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능력 중심’ NCS? 짐만 하나 더…
입력 2016.04.03 (09:38)
수정 2016.04.03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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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점수가 없어도, 학점이 높지 않아도, 능력이 있으면 공기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하겠다.' 국가직무능력표준(NCS·National Competency Standard)을 소개하는 정부 자료에서 제 눈을 단번에 사로잡은 문구였습니다. 정부는 NCS가 직무 수행에 필요한 기술과 지식을 부문별, 수준별로 체계화한 시스템이라며, 내년부터 전 공공기관에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청년실업률이 최고점을 찍은 요즘, 공기업 입사에 불필요한 스펙 경쟁을 없애겠다니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하지만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실무적인 능력을 어떻게 객관적으로 평가할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또 취업이 안 돼 졸업 유예는 기본이고 취업 재수 삼수생이 넘쳐나는데 어떻게 스펙 경쟁이 단번에 사라지겠느냐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에 NCS를 검색해보니 전문 학원들이 넘쳐났습니다.
서울 종로에 있는 한 학원을 찾아가 봤습니다. 취업 시즌이 아닌데도 학생들 수십 명이 모여 NCS 강의를 듣고 있었습니다. NCS 시험에 포함된 인지, 추리, 기술 능력을 대비하는 강좌였습니다. 국제분쟁 지역의 위치를 지도에서 고르거나, 경영학 상식을 묻는 등 기존 대기업이나 공기업들의 인·적성 시험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기존 시험들과 한 가지 차이가 있기는 했습니다. 바로 직장에서의 의사 소통 능력을 묻는 문항이었습니다. 회사에서 문서를 결재하는 방법, 사번을 부여하는 시스템을 익히고 있었습니다.
더 나아가 오랜 시간 인성 교육으로 자연 배양돼야 할 의사 소통 능력까지도 쪽집게식으로 강의가 이뤄졌습니다. 개방형, 소통형 자아가 의사 소통의 최적화된 인재이기 때문에 정답으로 기억해야 한다는 식이었습니다.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줄을 긋고 필기를 했습니다.
수업을 듣는 한 학생에게 이런 것까지 학원에서 배워야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NCS 시험에 대해 배울 곳은 없고, 점수는 잘 받아야 입사가 가능한 상황에서 시험 분석을 해 주는 학원이라도 있어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다고 학생은 답했습니다. 이 학생은 토익 학원도 다니고 있고, 자기소개서 준비와 면접 등을 위해 취업 스터디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스펙 대신 실무 능력을 보겠다던 NCS가 또 하나의 스펙이 되어버린 현실에서 그래도 희망을 찾았습니다. 영국과 호주 등에서 시작된 NCS는 백 년의 역사를 통해 학계와 산업계가 연계돼 실무 능력을 점검하는 시험으로 자리잡았다는 이화여대 교육학과 정제영 교수님의 얘기였습니다.
너무 급하게 NCS 제도만 도입하다보니 실무 능력을 점검할 내실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었습니다. 문제은행식 상식 퀴즈나 글로 배우는 인성 시험부터 하나씩 사라지고, 고등학교 때부터 적성을 찾아 실무 훈련을 시키는 과정들이 유기적으로 채워져야 제대로 된 능력 중심의 채용 NCS가 정착될 것입니다.
[연관 기사]☞ 능력중심 NCS?…공기업 스펙 경쟁 ‘여전’(2016.3.29)
청년실업률이 최고점을 찍은 요즘, 공기업 입사에 불필요한 스펙 경쟁을 없애겠다니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하지만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실무적인 능력을 어떻게 객관적으로 평가할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또 취업이 안 돼 졸업 유예는 기본이고 취업 재수 삼수생이 넘쳐나는데 어떻게 스펙 경쟁이 단번에 사라지겠느냐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에 NCS를 검색해보니 전문 학원들이 넘쳐났습니다.
서울 종로에 있는 한 학원을 찾아가 봤습니다. 취업 시즌이 아닌데도 학생들 수십 명이 모여 NCS 강의를 듣고 있었습니다. NCS 시험에 포함된 인지, 추리, 기술 능력을 대비하는 강좌였습니다. 국제분쟁 지역의 위치를 지도에서 고르거나, 경영학 상식을 묻는 등 기존 대기업이나 공기업들의 인·적성 시험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기존 시험들과 한 가지 차이가 있기는 했습니다. 바로 직장에서의 의사 소통 능력을 묻는 문항이었습니다. 회사에서 문서를 결재하는 방법, 사번을 부여하는 시스템을 익히고 있었습니다.
더 나아가 오랜 시간 인성 교육으로 자연 배양돼야 할 의사 소통 능력까지도 쪽집게식으로 강의가 이뤄졌습니다. 개방형, 소통형 자아가 의사 소통의 최적화된 인재이기 때문에 정답으로 기억해야 한다는 식이었습니다.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줄을 긋고 필기를 했습니다.
수업을 듣는 한 학생에게 이런 것까지 학원에서 배워야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NCS 시험에 대해 배울 곳은 없고, 점수는 잘 받아야 입사가 가능한 상황에서 시험 분석을 해 주는 학원이라도 있어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다고 학생은 답했습니다. 이 학생은 토익 학원도 다니고 있고, 자기소개서 준비와 면접 등을 위해 취업 스터디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스펙 대신 실무 능력을 보겠다던 NCS가 또 하나의 스펙이 되어버린 현실에서 그래도 희망을 찾았습니다. 영국과 호주 등에서 시작된 NCS는 백 년의 역사를 통해 학계와 산업계가 연계돼 실무 능력을 점검하는 시험으로 자리잡았다는 이화여대 교육학과 정제영 교수님의 얘기였습니다.
너무 급하게 NCS 제도만 도입하다보니 실무 능력을 점검할 내실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었습니다. 문제은행식 상식 퀴즈나 글로 배우는 인성 시험부터 하나씩 사라지고, 고등학교 때부터 적성을 찾아 실무 훈련을 시키는 과정들이 유기적으로 채워져야 제대로 된 능력 중심의 채용 NCS가 정착될 것입니다.
[연관 기사]☞ 능력중심 NCS?…공기업 스펙 경쟁 ‘여전’(2016.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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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6-04-03 09:38:35
- 수정2016-04-03 09:38:58
'영어 점수가 없어도, 학점이 높지 않아도, 능력이 있으면 공기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하겠다.' 국가직무능력표준(NCS·National Competency Standard)을 소개하는 정부 자료에서 제 눈을 단번에 사로잡은 문구였습니다. 정부는 NCS가 직무 수행에 필요한 기술과 지식을 부문별, 수준별로 체계화한 시스템이라며, 내년부터 전 공공기관에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청년실업률이 최고점을 찍은 요즘, 공기업 입사에 불필요한 스펙 경쟁을 없애겠다니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하지만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실무적인 능력을 어떻게 객관적으로 평가할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또 취업이 안 돼 졸업 유예는 기본이고 취업 재수 삼수생이 넘쳐나는데 어떻게 스펙 경쟁이 단번에 사라지겠느냐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에 NCS를 검색해보니 전문 학원들이 넘쳐났습니다.
서울 종로에 있는 한 학원을 찾아가 봤습니다. 취업 시즌이 아닌데도 학생들 수십 명이 모여 NCS 강의를 듣고 있었습니다. NCS 시험에 포함된 인지, 추리, 기술 능력을 대비하는 강좌였습니다. 국제분쟁 지역의 위치를 지도에서 고르거나, 경영학 상식을 묻는 등 기존 대기업이나 공기업들의 인·적성 시험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기존 시험들과 한 가지 차이가 있기는 했습니다. 바로 직장에서의 의사 소통 능력을 묻는 문항이었습니다. 회사에서 문서를 결재하는 방법, 사번을 부여하는 시스템을 익히고 있었습니다.
더 나아가 오랜 시간 인성 교육으로 자연 배양돼야 할 의사 소통 능력까지도 쪽집게식으로 강의가 이뤄졌습니다. 개방형, 소통형 자아가 의사 소통의 최적화된 인재이기 때문에 정답으로 기억해야 한다는 식이었습니다.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줄을 긋고 필기를 했습니다.
수업을 듣는 한 학생에게 이런 것까지 학원에서 배워야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NCS 시험에 대해 배울 곳은 없고, 점수는 잘 받아야 입사가 가능한 상황에서 시험 분석을 해 주는 학원이라도 있어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다고 학생은 답했습니다. 이 학생은 토익 학원도 다니고 있고, 자기소개서 준비와 면접 등을 위해 취업 스터디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스펙 대신 실무 능력을 보겠다던 NCS가 또 하나의 스펙이 되어버린 현실에서 그래도 희망을 찾았습니다. 영국과 호주 등에서 시작된 NCS는 백 년의 역사를 통해 학계와 산업계가 연계돼 실무 능력을 점검하는 시험으로 자리잡았다는 이화여대 교육학과 정제영 교수님의 얘기였습니다.
너무 급하게 NCS 제도만 도입하다보니 실무 능력을 점검할 내실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었습니다. 문제은행식 상식 퀴즈나 글로 배우는 인성 시험부터 하나씩 사라지고, 고등학교 때부터 적성을 찾아 실무 훈련을 시키는 과정들이 유기적으로 채워져야 제대로 된 능력 중심의 채용 NCS가 정착될 것입니다.
[연관 기사]☞ 능력중심 NCS?…공기업 스펙 경쟁 ‘여전’(2016.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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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림 기자 newsho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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