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기록적 한파·폭설…‘겨울왕국’ 된 대한민국

입력 2016.01.26 (08:32) 수정 2016.01.2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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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올 겨울, 이상난동이다, 겨울답지 않다, 이런 얘기 많이들 하셨죠~

그런데, 요 며칠은 정말 너무한다 싶을 만큼 심하게 춥고 눈도 많았습니다.

기록적 한파와 폭설에 대한민국은 영화 겨울왕국의 무대가 된 듯 했습니다.

폭설로 비닐하우스와 축사가 주저앉아 피해가 속출했고, 기상악화로 섬 지역은 하늘과 바닷길이 막혀 관광객도 주민들도 발만 굴러야 했습니다.

1월 말, 전국을 강타한 한파와 폭설 현장을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세상이 온통 하얗게 변했습니다.

집은 지붕만 남긴 채 눈 속에 파묻혔고, 치워도 치워도 온통 눈 뿐, 바닥은 보이질 않습니다.

강력 한파는 바다도 얼려 배들은 얼음 바다에 꼼짝없이 갇혀버렸습니다.

32년 만의 폭설, 39년 만의 최강 추위! 제주는 지난 며칠 섬 전체가 고립됐습니다.

눈 태풍이 몰아치며 사람이 걷기조차 힘들 정도, 한라산에만 1미터가 넘는 눈이 내렸습니다.

<인터뷰> 제주 도민(미끄럼방지) : "스프레이 전부 뿌리고 하는데도 차가 미끄러져서 힘들긴 했어요. 이 눈이 빨리 그쳤으면 좋겠는데....."

활주로엔 눈, 난기류까지 겹치면서 하늘길도 막혔습니다.

9만 명이 오도가도 못하게 됐고, 임시 숙소도, 교통편도 마땅치 않아 승객들은 2박 3일을 공항에서 버텨야 했습니다.

<인터뷰>손예진·서지우(대구 수성구) : "대구가 아니더라도 서울이라도 일단 육지로 떠날 계획이에요. 여기 도저히 못 있겠어요. 짜증나고 집에 가고 싶어요. 엄마 보고 싶어요."

일주일 새 눈 폭탄이 쏟아진 울릉도.

1미터가 넘는 폭설에 키 높이만큼 쌓인 눈은 놀랄 일도 아니고, 위험천만하게 매달린 고드름도 쉽게 눈에 띕니다.

현재 수십 가구가 고립 상태,

<인터뷰> 울릉읍 주민센터 관계자(음성변조) : "울릉읍에 4개 마을 45가구, 그다음에 서면에 5개 마을 24가구, 북면에 6개 마을 21가구가 고립된……."

하지만 도로마저 끊겨 제설차는 엄두도 못 내고, 주민들이 직접 눈을 치우려니 작업 속도는 더디기만 합니다.

<인터뷰> 울릉읍 주민센터 관계자(음성변조) : "눈이 갑자기 너무 많이 오다 보니까 사람이 이제 삽으로 치울 수 있는 게 한계가 있으니까 정말 산간이나 마을 깊은 곳에는 사람이 들어가서 치워야 하는데 그런 것도 힘든 상태였습니다."

어선에는 물고기 대신 눈이 가득하고, 맨손으로 눈을 치우는 어민들은 답답하기만 합니다.

<인터뷰> 조병열(울릉군 울릉읍) : "장기적인 폭설과 풍랑 주의보로 수입원인 오징어잡이를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생계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포항과 울릉도를 오가는 여객선 운항이 8일 째 중단되면서 주민 천여 명의 발이 묶였고, 식료품 공급도 원활하지 않아 문제입니다.

<인터뷰> 이용식(울릉군 울릉읍) : "마트에서는 생필품이 거의 동이 난 실정입니다. 하루빨리 화물선과 여객선이 정상 운항이 되었으면……."

폭설은 호남지역도 강타했습니다.

사흘 동안 최고 39cm가 넘는 폭설이 내리면서 피해가 잇따랐습니다.

<인터뷰> 박선우(예보팀장/케어웨더) : "충남과 호남 지방의 경우, 1월 한 달 동안 내리는 눈의 양은 약 20~30cm 정도 됩니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약 1주일도 안 되는 사이에 평년만큼 내리는 눈이 한 번에 집중이 되다 보니까 더 큰 피해가 발생이 된 걸로 보입니다."

정읍만 13개 동 등 호남지역 비닐하우스 30여개 동이 폭설 피해를 입었습니다.

3년 전 귀농해 대파농사를 짓는 이 농민은 눈 때문에 애써 키운 대파를 포기하게 됐습니다.

<인터뷰> 오병갑(피해 농민) : "막 가서 보니까 ‘우드드’ 하면서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그 근처 가니까 가라앉더라고요."

축사 피해도 속출했습니다.

전북 부안의 이 축사~ 지붕이 뻥 뚫려 버려 흑염소 백여 마리가 칼바람을 몸으로 맞고 있습니다.

눈 무게를 못 이기고 순식간에 무너진 지붕,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 했습니다.

<인터뷰> 지용국(피해 농민) : "축사에 눈이 많이 쌓여있어서 눈을 끌어내렸어요. 그 작업을 하고 이 안으로 들어왔는데 그 순간 우지직 소리가 나면서 저는 그냥 본능적으로 밖으로 튀어 나가고……."

북극한파가 몰고 온 강추위,

지난 21일부터 한강 결빙이 시작되며 서울도 본격적으로 얼었습니다.

특히 지난 일요일엔 영하 18도를 기록하며 2001년 1월 15일 이후 가장 낮은 온도를 기록했습니다.

<인터뷰> 이민정(경남 창원시) : "수도꼭지가 얼까 봐 물을 틀어놓고 잤는데 그 물이 얼을 정도로 추운 것 같아요. 나오고 있는 물도 얼 정도로……."

<인터뷰> 박숙희(서울시) : "어제도 추웠잖아요. 아침에 와서 문을 열었는데요. 모든 게 다 얼어있더라고요. 불 켜는 건 다 얼어있었고요."

수도 계량기 동파가 속출해 23일부터 이틀 동안 국민 안전처 집계 결과, 전국적으로 3천여 건의 수도 계량기 동파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녹취> 동파 피해자(음성변조) : "옷 같은 거 넣어놨었어요. 너무 추워서 깨졌어요. 깨져서 찬물이 안 나와요. 찬물이 아예 안 나와요."

흘러내린 물이 배수관에 그대로 얼어붙어 베란다 바닥이 빙판으로 변한 아파트가 있는가 하면, 사흘 동안 이어진 강추위에 수도가 얼면서 물이 나오지 않아 세탁기는 고사하고 변기에 쓸 물도 없어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습니다.

<인터뷰> 이정화(광주시 문흥동) : "화장실 변기, 그게 제일 불편하네요. 밥 해먹기도 힘들고 물도 사 먹어야 되는 상황이고……."

매일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끝날 것 같지 않던 폭설과 한파였지만 그 맹위는 여기까지였습니다.

45시간 동안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제주. 어제 오후부터 항공기 운항이 정상화됐습니다..

<인터뷰> 손주언(전북 익산시) : "집에 아이들이 2명 있거든요. 3일 동안 먹을 것만 준비하고 나왔는데 이제 집에 가게 돼서 아이들과 상봉하게 되니까 너무 기분 좋고요, 행복해요."

기상청은 남은 겨울 동안 이번과 같은 이례적인 강추위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얼어붙었던 전국이 평년 기온을 되찾으며 중장비를 동원한 피해 복구 작업도 곳곳에서 시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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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기록적 한파·폭설…‘겨울왕국’ 된 대한민국
    • 입력 2016-01-26 08:34:17
    • 수정2016-01-26 10: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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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올 겨울, 이상난동이다, 겨울답지 않다, 이런 얘기 많이들 하셨죠~

그런데, 요 며칠은 정말 너무한다 싶을 만큼 심하게 춥고 눈도 많았습니다.

기록적 한파와 폭설에 대한민국은 영화 겨울왕국의 무대가 된 듯 했습니다.

폭설로 비닐하우스와 축사가 주저앉아 피해가 속출했고, 기상악화로 섬 지역은 하늘과 바닷길이 막혀 관광객도 주민들도 발만 굴러야 했습니다.

1월 말, 전국을 강타한 한파와 폭설 현장을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세상이 온통 하얗게 변했습니다.

집은 지붕만 남긴 채 눈 속에 파묻혔고, 치워도 치워도 온통 눈 뿐, 바닥은 보이질 않습니다.

강력 한파는 바다도 얼려 배들은 얼음 바다에 꼼짝없이 갇혀버렸습니다.

32년 만의 폭설, 39년 만의 최강 추위! 제주는 지난 며칠 섬 전체가 고립됐습니다.

눈 태풍이 몰아치며 사람이 걷기조차 힘들 정도, 한라산에만 1미터가 넘는 눈이 내렸습니다.

<인터뷰> 제주 도민(미끄럼방지) : "스프레이 전부 뿌리고 하는데도 차가 미끄러져서 힘들긴 했어요. 이 눈이 빨리 그쳤으면 좋겠는데....."

활주로엔 눈, 난기류까지 겹치면서 하늘길도 막혔습니다.

9만 명이 오도가도 못하게 됐고, 임시 숙소도, 교통편도 마땅치 않아 승객들은 2박 3일을 공항에서 버텨야 했습니다.

<인터뷰>손예진·서지우(대구 수성구) : "대구가 아니더라도 서울이라도 일단 육지로 떠날 계획이에요. 여기 도저히 못 있겠어요. 짜증나고 집에 가고 싶어요. 엄마 보고 싶어요."

일주일 새 눈 폭탄이 쏟아진 울릉도.

1미터가 넘는 폭설에 키 높이만큼 쌓인 눈은 놀랄 일도 아니고, 위험천만하게 매달린 고드름도 쉽게 눈에 띕니다.

현재 수십 가구가 고립 상태,

<인터뷰> 울릉읍 주민센터 관계자(음성변조) : "울릉읍에 4개 마을 45가구, 그다음에 서면에 5개 마을 24가구, 북면에 6개 마을 21가구가 고립된……."

하지만 도로마저 끊겨 제설차는 엄두도 못 내고, 주민들이 직접 눈을 치우려니 작업 속도는 더디기만 합니다.

<인터뷰> 울릉읍 주민센터 관계자(음성변조) : "눈이 갑자기 너무 많이 오다 보니까 사람이 이제 삽으로 치울 수 있는 게 한계가 있으니까 정말 산간이나 마을 깊은 곳에는 사람이 들어가서 치워야 하는데 그런 것도 힘든 상태였습니다."

어선에는 물고기 대신 눈이 가득하고, 맨손으로 눈을 치우는 어민들은 답답하기만 합니다.

<인터뷰> 조병열(울릉군 울릉읍) : "장기적인 폭설과 풍랑 주의보로 수입원인 오징어잡이를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생계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포항과 울릉도를 오가는 여객선 운항이 8일 째 중단되면서 주민 천여 명의 발이 묶였고, 식료품 공급도 원활하지 않아 문제입니다.

<인터뷰> 이용식(울릉군 울릉읍) : "마트에서는 생필품이 거의 동이 난 실정입니다. 하루빨리 화물선과 여객선이 정상 운항이 되었으면……."

폭설은 호남지역도 강타했습니다.

사흘 동안 최고 39cm가 넘는 폭설이 내리면서 피해가 잇따랐습니다.

<인터뷰> 박선우(예보팀장/케어웨더) : "충남과 호남 지방의 경우, 1월 한 달 동안 내리는 눈의 양은 약 20~30cm 정도 됩니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약 1주일도 안 되는 사이에 평년만큼 내리는 눈이 한 번에 집중이 되다 보니까 더 큰 피해가 발생이 된 걸로 보입니다."

정읍만 13개 동 등 호남지역 비닐하우스 30여개 동이 폭설 피해를 입었습니다.

3년 전 귀농해 대파농사를 짓는 이 농민은 눈 때문에 애써 키운 대파를 포기하게 됐습니다.

<인터뷰> 오병갑(피해 농민) : "막 가서 보니까 ‘우드드’ 하면서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그 근처 가니까 가라앉더라고요."

축사 피해도 속출했습니다.

전북 부안의 이 축사~ 지붕이 뻥 뚫려 버려 흑염소 백여 마리가 칼바람을 몸으로 맞고 있습니다.

눈 무게를 못 이기고 순식간에 무너진 지붕,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 했습니다.

<인터뷰> 지용국(피해 농민) : "축사에 눈이 많이 쌓여있어서 눈을 끌어내렸어요. 그 작업을 하고 이 안으로 들어왔는데 그 순간 우지직 소리가 나면서 저는 그냥 본능적으로 밖으로 튀어 나가고……."

북극한파가 몰고 온 강추위,

지난 21일부터 한강 결빙이 시작되며 서울도 본격적으로 얼었습니다.

특히 지난 일요일엔 영하 18도를 기록하며 2001년 1월 15일 이후 가장 낮은 온도를 기록했습니다.

<인터뷰> 이민정(경남 창원시) : "수도꼭지가 얼까 봐 물을 틀어놓고 잤는데 그 물이 얼을 정도로 추운 것 같아요. 나오고 있는 물도 얼 정도로……."

<인터뷰> 박숙희(서울시) : "어제도 추웠잖아요. 아침에 와서 문을 열었는데요. 모든 게 다 얼어있더라고요. 불 켜는 건 다 얼어있었고요."

수도 계량기 동파가 속출해 23일부터 이틀 동안 국민 안전처 집계 결과, 전국적으로 3천여 건의 수도 계량기 동파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녹취> 동파 피해자(음성변조) : "옷 같은 거 넣어놨었어요. 너무 추워서 깨졌어요. 깨져서 찬물이 안 나와요. 찬물이 아예 안 나와요."

흘러내린 물이 배수관에 그대로 얼어붙어 베란다 바닥이 빙판으로 변한 아파트가 있는가 하면, 사흘 동안 이어진 강추위에 수도가 얼면서 물이 나오지 않아 세탁기는 고사하고 변기에 쓸 물도 없어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습니다.

<인터뷰> 이정화(광주시 문흥동) : "화장실 변기, 그게 제일 불편하네요. 밥 해먹기도 힘들고 물도 사 먹어야 되는 상황이고……."

매일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끝날 것 같지 않던 폭설과 한파였지만 그 맹위는 여기까지였습니다.

45시간 동안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제주. 어제 오후부터 항공기 운항이 정상화됐습니다..

<인터뷰> 손주언(전북 익산시) : "집에 아이들이 2명 있거든요. 3일 동안 먹을 것만 준비하고 나왔는데 이제 집에 가게 돼서 아이들과 상봉하게 되니까 너무 기분 좋고요, 행복해요."

기상청은 남은 겨울 동안 이번과 같은 이례적인 강추위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얼어붙었던 전국이 평년 기온을 되찾으며 중장비를 동원한 피해 복구 작업도 곳곳에서 시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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