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저가 안전’ 안 된다

입력 2016.01.30 (07:35) 수정 2016.02.01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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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근 해설위원]

값싸고 품질도 좋은 물건을 누구나 사고 싶지만 그런 기회는 흔치않습니다. 품질이든 가격이든 한쪽이 희생됩니다. 그런데 여기에 안전이란 조건이 끼면 우선순위가 어떻게 될까요? 시장경제 현실에선 안전이 희생되고 가격을 택하는 경우가 많지요, 요즘 논란이 큰 저가항공의 문제점은 여기서 잉태됩니다.

잘 알려진 대로 요즘 저가항공의 행태는 한숨이 나올만합니다. 엊그제 일어난 엔진 결함으로 출발이 늦춰졌다는 정도는 약괍니다. 지난 한 달 사이 아찔한 사고들이 잇따랐습니다. 출입문이 닫히지 않은 상태에서 떴다가 황급히 돌아왔습니다. 이미 며칠 전부터 그랬지만 경고는 무시됐습니다. 치명적인 결함 상태에서 몇 차례 더 운행했으니 승객의 운명은 하늘에 맡겨진 셈입니다. 기체 결함과는 또 다른, 말 그대로 기본이 안된 사고들 앞엔 차라리 말을 잊습니다. 만 오천 피트 상공에서 깜빡 잊고 공기주입장치를 가동시키지 않았습니다. 승객들이 코피를 쏟고 귀 통증을 호소했습니다. 고도를 갑자기 낮췄다 급속히 올리면서 소동은 더 커졌습니다. 안전운항의 절대조건인 장비 점검과 기체 운용 모두 결정적인 흠결을 드러낸 사례들입니다.
저가항공은 그동안 성장을 거듭해 국내선 분담률은 절반을 넘어섰고 국제선은 4년 사이 세배나 늘었습니다. 그 이유는 물론 2-30% 값싼 요금 덕분입니다. 가격을 낮춘 대가로 저가항공사는 장비나 인력 투자비용을 줄이게 됩니다. 승객 분담률에 비해 항공기 확보는 절반 이하이고 조종이나 정비인력도 훨씬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형사에 비해 구조적인 취약성을 안고 있는 것입니다.

저가항공사의 안전은 이런 본질적인 문제 때문에 강력한 단속이나 일시적인 처벌로 해결될 수 없습니다. 저가항공이 가격과 서비스, 안전 이 세 가지를 모두 만족시키기는 힘듭니다. 결국 선택과 균형의 문제입니다. 분명한 사실은 저가항공이라고 저가 안전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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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저가 안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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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6-02-01 10: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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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근 해설위원] 값싸고 품질도 좋은 물건을 누구나 사고 싶지만 그런 기회는 흔치않습니다. 품질이든 가격이든 한쪽이 희생됩니다. 그런데 여기에 안전이란 조건이 끼면 우선순위가 어떻게 될까요? 시장경제 현실에선 안전이 희생되고 가격을 택하는 경우가 많지요, 요즘 논란이 큰 저가항공의 문제점은 여기서 잉태됩니다. 잘 알려진 대로 요즘 저가항공의 행태는 한숨이 나올만합니다. 엊그제 일어난 엔진 결함으로 출발이 늦춰졌다는 정도는 약괍니다. 지난 한 달 사이 아찔한 사고들이 잇따랐습니다. 출입문이 닫히지 않은 상태에서 떴다가 황급히 돌아왔습니다. 이미 며칠 전부터 그랬지만 경고는 무시됐습니다. 치명적인 결함 상태에서 몇 차례 더 운행했으니 승객의 운명은 하늘에 맡겨진 셈입니다. 기체 결함과는 또 다른, 말 그대로 기본이 안된 사고들 앞엔 차라리 말을 잊습니다. 만 오천 피트 상공에서 깜빡 잊고 공기주입장치를 가동시키지 않았습니다. 승객들이 코피를 쏟고 귀 통증을 호소했습니다. 고도를 갑자기 낮췄다 급속히 올리면서 소동은 더 커졌습니다. 안전운항의 절대조건인 장비 점검과 기체 운용 모두 결정적인 흠결을 드러낸 사례들입니다. 저가항공은 그동안 성장을 거듭해 국내선 분담률은 절반을 넘어섰고 국제선은 4년 사이 세배나 늘었습니다. 그 이유는 물론 2-30% 값싼 요금 덕분입니다. 가격을 낮춘 대가로 저가항공사는 장비나 인력 투자비용을 줄이게 됩니다. 승객 분담률에 비해 항공기 확보는 절반 이하이고 조종이나 정비인력도 훨씬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형사에 비해 구조적인 취약성을 안고 있는 것입니다. 저가항공사의 안전은 이런 본질적인 문제 때문에 강력한 단속이나 일시적인 처벌로 해결될 수 없습니다. 저가항공이 가격과 서비스, 안전 이 세 가지를 모두 만족시키기는 힘듭니다. 결국 선택과 균형의 문제입니다. 분명한 사실은 저가항공이라고 저가 안전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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