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명절이 더 외로운 쪽방촌…희망을 보다

입력 2016.02.09 (08:30) 수정 2016.02.09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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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온 가족이 모여 따뜻한 정을 나누는 설 명절이지만 이런 때가 더 서럽고 외로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작은 방 한 칸에서 빠듯하게 생계를 이어가는 쪽방촌 주민들입니다.

하지만 절망으로 가득한 이 쪽방촌에 최근 희망의 기운이 싹트고 있습니다.

천원, 이천 원 주민들이 출자금을 내 마을 내 대출은행을 만들고요, 공동작업장에서 만든 물건을 내다 팔고 그 수익금을 기부까지 하며 그야말로 힘을 모아 희망을 일궈내고 있습니다.

그런 쪽방촌 사람들의 이야기를 뉴스따라잡기에서 담아봤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쪽방촌.

65살 김모 할아버지는 오늘도 발도 제대로 뻗기 힘든 이 작은 방에서 홀로 하루를 보냅니다.

<인터뷰> 김○○(쪽방촌 주민/음성변조) : "뭐 할 것도 없어요. 텔레비전이나 좀 보고 그러다가 자고 햇빛 보려고 문 앞에 나갔다 들어오고 나 혼자 왔다 갔다 하고……. 집에서 청소나 하고 그래요, 답답하면."

혼자 산 지 5년째.

몸이라도 아플 때면 외로움을 달래기가 힘듭니다.

<인터뷰> 김○○(쪽방촌 주민/음성변조) : "몸이 아프면 그게 제일 서러운 것 같아요. 몸 아플 때 서글프지, 서글프지……. 그래도 우리가 스스로 이렇게 살아야지 뭘 어떻게 해……."

역시 쪽방촌에 혼자 사는 78살 박 모 할아버지도 하루하루가 쓸쓸하긴 마찬가지.

설 명절을 앞두고 연락이 닿지 않는 자녀들의 전화번호만 물끄러미 바라볼 뿐입니다.

<인터뷰> 박○○(쪽방촌 주민/음성변조) : "애들이 전화 오면 반갑죠. 그런데 안 해요. 26년째인데 전화 한 번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만나고는 싶은데 차라리 없으면 마음이나 편하죠."

쪽방촌 주민들은 대부분 혼자 사는 데다 가족이 있더라도 연락이 끊긴 경우가 많습니다.

명절은 그저 남의 얘기.

오히려 명절 때만 되면 초라한 처지가 더욱 서럽게 느껴질 뿐입니다.

<인터뷰> 이○○(쪽방촌 주민/음성변조) : "명절 같은 게 돌아오면 애들이 어떻게 사나 그게 궁금하죠. 애들까지 나를 버렸는데 내가 뭐……. 한때는 잘못된 생각을 한 적도 있었어요. 지금도 가끔 그런 생각도 들고……."

<인터뷰> 최○○(쪽방촌 주민/음성변조) : "(가족) 보고 싶지도 않아요. 그냥 살지 뭐……. 내가 복이 없어서 그런 건데 어쩌라고요."

극심한 가난은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지 오래.

쪽방촌 주민들이 느끼는 절망감은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녹취> 쪽방 상담소 관계자(음성변조) : "우울증에 걸리죠. 술도 많이 드시고 자기 자신의 환경에 대해서 자포자기하는 사람도 많고……."

하지만 절망 속에서도 희망은 조심스럽게 싹트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 서울 돈의동 쪽방촌.

세상을 떠난 이웃을 추모하기 위해 조촐한 장례식이 열렸습니다.

연고가 없어 장례도 못 치르고 화장터로 보내질 뻔했지만, 이웃들이 뜻을 모아 고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한 겁니다.

<인터뷰> 황종구(서울 돈의동 쪽방촌 주민) : "위에서라도 편하게 술 안 드시고 거기서 편하게 사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장례식은 고인은 물론 주민들에게도 따뜻한 위로가 됐습니다.

<인터뷰> 이해완(서울 돈의동 쪽방촌 주민) : "나도 저렇게 무연고 (사망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렇게 같이 (장례식을) 해주는 게 색다르고 감회가 깊죠."

아픔을 함께 나누면서 오히려 살아갈 힘을 얻었습니다.

<녹취> 이화순 소장(서울 돈의동 사랑의 쉼터) : "상당히 마음에 위로가 되고 '나도 죽으면 저렇게 해주겠지. 나를 대신하고 나를 위로해주는 사람이 있겠구나.' (하고) 주민들이 위안으로 삼았어요."

서울 동자동 쪽방촌 모퉁이에 자리 잡은 사무실.

주민 3백여 명이 쌈짓돈을 모아 만든 공제협동조합, 일종의 마을은행입니다.

매달 출자금을 내면 6개월 뒤부터 2%의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인터뷰> 이태현(전 이사장/사랑방 마을 공제협동조합) : "(저소득층이라서) 누구한테 돈을 많이 빌릴 수가 없고 그래서 조합을 만들게 된 거예요. 주민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절대 도울 수가 없어요. 그러나 열 사람이 한 사람을 도울 수가 있어요."

대출을 받는 목적은 대부분 병원비, 월세 같은 급전 마련.

주민들은 힘들 때 기댈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하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차재설(서울 동자동 쪽방촌 주민) : "무릎 관절이 아파서 병원비가 모자라서 대출받아서 치료받으려고 (왔어요.) 내가 아파도 의지할 수 있다는 게 행복이에요."

저축을 할 수 있게 되면서 목표가 생긴 주민들도 있습니다.

<녹취> 사랑방 마을 공제협동조합 관계자(음성변조) : "통장에 돈이 쌓이다 보니까 보증금 1백만 원이 필요하다, 전세자금으로 3백만 원이 필요하다 (이런) 목적이 생긴 거죠. 삶에 대한 희망을 보시는 거죠."

일을 통해 삶의 활력을 되찾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동자동 쪽방촌에 마련된 마을 공동작업장.

주민들이 모여 소일거리로 봉제인형을 만드는데, 한 달에 20여만 원을 법니다.

돈도 벌고 친구도 사귈 수 있어 일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합니다.

<인터뷰> 정영하(서울 동자동 쪽방촌 주민) : "집에 있으면 심심하고 더 아프고 아침에 눈 뜨면 얼른 (이웃들) 보고 싶어서 나오는데요."

<인터뷰> 박주성(서울 동자동 쪽방촌 주민) : "우울증약도 먹고 했는데 같이 어울리다 보니까 웃을 일도 생기고 정말 좋더라고요. 이 일 안 했으면 그냥 방에만 있었을 거예요. 바깥에 잘 나오지도 않고……."

인천 만석동 쪽방촌 주민들도 매일 공동작업장에 모여 볼펜을 조립합니다.

단순 작업이지만 일하는 표정에 지루한 기색은 없어 보입니다.

<인터뷰> 김재순(인천 만석동 쪽방촌 주민) : "재밌어요. 이 나이에 앉아서 (일할 수 있는) 내 자리가 있다는 게 즐겁잖아요."

이들은 얼마 전 번 돈의 일부를 모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30여만 원의 성금을 냈습니다.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기쁨은 삶의 또 다른 원동력이 됐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정성(인천 만석동 쪽방촌 주민) : "돈 많다고 기부를 많이 합니까? 그렇지 않잖아요. 1천 원을 하든 1만 원을 하든 좋은 마음으로 기부할 수 있으니까 그게 좋은 거죠."

가난과 외로움 속에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쪽방촌 사람들.

현실에 절망하는 대신 서로 위로하고 보듬으며 좀 더 나은 삶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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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명절이 더 외로운 쪽방촌…희망을 보다
    • 입력 2016-02-09 08:38:05
    • 수정2016-02-09 17:3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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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온 가족이 모여 따뜻한 정을 나누는 설 명절이지만 이런 때가 더 서럽고 외로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작은 방 한 칸에서 빠듯하게 생계를 이어가는 쪽방촌 주민들입니다.

하지만 절망으로 가득한 이 쪽방촌에 최근 희망의 기운이 싹트고 있습니다.

천원, 이천 원 주민들이 출자금을 내 마을 내 대출은행을 만들고요, 공동작업장에서 만든 물건을 내다 팔고 그 수익금을 기부까지 하며 그야말로 힘을 모아 희망을 일궈내고 있습니다.

그런 쪽방촌 사람들의 이야기를 뉴스따라잡기에서 담아봤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쪽방촌.

65살 김모 할아버지는 오늘도 발도 제대로 뻗기 힘든 이 작은 방에서 홀로 하루를 보냅니다.

<인터뷰> 김○○(쪽방촌 주민/음성변조) : "뭐 할 것도 없어요. 텔레비전이나 좀 보고 그러다가 자고 햇빛 보려고 문 앞에 나갔다 들어오고 나 혼자 왔다 갔다 하고……. 집에서 청소나 하고 그래요, 답답하면."

혼자 산 지 5년째.

몸이라도 아플 때면 외로움을 달래기가 힘듭니다.

<인터뷰> 김○○(쪽방촌 주민/음성변조) : "몸이 아프면 그게 제일 서러운 것 같아요. 몸 아플 때 서글프지, 서글프지……. 그래도 우리가 스스로 이렇게 살아야지 뭘 어떻게 해……."

역시 쪽방촌에 혼자 사는 78살 박 모 할아버지도 하루하루가 쓸쓸하긴 마찬가지.

설 명절을 앞두고 연락이 닿지 않는 자녀들의 전화번호만 물끄러미 바라볼 뿐입니다.

<인터뷰> 박○○(쪽방촌 주민/음성변조) : "애들이 전화 오면 반갑죠. 그런데 안 해요. 26년째인데 전화 한 번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만나고는 싶은데 차라리 없으면 마음이나 편하죠."

쪽방촌 주민들은 대부분 혼자 사는 데다 가족이 있더라도 연락이 끊긴 경우가 많습니다.

명절은 그저 남의 얘기.

오히려 명절 때만 되면 초라한 처지가 더욱 서럽게 느껴질 뿐입니다.

<인터뷰> 이○○(쪽방촌 주민/음성변조) : "명절 같은 게 돌아오면 애들이 어떻게 사나 그게 궁금하죠. 애들까지 나를 버렸는데 내가 뭐……. 한때는 잘못된 생각을 한 적도 있었어요. 지금도 가끔 그런 생각도 들고……."

<인터뷰> 최○○(쪽방촌 주민/음성변조) : "(가족) 보고 싶지도 않아요. 그냥 살지 뭐……. 내가 복이 없어서 그런 건데 어쩌라고요."

극심한 가난은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지 오래.

쪽방촌 주민들이 느끼는 절망감은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녹취> 쪽방 상담소 관계자(음성변조) : "우울증에 걸리죠. 술도 많이 드시고 자기 자신의 환경에 대해서 자포자기하는 사람도 많고……."

하지만 절망 속에서도 희망은 조심스럽게 싹트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 서울 돈의동 쪽방촌.

세상을 떠난 이웃을 추모하기 위해 조촐한 장례식이 열렸습니다.

연고가 없어 장례도 못 치르고 화장터로 보내질 뻔했지만, 이웃들이 뜻을 모아 고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한 겁니다.

<인터뷰> 황종구(서울 돈의동 쪽방촌 주민) : "위에서라도 편하게 술 안 드시고 거기서 편하게 사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장례식은 고인은 물론 주민들에게도 따뜻한 위로가 됐습니다.

<인터뷰> 이해완(서울 돈의동 쪽방촌 주민) : "나도 저렇게 무연고 (사망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렇게 같이 (장례식을) 해주는 게 색다르고 감회가 깊죠."

아픔을 함께 나누면서 오히려 살아갈 힘을 얻었습니다.

<녹취> 이화순 소장(서울 돈의동 사랑의 쉼터) : "상당히 마음에 위로가 되고 '나도 죽으면 저렇게 해주겠지. 나를 대신하고 나를 위로해주는 사람이 있겠구나.' (하고) 주민들이 위안으로 삼았어요."

서울 동자동 쪽방촌 모퉁이에 자리 잡은 사무실.

주민 3백여 명이 쌈짓돈을 모아 만든 공제협동조합, 일종의 마을은행입니다.

매달 출자금을 내면 6개월 뒤부터 2%의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인터뷰> 이태현(전 이사장/사랑방 마을 공제협동조합) : "(저소득층이라서) 누구한테 돈을 많이 빌릴 수가 없고 그래서 조합을 만들게 된 거예요. 주민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절대 도울 수가 없어요. 그러나 열 사람이 한 사람을 도울 수가 있어요."

대출을 받는 목적은 대부분 병원비, 월세 같은 급전 마련.

주민들은 힘들 때 기댈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하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차재설(서울 동자동 쪽방촌 주민) : "무릎 관절이 아파서 병원비가 모자라서 대출받아서 치료받으려고 (왔어요.) 내가 아파도 의지할 수 있다는 게 행복이에요."

저축을 할 수 있게 되면서 목표가 생긴 주민들도 있습니다.

<녹취> 사랑방 마을 공제협동조합 관계자(음성변조) : "통장에 돈이 쌓이다 보니까 보증금 1백만 원이 필요하다, 전세자금으로 3백만 원이 필요하다 (이런) 목적이 생긴 거죠. 삶에 대한 희망을 보시는 거죠."

일을 통해 삶의 활력을 되찾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동자동 쪽방촌에 마련된 마을 공동작업장.

주민들이 모여 소일거리로 봉제인형을 만드는데, 한 달에 20여만 원을 법니다.

돈도 벌고 친구도 사귈 수 있어 일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합니다.

<인터뷰> 정영하(서울 동자동 쪽방촌 주민) : "집에 있으면 심심하고 더 아프고 아침에 눈 뜨면 얼른 (이웃들) 보고 싶어서 나오는데요."

<인터뷰> 박주성(서울 동자동 쪽방촌 주민) : "우울증약도 먹고 했는데 같이 어울리다 보니까 웃을 일도 생기고 정말 좋더라고요. 이 일 안 했으면 그냥 방에만 있었을 거예요. 바깥에 잘 나오지도 않고……."

인천 만석동 쪽방촌 주민들도 매일 공동작업장에 모여 볼펜을 조립합니다.

단순 작업이지만 일하는 표정에 지루한 기색은 없어 보입니다.

<인터뷰> 김재순(인천 만석동 쪽방촌 주민) : "재밌어요. 이 나이에 앉아서 (일할 수 있는) 내 자리가 있다는 게 즐겁잖아요."

이들은 얼마 전 번 돈의 일부를 모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30여만 원의 성금을 냈습니다.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기쁨은 삶의 또 다른 원동력이 됐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정성(인천 만석동 쪽방촌 주민) : "돈 많다고 기부를 많이 합니까? 그렇지 않잖아요. 1천 원을 하든 1만 원을 하든 좋은 마음으로 기부할 수 있으니까 그게 좋은 거죠."

가난과 외로움 속에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쪽방촌 사람들.

현실에 절망하는 대신 서로 위로하고 보듬으며 좀 더 나은 삶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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