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가 만들어준 커피

입력 2016.01.30 (09:05) 수정 2016.01.30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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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을 정해진 위치에 두고, 아이패드 화면의 다양한 커피 중 원하는 음료를 고른다. 모카를 선택하니, 초콜릿과 우유거품, 커피의 양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화면이 나타난다. 양까지 선택하고 ‘시작’ 버튼을 누르면 내가 딱 원하는 커피가 ‘뚝딱’ 만들어진다. 그야말로 ‘컴퓨터 바리스타’인 셈이다.

BCS 본사 간판BCS 본사 간판

▲ 런던 코벤트가든에 위치한 BCS 본사 내부.

기자가 방문한 런던 코벤트가든의 영국컴퓨터협회(BCS) 본사에는 이 컴퓨터 바리스타가 마치 컴퓨팅 교육의 중요성을 자랑하듯 로비 한가운데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마치 컴퓨터 프로그램 등 소프트웨어(SW)교육을 통해 이 같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듯하다. BCS는 영국의 SW교육 교사를 길러내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른바 SW교육 바람이 거세다.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부터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까지 저마다 공개적으로 SW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도 2018년부터는 SW교육이 정규 교과로 편성된다. 이에 KBS는 SW교육 선진국으로 꼽히는 영국을 찾아 왜 SW교육을 강화해야 하는지 들어보고, 선진SW 교육 현장을 취재했다.

◆ 영국 2년 전부터 초·중등 ‘컴퓨팅’ 과목 편성 의무화

영국은 2년 전부터 초·중등 교육과정에 SW교육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 ‘컴퓨팅’ 과목 편성을 의무화했다. 2년 후에나 SW교육 과정을 정규 과정에 포함시키는 우리보다 4년이나 앞서있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영국은 초·중등 과정에서 ‘컴퓨팅’이라는 정규 과목이 돼 있지만, 우리는 정규교과에 포함돼 초등학생 같은 경우 실과 과목 안에서 1년에 17시간을 배울 뿐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SW교육 강화 바람이 지금도 프로그래머들에게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프로그래머를 더 늘리자는 것 아니냐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SW교육 강화가 단순히 프로그래머를 많이 만들기 위한 것은 아니다. 영국 역시 단순히 프로그래머 양산을 위해 교과 과정을 필수로 지정하지는 않았다.

◆ “문제해결능력 배양…향후 직업 선택에도 도움 돼”

전문가들은 SW교육이 학생의 문제해결능력을 길러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컴퓨터가 순차적이고,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알고리즘을 배우면서 사고력과 논리력을 향상시키고 더불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길러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다양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익히면서 자연스레 창의성까지 기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세이크리드하트카톨릭 초등학교 간판세이크리드하트카톨릭 초등학교 간판


런던 북부에 위치한 세이크리드 하트 카톨릭 초등학교(‘Sacred Heart Catholic Primary School’)에서 컴퓨팅 전담 교사를 맡고 있는 안토니 올데이 역시 같은 생각이다.

안토니 올데이안토니 올데이

▲ 안토니 올데이 / 세이크리드 하트 카톨릭 초등학교 컴퓨팅 전담 교사

그는 “‘컴퓨팅’이라는 것은 어떻게 컴퓨터를 사용하고 활용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컴퓨터가 작동하는지,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지를 배우는 것”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더 논리적이 되면서 문제해결능력을 기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릴 때부터 SW교육을 하는 것이 지금 당장 꼭 필요하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점 SW 관련 직업이 늘어나고 나중에는 컴퓨터를 빼고는 직업을 논할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에 나중에 결국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컴퓨터가 쓰는 언어를 배운다고 할 수 있는 SW교육이 결국 컴퓨터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주면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미래 유망 직업에서는 사물인터넷 개발자, 빅데이터 전문가 등 늘 SW 관련 직업의 점유율이 높다.

◆ SW교육, 어떻게 문제해결능력을 길러줄까

이반 워커이반 워커

▲ 제인 웨이트 / 컴퓨팅 교사 교육 담당.

BCS에서 SW교육하는 방법을 교사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제인 웨이트는 ‘비봇’이 움직이는 경로를 설계하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알고리즘’을 익히고, 이를 통해 문제해결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설명한다.

비봇이란 영국에서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SW교육에 사용되는 교보재로 미리 설정한대로 움직이는 로봇이다. 벌 모양의 로봇이라고 해서 비봇(Bee bot)이라 불린다.


▲ SW교육에 사용되는 비봇이 움직이는 영상.

학생들은 경로판에서 비봇의 목적지를 찾고 해당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 비봇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추리한다. ‘직진’, ‘우회전’, ‘직진’, ‘좌회전’ 등을 순서대로 입력해 비봇이 목적지에 도달하게 만드는 과정을 훈련하면서 어떻게 하면 순차적이고 논리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지를 배울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영국에서는 단순히 비봇만 학생들에게 던져줄 것이 아니라 우선 종이로 된 페이크봇(Fake bot)을 통해 경로를 예측하고 직접 움직여보도록 한 뒤, 정확하게 목적지에 도달한 경우에만 비봇을 통해 다시 한 번 실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몸소 배울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단순한 과정은 알고리즘이라 불리는 컴퓨터적인 사고의 기초 단계다. 그리고 학생들은 이 과정을 응용해 더 심화된 단계로 나아가면서 SW교육을 통해 문제해결능력을 기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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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패드가 만들어준 커피
    • 입력 2016-01-30 09:05:00
    • 수정2016-01-30 10:04:51
    IT·과학
컵을 정해진 위치에 두고, 아이패드 화면의 다양한 커피 중 원하는 음료를 고른다. 모카를 선택하니, 초콜릿과 우유거품, 커피의 양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화면이 나타난다. 양까지 선택하고 ‘시작’ 버튼을 누르면 내가 딱 원하는 커피가 ‘뚝딱’ 만들어진다. 그야말로 ‘컴퓨터 바리스타’인 셈이다.

BCS 본사 간판

▲ 런던 코벤트가든에 위치한 BCS 본사 내부.

기자가 방문한 런던 코벤트가든의 영국컴퓨터협회(BCS) 본사에는 이 컴퓨터 바리스타가 마치 컴퓨팅 교육의 중요성을 자랑하듯 로비 한가운데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마치 컴퓨터 프로그램 등 소프트웨어(SW)교육을 통해 이 같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듯하다. BCS는 영국의 SW교육 교사를 길러내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른바 SW교육 바람이 거세다.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부터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까지 저마다 공개적으로 SW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도 2018년부터는 SW교육이 정규 교과로 편성된다. 이에 KBS는 SW교육 선진국으로 꼽히는 영국을 찾아 왜 SW교육을 강화해야 하는지 들어보고, 선진SW 교육 현장을 취재했다.

◆ 영국 2년 전부터 초·중등 ‘컴퓨팅’ 과목 편성 의무화

영국은 2년 전부터 초·중등 교육과정에 SW교육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 ‘컴퓨팅’ 과목 편성을 의무화했다. 2년 후에나 SW교육 과정을 정규 과정에 포함시키는 우리보다 4년이나 앞서있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영국은 초·중등 과정에서 ‘컴퓨팅’이라는 정규 과목이 돼 있지만, 우리는 정규교과에 포함돼 초등학생 같은 경우 실과 과목 안에서 1년에 17시간을 배울 뿐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SW교육 강화 바람이 지금도 프로그래머들에게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프로그래머를 더 늘리자는 것 아니냐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SW교육 강화가 단순히 프로그래머를 많이 만들기 위한 것은 아니다. 영국 역시 단순히 프로그래머 양산을 위해 교과 과정을 필수로 지정하지는 않았다.

◆ “문제해결능력 배양…향후 직업 선택에도 도움 돼”

전문가들은 SW교육이 학생의 문제해결능력을 길러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컴퓨터가 순차적이고,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알고리즘을 배우면서 사고력과 논리력을 향상시키고 더불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길러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다양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익히면서 자연스레 창의성까지 기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세이크리드하트카톨릭 초등학교 간판


런던 북부에 위치한 세이크리드 하트 카톨릭 초등학교(‘Sacred Heart Catholic Primary School’)에서 컴퓨팅 전담 교사를 맡고 있는 안토니 올데이 역시 같은 생각이다.

안토니 올데이

▲ 안토니 올데이 / 세이크리드 하트 카톨릭 초등학교 컴퓨팅 전담 교사

그는 “‘컴퓨팅’이라는 것은 어떻게 컴퓨터를 사용하고 활용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컴퓨터가 작동하는지,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지를 배우는 것”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더 논리적이 되면서 문제해결능력을 기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릴 때부터 SW교육을 하는 것이 지금 당장 꼭 필요하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점 SW 관련 직업이 늘어나고 나중에는 컴퓨터를 빼고는 직업을 논할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에 나중에 결국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컴퓨터가 쓰는 언어를 배운다고 할 수 있는 SW교육이 결국 컴퓨터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주면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미래 유망 직업에서는 사물인터넷 개발자, 빅데이터 전문가 등 늘 SW 관련 직업의 점유율이 높다.

◆ SW교육, 어떻게 문제해결능력을 길러줄까

이반 워커

▲ 제인 웨이트 / 컴퓨팅 교사 교육 담당.

BCS에서 SW교육하는 방법을 교사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제인 웨이트는 ‘비봇’이 움직이는 경로를 설계하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알고리즘’을 익히고, 이를 통해 문제해결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설명한다.

비봇이란 영국에서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SW교육에 사용되는 교보재로 미리 설정한대로 움직이는 로봇이다. 벌 모양의 로봇이라고 해서 비봇(Bee bot)이라 불린다.


▲ SW교육에 사용되는 비봇이 움직이는 영상.

학생들은 경로판에서 비봇의 목적지를 찾고 해당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 비봇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추리한다. ‘직진’, ‘우회전’, ‘직진’, ‘좌회전’ 등을 순서대로 입력해 비봇이 목적지에 도달하게 만드는 과정을 훈련하면서 어떻게 하면 순차적이고 논리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지를 배울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영국에서는 단순히 비봇만 학생들에게 던져줄 것이 아니라 우선 종이로 된 페이크봇(Fake bot)을 통해 경로를 예측하고 직접 움직여보도록 한 뒤, 정확하게 목적지에 도달한 경우에만 비봇을 통해 다시 한 번 실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몸소 배울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단순한 과정은 알고리즘이라 불리는 컴퓨터적인 사고의 기초 단계다. 그리고 학생들은 이 과정을 응용해 더 심화된 단계로 나아가면서 SW교육을 통해 문제해결능력을 기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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