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까지…야구·농구 이어 ‘뒷심 우승’ 대세

입력 2016.02.25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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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두산·프로농구 KCC 역전 우승과 닮은꼴

지난해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올 시즌 남자 프로농구 KCC에 이어 남자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이 역전 우승 대열에 합류했다.

현대캐피탈은 25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V리그 남자부 방문경기에서 OK저축은행을 세트 스코어 3-0으로 완파하고 2008-2009 시즌 이후 7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 지었다.

올 시즌 전반기를 4위로 마치며 지난 시즌에 이어 또다시 '봄 배구'에서 멀어지는 듯 보였던 현대캐피탈은 후반기 16연승의 무서운 뒷심으로 정상에 올랐다.

2005년 출범한 프로배구는 삼성화재-현대캐피탈, 삼성화재-대한항공, OK저축은행-삼성화재 식으로 팀만 조금씩 바뀌었을 뿐 양강체제가 굳어졌다.

출중한 외국인 선수를 보유한 팀이 시즌 초반부터 치고 나가 그 여세를 마지막까지 몰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나머지 팀들은 그저 들러리를 섰을 뿐이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은 세계 최정상급 공격수로 꼽히는 '시몬스터' 로버트랜디 시몬(OK저축은행), 괴르기 그로저(삼성화재)에 비해 급이 떨어지는 오레올 까메호를 데리고도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대신 현대캐피탈은 외국인 선수에게 공격 대부분을 의존하는 '몰빵배구'를 따르지 않고 세터와 리베로를 제외한 모든 선수가 공격에 가담하는 '스피드 배구'로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시즌 초반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서서히 자리를 잡은 '스피드 배구'는 경기를 치를수록 가속력을 냈다. 현대캐피탈은 단일 시즌 최다 연승 신기록을 세우고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현대캐피탈은 단순히 역전 드라마를 쓴 것이 아니라 프로배구의 패러다임을 통째로 바꿔놨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공교롭게도 현대캐피탈, 두산, KCC는 모두 '초짜 감독'이 지휘봉을 맡아 불과 한 시즌 만에 반전 드라마를 일궈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태웅(40) 현대캐피탈 감독은 어머니와 같은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전임 김호철 감독 체제에서 경직돼 있던 선수들에게 경기를 즐기는 법을 일깨워줬다.

김태형(49) 두산 감독은 어느 한 편에 치우치지 않는 중용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두산이라는 팀을 하나로 묶어내는 능력을 보여줬다.

추승균(42) KCC 감독도 김 감독과 같은 '형님 리더십'이 돋보인다. KCC의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추승균 감독은 선수단을 장악하고 저마다 기량을 최대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데 애를 썼다.

세 지도자는 모두 선수 시절 주연을 돋보이게 하는 '명품 조연'이었다. 최 감독은 공격수들의 입맛에 맞게 공을 띄워 주는 세터였고, 김 감독은 팀의 '살림꾼'인 포수였다. 추 감독은 별명 자체가 '소리 없이 강한 남자'였다.

이들은 자신이 그랬듯 특정 선수로 대표되는 팀이 아니라 팀 선수 전원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한데 뭉치는 팀을 만드는데 역점을 줬다.

그렇게 단단하게 뭉친 팀은 숱한 고비를 뛰어넘으며 더욱 강해졌고, 결국에는 방심하던 선두 주자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주류의 전략을 따르지 않고,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닌 조화에 역점을 둔 세 지도자의 리더십은 역전 우승과 맞물려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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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캐피탈까지…야구·농구 이어 ‘뒷심 우승’ 대세
    • 입력 2016-02-25 21:42:07
    연합뉴스
프로야구 두산·프로농구 KCC 역전 우승과 닮은꼴

지난해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올 시즌 남자 프로농구 KCC에 이어 남자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이 역전 우승 대열에 합류했다.

현대캐피탈은 25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V리그 남자부 방문경기에서 OK저축은행을 세트 스코어 3-0으로 완파하고 2008-2009 시즌 이후 7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 지었다.

올 시즌 전반기를 4위로 마치며 지난 시즌에 이어 또다시 '봄 배구'에서 멀어지는 듯 보였던 현대캐피탈은 후반기 16연승의 무서운 뒷심으로 정상에 올랐다.

2005년 출범한 프로배구는 삼성화재-현대캐피탈, 삼성화재-대한항공, OK저축은행-삼성화재 식으로 팀만 조금씩 바뀌었을 뿐 양강체제가 굳어졌다.

출중한 외국인 선수를 보유한 팀이 시즌 초반부터 치고 나가 그 여세를 마지막까지 몰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나머지 팀들은 그저 들러리를 섰을 뿐이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은 세계 최정상급 공격수로 꼽히는 '시몬스터' 로버트랜디 시몬(OK저축은행), 괴르기 그로저(삼성화재)에 비해 급이 떨어지는 오레올 까메호를 데리고도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대신 현대캐피탈은 외국인 선수에게 공격 대부분을 의존하는 '몰빵배구'를 따르지 않고 세터와 리베로를 제외한 모든 선수가 공격에 가담하는 '스피드 배구'로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시즌 초반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서서히 자리를 잡은 '스피드 배구'는 경기를 치를수록 가속력을 냈다. 현대캐피탈은 단일 시즌 최다 연승 신기록을 세우고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현대캐피탈은 단순히 역전 드라마를 쓴 것이 아니라 프로배구의 패러다임을 통째로 바꿔놨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공교롭게도 현대캐피탈, 두산, KCC는 모두 '초짜 감독'이 지휘봉을 맡아 불과 한 시즌 만에 반전 드라마를 일궈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태웅(40) 현대캐피탈 감독은 어머니와 같은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전임 김호철 감독 체제에서 경직돼 있던 선수들에게 경기를 즐기는 법을 일깨워줬다.

김태형(49) 두산 감독은 어느 한 편에 치우치지 않는 중용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두산이라는 팀을 하나로 묶어내는 능력을 보여줬다.

추승균(42) KCC 감독도 김 감독과 같은 '형님 리더십'이 돋보인다. KCC의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추승균 감독은 선수단을 장악하고 저마다 기량을 최대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데 애를 썼다.

세 지도자는 모두 선수 시절 주연을 돋보이게 하는 '명품 조연'이었다. 최 감독은 공격수들의 입맛에 맞게 공을 띄워 주는 세터였고, 김 감독은 팀의 '살림꾼'인 포수였다. 추 감독은 별명 자체가 '소리 없이 강한 남자'였다.

이들은 자신이 그랬듯 특정 선수로 대표되는 팀이 아니라 팀 선수 전원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한데 뭉치는 팀을 만드는데 역점을 줬다.

그렇게 단단하게 뭉친 팀은 숱한 고비를 뛰어넘으며 더욱 강해졌고, 결국에는 방심하던 선두 주자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주류의 전략을 따르지 않고,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닌 조화에 역점을 둔 세 지도자의 리더십은 역전 우승과 맞물려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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