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톡톡] 외국 거주 가족과 10년 별거 아내, 이혼 청구 가능?

입력 2016.03.25 (08:45) 수정 2016.03.25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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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생활에서 꼭 알아둬야 할 법률 상식을 알아보는 <법률톡톡> 시간입니다.

먼저, 어떤 사건이었는지 영상으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990년 결혼한 아내 A씨와 남편 B씨 이후, 부부는 세 자녀와 함께 외국으로 이민을 갔는데요.

하지만 A씨는 홀로 귀국해 무속인이 됐습니다.

10년 가까이 가족과 떨어져 살던 아내는 남편이 다른 여자와 살면서 아이들을 만날 수 없게 한다며 이혼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법원은 과연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요?

유책 사유가 있는 배우자는 이혼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게 기존 판례의 입장인데요. 이 사건에서 아내는 유책 배우자라고 할 수 있을까요?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렸는지 전현정 전 중앙지법 부장판사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질문>
유책주의냐 파탄주의냐... 논란이 팽팽했었는데, 지난 해, 대법원 판결이 나왔죠.

대법원의 입장은 무엇인가요?

<답변>
대법원은 지난 해 9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대해 전원합의체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재판상 이혼사유에 관해 유책주의를 유지할 것인지, 파탄주의로 전환할 것인지 검토했는데요.

당시 의견이 7:6으로 엇갈릴 정도로 의견이 팽팽하게 나뉘었습니다.

다수의견은 유책주의를 유지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는데요.

다만,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그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가 아니라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반대의견은 파탄주의를 채택해야 하자는 거였는데요.

혼인생활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 상태에 이르렀다면 이혼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라는 겁니다.

여기서도 예외를 인정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일 경우, 상대방 배우자나 자녀의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면 예외적으로 이혼을 허용하지 말자는 것이었습니다.

다수의견이든 반대의견이든 예외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어 구체적인 사건에서 법원이 어떤 판단을 할지가 중요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질문>
네. 그렇군요.

그렇다면 이번 이혼 청구 소송에서 쟁점이 됐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답변>
이 사건에서 아내는 혼자서 가족이 있는 과테말라를 떠나 한국으로 귀국했습니다.

10년이 지나도록 가족한테 돌아가지 않고 혼자 살았는데요.

여기서 아내의 이혼청구가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라고 볼 수 있는지 혼인생활 파탄에 대한 아내의 유책성이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인지가 문제가 됐습니다.


<질문>
법원은 어떤 판결을 내렸을지 궁금한데요?

<답변>
1심과 2심에서는 혼인관계가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다는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혼인관계가 남편의 잘못으로 파탄난 것이 아니며, 결국 유책배우자인 아내가 이혼청구를 했다는 이유로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달리 보았습니다.

아내의 유책성이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않다고 보고,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본 건데요.

남편이 아내가 가정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가정환경을 조성하는 등 혼인생활 중에 직면한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질문>
이번 판결은 파탄주의적 요소를 어느 정도 수용한 판결로 보여 지는데요.

최근 이런 판결이 늘고 있다면서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최근 서울가정법원에서는 약 25년 동안 ‘이중 결혼’ 상태를 유지해 온 남편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두 사람이 25년간 별거하면서 혼인의 실체가 완전히 사라졌고, 남편의 혼인파탄 책임도 이젠 경중을 따지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희미해졌다고 판단한 건데요.

또, 남편이 그간 자녀들에게 수억 원의 경제적 지원을 해왔으며, 부인도 경제적 여유가 있어 이혼을 허용해도 상대방 배우자에게 피해를 주거나 하는 축출이혼이 될 가능성이 없다고 봤습니다.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인 경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질문>
이미 파탄 난 혼인은 인정할 필요가 없다... 아직 시기상조다... 찬반이 팽팽했었는데요.

최근 이에 대한 법조계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답변>
유책주의를 유지할 것인지 파탄주의로 전환할 것인지는 가사사건에서 중요한 논쟁 중의 하나인데요..

현재 판결의 경향을 살펴보면, 유책주의를 유지하면서도 예외를 폭넓게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해외에서도 파탄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들이 많은데요.

부부관계가 도저히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파탄이 났다면, 혼인은 한낱 형식에 불과할 뿐 이혼은 불가피하지 않을까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파탄주의를 채택하면 여성이 불리해진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실제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배척하는 판례는 상대방 배우자, 특히 여성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만, 이제는 재산분할제도나 면접교섭권 제도 등 상대방 배우자를 보호하는 여러 제도가 생겼습니다.

또한 자녀에 대한 양육권이나 친권 등도 남녀 간에 차별 없이 평등하게 보장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법원의 판결에서는 파탄주의를 채택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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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3-25 08:47:33
    • 수정2016-03-25 10:4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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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생활에서 꼭 알아둬야 할 법률 상식을 알아보는 <법률톡톡> 시간입니다.

먼저, 어떤 사건이었는지 영상으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990년 결혼한 아내 A씨와 남편 B씨 이후, 부부는 세 자녀와 함께 외국으로 이민을 갔는데요.

하지만 A씨는 홀로 귀국해 무속인이 됐습니다.

10년 가까이 가족과 떨어져 살던 아내는 남편이 다른 여자와 살면서 아이들을 만날 수 없게 한다며 이혼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법원은 과연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요?

유책 사유가 있는 배우자는 이혼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게 기존 판례의 입장인데요. 이 사건에서 아내는 유책 배우자라고 할 수 있을까요?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렸는지 전현정 전 중앙지법 부장판사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질문>
유책주의냐 파탄주의냐... 논란이 팽팽했었는데, 지난 해, 대법원 판결이 나왔죠.

대법원의 입장은 무엇인가요?

<답변>
대법원은 지난 해 9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대해 전원합의체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재판상 이혼사유에 관해 유책주의를 유지할 것인지, 파탄주의로 전환할 것인지 검토했는데요.

당시 의견이 7:6으로 엇갈릴 정도로 의견이 팽팽하게 나뉘었습니다.

다수의견은 유책주의를 유지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는데요.

다만,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그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가 아니라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반대의견은 파탄주의를 채택해야 하자는 거였는데요.

혼인생활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 상태에 이르렀다면 이혼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라는 겁니다.

여기서도 예외를 인정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일 경우, 상대방 배우자나 자녀의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면 예외적으로 이혼을 허용하지 말자는 것이었습니다.

다수의견이든 반대의견이든 예외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어 구체적인 사건에서 법원이 어떤 판단을 할지가 중요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질문>
네. 그렇군요.

그렇다면 이번 이혼 청구 소송에서 쟁점이 됐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답변>
이 사건에서 아내는 혼자서 가족이 있는 과테말라를 떠나 한국으로 귀국했습니다.

10년이 지나도록 가족한테 돌아가지 않고 혼자 살았는데요.

여기서 아내의 이혼청구가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라고 볼 수 있는지 혼인생활 파탄에 대한 아내의 유책성이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인지가 문제가 됐습니다.


<질문>
법원은 어떤 판결을 내렸을지 궁금한데요?

<답변>
1심과 2심에서는 혼인관계가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다는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혼인관계가 남편의 잘못으로 파탄난 것이 아니며, 결국 유책배우자인 아내가 이혼청구를 했다는 이유로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달리 보았습니다.

아내의 유책성이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않다고 보고,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본 건데요.

남편이 아내가 가정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가정환경을 조성하는 등 혼인생활 중에 직면한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질문>
이번 판결은 파탄주의적 요소를 어느 정도 수용한 판결로 보여 지는데요.

최근 이런 판결이 늘고 있다면서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최근 서울가정법원에서는 약 25년 동안 ‘이중 결혼’ 상태를 유지해 온 남편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두 사람이 25년간 별거하면서 혼인의 실체가 완전히 사라졌고, 남편의 혼인파탄 책임도 이젠 경중을 따지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희미해졌다고 판단한 건데요.

또, 남편이 그간 자녀들에게 수억 원의 경제적 지원을 해왔으며, 부인도 경제적 여유가 있어 이혼을 허용해도 상대방 배우자에게 피해를 주거나 하는 축출이혼이 될 가능성이 없다고 봤습니다.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인 경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질문>
이미 파탄 난 혼인은 인정할 필요가 없다... 아직 시기상조다... 찬반이 팽팽했었는데요.

최근 이에 대한 법조계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답변>
유책주의를 유지할 것인지 파탄주의로 전환할 것인지는 가사사건에서 중요한 논쟁 중의 하나인데요..

현재 판결의 경향을 살펴보면, 유책주의를 유지하면서도 예외를 폭넓게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해외에서도 파탄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들이 많은데요.

부부관계가 도저히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파탄이 났다면, 혼인은 한낱 형식에 불과할 뿐 이혼은 불가피하지 않을까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파탄주의를 채택하면 여성이 불리해진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실제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배척하는 판례는 상대방 배우자, 특히 여성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만, 이제는 재산분할제도나 면접교섭권 제도 등 상대방 배우자를 보호하는 여러 제도가 생겼습니다.

또한 자녀에 대한 양육권이나 친권 등도 남녀 간에 차별 없이 평등하게 보장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법원의 판결에서는 파탄주의를 채택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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