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와 교통방해의 기준은 무엇? 헷갈리는 판결들

입력 2016.04.10 (16:06) 수정 2016.04.1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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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화면=도심 야간 집회][자료화면=도심 야간 집회]


집회·시위 과정에서 시위대가 차로를 무단으로 점거하고 행진하더라도, 차량 통행이 드문 시간에 일부만 점거했다면 죄가 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 서부지법 제1형사부(지영난 부장판사)는,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에 참가했다 일반교통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48살 윤 모 씨 등 3명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윤 씨 등 피고 3명은 당시 집회가 끝난 뒤 밤 11시쯤, 다른 참가자들 100여명과 함께 홍대입구역에서 동교동 로터리 쪽으로 일부 도로를 통해 이동하며 구호를 외치다 경찰에 붙잡혔다.

1심 재판부는, "한두 개 차로만 점거했다고 해도 사전 신고 없이 도로를 점거해, 차량 통행이 현저히 곤란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당시 시간대에 일반적으로 통행량이 많지 않고 나머지 차로에서 통행이 가능했기 때문에, 시위로 교통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수준에 이르렀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며 무죄라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기습 시위라 해서 일률적으로 일반교통방해죄로 처벌한다면, 집회의 사전신고제를 사실상 허가제로 운용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면서 "이는 헌법상의 권리인 집회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판시했다.





특히 "피고인처럼 집회에 단순 참가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법정형이'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이를 정도로 높은 일반교통방해죄로 무차별적으로 처벌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의문이 없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때에 따라서는 기습시위가 교통방해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지난달 대법원은 비슷한 사건에서 "집회 도중 단 5분만 도로를점거했다 해도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2012년 6월 쌍용차 희망걷기 대회에 참가한 500여 명이, 서울 서소문 공원 부근에서 5분 정도 3개 차로를 차지하고 행진하다 기소됐다. 1심은 유죄. 2심은 이들이 경찰의 제지를 받고 저항 없이 곧바로 인도로 올라섰고, 차량통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했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다시 유죄로 판시했다.
그렇다면 대법원에서 유죄로 판단한 근거는 무엇이었을까? 대법원 1부는 인도가 따로 있는데도 집회 참가자들이 차로를 점거하면서 행진했고, 관할 경찰서장에게 차로 행진을 사전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5분이 비록 단시간이라고 해도, 교통이 불가능한 상태가 발생한 것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연관 기사] ☞ 대법 “5분만 도로 점거해도 일반교통방해죄”

서울서부지법
"기습 시위라 해서 일률적으로 일반교통방해죄로 처벌한다면, 집회의 사전신고제를 사실상 허가제로 운용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헌법상 권리인 집회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결과를 낳는다"

대법원
"단 5분이라도 사전에 신고되지 않은 행위고, 교통을 방해했다면 유죄다"


첫번째는 2심 판결문으로 현재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과연 집회와 시위 현장에서 "차량통행을 현저하게 저해했다"는 기준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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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회와 교통방해의 기준은 무엇? 헷갈리는 판결들
    • 입력 2016-04-10 16:06:01
    • 수정2016-04-10 18:05:34
    사회
[자료화면=도심 야간 집회]

집회·시위 과정에서 시위대가 차로를 무단으로 점거하고 행진하더라도, 차량 통행이 드문 시간에 일부만 점거했다면 죄가 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 서부지법 제1형사부(지영난 부장판사)는,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에 참가했다 일반교통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48살 윤 모 씨 등 3명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윤 씨 등 피고 3명은 당시 집회가 끝난 뒤 밤 11시쯤, 다른 참가자들 100여명과 함께 홍대입구역에서 동교동 로터리 쪽으로 일부 도로를 통해 이동하며 구호를 외치다 경찰에 붙잡혔다.

1심 재판부는, "한두 개 차로만 점거했다고 해도 사전 신고 없이 도로를 점거해, 차량 통행이 현저히 곤란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당시 시간대에 일반적으로 통행량이 많지 않고 나머지 차로에서 통행이 가능했기 때문에, 시위로 교통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수준에 이르렀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며 무죄라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기습 시위라 해서 일률적으로 일반교통방해죄로 처벌한다면, 집회의 사전신고제를 사실상 허가제로 운용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면서 "이는 헌법상의 권리인 집회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판시했다.





특히 "피고인처럼 집회에 단순 참가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법정형이'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이를 정도로 높은 일반교통방해죄로 무차별적으로 처벌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의문이 없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때에 따라서는 기습시위가 교통방해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지난달 대법원은 비슷한 사건에서 "집회 도중 단 5분만 도로를점거했다 해도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2012년 6월 쌍용차 희망걷기 대회에 참가한 500여 명이, 서울 서소문 공원 부근에서 5분 정도 3개 차로를 차지하고 행진하다 기소됐다. 1심은 유죄. 2심은 이들이 경찰의 제지를 받고 저항 없이 곧바로 인도로 올라섰고, 차량통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했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다시 유죄로 판시했다.
그렇다면 대법원에서 유죄로 판단한 근거는 무엇이었을까? 대법원 1부는 인도가 따로 있는데도 집회 참가자들이 차로를 점거하면서 행진했고, 관할 경찰서장에게 차로 행진을 사전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5분이 비록 단시간이라고 해도, 교통이 불가능한 상태가 발생한 것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연관 기사] ☞ 대법 “5분만 도로 점거해도 일반교통방해죄”

서울서부지법
"기습 시위라 해서 일률적으로 일반교통방해죄로 처벌한다면, 집회의 사전신고제를 사실상 허가제로 운용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헌법상 권리인 집회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결과를 낳는다"

대법원
"단 5분이라도 사전에 신고되지 않은 행위고, 교통을 방해했다면 유죄다"


첫번째는 2심 판결문으로 현재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과연 집회와 시위 현장에서 "차량통행을 현저하게 저해했다"는 기준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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