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 마르코스 아들 부통령 선거에서 선두 다툼

입력 2016.03.3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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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5월에 열릴 필리핀 부통령 선거 여론조사에서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의 아들인 마르코스 주니어 상원의원이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공교롭게도 마르코스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필리핀의 '피플파워' 혁명 30주년을 맞은 올해, 마르코스 주니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을 달리자 현 정부와 역사학자 등을 중심으로 '독재자 마르코스의 부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마르코스 주니어 의원은 이달 초 현지 여론조사 업체인 펄스아시아가 유권자 4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25%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다.

다만 프란시스 에스쿠데로 상원의원이 지지율 24%로 2위를 차지하면서 두 의원은 오차범위 내에서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또다른 여론조사 업체인 SWS의 여론조사에서는 에스쿠데로 의원이 28%로 1위, 마르코스 주니어 의원이 26%로 2위를 기록하며 역시나 표본오차 범위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마르코스 주니어 의원이 여론조사에서 선전하는 것은 마르코스 전 대통령 시절의 개발 독재에 대한 추억이 국민 사이에 남아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마르코스 주니어 의원이 아버지의 고향인 일로코스 노르테의 주지사, 하원의원을 거쳐 2010년 상원의원에 당선되며 정치적 기반을 다진 것도 이러한 향수에 영향을 미쳤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필리핀대 역사학과 교수들은 30일 성명을 통해 '마르코스 독재의 향수'에 속지 말 것을 유권자들에게 촉구했다.

이들은 "마르코스 계엄령 치하가 황금기였다는 주장은 명백한 '마르코스 신화'이자 사기"라고 말했다.

이들은 마르코스가 통치하는 동안 빈곤율이 1960년대 41%에서 1980년 59%로 높아지고 1970년부터 13년간 대외채무가 200억 달러(약 22조9천억 원)로 12배 급증하는 등 마르코스 독재 시절에 경제가 위기에 빠졌다고 강조했다.

베니그노 아키노 현 대통령도 지난달 열린 '피플파워' 혁명 30주년 기념식에서 마르코스 잔재 청산을 외쳤다.

필리핀 대통령 직속 바른정부위원회(PCGG)는 마르코스 전 대통령 일가로부터 몰수한 보석들을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전시하며 마르코스 부패상을 알리고 있다.

마르코스 주니어는 이번 선거에서 부통령에 당선되면 차차기 대권을 노릴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마르코스 주니어 의원과 그의 가족들은 "아버지가 집권했던 시기에 필리핀이 경제적 번영을 누렸다"고 주장하며 마르코스 독재 치하에서 고통을 겪었던 피해에 대해 사과 하지 않고 있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1965년 당선된 뒤 1972년 계엄령을 선포했으며 1986년 '피플파워' 혁명으로 사퇴하고 하와이로 망명, 1989년 72세의 나이로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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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재자 마르코스 아들 부통령 선거에서 선두 다툼
    • 입력 2016-03-31 10:52:16
    국제
오는 5월에 열릴 필리핀 부통령 선거 여론조사에서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의 아들인 마르코스 주니어 상원의원이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공교롭게도 마르코스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필리핀의 '피플파워' 혁명 30주년을 맞은 올해, 마르코스 주니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을 달리자 현 정부와 역사학자 등을 중심으로 '독재자 마르코스의 부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마르코스 주니어 의원은 이달 초 현지 여론조사 업체인 펄스아시아가 유권자 4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25%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다.

다만 프란시스 에스쿠데로 상원의원이 지지율 24%로 2위를 차지하면서 두 의원은 오차범위 내에서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또다른 여론조사 업체인 SWS의 여론조사에서는 에스쿠데로 의원이 28%로 1위, 마르코스 주니어 의원이 26%로 2위를 기록하며 역시나 표본오차 범위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마르코스 주니어 의원이 여론조사에서 선전하는 것은 마르코스 전 대통령 시절의 개발 독재에 대한 추억이 국민 사이에 남아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마르코스 주니어 의원이 아버지의 고향인 일로코스 노르테의 주지사, 하원의원을 거쳐 2010년 상원의원에 당선되며 정치적 기반을 다진 것도 이러한 향수에 영향을 미쳤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필리핀대 역사학과 교수들은 30일 성명을 통해 '마르코스 독재의 향수'에 속지 말 것을 유권자들에게 촉구했다.

이들은 "마르코스 계엄령 치하가 황금기였다는 주장은 명백한 '마르코스 신화'이자 사기"라고 말했다.

이들은 마르코스가 통치하는 동안 빈곤율이 1960년대 41%에서 1980년 59%로 높아지고 1970년부터 13년간 대외채무가 200억 달러(약 22조9천억 원)로 12배 급증하는 등 마르코스 독재 시절에 경제가 위기에 빠졌다고 강조했다.

베니그노 아키노 현 대통령도 지난달 열린 '피플파워' 혁명 30주년 기념식에서 마르코스 잔재 청산을 외쳤다.

필리핀 대통령 직속 바른정부위원회(PCGG)는 마르코스 전 대통령 일가로부터 몰수한 보석들을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전시하며 마르코스 부패상을 알리고 있다.

마르코스 주니어는 이번 선거에서 부통령에 당선되면 차차기 대권을 노릴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마르코스 주니어 의원과 그의 가족들은 "아버지가 집권했던 시기에 필리핀이 경제적 번영을 누렸다"고 주장하며 마르코스 독재 치하에서 고통을 겪었던 피해에 대해 사과 하지 않고 있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1965년 당선된 뒤 1972년 계엄령을 선포했으며 1986년 '피플파워' 혁명으로 사퇴하고 하와이로 망명, 1989년 72세의 나이로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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