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와 고래의 사망 원인은 ‘익사’

입력 2016.03.23 (18:04) 수정 2016.03.23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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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경남 거제 연안에서 집단 폐사한 아비의 사인은 '익사'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겨울 철새인 아비가 '익사'했다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 일어난 원인은 어민들이 쳐 놓은 그물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거제도 연안에서 그물에 걸린 채 숨진 겨울 철새 아비(2016.3.17)거제도 연안에서 그물에 걸린 채 숨진 겨울 철새 아비(2016.3.17)


폐와 공기주머니에 물, 익사 추정

천연기념물이자 겨울 철새인 아비의 집단 폐사 원인을 조사해온 거제시와 환경부 국립생태원은 1차 조사 결과 죽은 아비의 폐와 공기주머니에 물이 차 있었다고 밝혔다.

또 아비 사체가 발견된 해역에서 고기를 잡는 데 쓰이는 그물도 확인된 점으로 보아 아비들이 먹이를 찾기 위해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그물에 갇혀 익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시기는 겨울 철새인 아비가 북쪽으로 돌아가기 위해 에너지를 많이 축적해야 하기 때문에 바닷속 먹이 잡이 활동이 활발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국립생태원은 바이러스나 중금속 오염 등 다른 사인에 대한 2차 검사도 벌이고 있지만 직접 사인은 익사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남 축산진흥연구원의 조류인플루엔자(AI) 검사에서도 음성 판정이 나왔다.



아비는 봄에서 가을 사이에는 북극에 가까운 추운 지역에서 서식하다 거제도 연안에서 주로 겨울을 난다.

아비가 주로 거제도 부근에서 월동해 거제시 남부면과 장승포 해안 등 '아비 도래지'는 1970년에 천연기념물 제227호로 지정됐다.

거제도 아비 도래지 천연기념물 227호

지난 15일부터 17일 사이 거제 구조라 방파제 등에서 발견되기 시작한 아비들의 사체는 200여 마리에 이르고 있다.

이번에 폐사한 아비류는 아비와 회색머리아비, 큰회색머리아비 등 3종류로 확인됐다. 아비는 주로 북극에서 번식하며 겨울을 나기 위해 11월부터 거제 일대에서 머물다 4월쯤에 북상한다.



그물에 걸려 익사하는 고래 많아

바다에서 익사하는 것은 조류 뿐 아니라 고래도 있다. 지난 13일 울산 남동쪽 50㎞ 해상에서 큰머리 돌고래 한 마리가 어선 그물에 걸려 죽은 채로 발견됐다.

해양경비안전서는 금속탐지기 검사 결과 고의로 포획한 흔적이 없고, 선박에서도 불법 포획 어구가 발견되지 않아 익사한 것으로 보고 고래유통증명서를 발급했다.

동해안에서 잡힌 고래가 후포 수협에서 경매에 부쳐지기 위해 끌어올려 지고 있다.동해안에서 잡힌 고래가 후포 수협에서 경매에 부쳐지기 위해 끌어올려 지고 있다.


밍크고래 한 마리에 3천 만 원 이상 경매

또 지난 8일에는 동해 상에서 두 마리의 밍크 고래가 잇따라 어구에 걸려 죽은 채 발견됐는데 이들 고래의 직접 사망 원인도 익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영덕군 병곡면 앞바다에서 조업 중이던 어선의 통발 줄에 길이 5.15m 짜리 밍크 고래가 꼬리가 감긴 채 죽어있는 것이 발견됐다.

같은 날 경북 울진군 후포항 앞바다에서도 정치망어선이 쳐 둔 그물에 4.33미터 크기의 밍크고래 1마리가 걸려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 밍크 고래 2마리는 이날 후포 수협에서 각각 3,780만 원·3,280만 원에 위판됐다.

이처럼 합법적으로 잡힌 고래는 혼획(混獲)고래라고 한다. 혼획이란 특정 어류를 잡기 위해 친 그물에 다른 종(種)이 우연히 걸려서 잡은 것을 뜻하는데 유통되는 혼획 고래는 대부분 익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물을 쳐 익사체로 잡으면 합법 거래 가능

이 가운데 멸종위기종인 밍크고래는 포획이 금지돼 있지만 '바다의 로또’라고 불릴 정도로 비싼 값을 받기 때문에 불법 포경이 끊이지 않는다.

매년 우리나라 연안에서 2백여 마리의 밍크 고래가 불법 포획되거나 그물에 걸려 숨진 채 발견되곤 한다.

작살이나 다른 도구를 이용해 잡으면 불법 포획으로 처벌받지만 다른 그물에 걸려 죽거나 죽은 고래를 인양하면 고가로 판매할 수 있다.

따라서 합법적으로 거래되는 대부분의 고래는 그물에 걸려 익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고의로 그물을 쳐서 잡아도 확인이 불가능 하기 때문에 죽으면 합법적인 거래가 가능하다. 그물에 걸려도 살아 있으면 바다로 돌려보내야 한다.

[연관기사] ☞ 불법포획 밍크고래 단번에 확인

이처럼 고가에 거래되는 밍크고래의 불법 포획이 잇따르자 최근에는 아주 작은 단서만으로도 불법 포획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 불법 포경이 단속에 활용되고 있다.

고래의 살점이나 혈흔에서 유전자를 추출해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유전자분석시스템이 구축돼 하루 이상 걸리던 불법 포획 여부를 5분 안에 확인할 수 있다.

얼음에 갇혀 익사하는 고래도 많아

고래를 비롯한 바다에 사는 다양한 포유류는 물속에서 주로 생활하지만 숨을 쉬어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산소 공급이 안 되면 익사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인간이 쳐 놓은 그물에 익사하기도 하지만 북극이나 남극 부근에서는 얼음에 갇혀 익사하는 경우도 허다하고 한다.

이 때문에 북극 주변에서 펼쳐지는 익사 직전의 고래 구출 작전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 북극 고래 구출장면


지난 2013년에는 캐나다 퀘벡 지방 해역이 얼어 범고래 12마리가 익사 위기에 처해 긴급 구조 작업이 펼쳐지는 모습이 공개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2006년과 2007년에는 캐다나 연안에서 흰돌고래 12마리가 얼어버린 강물을 빠져나가지 못해 익사하는 등 얼음에 갇혀 익사하는 바다 포유류가 심심찮게 발견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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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비와 고래의 사망 원인은 ‘익사’
    • 입력 2016-03-23 18:04:37
    • 수정2016-03-23 18:07:08
    취재K
지난주 경남 거제 연안에서 집단 폐사한 아비의 사인은 '익사'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겨울 철새인 아비가 '익사'했다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 일어난 원인은 어민들이 쳐 놓은 그물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거제도 연안에서 그물에 걸린 채 숨진 겨울 철새 아비(2016.3.17)

폐와 공기주머니에 물, 익사 추정

천연기념물이자 겨울 철새인 아비의 집단 폐사 원인을 조사해온 거제시와 환경부 국립생태원은 1차 조사 결과 죽은 아비의 폐와 공기주머니에 물이 차 있었다고 밝혔다.

또 아비 사체가 발견된 해역에서 고기를 잡는 데 쓰이는 그물도 확인된 점으로 보아 아비들이 먹이를 찾기 위해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그물에 갇혀 익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시기는 겨울 철새인 아비가 북쪽으로 돌아가기 위해 에너지를 많이 축적해야 하기 때문에 바닷속 먹이 잡이 활동이 활발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국립생태원은 바이러스나 중금속 오염 등 다른 사인에 대한 2차 검사도 벌이고 있지만 직접 사인은 익사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남 축산진흥연구원의 조류인플루엔자(AI) 검사에서도 음성 판정이 나왔다.



아비는 봄에서 가을 사이에는 북극에 가까운 추운 지역에서 서식하다 거제도 연안에서 주로 겨울을 난다.

아비가 주로 거제도 부근에서 월동해 거제시 남부면과 장승포 해안 등 '아비 도래지'는 1970년에 천연기념물 제227호로 지정됐다.

거제도 아비 도래지 천연기념물 227호

지난 15일부터 17일 사이 거제 구조라 방파제 등에서 발견되기 시작한 아비들의 사체는 200여 마리에 이르고 있다.

이번에 폐사한 아비류는 아비와 회색머리아비, 큰회색머리아비 등 3종류로 확인됐다. 아비는 주로 북극에서 번식하며 겨울을 나기 위해 11월부터 거제 일대에서 머물다 4월쯤에 북상한다.



그물에 걸려 익사하는 고래 많아

바다에서 익사하는 것은 조류 뿐 아니라 고래도 있다. 지난 13일 울산 남동쪽 50㎞ 해상에서 큰머리 돌고래 한 마리가 어선 그물에 걸려 죽은 채로 발견됐다.

해양경비안전서는 금속탐지기 검사 결과 고의로 포획한 흔적이 없고, 선박에서도 불법 포획 어구가 발견되지 않아 익사한 것으로 보고 고래유통증명서를 발급했다.

동해안에서 잡힌 고래가 후포 수협에서 경매에 부쳐지기 위해 끌어올려 지고 있다.

밍크고래 한 마리에 3천 만 원 이상 경매

또 지난 8일에는 동해 상에서 두 마리의 밍크 고래가 잇따라 어구에 걸려 죽은 채 발견됐는데 이들 고래의 직접 사망 원인도 익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영덕군 병곡면 앞바다에서 조업 중이던 어선의 통발 줄에 길이 5.15m 짜리 밍크 고래가 꼬리가 감긴 채 죽어있는 것이 발견됐다.

같은 날 경북 울진군 후포항 앞바다에서도 정치망어선이 쳐 둔 그물에 4.33미터 크기의 밍크고래 1마리가 걸려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 밍크 고래 2마리는 이날 후포 수협에서 각각 3,780만 원·3,280만 원에 위판됐다.

이처럼 합법적으로 잡힌 고래는 혼획(混獲)고래라고 한다. 혼획이란 특정 어류를 잡기 위해 친 그물에 다른 종(種)이 우연히 걸려서 잡은 것을 뜻하는데 유통되는 혼획 고래는 대부분 익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물을 쳐 익사체로 잡으면 합법 거래 가능

이 가운데 멸종위기종인 밍크고래는 포획이 금지돼 있지만 '바다의 로또’라고 불릴 정도로 비싼 값을 받기 때문에 불법 포경이 끊이지 않는다.

매년 우리나라 연안에서 2백여 마리의 밍크 고래가 불법 포획되거나 그물에 걸려 숨진 채 발견되곤 한다.

작살이나 다른 도구를 이용해 잡으면 불법 포획으로 처벌받지만 다른 그물에 걸려 죽거나 죽은 고래를 인양하면 고가로 판매할 수 있다.

따라서 합법적으로 거래되는 대부분의 고래는 그물에 걸려 익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고의로 그물을 쳐서 잡아도 확인이 불가능 하기 때문에 죽으면 합법적인 거래가 가능하다. 그물에 걸려도 살아 있으면 바다로 돌려보내야 한다.

[연관기사] ☞ 불법포획 밍크고래 단번에 확인

이처럼 고가에 거래되는 밍크고래의 불법 포획이 잇따르자 최근에는 아주 작은 단서만으로도 불법 포획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 불법 포경이 단속에 활용되고 있다.

고래의 살점이나 혈흔에서 유전자를 추출해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유전자분석시스템이 구축돼 하루 이상 걸리던 불법 포획 여부를 5분 안에 확인할 수 있다.

얼음에 갇혀 익사하는 고래도 많아

고래를 비롯한 바다에 사는 다양한 포유류는 물속에서 주로 생활하지만 숨을 쉬어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산소 공급이 안 되면 익사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인간이 쳐 놓은 그물에 익사하기도 하지만 북극이나 남극 부근에서는 얼음에 갇혀 익사하는 경우도 허다하고 한다.

이 때문에 북극 주변에서 펼쳐지는 익사 직전의 고래 구출 작전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 북극 고래 구출장면


지난 2013년에는 캐나다 퀘벡 지방 해역이 얼어 범고래 12마리가 익사 위기에 처해 긴급 구조 작업이 펼쳐지는 모습이 공개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2006년과 2007년에는 캐다나 연안에서 흰돌고래 12마리가 얼어버린 강물을 빠져나가지 못해 익사하는 등 얼음에 갇혀 익사하는 바다 포유류가 심심찮게 발견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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