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최초·최연소’ 휩쓴 명장 최태웅 리더십

입력 2016.02.25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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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에서 '감독님' 된 최태웅,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정규리그 우승
데이터 분석하는 'IT감독'…취미는 '수학 문제 풀기'


현대캐피탈을 7년 만에 프로배구 V리그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끈 최태웅(40) 감독의 선수 시절 별명은 '컴퓨터 세터'였다.

한양대 재학 시절 팀의 51연승을 이끈 최태웅은 1999년 삼성화재 배구단에 입단했다.

그는 1998년 국가대표팀 세터로도 뛰기 시작해 2005년과 2007년을 제외하고 2008년까지 9년간 대표팀 부동의 주전 세터로 활동했다.

최태웅은 V리그 출범(2005년) 이후에도 자로 잰 듯한 토스로 삼성화재의 공격을 책임지며 2006-2007, 2007-2008, 2009-2010시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09년 11월 29일 현대캐피탈과의 경기에서는 프로배구 사상 처음으로 7천세트를 달성했다.

영원한 '삼성맨'일 것 같던 최태웅이 '전통의 맞수' 현대캐피탈로 옮긴 것은 2010년 6월이다.

현대캐피탈이 삼성화재로 이적한 박철우 보상선수로 최태웅을 지명하면서다.

팀을 옮긴 지 얼마 안 된 무렵 최태웅에게 큰 위기가 닥쳤다.

2010년 여름 그는 피부조직에 세균이 감염돼 생기는 봉와직염을 치료하고자 왼팔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병명은 봉와직염이 아닌 림프암으로 판명됐다.

정규리그를 앞두고 있던 최태웅은 입원 치료하라는 담당 의사의 권유를 뿌리치고 합숙에 들어갔다.

최태웅은 김호철 감독을 비롯한 극소수의 구단 수뇌부에게만 알리고 2010-2011시즌을 소화했다. 가족에게도 암 발병 사실을 숨겼다.

당시 현대캐피탈은 플레이오프에서 삼성화재에 3연패로 지면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시즌을 마친 최태웅은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낭보를 접했다.

현대캐피탈은 최태웅이라는 스타 플레이어를 영입했지만, 우승과는 좀처럼 연이 닿지 않았다.

대한항공이 2010-2011 시즌, 삼성화재가 이후 4시즌 연속 정상에 오르는 모습을 현대캐피탈은 멀찌감치서 지켜봐야 했다.

2014-2015시즌까지 선수로 활약한 최태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사령탑에 선임됐다. 현역 선수가 코치 등을 거치지 않고 바로 감독으로 부임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현대캐피탈 선수들에게 '형'이던 최태웅은 하루아침에 '감독님'이 됐다.

최 감독은 팀 체질을 개선하겠다며 '스피드 배구'를 내세웠다. 공격할 때 모든 선수가 유기적이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단으로부터 전권을 부여받은 최 감독은 선수들이 즐겁게 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췄다.

최 감독은 고비처에서 선수들을 야단치고 윽박지르는 대신 다독이고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었다.

지난 9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OK저축은행과의 홈 경기에서 3세트 22-23으로 뒤지고 있을 때 최 감독은 작전타임을 불러 선수들에 이렇게 얘기했다.

"얘들아,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다 너희를 응원하는 거야. 그 힘을 받아서 한번 뒤집어봐. 이길 수 있어!"

그의 리더십을 단적으로 보여준 이 말은 배구계에서 두고두고 회자됐다.

최 감독은 'IT감독'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그는 경기 중 수시로 태블릿 PC를 들여다보며 작전을 구상한다. 여기에는 선수들과 관련한 각종 구체적인 데이터가 입력돼 있다.

때로는 선수들에게 태블릿 PC 화면을 직접 보여주면서 작전지시를 내린다.

이런 최 감독의 취미는 엉뚱하다.

신현석 단장은 배구에만 빠져 사는 최 감독에게 '너무 배구만 생각하면 시야가 좁아진다'며 취미를 가져보라고 권했다.

이래서 갖게 된 취미가 '수학 문제 풀기'다. 최 감독은 틈날 때마다 소인수분해, 집합 등을 풀며 머리를 식혔다(?).

최 감독은 25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OK저축은행과 경기를 앞두고 또 하나의 어록을 남겼다.

물과 물고기처럼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친한 사이를 일컫는 '수어지교(水魚之交)'가 그것이다.

최 감독은 "물이 코트라면 선수들은 물고기다. 서로 뗄 수 없는 관계"라며 "선수들에게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코트라는 물에서 신나게 물장구치고 오라고 했다"고 소개했다.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최 감독의 지시대로 신명나는 경기를 펼쳤다.

열매는 달콤했다.

OK저축은행을 세트 스코어 3-0로 꺾은 현대캐피탈은 남은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아울러 16연승으로 남자 프로배구 단일 시즌 최다 연승 기록도 세웠다.

최 감독은 사령탑 데뷔 첫해에 정규리그 우승을 거머쥔 최초의 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아울러 올해 만 40세인 최 감독은 V리그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역대 최연소 사령탑이 됐다.

V리그 출범 이후 선수와 감독으로서 정규리그 우승을 모두 경험한 사람도 최 감독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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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다·최초·최연소’ 휩쓴 명장 최태웅 리더십
    • 입력 2016-02-25 21:42:06
    연합뉴스
'형'에서 '감독님' 된 최태웅,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정규리그 우승
데이터 분석하는 'IT감독'…취미는 '수학 문제 풀기'


현대캐피탈을 7년 만에 프로배구 V리그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끈 최태웅(40) 감독의 선수 시절 별명은 '컴퓨터 세터'였다.

한양대 재학 시절 팀의 51연승을 이끈 최태웅은 1999년 삼성화재 배구단에 입단했다.

그는 1998년 국가대표팀 세터로도 뛰기 시작해 2005년과 2007년을 제외하고 2008년까지 9년간 대표팀 부동의 주전 세터로 활동했다.

최태웅은 V리그 출범(2005년) 이후에도 자로 잰 듯한 토스로 삼성화재의 공격을 책임지며 2006-2007, 2007-2008, 2009-2010시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09년 11월 29일 현대캐피탈과의 경기에서는 프로배구 사상 처음으로 7천세트를 달성했다.

영원한 '삼성맨'일 것 같던 최태웅이 '전통의 맞수' 현대캐피탈로 옮긴 것은 2010년 6월이다.

현대캐피탈이 삼성화재로 이적한 박철우 보상선수로 최태웅을 지명하면서다.

팀을 옮긴 지 얼마 안 된 무렵 최태웅에게 큰 위기가 닥쳤다.

2010년 여름 그는 피부조직에 세균이 감염돼 생기는 봉와직염을 치료하고자 왼팔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병명은 봉와직염이 아닌 림프암으로 판명됐다.

정규리그를 앞두고 있던 최태웅은 입원 치료하라는 담당 의사의 권유를 뿌리치고 합숙에 들어갔다.

최태웅은 김호철 감독을 비롯한 극소수의 구단 수뇌부에게만 알리고 2010-2011시즌을 소화했다. 가족에게도 암 발병 사실을 숨겼다.

당시 현대캐피탈은 플레이오프에서 삼성화재에 3연패로 지면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시즌을 마친 최태웅은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낭보를 접했다.

현대캐피탈은 최태웅이라는 스타 플레이어를 영입했지만, 우승과는 좀처럼 연이 닿지 않았다.

대한항공이 2010-2011 시즌, 삼성화재가 이후 4시즌 연속 정상에 오르는 모습을 현대캐피탈은 멀찌감치서 지켜봐야 했다.

2014-2015시즌까지 선수로 활약한 최태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사령탑에 선임됐다. 현역 선수가 코치 등을 거치지 않고 바로 감독으로 부임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현대캐피탈 선수들에게 '형'이던 최태웅은 하루아침에 '감독님'이 됐다.

최 감독은 팀 체질을 개선하겠다며 '스피드 배구'를 내세웠다. 공격할 때 모든 선수가 유기적이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단으로부터 전권을 부여받은 최 감독은 선수들이 즐겁게 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췄다.

최 감독은 고비처에서 선수들을 야단치고 윽박지르는 대신 다독이고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었다.

지난 9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OK저축은행과의 홈 경기에서 3세트 22-23으로 뒤지고 있을 때 최 감독은 작전타임을 불러 선수들에 이렇게 얘기했다.

"얘들아,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다 너희를 응원하는 거야. 그 힘을 받아서 한번 뒤집어봐. 이길 수 있어!"

그의 리더십을 단적으로 보여준 이 말은 배구계에서 두고두고 회자됐다.

최 감독은 'IT감독'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그는 경기 중 수시로 태블릿 PC를 들여다보며 작전을 구상한다. 여기에는 선수들과 관련한 각종 구체적인 데이터가 입력돼 있다.

때로는 선수들에게 태블릿 PC 화면을 직접 보여주면서 작전지시를 내린다.

이런 최 감독의 취미는 엉뚱하다.

신현석 단장은 배구에만 빠져 사는 최 감독에게 '너무 배구만 생각하면 시야가 좁아진다'며 취미를 가져보라고 권했다.

이래서 갖게 된 취미가 '수학 문제 풀기'다. 최 감독은 틈날 때마다 소인수분해, 집합 등을 풀며 머리를 식혔다(?).

최 감독은 25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OK저축은행과 경기를 앞두고 또 하나의 어록을 남겼다.

물과 물고기처럼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친한 사이를 일컫는 '수어지교(水魚之交)'가 그것이다.

최 감독은 "물이 코트라면 선수들은 물고기다. 서로 뗄 수 없는 관계"라며 "선수들에게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코트라는 물에서 신나게 물장구치고 오라고 했다"고 소개했다.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최 감독의 지시대로 신명나는 경기를 펼쳤다.

열매는 달콤했다.

OK저축은행을 세트 스코어 3-0로 꺾은 현대캐피탈은 남은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아울러 16연승으로 남자 프로배구 단일 시즌 최다 연승 기록도 세웠다.

최 감독은 사령탑 데뷔 첫해에 정규리그 우승을 거머쥔 최초의 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아울러 올해 만 40세인 최 감독은 V리그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역대 최연소 사령탑이 됐다.

V리그 출범 이후 선수와 감독으로서 정규리그 우승을 모두 경험한 사람도 최 감독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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