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용 타이어 6천개 유출…4년간 까맣게 몰랐다

입력 2016.03.17 (15:03) 수정 2016.03.1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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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일부 직원들이 성능시험 뒤 폐기해야 할 시험용 타이어 수천 개를 빼돌려 시중에 유통시켜온 사실이 경찰에 적발된 것과 관련해 회사측이 뒤늦게 대응에 나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연관 기사]☞ 금호타이어 ‘시험용’ 6천여 개 빼돌려 21억 ‘꿀꺽’

20명이 넘는 직원과 업자들이 4년 동안 6천 여개의 시험용 타이어를 빼돌렸는데도 회사는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금호타이어는 자체감사 적발 이후 모든 타이어 제품에 바코드를 부여해 전산화하는 관리시스템 개선작업에 나섰다.

경찰이 시험용 타이어를 판매중인 타이어 판매업체를 압수수색하고 있다.경찰이 시험용 타이어를 판매중인 타이어 판매업체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시험용 타이어 시중 유통…4년간 까맣게 몰라

금호타이어가 시험용 타이어 불법 유통 사실을 적발한 시점은 지난해 11월. 금호타이어는 운송 담당 계약직 직원들이 지출증(반출서류)를 위조해 시험용 타이어를 빼돌려 업체에 팔아넘긴 사실을 자체 감사를 통해 적발했다.

금호타이어측은 직원 4명이 범행한 것을 확인하고 이들의 범죄 사실과 피해 규모를 밝혀달라며 경찰에 고소장를 냈고,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지속적이고 조직적으로 범행이 이뤄진 점에 주목했다.

특히 시험용 타이어를 외부로 반출하기 위해서는 시험 목적을 적은 연구원 명의의 지출증이 필요했다는 점에서 연구원들의 가담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였다.

지출증을 위조하거나 타지역 연구소에 보내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시험용 타이어를 빼돌렸다.지출증을 위조하거나 타지역 연구소에 보내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시험용 타이어를 빼돌렸다.


직원 등 26명이 조직적·광범위한 범행

수사 결과 범행에 가담한 운송 담당 직원은 퇴직한 직원까지 추가로 5명이 더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이 범행 사실을 밝혀낸 인원은 모두 26명, 사측이 당초 경찰에 고소한 4명보다 무려 20명이 넘는 직원과 업자들이 범행에 가담한 것이다.

타이어 반출 권한이 있는 연구원 4명도 시험용 타이어를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금호타이어 연구원들은 회전 저항, 마모도 등 시험을 거친 타이어를 폐기해야 하는데도 일부 상태가 좋은 타이어를 싼값에 중고 거래사이트에 올려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출된 타이어는 시가의 절반 정도 가격에 인터넷 사이트 등을 통해 유통됐다.반출된 타이어는 시가의 절반 정도 가격에 인터넷 사이트 등을 통해 유통됐다.


일부 시험용 타이어는 장물업자에게 헐값에 팔아넘기기도 했다. 운송 담당 직원들은 타이어를 직접 운송하는 택배업자, 타이어 판매업자 등 13명과 공모해 4년간 6천여개의 타이어를 빼돌려 20억원을 챙겼다.

지출증 위조 후 반출…관리시스템은 주먹구구

오랜 기간 시험용 타이어가 시중에 유통되는데도 사측의 관리는 허술하기만 했다. 타이어 반출이 전산이 아닌 수기로 작성된 지출증으로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다 보니 위조 여부를 가려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직원들로부터 타이어를 넘겨받은 택배업자는 위조한 지출증으로 매번 공장 정문을 유유히 통과했다.

사진 왼쪽은 정품 스티커가 없는 시험용 타이어, 오른쪽이 정품 타이어사진 왼쪽은 정품 스티커가 없는 시험용 타이어, 오른쪽이 정품 타이어


금호타이어 "관리시스템 개선"

금호타이어는 "불법 반출된 타이어는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불안전한 제품이 아니고 정상적인 제품이며 창고에 보관 중인 정상 판매용 중 테스트를 목적으로 사용하려고 했던 것들을 불법으로 유출해 판매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금호타이어는 또 "사건을 적발하고 곧바로 관리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미비점을 보완해 다시는 불법이 발생하지 않도록 개선했다"며 "불미스런 사건으로 고객분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스럽다"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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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험용 타이어 6천개 유출…4년간 까맣게 몰랐다
    • 입력 2016-03-17 15:03:37
    • 수정2016-03-17 17:01:22
    취재K
금호타이어 일부 직원들이 성능시험 뒤 폐기해야 할 시험용 타이어 수천 개를 빼돌려 시중에 유통시켜온 사실이 경찰에 적발된 것과 관련해 회사측이 뒤늦게 대응에 나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연관 기사]☞ 금호타이어 ‘시험용’ 6천여 개 빼돌려 21억 ‘꿀꺽’

20명이 넘는 직원과 업자들이 4년 동안 6천 여개의 시험용 타이어를 빼돌렸는데도 회사는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금호타이어는 자체감사 적발 이후 모든 타이어 제품에 바코드를 부여해 전산화하는 관리시스템 개선작업에 나섰다.

경찰이 시험용 타이어를 판매중인 타이어 판매업체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시험용 타이어 시중 유통…4년간 까맣게 몰라

금호타이어가 시험용 타이어 불법 유통 사실을 적발한 시점은 지난해 11월. 금호타이어는 운송 담당 계약직 직원들이 지출증(반출서류)를 위조해 시험용 타이어를 빼돌려 업체에 팔아넘긴 사실을 자체 감사를 통해 적발했다.

금호타이어측은 직원 4명이 범행한 것을 확인하고 이들의 범죄 사실과 피해 규모를 밝혀달라며 경찰에 고소장를 냈고,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지속적이고 조직적으로 범행이 이뤄진 점에 주목했다.

특히 시험용 타이어를 외부로 반출하기 위해서는 시험 목적을 적은 연구원 명의의 지출증이 필요했다는 점에서 연구원들의 가담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였다.

지출증을 위조하거나 타지역 연구소에 보내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시험용 타이어를 빼돌렸다.

직원 등 26명이 조직적·광범위한 범행

수사 결과 범행에 가담한 운송 담당 직원은 퇴직한 직원까지 추가로 5명이 더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이 범행 사실을 밝혀낸 인원은 모두 26명, 사측이 당초 경찰에 고소한 4명보다 무려 20명이 넘는 직원과 업자들이 범행에 가담한 것이다.

타이어 반출 권한이 있는 연구원 4명도 시험용 타이어를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금호타이어 연구원들은 회전 저항, 마모도 등 시험을 거친 타이어를 폐기해야 하는데도 일부 상태가 좋은 타이어를 싼값에 중고 거래사이트에 올려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출된 타이어는 시가의 절반 정도 가격에 인터넷 사이트 등을 통해 유통됐다.

일부 시험용 타이어는 장물업자에게 헐값에 팔아넘기기도 했다. 운송 담당 직원들은 타이어를 직접 운송하는 택배업자, 타이어 판매업자 등 13명과 공모해 4년간 6천여개의 타이어를 빼돌려 20억원을 챙겼다.

지출증 위조 후 반출…관리시스템은 주먹구구

오랜 기간 시험용 타이어가 시중에 유통되는데도 사측의 관리는 허술하기만 했다. 타이어 반출이 전산이 아닌 수기로 작성된 지출증으로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다 보니 위조 여부를 가려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직원들로부터 타이어를 넘겨받은 택배업자는 위조한 지출증으로 매번 공장 정문을 유유히 통과했다.

사진 왼쪽은 정품 스티커가 없는 시험용 타이어, 오른쪽이 정품 타이어

금호타이어 "관리시스템 개선"

금호타이어는 "불법 반출된 타이어는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불안전한 제품이 아니고 정상적인 제품이며 창고에 보관 중인 정상 판매용 중 테스트를 목적으로 사용하려고 했던 것들을 불법으로 유출해 판매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금호타이어는 또 "사건을 적발하고 곧바로 관리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미비점을 보완해 다시는 불법이 발생하지 않도록 개선했다"며 "불미스런 사건으로 고객분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스럽다"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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