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뚫린 인천공항…밀입국 도주 경로는?

입력 2016.01.30 (21:11) 수정 2016.01.30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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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인천국제공항 청사입니다.

비행기가 도착하면 환승객은 2층에서 내린 뒤, 3층 출국장으로 가서 항공권을 확인받고 다시 다른 비행기로 갈아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제(29일) 베트남 남성은 3층으로 가지 않고 2층에 남아 밀입국했습니다.

창구마다 직원이 있는 일반 심사대가 아니라 바로 이 무인 심사대를 노렸는데요,

원래는 여권과 지문 등을 인식해야 문이 열리지만 보시는 것처럼 양문형 유리로 무척 허술하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그냥 힘으로 유리문을 밀어 틈을 만든 뒤 통과한 겁니다.

이럴 경우엔 경보음이 울리게 돼 있지만, 상주하고 있던 관리직원마저 자리를 비우고 있어 별 소용이 없었습니다.

닷새 전 검거된 중국인 환승객 2명은 2층에서 내려 3층으로 올라가긴 했지만, 해외 여행객들이 통과하는 출국장을 통해서 거꾸로 나갔습니다.

이 출국장은 밤 11시부터 닫혀있어야 하지만 직원용 수면실이 있어서 들어가는 문이 열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일반 구역으로 나가는 문은 이렇게 자물쇠 하나만 채워져 있었는데 쉽게 뜯어내고 나갔습니다.

이들이 비행기를 타지 않아 항공사가 곧바로 통보했지만 출입국 관리사무소는 하루가 지나서야 공항공사에 CCTV 확인을 요청하는 등 본격적인 조사에 뒤늦게 착수했습니다.

이렇게 인천공항 보안시스템에 잇따라 심각한 허점이 드러났는데요, 대체 어떤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는 건지 홍혜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무용지물’ 출입국 심사대…국경 보안 ‘구멍’▼

<리포트>

밀입국을 노리는 사람들에게 인천공항 자동입국심사대는 한국으로 향하는 비밀 통로였습니다.

사실상 국경 역할을 하는 관문이었지만 조금만 힘을 주면 쉽게 열렸습니다.

법무부는 뒤늦게 무용지물로 전락한 자동입국심사대 14대를 폐쇄했습니다.

<녹취> 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음성변조) : "문이 잘 열려서 강제로 (힘을 주면 틈으로) 여자분들은 들어갈 수 있어서..."

환승객이 탑승하지 않았을때 24시간 안에 대테러 센터에 보고하도록 한 규정은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중국인 부부는 도착 후 6시간 만에, 베트남인은 불과 2시간 30분 만에 공항을 빠져나갔습니다.

밀입국을 노리는 사람들에게 인천공항의 취약 지점과 허술한 보안 시간대가 노출됐다는 정보유출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녹취> 정윤식(경운대 항공운항과 교수) : "법무부는 출입국 관련 보안을 담당하고 공항공사는 외주용역을 줘 일정구역 보안을 맡다 보니 보안 공백이 나오는..."

연이은 밀입국은 작은 정부 청사라고도 불리는 인천공항 관리시스템의 허점을 드러냈습니다.

공항 안에 인천공항공사와 법무부 등이 구역별로 업무를 담당하고 있고, 국정원과 외교부, 경찰 등 20여 개의 기관들도 상주하고 있지만 전체 보안을 관리 감독할 컨트롤 타워는 없었습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오늘(30일) 인천공항을 찾아 현장 점검을 했고 내일(31일)은 정부 합동 대책회의가 열립니다.

KBS 뉴스 홍혜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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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뚫린 인천공항…밀입국 도주 경로는?
    • 입력 2016-01-30 21:13:30
    • 수정2016-01-30 22: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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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인천국제공항 청사입니다. 비행기가 도착하면 환승객은 2층에서 내린 뒤, 3층 출국장으로 가서 항공권을 확인받고 다시 다른 비행기로 갈아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제(29일) 베트남 남성은 3층으로 가지 않고 2층에 남아 밀입국했습니다. 창구마다 직원이 있는 일반 심사대가 아니라 바로 이 무인 심사대를 노렸는데요, 원래는 여권과 지문 등을 인식해야 문이 열리지만 보시는 것처럼 양문형 유리로 무척 허술하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그냥 힘으로 유리문을 밀어 틈을 만든 뒤 통과한 겁니다. 이럴 경우엔 경보음이 울리게 돼 있지만, 상주하고 있던 관리직원마저 자리를 비우고 있어 별 소용이 없었습니다. 닷새 전 검거된 중국인 환승객 2명은 2층에서 내려 3층으로 올라가긴 했지만, 해외 여행객들이 통과하는 출국장을 통해서 거꾸로 나갔습니다. 이 출국장은 밤 11시부터 닫혀있어야 하지만 직원용 수면실이 있어서 들어가는 문이 열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일반 구역으로 나가는 문은 이렇게 자물쇠 하나만 채워져 있었는데 쉽게 뜯어내고 나갔습니다. 이들이 비행기를 타지 않아 항공사가 곧바로 통보했지만 출입국 관리사무소는 하루가 지나서야 공항공사에 CCTV 확인을 요청하는 등 본격적인 조사에 뒤늦게 착수했습니다. 이렇게 인천공항 보안시스템에 잇따라 심각한 허점이 드러났는데요, 대체 어떤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는 건지 홍혜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무용지물’ 출입국 심사대…국경 보안 ‘구멍’▼ <리포트> 밀입국을 노리는 사람들에게 인천공항 자동입국심사대는 한국으로 향하는 비밀 통로였습니다. 사실상 국경 역할을 하는 관문이었지만 조금만 힘을 주면 쉽게 열렸습니다. 법무부는 뒤늦게 무용지물로 전락한 자동입국심사대 14대를 폐쇄했습니다. <녹취> 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음성변조) : "문이 잘 열려서 강제로 (힘을 주면 틈으로) 여자분들은 들어갈 수 있어서..." 환승객이 탑승하지 않았을때 24시간 안에 대테러 센터에 보고하도록 한 규정은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중국인 부부는 도착 후 6시간 만에, 베트남인은 불과 2시간 30분 만에 공항을 빠져나갔습니다. 밀입국을 노리는 사람들에게 인천공항의 취약 지점과 허술한 보안 시간대가 노출됐다는 정보유출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녹취> 정윤식(경운대 항공운항과 교수) : "법무부는 출입국 관련 보안을 담당하고 공항공사는 외주용역을 줘 일정구역 보안을 맡다 보니 보안 공백이 나오는..." 연이은 밀입국은 작은 정부 청사라고도 불리는 인천공항 관리시스템의 허점을 드러냈습니다. 공항 안에 인천공항공사와 법무부 등이 구역별로 업무를 담당하고 있고, 국정원과 외교부, 경찰 등 20여 개의 기관들도 상주하고 있지만 전체 보안을 관리 감독할 컨트롤 타워는 없었습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오늘(30일) 인천공항을 찾아 현장 점검을 했고 내일(31일)은 정부 합동 대책회의가 열립니다. KBS 뉴스 홍혜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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