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평가 ‘최하’인데 ‘존경받는 기업’ 인증?

입력 2016.03.20 (23:48) 수정 2016.03.21 (00:1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프롤로그>

<인터뷰> 공기업 관계자 : "비리가 발견됐거나 무원칙한 투자가 이뤄졌거나 투자실패가 이뤄진 기업들 조차도 경영대상을 받는 이런 부조리들이..."

<인터뷰> "원하는 대로 시상분야는 조정 가능하니까 참가를 해 달라 (액수는 언제 오고 가나요?) 참여의사를 확인하고 좀 논의를 한 다음에 그 이후 금액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나오죠."

<인터뷰> "연구용역이요? 아무도 모르죠. 그러니까 저 같은 사람도 모르고 경영진도 솔직히 말해서 이렇게 책(용역 보고서) 오면 과연 볼까요?"

<오프닝>

정부가 해마다 공공기관의 경영 상태를 평가해 발표하는 자료입니다.

A 등급부터 최하인 E 등급까지 5단계로 나눠 발표됩니다.

D 등급 이하를 받으면 정부 지원 예산이 깎이고 기관장 해임 건의 등의 불이익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최하위 등급인 E등급을 받고도 존경받는 기업으로 선정되는 공기업들이 있습니다.

그 속사정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013년과 2014년, 한국가스공사는 특별히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자원외교 문제가 드러나면서 부채가 급증했습니다.

부채 금액이 무려 37조 원, 자본금 대비 부채 비율은 3백80%를 넘었습니다.

<인터뷰> 한국가스공사 관계자(음성변조) : "자원외교 때문에 유가가 떨어지면서 해외 자산 투자했던 것들이 가치가 떨어져서 부채비율이 올라가는 그런 형국이었 잖아요. (2013년 2014년도에?) 예 그렇죠."

결국 한국가스공사는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2년 연속 최하등급인 E 등급을 받았습니다.

E 등급은 30개 공기업 중에서 하위 10% 수준, 매우 미흡하다는 평가입니다.

하지만 경영에 문제가 생겼던 한국 가스공사는 2014년에는 에너지 부문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이라는 인증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2013년과 2014년 연속 '한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 상도 받았습니다.

2013년, 한국철도공사는 민영화 논란으로 인한 사장의 조기 사임과 노조파업 등으로 내우외환을 겪었습니다.

<인터뷰> 한국철도공사 관계자(음성변조) : "철도노조가 아주 장기간 파업을 했던 시기이기도 하고요. 용산개발무산 등으로 인해서 철도공사에 부채 문제, 이런 것들이 심각하게 된 상황이라서..."

한국철도공사 역시 부채비율 367%에 부채 금액만 14조 9천억 원, 빚에 쪼들리고 있었습니다.

그해 한국철도공사도 정부의 공공기관 평가에서 최하위인 E 등급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철도공사는 2013년 글로벌 스탠다드 경영 대상이라는 상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한국철도공사 관계자(음성변조) : "(상을 받으려면) 국제적인 철도연결 사업이라든지 대륙철도 사업 이런 것들이 가시적으로 성과를 얻었어야 하는데 그 당시 (철도)시설공단하고 같이 컨소시엄을 해서 브라질 등 외국 철도 수주 사업에 실패를 했었고요."

정부 경영평가에서 최하위를 기록하고 빚더미에 올라 앉아있는 공기업들이 어떻게 이런 상을 받았을까?

더욱 의문은 공기업들이 상을 준 업체에 돈을 주었다는 겁니다.

철도공사는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2013년 상을 준 업체에게 심사비와 홍보비 등의 명목으로 990만 원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가스공사도 2013년과 2014년 상을 준 업체에 같은 명목으로 5천5백만 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상 공기업 중 경영상태가 양호하다고 알려진 곳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하루 평균 13만 명이 오가는 대한민국의 관문 인천공항.

11년 연속 세계공항서비스 평가 1위, 세계 최고 공항상 등 개항 이후 16년 동안 국내외에서 모두 200회 가까운 상이나 인증을 받았습니다.

이 가운데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지난 2008년부터 무려 8년 연속 선정된 것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입니다.

그러나 2008년과 2013년의 경우에는 정부 평가가 C등급이었습니다.

인천공항공사 역시 존경받는 기업 인증을 해 준 업체에게 8년간 1억 7천만 원을 인증비와 홍보비, 시상식 경비 등의 명목으로 지급했습니다.

김포와 부산, 제주 등 전국 14개의 공항을 운영.관리하는 한국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도 2007년부터 7년 연속으로 받은 상이 있습니다.

한국의 경영대상'이라는 상입니다.

<녹취> 한국공항공사 직원(음성변조) : "종합대상은 네 번 하고 다섯 번째 받았으니까 명예의 전당(을 받았죠). (작년에는 못 받았나 봐요?) 다른 기업들이 받아야 되니까."

한국공항공사도 2008년과 2013년의 경우엔 정부 평가가 C등급이던 때입니다.

공항공사도 한 번에 최고 3천만 원 모두 2억 원에 달하는 돈을 상을 준 업체에게 심사비 등의 명목으로 지급했습니다.

<인터뷰> 공공기관 담당자(음성변조) : "(총 금액만 지불하는 거예요?) 그렇습니다. 내역별로 어느 부분을 빼고 이런 게 아니고요. 총 금액만 어느 정도 집행하는 거죠."

공기업들에게 상을 준 업체는 능률협회컨설팅과 능률협회컨설팅 인증원이란 민간 업체입니다.

해마다 30여 개 기업에 한국의 경영대상을 주고 79개 산업별로 존경받는 기업을 선정해 인증합니다.

인증이라 해도 기업 입장에선 사실상 상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 효과가 있습니다.

존경받는 기업 79개 중 공공기관은 19개.

취재진은 지난 10년간 한국능률협회컨설팅으로부터 각종 상이나 인증을 받은 25개 공공기관을 살펴봤습니다.

철도시설공단은 한국의 경영대상 9회 수상, 한국철도공사는 경영품질대상과 글로벌 스탠다드 경영대상 등 5번, 한국수자원 공사는 올해까지 연속 5년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선정됐습니다.

지난해까지 25개 공공기관에 모두 114번의 상과 인증이 주어졌고 31억 6천만 원이 넘는 돈이 인증비, 심사비 등의 명목으로 능률협회컨설팅과 인증원 측에 지급됐습니다.

상이나 인증 하나에 수천만 원꼴입니다.

이에 대해 상을 받은 공기업 관계자들은 수상 분야와 지불할 비용에 대해 능률협회컨설팅 측과 미리 조율하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뷰> 공공기관 수상업무 담당자(음성변조) : "원하는 대로 시상분야는 조정 가능하니까 참가를 해 달라 (액수는 언제 오고 가나요?) 참여의사를 확인을 하고 좀 논의를 한 다음에 그 이후 금액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나오죠."

능률협회컨설팅 측이 요구하는 비용을 깎았다는 공공기관까지 있습니다.

<인터뷰> 한국가스공사 관계자(음성변조) : "사실은 그쪽에서 요청하기를 5,500(만 원)인가 요청을 했더라고요. 5천씩 5천씩 해마다 요청을 했던 것 같아요. 우리도 이렇게 많이 줄 수 없다라고 적절하게 줄여서 내고. 요청한 대로 다 주면 감당이 안 되지 않습니까.

이와 관련해 능률협회컨설팅 측은 비용과 관련해 사전 논의는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또 받은 돈은 정해진 비용이며 정당하게 받아 심사비나 인증비, 시상비, 홍보비 등으로 사용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정부 기관평가와 자사의 평가는 항목과 기준이 다르다며, 정부 경영평가결과를 참조할 순 있지만 심사기준에 반드시 반영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공공기관들이 한국능률협회 컨설팅으로부터 받는 상이나 인증은 정부의 경영평가에는 반영되지 않습니다.

순수 민간 업체의 평가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창원(한성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 "기관장이라면 그런 제안을 받았을 때 용역, 상 누가 거부하겠어요. (상을)준다는데, 그다음에 딴 데도 다 한다고 그러는데 왜 나만 안 해? 그렇지 않겠어요?"

상이나 인증뿐만이 아닙니다.

공기업들은 해마다 크고 작은 외부 용역을 한국능률협회컨설팅에 맡겨왔습니다.

지난 10년간 공기업들이 능률협회컨설팅에 맡긴 외부 용역을 보면, 고객만족도 조사에 211억 원, 연구용역에 307억 원 등 모두 500억 원이 넘는 돈을 지급했습니다.

그런데 용역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한국철도공사가 2010년부터 2012까지 3년간 맡긴 용역 보고서입니다.

역과 열차에 대한 품질관리 모니터링 보고서인데 조사 배경과 목적은 물론이고 조사설계부터 결과 요약, 시사점까지 거의 같습니다.

바뀐거라곤 숫자 정도에 불과합니다.

<인터뷰> 철도공사관계자(음성변조) : "너무 상투적이고 거의 컨트롤 C(복사) 컨트롤 V(붙여넣기)하는 게 너무 많아요. 연도와 최근의 도표, 현황만 바꾸는데 아 이걸 갖고 과연 이 사람들이 한 걸까? 처음에 틀 하나 잡아놓으면 이 사람들은 몇 년 동안 놀고먹는 셈이 되는 거잖아요."

용역 보고서가 실제 업무에 활용되느냐고 묻자 회의적인 반응입니다.

<인터뷰> 철도공사관계자(음성변조) : "연구용역이요? 아무도 모르죠. 그러니까 저 같은 사람도 모르고 경영진도 솔직히 말해서 이렇게 책(용역 보고서) 오면 과연 볼까요? 우리에게 제시한 안입니다. 이것대로 실천합시다. 라고 하는 걸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어요."

철도공사 측은 이에 대한 취재진의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받은 상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한다는 명목으로 수천만 원 짜리 연구 용역을 다시 맡기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2010년, 인천공항공사가 2,100만 원을 들여 맡긴 용역 보고서입니다.

같은 해 능률협회컨설팅으로부터 받은 존경받는 기업 선정에 대한 영문 보고서 제작 용역을 다시 능률협회컨설팅에 맡긴 겁니다.

<인터뷰>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변조) : "(보고서 보셨어요. 혹시?) 아뇨 못 봤습니다. 볼 시간도 없고 다른 업무가 많다 보니까 2010년도에 했던 거라 그때 당시만 만들었고 연속성 있는 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인천공항공사 측은 이에 대해 영문보고서는 해외 홍보에 사용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뿐 아니라 여러 민간업체와 언론사들은 공공기관에게 갖가지 명목의 상이나 인증을 줍니다.

<인터뷰> 공공기관 수상 업무 관계자(음성변조) : "한 번에 거절하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언론사라는 측면도 있고 공신력 있는 기관이라는 측면도 있고. 기관장 입장에서는 좋죠. 재임기간 중에 성과로 부각시킬 수 있는..."

공공기관들은 해마다 수많은 상이나 인증을 받고 수십억 원의 예산을 집행합니다.

<인터뷰> 공기업 관계자(음성변조) : "공기업 임직원들은 세금으로 (직원)임금이나 여러가지 경영을 하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민간 컨설팅 업체에 거액이 들어가는 것들이 몇 년 동안 그 누구의 어떤 감사라든지 제어도 안 받고..."

2014년 말 기준 전체 공공기관의 부채는 520조 원에 이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경영평가 ‘최하’인데 ‘존경받는 기업’ 인증?
    • 입력 2016-03-20 23:24:34
    • 수정2016-03-21 00:15:50
    취재파일K
<프롤로그>

<인터뷰> 공기업 관계자 : "비리가 발견됐거나 무원칙한 투자가 이뤄졌거나 투자실패가 이뤄진 기업들 조차도 경영대상을 받는 이런 부조리들이..."

<인터뷰> "원하는 대로 시상분야는 조정 가능하니까 참가를 해 달라 (액수는 언제 오고 가나요?) 참여의사를 확인하고 좀 논의를 한 다음에 그 이후 금액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나오죠."

<인터뷰> "연구용역이요? 아무도 모르죠. 그러니까 저 같은 사람도 모르고 경영진도 솔직히 말해서 이렇게 책(용역 보고서) 오면 과연 볼까요?"

<오프닝>

정부가 해마다 공공기관의 경영 상태를 평가해 발표하는 자료입니다.

A 등급부터 최하인 E 등급까지 5단계로 나눠 발표됩니다.

D 등급 이하를 받으면 정부 지원 예산이 깎이고 기관장 해임 건의 등의 불이익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최하위 등급인 E등급을 받고도 존경받는 기업으로 선정되는 공기업들이 있습니다.

그 속사정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013년과 2014년, 한국가스공사는 특별히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자원외교 문제가 드러나면서 부채가 급증했습니다.

부채 금액이 무려 37조 원, 자본금 대비 부채 비율은 3백80%를 넘었습니다.

<인터뷰> 한국가스공사 관계자(음성변조) : "자원외교 때문에 유가가 떨어지면서 해외 자산 투자했던 것들이 가치가 떨어져서 부채비율이 올라가는 그런 형국이었 잖아요. (2013년 2014년도에?) 예 그렇죠."

결국 한국가스공사는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2년 연속 최하등급인 E 등급을 받았습니다.

E 등급은 30개 공기업 중에서 하위 10% 수준, 매우 미흡하다는 평가입니다.

하지만 경영에 문제가 생겼던 한국 가스공사는 2014년에는 에너지 부문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이라는 인증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2013년과 2014년 연속 '한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 상도 받았습니다.

2013년, 한국철도공사는 민영화 논란으로 인한 사장의 조기 사임과 노조파업 등으로 내우외환을 겪었습니다.

<인터뷰> 한국철도공사 관계자(음성변조) : "철도노조가 아주 장기간 파업을 했던 시기이기도 하고요. 용산개발무산 등으로 인해서 철도공사에 부채 문제, 이런 것들이 심각하게 된 상황이라서..."

한국철도공사 역시 부채비율 367%에 부채 금액만 14조 9천억 원, 빚에 쪼들리고 있었습니다.

그해 한국철도공사도 정부의 공공기관 평가에서 최하위인 E 등급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철도공사는 2013년 글로벌 스탠다드 경영 대상이라는 상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한국철도공사 관계자(음성변조) : "(상을 받으려면) 국제적인 철도연결 사업이라든지 대륙철도 사업 이런 것들이 가시적으로 성과를 얻었어야 하는데 그 당시 (철도)시설공단하고 같이 컨소시엄을 해서 브라질 등 외국 철도 수주 사업에 실패를 했었고요."

정부 경영평가에서 최하위를 기록하고 빚더미에 올라 앉아있는 공기업들이 어떻게 이런 상을 받았을까?

더욱 의문은 공기업들이 상을 준 업체에 돈을 주었다는 겁니다.

철도공사는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2013년 상을 준 업체에게 심사비와 홍보비 등의 명목으로 990만 원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가스공사도 2013년과 2014년 상을 준 업체에 같은 명목으로 5천5백만 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상 공기업 중 경영상태가 양호하다고 알려진 곳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하루 평균 13만 명이 오가는 대한민국의 관문 인천공항.

11년 연속 세계공항서비스 평가 1위, 세계 최고 공항상 등 개항 이후 16년 동안 국내외에서 모두 200회 가까운 상이나 인증을 받았습니다.

이 가운데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지난 2008년부터 무려 8년 연속 선정된 것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입니다.

그러나 2008년과 2013년의 경우에는 정부 평가가 C등급이었습니다.

인천공항공사 역시 존경받는 기업 인증을 해 준 업체에게 8년간 1억 7천만 원을 인증비와 홍보비, 시상식 경비 등의 명목으로 지급했습니다.

김포와 부산, 제주 등 전국 14개의 공항을 운영.관리하는 한국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도 2007년부터 7년 연속으로 받은 상이 있습니다.

한국의 경영대상'이라는 상입니다.

<녹취> 한국공항공사 직원(음성변조) : "종합대상은 네 번 하고 다섯 번째 받았으니까 명예의 전당(을 받았죠). (작년에는 못 받았나 봐요?) 다른 기업들이 받아야 되니까."

한국공항공사도 2008년과 2013년의 경우엔 정부 평가가 C등급이던 때입니다.

공항공사도 한 번에 최고 3천만 원 모두 2억 원에 달하는 돈을 상을 준 업체에게 심사비 등의 명목으로 지급했습니다.

<인터뷰> 공공기관 담당자(음성변조) : "(총 금액만 지불하는 거예요?) 그렇습니다. 내역별로 어느 부분을 빼고 이런 게 아니고요. 총 금액만 어느 정도 집행하는 거죠."

공기업들에게 상을 준 업체는 능률협회컨설팅과 능률협회컨설팅 인증원이란 민간 업체입니다.

해마다 30여 개 기업에 한국의 경영대상을 주고 79개 산업별로 존경받는 기업을 선정해 인증합니다.

인증이라 해도 기업 입장에선 사실상 상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 효과가 있습니다.

존경받는 기업 79개 중 공공기관은 19개.

취재진은 지난 10년간 한국능률협회컨설팅으로부터 각종 상이나 인증을 받은 25개 공공기관을 살펴봤습니다.

철도시설공단은 한국의 경영대상 9회 수상, 한국철도공사는 경영품질대상과 글로벌 스탠다드 경영대상 등 5번, 한국수자원 공사는 올해까지 연속 5년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선정됐습니다.

지난해까지 25개 공공기관에 모두 114번의 상과 인증이 주어졌고 31억 6천만 원이 넘는 돈이 인증비, 심사비 등의 명목으로 능률협회컨설팅과 인증원 측에 지급됐습니다.

상이나 인증 하나에 수천만 원꼴입니다.

이에 대해 상을 받은 공기업 관계자들은 수상 분야와 지불할 비용에 대해 능률협회컨설팅 측과 미리 조율하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뷰> 공공기관 수상업무 담당자(음성변조) : "원하는 대로 시상분야는 조정 가능하니까 참가를 해 달라 (액수는 언제 오고 가나요?) 참여의사를 확인을 하고 좀 논의를 한 다음에 그 이후 금액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나오죠."

능률협회컨설팅 측이 요구하는 비용을 깎았다는 공공기관까지 있습니다.

<인터뷰> 한국가스공사 관계자(음성변조) : "사실은 그쪽에서 요청하기를 5,500(만 원)인가 요청을 했더라고요. 5천씩 5천씩 해마다 요청을 했던 것 같아요. 우리도 이렇게 많이 줄 수 없다라고 적절하게 줄여서 내고. 요청한 대로 다 주면 감당이 안 되지 않습니까.

이와 관련해 능률협회컨설팅 측은 비용과 관련해 사전 논의는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또 받은 돈은 정해진 비용이며 정당하게 받아 심사비나 인증비, 시상비, 홍보비 등으로 사용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정부 기관평가와 자사의 평가는 항목과 기준이 다르다며, 정부 경영평가결과를 참조할 순 있지만 심사기준에 반드시 반영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공공기관들이 한국능률협회 컨설팅으로부터 받는 상이나 인증은 정부의 경영평가에는 반영되지 않습니다.

순수 민간 업체의 평가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창원(한성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 "기관장이라면 그런 제안을 받았을 때 용역, 상 누가 거부하겠어요. (상을)준다는데, 그다음에 딴 데도 다 한다고 그러는데 왜 나만 안 해? 그렇지 않겠어요?"

상이나 인증뿐만이 아닙니다.

공기업들은 해마다 크고 작은 외부 용역을 한국능률협회컨설팅에 맡겨왔습니다.

지난 10년간 공기업들이 능률협회컨설팅에 맡긴 외부 용역을 보면, 고객만족도 조사에 211억 원, 연구용역에 307억 원 등 모두 500억 원이 넘는 돈을 지급했습니다.

그런데 용역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한국철도공사가 2010년부터 2012까지 3년간 맡긴 용역 보고서입니다.

역과 열차에 대한 품질관리 모니터링 보고서인데 조사 배경과 목적은 물론이고 조사설계부터 결과 요약, 시사점까지 거의 같습니다.

바뀐거라곤 숫자 정도에 불과합니다.

<인터뷰> 철도공사관계자(음성변조) : "너무 상투적이고 거의 컨트롤 C(복사) 컨트롤 V(붙여넣기)하는 게 너무 많아요. 연도와 최근의 도표, 현황만 바꾸는데 아 이걸 갖고 과연 이 사람들이 한 걸까? 처음에 틀 하나 잡아놓으면 이 사람들은 몇 년 동안 놀고먹는 셈이 되는 거잖아요."

용역 보고서가 실제 업무에 활용되느냐고 묻자 회의적인 반응입니다.

<인터뷰> 철도공사관계자(음성변조) : "연구용역이요? 아무도 모르죠. 그러니까 저 같은 사람도 모르고 경영진도 솔직히 말해서 이렇게 책(용역 보고서) 오면 과연 볼까요? 우리에게 제시한 안입니다. 이것대로 실천합시다. 라고 하는 걸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어요."

철도공사 측은 이에 대한 취재진의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받은 상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한다는 명목으로 수천만 원 짜리 연구 용역을 다시 맡기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2010년, 인천공항공사가 2,100만 원을 들여 맡긴 용역 보고서입니다.

같은 해 능률협회컨설팅으로부터 받은 존경받는 기업 선정에 대한 영문 보고서 제작 용역을 다시 능률협회컨설팅에 맡긴 겁니다.

<인터뷰>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변조) : "(보고서 보셨어요. 혹시?) 아뇨 못 봤습니다. 볼 시간도 없고 다른 업무가 많다 보니까 2010년도에 했던 거라 그때 당시만 만들었고 연속성 있는 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인천공항공사 측은 이에 대해 영문보고서는 해외 홍보에 사용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뿐 아니라 여러 민간업체와 언론사들은 공공기관에게 갖가지 명목의 상이나 인증을 줍니다.

<인터뷰> 공공기관 수상 업무 관계자(음성변조) : "한 번에 거절하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언론사라는 측면도 있고 공신력 있는 기관이라는 측면도 있고. 기관장 입장에서는 좋죠. 재임기간 중에 성과로 부각시킬 수 있는..."

공공기관들은 해마다 수많은 상이나 인증을 받고 수십억 원의 예산을 집행합니다.

<인터뷰> 공기업 관계자(음성변조) : "공기업 임직원들은 세금으로 (직원)임금이나 여러가지 경영을 하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민간 컨설팅 업체에 거액이 들어가는 것들이 몇 년 동안 그 누구의 어떤 감사라든지 제어도 안 받고..."

2014년 말 기준 전체 공공기관의 부채는 520조 원에 이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올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