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두 탈북 여성의 특별한 1박 2일

입력 2016.03.05 (08:20) 수정 2016.03.05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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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남북통일과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가는 <통일로 미래로>입니다.

사선을 넘어 낯선 한국땅에 도착한 탈북자들이 처음으로 적응 교육을 받는 곳이 바로 하나원인데요.

하나원 교육생들이 우리 사회를 현장에서 체험하는 1박 2일의 특별한 외출을 했다고 합니다.

홍은지 리포터가 두 탈북 여성의 체험 현장을 동행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의 한 성당에 탈북 여성들을 태운 버스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사선을 넘어 한국에 온 뒤 첫 외출에 나선 하나원생들.

이들을 축하하기 위해 봉사자들이 긴 환영의 길을 만들었는데요.

예상치 못한 환대에 하나원생들도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합니다.

하나원에서 머물며 적응교육을 받아왔던 탈북 여성들이 오늘 본격적인 남한 생활 체험에 나섭니다.

종교단체의 도움으로 마련된 이번 행사, 과연 이들에겐 어떤 하루가 기다리고 있을까요.

지금 함께 들어가 보시죠.

행사에 참여한 하나원생들은 모두 70여 명.

1박 2일을 같이 보낼 ‘봉사자 가족’과 짝을 짓는 것으로 이들의 남한 생활 체험은 시작됩니다.

<녹취> 이은형(신부) : "그동안 남과 북이 오랫동안 떨어져 살면서 마음도 굉장히 멀어져 있었는데 1박 2일이라는 시간 동안 마음들을 모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이 되었습니다."

엄마처럼 푸근해 보이는 귀순 씨와 한 가족이 된 두 탈북 여성.

어릴 적 어머니를 잃은 희선 씨와 부모님의 소식조차 모르는 주영 씨에게 오늘 만남은 더욱 각별하게만 느껴지는데요.

한시도 아까운 시간.

곧장 시장 나들이에 나섰습니다.

길이라도 잃지 않을까, 손을 꼭 잡고 시장 골목을 누비는데요.

가장 먼저 세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바로 맛있는 냄새로 유혹하는 길거리 음식!

<녹취> 최귀순(’탈북민 가정체험’ 봉사자) : "어묵 꼬치 하나씩 주세요. 여기서 먹고 갈게요."

점심을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어묵에 떡볶이까지 시켰습니다.

<녹취> "(어디서 오셨어요?) 저희 북한에서 왔어요. (아 북한에서 오셨어요?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이젠 배도 든든히 채웠겠다, 본격적인 쇼핑이 시작됐습니다.

희선 씨는 한 달 뒤 하나원을 나오게 되면 입을 봄옷 구경에 정신이 없는데요.

<녹취> 송희선(가명/하나원 교육생) : "저런 하얀색은 좋은데 제게 맞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그럼 어떤 스타일? 옷깃 있는 스타일?)"

취향 한 번 똑 부러지는 희선 씨.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음에 쏙 드는 옷을 발견했습니다.

<녹취> "(어머니 이거 어때요?) 어우 예쁘다. (예뻐요?)"

주영 씨는 큰맘 먹고 찢어진 청바지에 도전했는데요.

<녹취> 이주영(가명/하나원 교육생) : "(북한에서도 이렇게 찢어진 청바지 입어요?) 못 입어요. (아 못 입어요?) 단속하거든요. 이런 청바지 자체를 못 입는데 찢어진 건 더 못입죠."

결국 그토록 입고 싶던 찢어진 청바지까지 구입 완료.

기분 좋은 쇼핑을 마친 희선 씨와 주영 씨 손엔 어느새 짐이 한 가득입니다.

다양한 볼거리와 푸근한 시장 인심까지 경험한 하나원생들의 첫 시장 나들이.

꽤나 성공적이었던 것 같은데요.

뉘엿뉘엿 해가지는 오후, 하나원생들에게도 어느덧 마지막 일정만이 남았다고 합니다.

함께 가보시죠.

희선 씨와 주영 씨가 쇼핑을 마치고 향한 곳은 다름 아닌 귀순 씨의 집.

희선 씨에겐 이런 아파트에서 잠을 자는 게 처음이라고 하는데요.

<녹취> 송희선(하나원 교육생) : "멋있다, 어머니. 이런 집 처음 봅니다. (짐 여기다 놔. 여기다.) 어머니 저는 촌에서 자라서 이런 집은 정말 처음 봅니다."

시간 가는 줄 몰랐던 하루.

어느새 모녀만큼이나 가까워진 세 사람이 다과상에 모여 앉아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녹취> 송희선(하나원 교육생) : "어릴 적에 아버지 어머니가 (집에) 없어서 저한테 양말 한 켤레도 우리 부모님은 못 사주셨어요. 그런데 여기 한국에 오니까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배려가 정말 커요, 정말. "

밤이 무르익자 누구에게도 말하기 힘들었던 깊은 이야기도 오갑니다.

<녹취> 송희선(하나원 교육생) : "우리는 청진의 바닷가 근처 역 안에 살면서 계속 미역만 주워 먹고살았어요. 미역만. 남들이 중국에 가면 돈이라도 벌어올 수 있다고 해서 (아버지는) 중국을 넘어갔다 오시다가 잡혀갔어요."

안타까운 사연을 들은 귀순 씨, 희선 씨와 주영 씨가 앞으로의 남한 생활을 잘 헤쳐 나가길 바랄뿐입니다.

<녹취> 최귀순(’탈북민 가정체험’ 봉사자) : "북한 사회보다 여기서 사는 것도 힘든 게 사실이거든요.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도 만만치 않을 텐데 열심히 살아줬으면 좋겠고... 그래요."

어느덧 잠자리에 들 시간. 다 큰 자녀들이 떠난 방을 오늘은 희선 씨와 주영 씨가 대신 채웁니다.

<녹취> "편안한 밤 되세요. (응. 불 꺼줄게.) 어머니 안녕."

다음날, 오늘은 하나원으로 돌아갈 일만이 남았는데요.

영영 헤어지는 것도 아닌데 떠나는 이도, 보내는 이도 마음이 편치가 않습니다.

<녹취> 최귀순(’탈북민 가정체험’ 봉사자) : "정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좀 보내기가 아쉽죠. 아쉬운데 또 각자 열심히 살아야 하니까."

희선 씨와 주영 씨도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는 데요.

<녹취> 최귀순(’탈북민 가정체험’ 봉사자) : "왜 눈물이 이렇게 나오려고 하지…."

<녹취> 이주영(하나원 교육생) : "1박 2일 지내면서 없던 자신감을 많이 가지게 됐고 (앞으로) 한국 생활하면서 제가 더 잘 해나갈 수 있는 그런 힘과 용기를 얻은 것 같아서 정말 감사합니다."

함께 밥을 먹고, 시장엘 가고, 차를 마시고...

그저 평범해만 보이는 이 1박2일이 곧 낯선 땅에서 홀로서기를 해야 할 이들에겐 더없이 큰 응원이 됐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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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두 탈북 여성의 특별한 1박 2일
    • 입력 2016-03-05 08:38:54
    • 수정2016-03-05 08:4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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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남북통일과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가는 <통일로 미래로>입니다.

사선을 넘어 낯선 한국땅에 도착한 탈북자들이 처음으로 적응 교육을 받는 곳이 바로 하나원인데요.

하나원 교육생들이 우리 사회를 현장에서 체험하는 1박 2일의 특별한 외출을 했다고 합니다.

홍은지 리포터가 두 탈북 여성의 체험 현장을 동행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의 한 성당에 탈북 여성들을 태운 버스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사선을 넘어 한국에 온 뒤 첫 외출에 나선 하나원생들.

이들을 축하하기 위해 봉사자들이 긴 환영의 길을 만들었는데요.

예상치 못한 환대에 하나원생들도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합니다.

하나원에서 머물며 적응교육을 받아왔던 탈북 여성들이 오늘 본격적인 남한 생활 체험에 나섭니다.

종교단체의 도움으로 마련된 이번 행사, 과연 이들에겐 어떤 하루가 기다리고 있을까요.

지금 함께 들어가 보시죠.

행사에 참여한 하나원생들은 모두 70여 명.

1박 2일을 같이 보낼 ‘봉사자 가족’과 짝을 짓는 것으로 이들의 남한 생활 체험은 시작됩니다.

<녹취> 이은형(신부) : "그동안 남과 북이 오랫동안 떨어져 살면서 마음도 굉장히 멀어져 있었는데 1박 2일이라는 시간 동안 마음들을 모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이 되었습니다."

엄마처럼 푸근해 보이는 귀순 씨와 한 가족이 된 두 탈북 여성.

어릴 적 어머니를 잃은 희선 씨와 부모님의 소식조차 모르는 주영 씨에게 오늘 만남은 더욱 각별하게만 느껴지는데요.

한시도 아까운 시간.

곧장 시장 나들이에 나섰습니다.

길이라도 잃지 않을까, 손을 꼭 잡고 시장 골목을 누비는데요.

가장 먼저 세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바로 맛있는 냄새로 유혹하는 길거리 음식!

<녹취> 최귀순(’탈북민 가정체험’ 봉사자) : "어묵 꼬치 하나씩 주세요. 여기서 먹고 갈게요."

점심을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어묵에 떡볶이까지 시켰습니다.

<녹취> "(어디서 오셨어요?) 저희 북한에서 왔어요. (아 북한에서 오셨어요?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이젠 배도 든든히 채웠겠다, 본격적인 쇼핑이 시작됐습니다.

희선 씨는 한 달 뒤 하나원을 나오게 되면 입을 봄옷 구경에 정신이 없는데요.

<녹취> 송희선(가명/하나원 교육생) : "저런 하얀색은 좋은데 제게 맞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그럼 어떤 스타일? 옷깃 있는 스타일?)"

취향 한 번 똑 부러지는 희선 씨.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음에 쏙 드는 옷을 발견했습니다.

<녹취> "(어머니 이거 어때요?) 어우 예쁘다. (예뻐요?)"

주영 씨는 큰맘 먹고 찢어진 청바지에 도전했는데요.

<녹취> 이주영(가명/하나원 교육생) : "(북한에서도 이렇게 찢어진 청바지 입어요?) 못 입어요. (아 못 입어요?) 단속하거든요. 이런 청바지 자체를 못 입는데 찢어진 건 더 못입죠."

결국 그토록 입고 싶던 찢어진 청바지까지 구입 완료.

기분 좋은 쇼핑을 마친 희선 씨와 주영 씨 손엔 어느새 짐이 한 가득입니다.

다양한 볼거리와 푸근한 시장 인심까지 경험한 하나원생들의 첫 시장 나들이.

꽤나 성공적이었던 것 같은데요.

뉘엿뉘엿 해가지는 오후, 하나원생들에게도 어느덧 마지막 일정만이 남았다고 합니다.

함께 가보시죠.

희선 씨와 주영 씨가 쇼핑을 마치고 향한 곳은 다름 아닌 귀순 씨의 집.

희선 씨에겐 이런 아파트에서 잠을 자는 게 처음이라고 하는데요.

<녹취> 송희선(하나원 교육생) : "멋있다, 어머니. 이런 집 처음 봅니다. (짐 여기다 놔. 여기다.) 어머니 저는 촌에서 자라서 이런 집은 정말 처음 봅니다."

시간 가는 줄 몰랐던 하루.

어느새 모녀만큼이나 가까워진 세 사람이 다과상에 모여 앉아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녹취> 송희선(하나원 교육생) : "어릴 적에 아버지 어머니가 (집에) 없어서 저한테 양말 한 켤레도 우리 부모님은 못 사주셨어요. 그런데 여기 한국에 오니까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배려가 정말 커요, 정말. "

밤이 무르익자 누구에게도 말하기 힘들었던 깊은 이야기도 오갑니다.

<녹취> 송희선(하나원 교육생) : "우리는 청진의 바닷가 근처 역 안에 살면서 계속 미역만 주워 먹고살았어요. 미역만. 남들이 중국에 가면 돈이라도 벌어올 수 있다고 해서 (아버지는) 중국을 넘어갔다 오시다가 잡혀갔어요."

안타까운 사연을 들은 귀순 씨, 희선 씨와 주영 씨가 앞으로의 남한 생활을 잘 헤쳐 나가길 바랄뿐입니다.

<녹취> 최귀순(’탈북민 가정체험’ 봉사자) : "북한 사회보다 여기서 사는 것도 힘든 게 사실이거든요.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도 만만치 않을 텐데 열심히 살아줬으면 좋겠고... 그래요."

어느덧 잠자리에 들 시간. 다 큰 자녀들이 떠난 방을 오늘은 희선 씨와 주영 씨가 대신 채웁니다.

<녹취> "편안한 밤 되세요. (응. 불 꺼줄게.) 어머니 안녕."

다음날, 오늘은 하나원으로 돌아갈 일만이 남았는데요.

영영 헤어지는 것도 아닌데 떠나는 이도, 보내는 이도 마음이 편치가 않습니다.

<녹취> 최귀순(’탈북민 가정체험’ 봉사자) : "정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좀 보내기가 아쉽죠. 아쉬운데 또 각자 열심히 살아야 하니까."

희선 씨와 주영 씨도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는 데요.

<녹취> 최귀순(’탈북민 가정체험’ 봉사자) : "왜 눈물이 이렇게 나오려고 하지…."

<녹취> 이주영(하나원 교육생) : "1박 2일 지내면서 없던 자신감을 많이 가지게 됐고 (앞으로) 한국 생활하면서 제가 더 잘 해나갈 수 있는 그런 힘과 용기를 얻은 것 같아서 정말 감사합니다."

함께 밥을 먹고, 시장엘 가고, 차를 마시고...

그저 평범해만 보이는 이 1박2일이 곧 낯선 땅에서 홀로서기를 해야 할 이들에겐 더없이 큰 응원이 됐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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