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웅 감독 “내가 생각한 이상을 보여줬다”

입력 2016.02.25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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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MVP는 문성민…리더로서 믿음직하다"
"올 시즌 내 점수는 30점, 배울수록 배울게 더 많아진다"


지난 시즌 '봄 배구'에서 탈락한 현대캐피탈을 맡아 한 시즌 만에 정규리그 우승팀으로 변모시킨 최태웅(40) 감독은 "선수들이 내가 생각했던 배구 이상을 보여줬다"며 자신을 믿고 따라준 선수들에게 우승의 공을 돌렸다.

최 감독이 이끄는 현대캐피탈은 25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OK저축은행과 방문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0 완승을 거두고 남자 프로배구 단일 시즌 최다 연승 신기록인 16연승과 함께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 지었다.

올 시즌 '스피드 배구'를 주창하며 큰 변화와 마주한 현대캐피탈은 '슬로 스타터'였다. 전반기 막판에는 3연패를 당하며 전반기를 4위로 마쳤다. 하지만 최 감독은 끝까지 인내심을 잃지 않고 '스피드 배구'를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올스타 브레이크 휴식기 동안 체력을 보충한 선수들은 후반기 16전 전승의 무서운 뒷심으로 기어코 정규리그 정상에 올랐다.

최 감독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제야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 같다. 그동안 부담이 있었는데, 그게 뭘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승도, 16연승도 아니었다. 선수들이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마지막 3세트 고비를 넘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했다.

최 감독은 후반기 시작과 동시에 현대캐피탈의 질주가 이어진 원인에 대해 "비시즌에 체력과 블로킹 훈련을 열심히 한 것이 효과를 발휘했다"며 "경기에서 계속 이기면서 선수들의 믿음도 강해졌다"고 짚었다.

그는 "선수들에게 같이 하는 훈련보다 분할 훈련을 많이 시켰다. 남는 시간에 체력 훈련을 할 수 있어서 막판까지 체력적인 부담이 없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 시즌까지 현대캐피탈 지휘봉을 잡은 김호철 전 감독을 비롯해 삼성화재 시절 사제로 인연을 맺은 신치용 감독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는 최 감독은 "사실 시행착오가 많았다. 기준 잡기가 어려울 때는 코치진과 미팅을 하면서 배구 철학과 관련한 얘기를 많이 나눴다"고 소개했다.

16연승을 완성한 현대캐피탈은 남은 삼성화재전(3월 2일), 우리카드전(3월 6일)까지 승리하면 최다 연승 기록을 새로 쓸 수 있다. 이날 챔피언결정전 직행을 확정한 현대캐피탈이 남은 경기에서도 전력을 다할까.

최 감독은 "아직 결정은 못 했다. 아무래도 외국인 선수는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하지만 국내 선수들은 전원 다 참가시킬 예정이다. (삼성화재전은) 우리가 피해간다고 해서 피해지는 경기도 아니고, 라이벌전이다"라며 정면승부를 다짐했다.

그는 이날 윤봉우 플레잉코치를 교체 투입시킨 것에 대해서는 "현대캐피탈에서 우승을 경험한 선수가 현재 윤봉우 플레잉코치뿐이라 그 자존심을 세워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수들이 우승 경험이 없었던만큼 오늘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많이 보였다. 현재 선수들도 이번 우승을 계기 삼아 앞으로 (윤봉우 플레잉코치처럼) 현대캐피탈의 레전드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최 감독은 삼성화재 세터 시절에는 2006-2007, 2007-2008, 2009-2010 시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으나 현대캐피탈로 둥지를 옮긴 이후에는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최 감독은 "마음 한구석에 우승을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오늘로 없어지는 날이 된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최 감독은 이날 경기의 최우수선수(MVP)로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문성민을 꼽았다.

그는 "초반에 (문)성민이가 때리기 어렵게 공이 올라왔는데 노련미 있는 연타로 해결해줬다. 고비처에서 오레올이 2단 토스로 멋지게 올려준 것을 잘 해결해줬다. 어린 선수들이 따라주는 것을 보면 리더로서 득짐하다"고 평했다.

그는 이어 "(세터 노)재욱이가 오늘 내가 생각하는 배구 이상을 보여줬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는 "사실 선수들이 스텝 잡는 것을 연습 과정에서 보면서 조금씩 공을 따라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1월이면 치고 올라갈 수 있다고 믿었다"고 돌아봤다.

올 시즌 수많은 어록을 남긴 최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는 '수어지교'라는 사자성어를 읊으며 선수들에게 코트를 어항삼아 마음껏 물장구치라고 했고, 3세트가 접전으로 치닫자 작전타임을 불러 "원하는 것을 쉽게 얻지 말라"고 했다.

최 감독은 올 시즌을 돌아보며 가장 인상에 남은 경기로 지난 7일 수원 한국전력전을 꼽았다. 당시 마지막 5세트 12-14로 몰린 현대캐피탈은 신영석의 천금과 같은 블로킹 2개로 듀스를 만든 뒤 결국 승리해 11연승을 이어갔다.

그는 "신영석의 속공 블로킹 2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올 시즌 자신을 점수로 평가해달라는 말에는 "30점을 주고 싶다. 어제 작전 판을 바꿨는데, 적응이 안 돼서 1세트에 오더도 잘못 썼다. 초보는 초보인 것 같다. 하다 보면 배울 게 더 많아진다.. 초보를 벗어나려면 시간이 걸리겠구나 싶다"고 했다.

그는 2012∼2013시즌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에서 한 시즌만 뛰고 퇴출당한 용병에서 효자 용병으로 거듭난 오레올 까메호에 대해서는 "처음에 오레올을 보러 갔을 때 '나는 한국에서 실패한 용병 맞다. 하지만, 이번에 가면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말을 듣고 되겠다 싶었다"고 했다.

최 감독은 "내년 시즌에도 오레올과 유사한 유형의 용병을 찾을 텐데, 잘될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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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태웅 감독 “내가 생각한 이상을 보여줬다”
    • 입력 2016-02-25 22:21:49
    연합뉴스
"오늘의 MVP는 문성민…리더로서 믿음직하다"
"올 시즌 내 점수는 30점, 배울수록 배울게 더 많아진다"


지난 시즌 '봄 배구'에서 탈락한 현대캐피탈을 맡아 한 시즌 만에 정규리그 우승팀으로 변모시킨 최태웅(40) 감독은 "선수들이 내가 생각했던 배구 이상을 보여줬다"며 자신을 믿고 따라준 선수들에게 우승의 공을 돌렸다.

최 감독이 이끄는 현대캐피탈은 25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OK저축은행과 방문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0 완승을 거두고 남자 프로배구 단일 시즌 최다 연승 신기록인 16연승과 함께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 지었다.

올 시즌 '스피드 배구'를 주창하며 큰 변화와 마주한 현대캐피탈은 '슬로 스타터'였다. 전반기 막판에는 3연패를 당하며 전반기를 4위로 마쳤다. 하지만 최 감독은 끝까지 인내심을 잃지 않고 '스피드 배구'를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올스타 브레이크 휴식기 동안 체력을 보충한 선수들은 후반기 16전 전승의 무서운 뒷심으로 기어코 정규리그 정상에 올랐다.

최 감독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제야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 같다. 그동안 부담이 있었는데, 그게 뭘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승도, 16연승도 아니었다. 선수들이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마지막 3세트 고비를 넘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했다.

최 감독은 후반기 시작과 동시에 현대캐피탈의 질주가 이어진 원인에 대해 "비시즌에 체력과 블로킹 훈련을 열심히 한 것이 효과를 발휘했다"며 "경기에서 계속 이기면서 선수들의 믿음도 강해졌다"고 짚었다.

그는 "선수들에게 같이 하는 훈련보다 분할 훈련을 많이 시켰다. 남는 시간에 체력 훈련을 할 수 있어서 막판까지 체력적인 부담이 없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 시즌까지 현대캐피탈 지휘봉을 잡은 김호철 전 감독을 비롯해 삼성화재 시절 사제로 인연을 맺은 신치용 감독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는 최 감독은 "사실 시행착오가 많았다. 기준 잡기가 어려울 때는 코치진과 미팅을 하면서 배구 철학과 관련한 얘기를 많이 나눴다"고 소개했다.

16연승을 완성한 현대캐피탈은 남은 삼성화재전(3월 2일), 우리카드전(3월 6일)까지 승리하면 최다 연승 기록을 새로 쓸 수 있다. 이날 챔피언결정전 직행을 확정한 현대캐피탈이 남은 경기에서도 전력을 다할까.

최 감독은 "아직 결정은 못 했다. 아무래도 외국인 선수는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하지만 국내 선수들은 전원 다 참가시킬 예정이다. (삼성화재전은) 우리가 피해간다고 해서 피해지는 경기도 아니고, 라이벌전이다"라며 정면승부를 다짐했다.

그는 이날 윤봉우 플레잉코치를 교체 투입시킨 것에 대해서는 "현대캐피탈에서 우승을 경험한 선수가 현재 윤봉우 플레잉코치뿐이라 그 자존심을 세워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수들이 우승 경험이 없었던만큼 오늘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많이 보였다. 현재 선수들도 이번 우승을 계기 삼아 앞으로 (윤봉우 플레잉코치처럼) 현대캐피탈의 레전드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최 감독은 삼성화재 세터 시절에는 2006-2007, 2007-2008, 2009-2010 시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으나 현대캐피탈로 둥지를 옮긴 이후에는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최 감독은 "마음 한구석에 우승을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오늘로 없어지는 날이 된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최 감독은 이날 경기의 최우수선수(MVP)로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문성민을 꼽았다.

그는 "초반에 (문)성민이가 때리기 어렵게 공이 올라왔는데 노련미 있는 연타로 해결해줬다. 고비처에서 오레올이 2단 토스로 멋지게 올려준 것을 잘 해결해줬다. 어린 선수들이 따라주는 것을 보면 리더로서 득짐하다"고 평했다.

그는 이어 "(세터 노)재욱이가 오늘 내가 생각하는 배구 이상을 보여줬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는 "사실 선수들이 스텝 잡는 것을 연습 과정에서 보면서 조금씩 공을 따라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1월이면 치고 올라갈 수 있다고 믿었다"고 돌아봤다.

올 시즌 수많은 어록을 남긴 최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는 '수어지교'라는 사자성어를 읊으며 선수들에게 코트를 어항삼아 마음껏 물장구치라고 했고, 3세트가 접전으로 치닫자 작전타임을 불러 "원하는 것을 쉽게 얻지 말라"고 했다.

최 감독은 올 시즌을 돌아보며 가장 인상에 남은 경기로 지난 7일 수원 한국전력전을 꼽았다. 당시 마지막 5세트 12-14로 몰린 현대캐피탈은 신영석의 천금과 같은 블로킹 2개로 듀스를 만든 뒤 결국 승리해 11연승을 이어갔다.

그는 "신영석의 속공 블로킹 2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올 시즌 자신을 점수로 평가해달라는 말에는 "30점을 주고 싶다. 어제 작전 판을 바꿨는데, 적응이 안 돼서 1세트에 오더도 잘못 썼다. 초보는 초보인 것 같다. 하다 보면 배울 게 더 많아진다.. 초보를 벗어나려면 시간이 걸리겠구나 싶다"고 했다.

그는 2012∼2013시즌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에서 한 시즌만 뛰고 퇴출당한 용병에서 효자 용병으로 거듭난 오레올 까메호에 대해서는 "처음에 오레올을 보러 갔을 때 '나는 한국에서 실패한 용병 맞다. 하지만, 이번에 가면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말을 듣고 되겠다 싶었다"고 했다.

최 감독은 "내년 시즌에도 오레올과 유사한 유형의 용병을 찾을 텐데, 잘될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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