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스마트 ‘스피드 배구’로 왕좌 탈환

현대캐피탈이 '다른 배구'로 왕좌를 되찾았다.

최태웅 감독이 "현대캐피탈과 한국 배구의 미래를 위해"라는 명분으로 시작한 변화가 단기간에 팀을 바꿨고, 정규리그 우승이라는 찬란한 결과까지 낳았다.

현대캐피탈은 25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OK저축은행과 2015-2016 V리그 남자부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0으로 승리하며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프로배구가 출범한 2005년 정규리그 초대 챔피언에 올랐던 현대캐피탈은 2005-2006시즌 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통합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삼성화재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던 현대캐피탈은 2008-2009시즌 정규시즌 패권을 차지한 후, 번번이 도약에 실패했다.

2014-2015시즌에는 5위로 밀려나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프로배구 출범 후 '현대캐피탈이 없는 포트스시즌'이 처음 열렸다.

삼성화재 대항마 자리는 OK저축은행이 차지했다.

배구를 넘어 다른 프로 스포츠 구단도 부러워하는 훈련장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를 갖추는 등 가장 적극적으로 현장을 지원하던 현대캐피탈로서는 극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2014-2015시즌 중 김호철 감독이 사임하면서 '김호철 시대'가 끝났고, 현대캐피탈은 젊은 최태웅 감독을 신임 사령탑에 선임했다.

최태웅 감독은 "세터와 리베로를 제외한 전원이 공격에 가담하는 빠른 배구"를 선언했다.

최 감독 자신도 '완성되는 시기'를 자신할 수 없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공격력을 갖춘 외국인 선수에게 오픈 공격, 후위 공격을 맡기면 '최소한의 확률'은 확보한다.

여기에 토종 공격수, 센터에게 공격을 조금 분산하면 '면피'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최 감독과 현대캐피탈은 과감한 변화를 선택했다.

기록에서도 현대캐피탈의 '다른 배구'가 낳은 효과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현대캐피탈은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가장 낮은 팀이다.

토종 공격수 문성민을 포함해 모든 선수가 공격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현대캐피탈 오레올 까메호의 공격 점유율은 24일까지 34.6%다. 삼성화재 괴르기 그로저의 공격 점유율(47.1%)보다 12.5%나 낮다.

이번 시즌 V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 중 KB손해보험 네맥 마틴(31.2%)에 이어 두 번째로 공격 점유율이 낮다.

하지만 마틴이 부진으로 세트 중 벤치로 들어가는 일이 잦은 걸 떠올리면, 실질적으로 가장 낮은 공격 점유율을 보인 선수는 까메호다.

현대캐피탈은 '속도'로 외국인 공격수 의존도를 낮췄다.

현대캐피탈은 24일까지 7개 구단 중 세 번째로 많은 속공을 시도(500번)해 가장 높은 성공률(61.20%)을 기록했다.

퀵 오픈 성공률(57.5%)과 시도(873회)는 모두 3위다.

힘 대 힘의 승부가 아닌 '속도'와 '타이밍'으로 싸웠다는 의미다.

당연히 오픈 공격 시도는 줄었다.

현대캐피탈의 오픈 공격 시도는 846회로 가장 적었다.

최태웅 감독은 "빠른 배구를 완성하려면 코트 안에 있는 선수가 모두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캐피탈 세터의 손에서 공이 떠날 때, 리베로를 제외한 4명이 움직였다.

상대 블로커의 시선이 분산됐다. 현대캐피탈을 상대할 때는 '외국인 선수만 잡는다'는 전술이 통하지 않았다.

시작은 무모해보였다. 현대캐피탈은 정규리그가 개막하기 전 8차례 평가전을 치러 7번 패했다.

그러나 경기를 치를수록 효과가 나타났다.

현대캐피탈은 4, 5라운드 전승을 거두고 6라운드에서도 기세를 이어가며 16연승에 성공했다.

그리고 7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극적인 반전을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