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명퇴…기업 구조조정 현실은?

입력 2016.01.10 (23:33) 수정 2016.01.11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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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인터뷰> 직장인(음성변조) : "(평생직장이라고 생각하세요?) 아예 그런 생각은 안하죠. 40대 후반 들어가면 다른 직장 찾아보는 생각을 많이 하죠"

<인터뷰> 직장인 : "이제 입사 3년차 친구들도 내년에 위험할 수 있다.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렇다 보니까 나도 남얘기는 아니겠구나..."

<인터뷰> 김미애(한국경제연구원 박사) : "인력감축은 지금의 어려운 기업들이 택할 수 밖에 없는 절실한 상황이라고 보여집니다."

<인터뷰> 김유선(한국노동사회연구소 박사) : "급박한 경영사의 어려움에 꼭 처해있기보다는 회사가 뭔가 금년에 기대한 것 만큼 흑자가 덜 났다 해서 구조조정을 한다던가 이런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상당히 많거든요."

<오프닝>

금융회사들이 몰려있는 여의도입니다.

지난해 금융권에서는 '희망퇴직'과 '명예퇴직'을 포함해 일자리 5만 개가 줄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남아있는 이 사람들도 올해 일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불황이 길어지면서 희망퇴직이 언제라도 내 이야기가 될 수 있다며 너도나도 불안해 합니다.

기업들은 경영상황이 어려워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기업 구조조정이 인력 감축 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명예 퇴직자들의 현실과 기업 구조조정의 현 주소를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60년생, 올해 쉰 다섯 살 정 모 씨.

30년을 다닌 직장 두산인프라코어에 지난해 11월 '희망퇴직'을 신청했습니다.

<인터뷰> 정OO(두산 인프라코어 희망퇴직자) : "대상인원(수)은 없었어요. 다만 전 현장직을 대상으로 한다..현장 관리자들 이야기도 400명 500명 오락가락 해. 이건 좀 감이 안좋다. 뭔가 불안하다. 이런 것들이 확 퍼지기 시작했죠."

회사측은 국내매출 축소, 글로벌 건설경기 침체, 수익구조 하락으로 인한 경영위기로 인력규모 축소가 불가피하다며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습니다.

<녹취>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 : "생산라인 축소 사업부 매각 등 강력한 조치를 취했지만 글로벌 장기침체로 여전히 힘든 상황이어서 이번 희망퇴직도 회사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 씨는 사직서에 사직이유를 '희망퇴직'이라고 직접 썼습니다.

그러나 정씨가 느끼는 것은 결코 '희망'해서 '퇴직'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인터뷰> 정OO : "희망퇴직이 아니라 정리해고나 마찬가지죠. 사실은 내용적으로 보면은 희망퇴직이 아니죠. 무책임하게 내보내는 거죠. 강제로 자기네들은 그냥 화사 어렵다고만 이야기 하고..."

특히 두산 인프라코어는 취업난을 뚫고 갓 입사한 1~2년차 정규직 신입사원까지 희망퇴직 대상에 포함시키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일었고 급기야 박용만 두산 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신입 직원에 대한 희망퇴직은 철회했습니다.

<인터뷰> 박용만(두산그룹 회장/지난달 16일) : "건설 경기가 좋지 않아 감원이 많이 됐다. 1~2년차 직원들에 대한 희망퇴직은 철회하라고 오늘 새벽 지시했다."

하지만, 두산인프라코어에서 희망퇴직한 사람은 생산직과 사무직에서 지난 한 해만 천 5백 명이 넘습니다.

실제로 직장인들은 희망퇴직을 비자발적 퇴직 압박으로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직장인 익명게시판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가 지난달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입니다.

지난해 자신의 회사에서 희망퇴직이 있었다고 응답한 이용자 622명 가운데 3분의 2가 넘는 77%, 479명이 회사측이 퇴직을 압박한 것을 보거나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이 가운데 32.8%는 희망퇴직을 거부할 경우 인사발령이나 정리해고 등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압박을 받았고, 하던 업무를 뺏거나 지속적인 면담, 망신주기, 폭언 등 모욕을 받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녹취> 금융 회사 직원(음성변조) : "집합형태로 불러놓고 앞으로는 은행이 경영이 어려우니까 더욱더 힘든구조로 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리고 당신들이 할 역할이 별로 없지 않느냐 하는 자존심을 상하게 만드는 부분들이 상당히 많죠. 신입사원들이 하는 업무 그러니까 출납이라든지 어음교환 법원분석 이런 일들을 시키겠다"

최근에는 이런 압박감이 젊은 직장인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신입사원 : "이제 입사 3년차 친구들도 내년에 위험할 수 있다.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까 나도 '남얘기는 아니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 때는 있습니다."

<인터뷰> 신입사원 : "더 이상 명예퇴직이 40~50대 만의, 예전의 뭐 사오정 오륙도 이런 얘기가 이제는 통하지가 않는거야.."

문제는 준비되지 않은 퇴직이라는 점입니다.

30년을 한 직장에서 굴삭기같은 대형 장비 조립을 해 온 정 씨가 향하는 곳, 고용센터입니다.

<인터뷰> 정OO(두산인프라코어 희망 퇴직자/음성변조) : "나도 다른 사람처럼 실업자구나.. 뭐지 이게? 이런거.. 막막한 느낌 그런게 있었어요.."

정년연장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에 아내와 꿈꿨던 노후 계획 부터 막막해졌습니다.

<인터뷰> 정OO : "산산조각이 났죠. 계획없이 나왔기 때문에 그냥 하늘만 바라보게 되고 그렇게 한 달간 보냈죠.실제로는 쉬면 안 되죠. 당장 일을 구해야 되고.."

회사를 나오면서 손에 쥔 돈은 위로금 1억2천만 원.

일단 이 돈으로 버티면서 다른 직장을 알아 볼 생각입니다.

2년전 KT 직원 8천3백 명이 한꺼번에 명퇴할 때 KT를 나온 김재기씨도 지금의 정 씨와 꼭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회사를 나올 때 55세, 등록금을 내야할 대학생 자녀가 둘이었습니다.

<인터뷰> 김재기(KT 명예퇴직자) : "그 때는 거의 밤에 잠을 못잤죠. KT라는 걸 떠나서 어떻게 해보려고를 안 했으니까. 저도 처음에 구직활동을 했는데 전화 한 통 안 와요. 다른데 이력서를 몇군데 넣고 했는데도 전화가 안와..힘들어요. 나오면.."

명퇴 8개월만에 택배회사에 일자리를 잡았습니다.

매일 60여 곳의 약국을 돌면서 약을 배달합니다.

<인터뷰> 김재기 : "약국에 약품을 배송하는 업무인데요. 약국에서 약을 주문해요. 저희한테 그러면 여기서 약을 타가지고 배송만 해주는 거에요"

대기업 출신이라는게 재취업엔 오히려 방해가 됐습니다.

<인터뷰> 김재기 : "KT라는 게 오히려 더 걸림돌이 돼요. 그만큼 대우를 못해준다 이거죠."

지금 벌이는 명퇴전의 3분의 1수준도 안되지만 그래도 일단 일을 할 수 있는게 다행입니다.

택배회사에는 김씨처럼 KT에서 명예퇴직을 하고 재취업한 동료들이 3명 더 있습니다.

<인터뷰> 최광오(KT 명예퇴직자) : "마음을 다 내려놨죠. 왜그러냐면 자격지심은 크죠. 그래도 마음 자체는 다 내려놓고 먹고 살아야지...개인사업하다가 망한 사람도 있고 아직도 취직하기 위해서 자격증 따는 분들이 있고 여러 종류에요"

요즘은 모이면 너도나도 자식 일자리 걱정입니다.

<인터뷰> 최광오(KT명퇴자) : "옛날에는 그래도 한 10년 20년 다녔는데 지금 애들보면 불쌍해 죽겠어요. 앞으로 평생 자기가 할 수 있는 걸 배우라고 하지 어디가서 취직하라고 안 해..."

금융위기 이후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희망퇴직, 명예퇴직이 연례 행사처럼 되기는 했지만 지난해에는 유난히 기업들의 인력 감축 폭이 컸습니다.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을 희망퇴직시킨 두산인프라코어는 물론, 지난해 4개 시중 은행에서 2천 6백여 명이 이른바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일터를 떠났습니다.

증권사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대표적으로 불황의 타격을 받은 조선업계는 인력 감축의 폭이 매우 컸고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지난해 부동산 경기가 다소 회복한 것으로 보이는 건설업계마저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인력감축이 불가피하다고 말합니다.

제조업은 선진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고, 금융, IT, 서비스업은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가 이어지는데다 기술발전으로 인한 자동화와 무인화로 인해 인력을 줄여야 한다는 겁니다.

<녹취> 희망퇴직 시행 기업 관계자(음성변조) : "경기가 계속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죠. 유가도 계속 하락하는 상황이고 하다보니까 여러가지 고려했었고 (인력감축은) 그 중의 하나인거죠. 자구책중에.."

실제로 3년 연속해서 빌린 돈의 이자 만큼도 돈을 벌지 못한 한계기업이 전체 1,700여 상장기업 가운데 240곳이나 됩니다.

<인터뷰> 김미애(한국경제연구원 박사) : "기업 입장에서는 어떻게 보면 인력은 생산을 하기 위한 요소로 볼 수 있습니다. 기업의 수익이 감소하고 매출이 감소하게 되면 생산을 위한 요소투입량을 줄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 보면 인력감축은 지금의 어려운 기업들이 택할 수 밖에 없는 절실한 상황이라고 보여집니다."

기업들이 희망퇴직이나 명예퇴직을 받을 때 대표적으로 내세우는 명분은 '구조조정'입니다.

마치 '인력감축'과 동의어인 것처럼 돼버린 '구조조정'.

그러나 구조조정의 본령은 비효율적인 부분을 개선해 경쟁력 있는 사업구조로 재편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선 인력감축 외에도 자산 구조 건전화, 신규사업 진출, 전략적 제휴, 신기술 개발 등을 통해 사업 경쟁력을 높여야 합니다.

<인터뷰> 김동원(고려대학교 경영대학장) : "기업의 근육을 빼서 현장인력이나 생산인력을 빼서 오히려 기업이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을 없애버리도록 그러니까 안력감축, 인건비 감축에만 초점을 두는 구조조정은 바람직하지 않은 구조조정입니다"

전문가들은 우리 기업들이 단기간에 인건비를 줄이는 것으로 눈 앞의 위기를 벗어나거나 실적이 좋아진 것처럼 보이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김유선(한국노동사회연구소 박사) : "회사가 급박한 경영사의 어려움에 꼭 처해있기보다는 회사가 뭔가 금년에 기대한 것 만큼 흑자가 덜 났다 해서 구조조정을 한다던가 이런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상당히 많거든요. 근데 이런 경우에는 정리해고 요건에 해당이 안돼요. 그러다 보니까 대부분의 기업이 정리해고를 하기 전단계로 희망퇴직이다 명예퇴직이다 하는 형식으로 해서 본인들에게 내용상으로는 사실 강제로 사표를 받는거죠."

생존의 위기에 처한 기업에게 무조건 고용을 유지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인력을 줄이기에 앞서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다른 방법은 없는지 끝까지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것, 일자리 창출이 최우선인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경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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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은 명퇴…기업 구조조정 현실은?
    • 입력 2016-01-10 23:06:03
    • 수정2016-01-11 00:12:57
    취재파일K
<프롤로그>

<인터뷰> 직장인(음성변조) : "(평생직장이라고 생각하세요?) 아예 그런 생각은 안하죠. 40대 후반 들어가면 다른 직장 찾아보는 생각을 많이 하죠"

<인터뷰> 직장인 : "이제 입사 3년차 친구들도 내년에 위험할 수 있다.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렇다 보니까 나도 남얘기는 아니겠구나..."

<인터뷰> 김미애(한국경제연구원 박사) : "인력감축은 지금의 어려운 기업들이 택할 수 밖에 없는 절실한 상황이라고 보여집니다."

<인터뷰> 김유선(한국노동사회연구소 박사) : "급박한 경영사의 어려움에 꼭 처해있기보다는 회사가 뭔가 금년에 기대한 것 만큼 흑자가 덜 났다 해서 구조조정을 한다던가 이런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상당히 많거든요."

<오프닝>

금융회사들이 몰려있는 여의도입니다.

지난해 금융권에서는 '희망퇴직'과 '명예퇴직'을 포함해 일자리 5만 개가 줄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남아있는 이 사람들도 올해 일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불황이 길어지면서 희망퇴직이 언제라도 내 이야기가 될 수 있다며 너도나도 불안해 합니다.

기업들은 경영상황이 어려워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기업 구조조정이 인력 감축 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명예 퇴직자들의 현실과 기업 구조조정의 현 주소를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60년생, 올해 쉰 다섯 살 정 모 씨.

30년을 다닌 직장 두산인프라코어에 지난해 11월 '희망퇴직'을 신청했습니다.

<인터뷰> 정OO(두산 인프라코어 희망퇴직자) : "대상인원(수)은 없었어요. 다만 전 현장직을 대상으로 한다..현장 관리자들 이야기도 400명 500명 오락가락 해. 이건 좀 감이 안좋다. 뭔가 불안하다. 이런 것들이 확 퍼지기 시작했죠."

회사측은 국내매출 축소, 글로벌 건설경기 침체, 수익구조 하락으로 인한 경영위기로 인력규모 축소가 불가피하다며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습니다.

<녹취>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 : "생산라인 축소 사업부 매각 등 강력한 조치를 취했지만 글로벌 장기침체로 여전히 힘든 상황이어서 이번 희망퇴직도 회사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 씨는 사직서에 사직이유를 '희망퇴직'이라고 직접 썼습니다.

그러나 정씨가 느끼는 것은 결코 '희망'해서 '퇴직'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인터뷰> 정OO : "희망퇴직이 아니라 정리해고나 마찬가지죠. 사실은 내용적으로 보면은 희망퇴직이 아니죠. 무책임하게 내보내는 거죠. 강제로 자기네들은 그냥 화사 어렵다고만 이야기 하고..."

특히 두산 인프라코어는 취업난을 뚫고 갓 입사한 1~2년차 정규직 신입사원까지 희망퇴직 대상에 포함시키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일었고 급기야 박용만 두산 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신입 직원에 대한 희망퇴직은 철회했습니다.

<인터뷰> 박용만(두산그룹 회장/지난달 16일) : "건설 경기가 좋지 않아 감원이 많이 됐다. 1~2년차 직원들에 대한 희망퇴직은 철회하라고 오늘 새벽 지시했다."

하지만, 두산인프라코어에서 희망퇴직한 사람은 생산직과 사무직에서 지난 한 해만 천 5백 명이 넘습니다.

실제로 직장인들은 희망퇴직을 비자발적 퇴직 압박으로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직장인 익명게시판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가 지난달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입니다.

지난해 자신의 회사에서 희망퇴직이 있었다고 응답한 이용자 622명 가운데 3분의 2가 넘는 77%, 479명이 회사측이 퇴직을 압박한 것을 보거나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이 가운데 32.8%는 희망퇴직을 거부할 경우 인사발령이나 정리해고 등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압박을 받았고, 하던 업무를 뺏거나 지속적인 면담, 망신주기, 폭언 등 모욕을 받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녹취> 금융 회사 직원(음성변조) : "집합형태로 불러놓고 앞으로는 은행이 경영이 어려우니까 더욱더 힘든구조로 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리고 당신들이 할 역할이 별로 없지 않느냐 하는 자존심을 상하게 만드는 부분들이 상당히 많죠. 신입사원들이 하는 업무 그러니까 출납이라든지 어음교환 법원분석 이런 일들을 시키겠다"

최근에는 이런 압박감이 젊은 직장인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신입사원 : "이제 입사 3년차 친구들도 내년에 위험할 수 있다.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까 나도 '남얘기는 아니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 때는 있습니다."

<인터뷰> 신입사원 : "더 이상 명예퇴직이 40~50대 만의, 예전의 뭐 사오정 오륙도 이런 얘기가 이제는 통하지가 않는거야.."

문제는 준비되지 않은 퇴직이라는 점입니다.

30년을 한 직장에서 굴삭기같은 대형 장비 조립을 해 온 정 씨가 향하는 곳, 고용센터입니다.

<인터뷰> 정OO(두산인프라코어 희망 퇴직자/음성변조) : "나도 다른 사람처럼 실업자구나.. 뭐지 이게? 이런거.. 막막한 느낌 그런게 있었어요.."

정년연장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에 아내와 꿈꿨던 노후 계획 부터 막막해졌습니다.

<인터뷰> 정OO : "산산조각이 났죠. 계획없이 나왔기 때문에 그냥 하늘만 바라보게 되고 그렇게 한 달간 보냈죠.실제로는 쉬면 안 되죠. 당장 일을 구해야 되고.."

회사를 나오면서 손에 쥔 돈은 위로금 1억2천만 원.

일단 이 돈으로 버티면서 다른 직장을 알아 볼 생각입니다.

2년전 KT 직원 8천3백 명이 한꺼번에 명퇴할 때 KT를 나온 김재기씨도 지금의 정 씨와 꼭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회사를 나올 때 55세, 등록금을 내야할 대학생 자녀가 둘이었습니다.

<인터뷰> 김재기(KT 명예퇴직자) : "그 때는 거의 밤에 잠을 못잤죠. KT라는 걸 떠나서 어떻게 해보려고를 안 했으니까. 저도 처음에 구직활동을 했는데 전화 한 통 안 와요. 다른데 이력서를 몇군데 넣고 했는데도 전화가 안와..힘들어요. 나오면.."

명퇴 8개월만에 택배회사에 일자리를 잡았습니다.

매일 60여 곳의 약국을 돌면서 약을 배달합니다.

<인터뷰> 김재기 : "약국에 약품을 배송하는 업무인데요. 약국에서 약을 주문해요. 저희한테 그러면 여기서 약을 타가지고 배송만 해주는 거에요"

대기업 출신이라는게 재취업엔 오히려 방해가 됐습니다.

<인터뷰> 김재기 : "KT라는 게 오히려 더 걸림돌이 돼요. 그만큼 대우를 못해준다 이거죠."

지금 벌이는 명퇴전의 3분의 1수준도 안되지만 그래도 일단 일을 할 수 있는게 다행입니다.

택배회사에는 김씨처럼 KT에서 명예퇴직을 하고 재취업한 동료들이 3명 더 있습니다.

<인터뷰> 최광오(KT 명예퇴직자) : "마음을 다 내려놨죠. 왜그러냐면 자격지심은 크죠. 그래도 마음 자체는 다 내려놓고 먹고 살아야지...개인사업하다가 망한 사람도 있고 아직도 취직하기 위해서 자격증 따는 분들이 있고 여러 종류에요"

요즘은 모이면 너도나도 자식 일자리 걱정입니다.

<인터뷰> 최광오(KT명퇴자) : "옛날에는 그래도 한 10년 20년 다녔는데 지금 애들보면 불쌍해 죽겠어요. 앞으로 평생 자기가 할 수 있는 걸 배우라고 하지 어디가서 취직하라고 안 해..."

금융위기 이후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희망퇴직, 명예퇴직이 연례 행사처럼 되기는 했지만 지난해에는 유난히 기업들의 인력 감축 폭이 컸습니다.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을 희망퇴직시킨 두산인프라코어는 물론, 지난해 4개 시중 은행에서 2천 6백여 명이 이른바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일터를 떠났습니다.

증권사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대표적으로 불황의 타격을 받은 조선업계는 인력 감축의 폭이 매우 컸고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지난해 부동산 경기가 다소 회복한 것으로 보이는 건설업계마저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인력감축이 불가피하다고 말합니다.

제조업은 선진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고, 금융, IT, 서비스업은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가 이어지는데다 기술발전으로 인한 자동화와 무인화로 인해 인력을 줄여야 한다는 겁니다.

<녹취> 희망퇴직 시행 기업 관계자(음성변조) : "경기가 계속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죠. 유가도 계속 하락하는 상황이고 하다보니까 여러가지 고려했었고 (인력감축은) 그 중의 하나인거죠. 자구책중에.."

실제로 3년 연속해서 빌린 돈의 이자 만큼도 돈을 벌지 못한 한계기업이 전체 1,700여 상장기업 가운데 240곳이나 됩니다.

<인터뷰> 김미애(한국경제연구원 박사) : "기업 입장에서는 어떻게 보면 인력은 생산을 하기 위한 요소로 볼 수 있습니다. 기업의 수익이 감소하고 매출이 감소하게 되면 생산을 위한 요소투입량을 줄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 보면 인력감축은 지금의 어려운 기업들이 택할 수 밖에 없는 절실한 상황이라고 보여집니다."

기업들이 희망퇴직이나 명예퇴직을 받을 때 대표적으로 내세우는 명분은 '구조조정'입니다.

마치 '인력감축'과 동의어인 것처럼 돼버린 '구조조정'.

그러나 구조조정의 본령은 비효율적인 부분을 개선해 경쟁력 있는 사업구조로 재편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선 인력감축 외에도 자산 구조 건전화, 신규사업 진출, 전략적 제휴, 신기술 개발 등을 통해 사업 경쟁력을 높여야 합니다.

<인터뷰> 김동원(고려대학교 경영대학장) : "기업의 근육을 빼서 현장인력이나 생산인력을 빼서 오히려 기업이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을 없애버리도록 그러니까 안력감축, 인건비 감축에만 초점을 두는 구조조정은 바람직하지 않은 구조조정입니다"

전문가들은 우리 기업들이 단기간에 인건비를 줄이는 것으로 눈 앞의 위기를 벗어나거나 실적이 좋아진 것처럼 보이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김유선(한국노동사회연구소 박사) : "회사가 급박한 경영사의 어려움에 꼭 처해있기보다는 회사가 뭔가 금년에 기대한 것 만큼 흑자가 덜 났다 해서 구조조정을 한다던가 이런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상당히 많거든요. 근데 이런 경우에는 정리해고 요건에 해당이 안돼요. 그러다 보니까 대부분의 기업이 정리해고를 하기 전단계로 희망퇴직이다 명예퇴직이다 하는 형식으로 해서 본인들에게 내용상으로는 사실 강제로 사표를 받는거죠."

생존의 위기에 처한 기업에게 무조건 고용을 유지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인력을 줄이기에 앞서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다른 방법은 없는지 끝까지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것, 일자리 창출이 최우선인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경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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