 잠드는데 새벽이면 눈이 떠진다. 누워서 뒤척거리다 아침 7시쯤 일어나 '또' 하루를 시작한다.
[연관기사]
☞ [뉴스광장] 서울 마지막 달동네 백사마을의 ‘초상’ (2012.12.31)
하루라봐야 별일도 없다. 앉아 있거나, 누워 있거나, TV를 본다.
할머니는 온종일 앉아서 전화를 기다린다고 했다. 이유를 묻자 그녀는 "궁금하니까…."라고 답했다.
독거노인에게 어르신 돌보미의 안부 전화는 하루 중 유일한 통화다. 어르신 돌보미 1명이 20~30명 독거노인을 관리하는데 전화도 하고, 직접 방문도 하며 이들의 건강을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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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옆 집은 빈 집이 된 지 오래다.
박 할머니에게 가족은 없을까. 1남 2녀가 있다고 하지만, 정기적으로 오는 자식은 없다고 했다. 그나마 큰딸이 가끔 방문하는 정도다.
연말이면 독거노인은 외로움이 뼛속까지 사무친다. 마을 위쪽으로 언덕을 넘어 경로당이 있지만 나이 든 어르신들이 오가기에는 여의치가 않다. 경사가 높은 길에서 행여 넘어져 다치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그래서 겨울이면 좁은 방에서 혼자 세월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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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미(왼쪽) 어르신 돌보미와 박 할머니
박 할머니는 "시간이 지날수록 마을 사람이 줄어들어서 이제 친구도 없다"며 "옆에도, 밑에도, 윗집도 모두 빈집"이라고 했다.
정성미 어르신 돌보미는 "추운 날씨에는 독거노인들은 집밖을 나가지 못한다. 그나마 날씨가 풀리면 정정한 할아버님들은 경로당에 가서 시간을 보내지만, 연로한 할머님들은 둘 셋씩 집에서 모이는 정도"라며 안타까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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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 기자 arg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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