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불가능한 일 벌어졌다”…흔들리는 북한 사회

입력 2016.04.11 (21:19) 수정 2016.04.11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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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핵과 미사일 도발 이후 북한 내부는 어떤 모습일까요?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가 한달 넘게 이어지면서 대외 교역과 외화벌이가 큰 타격을 입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36년 만의 당대회를 앞두고 성과 과시를 위해 70일 전투 등 총력동원 체제가 가동되고 있습니다.

마른 수건까지 쥐어짜는 상납금 압박이 해외 대사관과 식당은 물론 주민들에게까지 가해지다 보니 계층마다 불만이 누적되고 급기야 이번 집단 탈북 사태까지 불러왔다는 해석입니다.

해외 북한식당 지배인 출신 탈북자를 만나 이번 사태에 대한 견해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강나루 기자입니다.

▼“종업원 집단 탈북은 상상할 수 없던 일”▼

<리포트>

중국 내 북한 식당에서 3년간 지배인으로 근무했던 탈북자 한 모 씨의 첫 마디는 이번 집단 탈북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녹취> 한OO(중국 내 북한 식당 지배인 출신) : "그 13명이 입 맞추기는 정말 힘들어요. 왜냐면 북한사람들이 약간 영웅 심리가 있거든요. 벌써 두 명이 입 맞춰도 어느 한 명이 배신하는데 13명이... 좀 힘들다고 봐야겠죠."

2인에서 3인 1조의 감시 체계가 상시 가동되는 데다, 가족까지 볼모로 잡혀있는 상황에서 북한에선 상상할 수 없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 벌어졌다는 겁니다.

<녹취> 한OO(중국 내 북한 식당 지배인 출신) : "사장 가족들은 애가 둘이었는데 둘 중의 한 명이 볼모였어요. 종업원들은 아빠, 엄마가 볼모가 되는 거예요. 그래서 이렇게 탈북을 한 번 감행한다 엄청 힘들어요."

지배인이면서 실제론 보위국 소속이었다는 한 씨는 한국 손님들을 상대로 어떻게 첩보 활동을 했는지도 털어놨습니다.

<녹취> 한OO(중국 내 북한 식당 지배인 출신) : "'사장님 어디서 오셨어요?' 이렇게 딱 기억하고 있다가 적어야 하는 거예요. 왜냐하면 우리가 포섭할 수 있는 사람을 포섭해야 되거든요. 그것을 보위부에 넘겨요."

10여 년 전 한국 땅에 정착한 한 씨는 북한 젊은 층이 점차 자본주의에 익숙해지면서 김정은과 북한 체제에 대한 신뢰가 그만큼 무너져내린 의미라고 이번 사건을 평가했습니다.

KBS 뉴스 강나루입니다.

▼탈북 도미노 전조 현상?▼

<기자 멘트>

지난해 7월 북한이 해외 공관장들을 평양으로 불러모아 찍은 사진입니다.

김정은이 처음으로 직접 참석해 외교관들의 사상 재무장을 강조했는데요.

당시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처형 등 공포통치로 해외 근무자들의 동요가 커지는 상황에서 기강을 다잡기 위한 조치로 해석됐습니다.

그런데 이보다 두 달 전 아프리카 주재 외교관 가족 4명이 국내로 망명해 온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부인과 자녀까지 동반한 50대의 이 외교관은 숙청 등 신변 위협이 두려워 망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아시아 국가에 머물던 한 주재원도 국제사회 제재 이후 평양 소환 움직임이 있자 최근 망명을 결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엔 주민들의 사상과 동향을 감시하는 보위부 요원마저 탈북해 김정은이 개탄한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해외 식당 종업원들의 집단 탈북에 이어 핵심 기관인 정찰총국 대좌의 탈북까지 확인됐는데요.

이런 고위층과 중산층의 동요가 탈북 도미노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흔들리는 북한 통제 체제의 실상을 김경수 기자가 보도합니다.

▼北 통제망에 큰 구멍▼

<리포트>

해외 파견 근로자에 대한 북한 정권의 촘촘한 감시는 위장 파견된 보위부 직원이 담당합니다.

감시자가 평양으로 직접 밀고하게 돼 있지만 이번 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은 이런 감시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음을 방증하고 있습니다.

<녹취> 고영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前 북한외교관) : "한개 직장에 그 안에 보위부 밀고자가 적어도 3명 이상이 되는데 그거를 뚫고 왔다는 거는 그만큼 체제에 균열이 생기고 있고."

느슨해진 감시망을 틈타 해외 일꾼 탈북은 2013년 8명에서 지난해에는 20명을 넘어섰고 올해도 1월 1건을 시작으로 탈북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캄보디아에서는 지배인 도박 장면이 노출되는 등 해외 일꾼들의 일탈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북한 정권의 옥죄기가 전례 없이 강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인터뷰> 남주홍(경기대 교수/前 국정원 1차장) : "이렇게 되면 7차 당 대회를 앞두고 강력한 내부 단속을 위한 피의 숙청과 그리고 반동적 5차 핵실험 그리고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북한이 해외 식당에 대한 대대적인 정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평양 소환을 거부하고 탈북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KBS 뉴스 김경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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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불가능한 일 벌어졌다”…흔들리는 북한 사회
    • 입력 2016-04-11 21:21:44
    • 수정2016-04-11 22:2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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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핵과 미사일 도발 이후 북한 내부는 어떤 모습일까요?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가 한달 넘게 이어지면서 대외 교역과 외화벌이가 큰 타격을 입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36년 만의 당대회를 앞두고 성과 과시를 위해 70일 전투 등 총력동원 체제가 가동되고 있습니다.

마른 수건까지 쥐어짜는 상납금 압박이 해외 대사관과 식당은 물론 주민들에게까지 가해지다 보니 계층마다 불만이 누적되고 급기야 이번 집단 탈북 사태까지 불러왔다는 해석입니다.

해외 북한식당 지배인 출신 탈북자를 만나 이번 사태에 대한 견해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강나루 기자입니다.

▼“종업원 집단 탈북은 상상할 수 없던 일”▼

<리포트>

중국 내 북한 식당에서 3년간 지배인으로 근무했던 탈북자 한 모 씨의 첫 마디는 이번 집단 탈북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녹취> 한OO(중국 내 북한 식당 지배인 출신) : "그 13명이 입 맞추기는 정말 힘들어요. 왜냐면 북한사람들이 약간 영웅 심리가 있거든요. 벌써 두 명이 입 맞춰도 어느 한 명이 배신하는데 13명이... 좀 힘들다고 봐야겠죠."

2인에서 3인 1조의 감시 체계가 상시 가동되는 데다, 가족까지 볼모로 잡혀있는 상황에서 북한에선 상상할 수 없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 벌어졌다는 겁니다.

<녹취> 한OO(중국 내 북한 식당 지배인 출신) : "사장 가족들은 애가 둘이었는데 둘 중의 한 명이 볼모였어요. 종업원들은 아빠, 엄마가 볼모가 되는 거예요. 그래서 이렇게 탈북을 한 번 감행한다 엄청 힘들어요."

지배인이면서 실제론 보위국 소속이었다는 한 씨는 한국 손님들을 상대로 어떻게 첩보 활동을 했는지도 털어놨습니다.

<녹취> 한OO(중국 내 북한 식당 지배인 출신) : "'사장님 어디서 오셨어요?' 이렇게 딱 기억하고 있다가 적어야 하는 거예요. 왜냐하면 우리가 포섭할 수 있는 사람을 포섭해야 되거든요. 그것을 보위부에 넘겨요."

10여 년 전 한국 땅에 정착한 한 씨는 북한 젊은 층이 점차 자본주의에 익숙해지면서 김정은과 북한 체제에 대한 신뢰가 그만큼 무너져내린 의미라고 이번 사건을 평가했습니다.

KBS 뉴스 강나루입니다.

▼탈북 도미노 전조 현상?▼

<기자 멘트>

지난해 7월 북한이 해외 공관장들을 평양으로 불러모아 찍은 사진입니다.

김정은이 처음으로 직접 참석해 외교관들의 사상 재무장을 강조했는데요.

당시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처형 등 공포통치로 해외 근무자들의 동요가 커지는 상황에서 기강을 다잡기 위한 조치로 해석됐습니다.

그런데 이보다 두 달 전 아프리카 주재 외교관 가족 4명이 국내로 망명해 온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부인과 자녀까지 동반한 50대의 이 외교관은 숙청 등 신변 위협이 두려워 망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아시아 국가에 머물던 한 주재원도 국제사회 제재 이후 평양 소환 움직임이 있자 최근 망명을 결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엔 주민들의 사상과 동향을 감시하는 보위부 요원마저 탈북해 김정은이 개탄한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해외 식당 종업원들의 집단 탈북에 이어 핵심 기관인 정찰총국 대좌의 탈북까지 확인됐는데요.

이런 고위층과 중산층의 동요가 탈북 도미노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흔들리는 북한 통제 체제의 실상을 김경수 기자가 보도합니다.

▼北 통제망에 큰 구멍▼

<리포트>

해외 파견 근로자에 대한 북한 정권의 촘촘한 감시는 위장 파견된 보위부 직원이 담당합니다.

감시자가 평양으로 직접 밀고하게 돼 있지만 이번 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은 이런 감시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음을 방증하고 있습니다.

<녹취> 고영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前 북한외교관) : "한개 직장에 그 안에 보위부 밀고자가 적어도 3명 이상이 되는데 그거를 뚫고 왔다는 거는 그만큼 체제에 균열이 생기고 있고."

느슨해진 감시망을 틈타 해외 일꾼 탈북은 2013년 8명에서 지난해에는 20명을 넘어섰고 올해도 1월 1건을 시작으로 탈북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캄보디아에서는 지배인 도박 장면이 노출되는 등 해외 일꾼들의 일탈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북한 정권의 옥죄기가 전례 없이 강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인터뷰> 남주홍(경기대 교수/前 국정원 1차장) : "이렇게 되면 7차 당 대회를 앞두고 강력한 내부 단속을 위한 피의 숙청과 그리고 반동적 5차 핵실험 그리고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북한이 해외 식당에 대한 대대적인 정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평양 소환을 거부하고 탈북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KBS 뉴스 김경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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