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오스카는 너무 하얗다”

입력 2016.01.25 (18:13) 수정 2016.01.25 (18:2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미국의 가장 권위있는 영화상인 아카데미 시상식이, 올해 어느 때보다 큰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2년 연속 흑인 후보가 한 명도 나오지 않으면서, '백인 만의 잔치'가 됐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국제부 김시원 기자와 이 소식 살펴봅니다.

김 기자, 어서 오세요.

<질문>
먼저 그동안의 과정부터 간략하게 살펴보죠.

<답변>
네, 열흘 전에 제88회 아카데미상 후보자와 후보 작품들이 발표가 됐는데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역시, 남녀 배우 스무 명이 모두 백인으로 채워지면서 논쟁이 시작된 겁니다.

후보작들만 보면 모두 내노라할 작품들입니다.

한국에서도 요즘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디캐프리오의 레버넌트와 큰 인기를 끌었던 맷 데이먼의 마션, 조지 밀러 감독의 매드맥스:분노의 도로 등입니다.

문제는 후보 배우들이 모두 백인이라는 겁니다.

주연상, 조연상 할 것 없이 20명 가운데 유색 인종이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물론 우리 입장에서는 조수미 씨가 주제가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고, 배우 이병헌 씨도 시상자로 가게 됐지만, 백인들 잔치에 초대받은 손님이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질문>
그래서 흑인 배우들이 아카데미 시상식에 불참 선언을 하고 있는 거죠.

<답변>
네, 감독 배우 할 것 없이 이제는 아카데미상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녹취> 윌 스미스(배우) : "다양성이야말로 미국의 가장 큰 힘입니다. 우리가 위대한 이유죠. 그런데 아카데미 후보를 보면, 그런 아름다움을 전혀 반영하고 있지 않습니다."

윌스미스는 미국 프로풋볼리그 선수들의 사망 사건을 다룬 영화 '뇌진탕'에 출연했습니다.

당초 레버넌트의 디캐프리오와 쌍벽을 이룰 것이란 예상이 나오기도 했지만,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습니다.

영화 트윈스와 LA 컨피덴셜 등에 출연했던 배우, 대니 드 비토도 아카데미를 공격했습니다.

<녹취> 대니 드비토(영화 배우) : "우리는 인종차별주의자 집단입니다. 일반화한다면 우리는 모두 외국인을 혐오한다는 말입니다. 정말 끔찍한 일입니다."

영화 말콤 X의 흑인 감독인 스파이크 리 역시, 이제는 유색인종들이 아카데미를 무시할 때라고 밝혔습니다.

<질문>
실제로 아카데미 상을 받은 흑인 감독이나 배우들이 상당히 드물었잖아요?

<답변>
맞습니다.

지금껏 2천9백 개의 오스카 트로피를 수여했는데, 흑인이 가져간 건 불과 32개입니다.

수상한 흑인 배우도 겨우 15명에 불과합니다.

지난 1940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해티 맥대니얼이 여우조연상을 탄 이래 두 번째 흑인 배우가 수상하기까지 무려 24년이 걸렸습니다.

2002년에는 댄젤 워싱턴과 할리 베리가 각각 남여 주연상을 받으면서 흑인에게도 문이 활짝 열린 듯 했지만, 그때만 반짝이었습니다.

아카데미상 후보를 정하는 회원 구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아카데미상은 회원 6천2백여 명이 투표를 하는데, 회원의 94%가 백인이고 남성은 77%였습니다.

평균 나이도 62살이나 됩니다.

그러니까 60대 이상의 백인 남성이 뽑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질문>
그런데 모두 이런 생각에 동의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답변>
네, 이번에 여우 주연상 후보에 오른 샬롯 램플링의 발언이 논란입니다.

램플링은 '45년 후'라는 영화에서 노부부의 사랑과 갈등을 연기해 극찬을 받았는데요.

프랑스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흑인 배우들이 후보에 오를 자격이 정말 없었을 지도 모른다면서, 흑인 배우들이 아직도 자신들을 소수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뭐냐고 반문했습니다.

백인이라고 역차별을 받아선 안된다고도 주장했는데요.

클린턴 후보의 딸 첼시가 이 발언을 비판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기도 했습니다.

시작은 인종 차별 논란이었지만, 더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녹취> 길 로버츤(흑인 영화협회) : "피부 색깔이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는 기회입니다. 좌절감이 이렇게 커진 건 기회를 가질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녹취> 치로 구에라(영화감독) : "여성 감독이 만든 영화가 더 필요합니다. 사회의 더 다양한 목소리가 영화에 담겨야 합니다."

<질문>
그래서 긴급 개혁안도 나왔군요?

<답변>
네, 아카데미상 위원회가 회원을 좀 더 다양하게 구성하겠다는 안을 내놨습니다.

2020년까지 여성 회원 비율을 늘리고, 아시아와 히스패닉계도 충원하기로 했습니다.

회원들의 투표권은 10년으로 제한하기로 했습니다.

<녹취> 맷 데이먼(영화배우) : "첫 단계일 뿐입니다. 하룻밤에 풀리지 않을 거예요. 영화 산업에는 인종과 성에 대한 거대한 불평등이 자리잡고 있으니까요."

영화인들은 아카데미상이 변화를 위해 한 걸음 내디뎠다며 반기고 있는데요.

맷 데이먼 말대로 워낙 뿌리가 깊다보니 혁신안이 잘 진행될 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글로벌24 이슈] “오스카는 너무 하얗다”
    • 입력 2016-01-25 18:13:25
    • 수정2016-01-25 18:22:25
    글로벌24
<앵커 멘트>

미국의 가장 권위있는 영화상인 아카데미 시상식이, 올해 어느 때보다 큰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2년 연속 흑인 후보가 한 명도 나오지 않으면서, '백인 만의 잔치'가 됐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국제부 김시원 기자와 이 소식 살펴봅니다.

김 기자, 어서 오세요.

<질문>
먼저 그동안의 과정부터 간략하게 살펴보죠.

<답변>
네, 열흘 전에 제88회 아카데미상 후보자와 후보 작품들이 발표가 됐는데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역시, 남녀 배우 스무 명이 모두 백인으로 채워지면서 논쟁이 시작된 겁니다.

후보작들만 보면 모두 내노라할 작품들입니다.

한국에서도 요즘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디캐프리오의 레버넌트와 큰 인기를 끌었던 맷 데이먼의 마션, 조지 밀러 감독의 매드맥스:분노의 도로 등입니다.

문제는 후보 배우들이 모두 백인이라는 겁니다.

주연상, 조연상 할 것 없이 20명 가운데 유색 인종이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물론 우리 입장에서는 조수미 씨가 주제가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고, 배우 이병헌 씨도 시상자로 가게 됐지만, 백인들 잔치에 초대받은 손님이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질문>
그래서 흑인 배우들이 아카데미 시상식에 불참 선언을 하고 있는 거죠.

<답변>
네, 감독 배우 할 것 없이 이제는 아카데미상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녹취> 윌 스미스(배우) : "다양성이야말로 미국의 가장 큰 힘입니다. 우리가 위대한 이유죠. 그런데 아카데미 후보를 보면, 그런 아름다움을 전혀 반영하고 있지 않습니다."

윌스미스는 미국 프로풋볼리그 선수들의 사망 사건을 다룬 영화 '뇌진탕'에 출연했습니다.

당초 레버넌트의 디캐프리오와 쌍벽을 이룰 것이란 예상이 나오기도 했지만,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습니다.

영화 트윈스와 LA 컨피덴셜 등에 출연했던 배우, 대니 드 비토도 아카데미를 공격했습니다.

<녹취> 대니 드비토(영화 배우) : "우리는 인종차별주의자 집단입니다. 일반화한다면 우리는 모두 외국인을 혐오한다는 말입니다. 정말 끔찍한 일입니다."

영화 말콤 X의 흑인 감독인 스파이크 리 역시, 이제는 유색인종들이 아카데미를 무시할 때라고 밝혔습니다.

<질문>
실제로 아카데미 상을 받은 흑인 감독이나 배우들이 상당히 드물었잖아요?

<답변>
맞습니다.

지금껏 2천9백 개의 오스카 트로피를 수여했는데, 흑인이 가져간 건 불과 32개입니다.

수상한 흑인 배우도 겨우 15명에 불과합니다.

지난 1940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해티 맥대니얼이 여우조연상을 탄 이래 두 번째 흑인 배우가 수상하기까지 무려 24년이 걸렸습니다.

2002년에는 댄젤 워싱턴과 할리 베리가 각각 남여 주연상을 받으면서 흑인에게도 문이 활짝 열린 듯 했지만, 그때만 반짝이었습니다.

아카데미상 후보를 정하는 회원 구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아카데미상은 회원 6천2백여 명이 투표를 하는데, 회원의 94%가 백인이고 남성은 77%였습니다.

평균 나이도 62살이나 됩니다.

그러니까 60대 이상의 백인 남성이 뽑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질문>
그런데 모두 이런 생각에 동의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답변>
네, 이번에 여우 주연상 후보에 오른 샬롯 램플링의 발언이 논란입니다.

램플링은 '45년 후'라는 영화에서 노부부의 사랑과 갈등을 연기해 극찬을 받았는데요.

프랑스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흑인 배우들이 후보에 오를 자격이 정말 없었을 지도 모른다면서, 흑인 배우들이 아직도 자신들을 소수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뭐냐고 반문했습니다.

백인이라고 역차별을 받아선 안된다고도 주장했는데요.

클린턴 후보의 딸 첼시가 이 발언을 비판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기도 했습니다.

시작은 인종 차별 논란이었지만, 더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녹취> 길 로버츤(흑인 영화협회) : "피부 색깔이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는 기회입니다. 좌절감이 이렇게 커진 건 기회를 가질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녹취> 치로 구에라(영화감독) : "여성 감독이 만든 영화가 더 필요합니다. 사회의 더 다양한 목소리가 영화에 담겨야 합니다."

<질문>
그래서 긴급 개혁안도 나왔군요?

<답변>
네, 아카데미상 위원회가 회원을 좀 더 다양하게 구성하겠다는 안을 내놨습니다.

2020년까지 여성 회원 비율을 늘리고, 아시아와 히스패닉계도 충원하기로 했습니다.

회원들의 투표권은 10년으로 제한하기로 했습니다.

<녹취> 맷 데이먼(영화배우) : "첫 단계일 뿐입니다. 하룻밤에 풀리지 않을 거예요. 영화 산업에는 인종과 성에 대한 거대한 불평등이 자리잡고 있으니까요."

영화인들은 아카데미상이 변화를 위해 한 걸음 내디뎠다며 반기고 있는데요.

맷 데이먼 말대로 워낙 뿌리가 깊다보니 혁신안이 잘 진행될 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