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분단의 땅에 희망의 나무를

입력 2016.04.16 (08:20) 수정 2016.04.16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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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나무 심기 좋은 봄날.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 인근에서 아주 특별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실향민과 지역 주민, 택시 운전사들까지.

남녀노소, 각계각층이 나무를 심으며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숲 만들기에 나섰는데요.

나무 한 그루 한 그루 마다 소망을 가득 담은 현장으로 홍은지 리포터가 안내합니다.

<리포트>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와 맞닿아있는 민간인 출입 통제 구역.

평소 군의 허가를 받아야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인데요.

아침 일찍부터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녹취> 이의진 : "(아버님 뭐 하시는 거예요?) 나무 심으려고요. 이거 전지 쳐주고 준비하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 송윤철 : "철원 DMZ 나무심기 행사가 있어서 나무 정리하고 있습니다."

식목일에 즈음해 DMZ를 찾아 특별한 나무심기에 나선 사람들인데요.

본격적인 나무 심기에 앞서 저마다 가슴에 품은 간절한 소망을 한자 한자 정성스레 리본에 적습니다.

<인터뷰> 김미나(대전시 동구) : "하루빨리, 제가 한 살이라도 덜 먹었을 때 서둘러 통일이 돼서 우리 남북한 국민 전체 다 한 마음으로 한 가족으로 살아갔으면 하는 마음에..."

<녹취> "한반도를 푸르게! 푸르게! 푸르게!"

드디어 본격적으로 시작된 나무심기!

인근 학생들과 지역주민 등 5백여 명이 일제히 황량한 들판에 나무를 심는데요.

제 키만 한 삽을 든 어린이들도 서툴지만 정성껏 손을 보탭니다.

<인터뷰> 김현우(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 "힘들어요. (왜 힘들어요?) 나무를 너무 열심히 심어서...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서 통일이 빨리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요.(그런 마음으로 심었어요?) 네."

군인들도 두 팔 걷어붙이고 힘차게 땅을 파고 흙을 다지는데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뜻깊은 일에 힘을 더할 수 있다는 게 즐겁기만 합니다.

<인터뷰> 김미나(대전시 동구) : "(여자분이신데, 삽질하는 게 힘들지는 않으세요?) 아니요. 재미있습니다. 행복합니다. 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해요. 그리고 얘가 잘 자랄 것 같아서 행복해요."

고향을 코앞에 두고도 갈 수 없는 실향민들에겐 이번 행사가 더 특별하게 와 닿는데요.

<인터뷰> 김규세(‘미수복’ 철원군민회장) : "북한에서 내가 학교에 다녔기 때문에 소풍 가면 전차 타고 하루 거기 가서 내금강 갔다 오고 그랬어. 우리 미수복 (지역 출신) 군민들은 다 자기 고향 못 들어가서, 우리 철원군민도 민통선 북방에 있기 때문에 못 들어가는 사람이 많아서 애처롭고... "

전쟁으로 고향을 잃고 평생 이 곳을 떠나지 못하는 김규세 할아버지도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올리며 나무심기에 참여했습니다.

<인터뷰> 김규세(‘미수복’ 철원군민회장) : "우리가 고향을 내버리고 피난을 나왔지만, 식목을 하고 하니까 기분도 좋고 마음이 참 좋습니다. 빨리 통일이 돼서 우리가 남북이 하나가 돼서 우리가 같이 잘 살고 같이 지내면 더 좋은 세월이 되지 않겠나..."

나무심기 사업이 3년 째 계속되면서 황량하기만 했던 이곳도 조금씩 숲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습니다.

이번엔 단풍나무, 자작나무, 산철쭉 등 17종의 나무 2750본을 심었습니다.

<녹취> 김동근(아시아녹화기구 상임대표) : "강원도 주민 수에다가 DMZ의 길이가 248km입니다. 그걸 나눈 숫잔데, 그래서 2750그루인데 그 뜻은 강원도 주민의 마음을 담아서 이 행사의 식목행사를 한다 그런 의미가 되겠습니다."

분단의 상징인 이곳 DMZ일대.

남과 북이 맞닿은 이 땅에 통일의 꿈이 심어졌는데요.

그런데, 이곳의 나무심기는 평화 통일에 대한 염원 뿐 아니라, 또 다른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전국의 도로 곳곳을 누비는 택시기사 분들도 나무 심기에 동참했는데요.

나무 심기는 물론 교통봉사대 회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기금까지 전달했습니다.

<인터뷰> 손삼호(‘사랑실은 교통봉사대’ 대장) : "북한 동포를 돕기 위한 준비를 해 왔어요. 전국 40개 지대에서 만원씩, 우선 적게 만 원씩을 모아보자..만 원씩 모은 돈이 480만 원 정도 돼요. 20만 원을 보태서 500만 원을 기탁했습니다."

북한의 헐벗은 산을 보고 남의 문제 같지 않았다고 합니다.

<인터뷰> 손삼호(‘사랑실은 교통봉사대’ 대장) : "나도 금강산을 갔다 왔거든요. 가서 보니까 나무들이 하나도 없고 그런 것이 상당히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빨리 어쨌든 통일이 돼서 나무도 많이 심어지고 북한의 어떤 경제적인 것이 우리와 같아져야 후유증이 없을 게 아닌가..."

이번 나무심기 행사도 나날이 심각해지는 북한의 산림 황폐화가 계기가 됐습니다.

황폐화된 산림은 홍수와 가뭄 피해를 키우고 생태계를 위협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나무심기 행사는 더욱 뜻깊은데요.

우리가 한 그루 한 그루 심는 이 나무가 북한의 황폐화된 산림을 복원하고 한반도의 생태계에 도움을 주는 작은 희망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무 심기를 마치고 찾은 평화전망대.

바로 눈앞에 비무장지대가 보이고, 북한 지역의 모습도 눈에 들어오는데요.

<인터뷰> 김복식(경기도 안산시) : "너무나 나무가 없어가지고 삭막하잖아요. 보니까 산소도 없을 것 같이 삭막하네요."

<인터뷰> 이설희(경상남도 창원시) : "할 수만 있다면 지금 휴전선 건너가서 우리 자력으로 한 5천그루 확 심어 주고 오고 싶어요."

북한의 산림 황폐화는 한반도 전체의 환경과 생태계에 큰 위협이 되는 만큼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인데요.

<인터뷰> 김동근(아시아녹화기구 상임대표) : "양묘사업 또 농자재 지원 등 북한의 나무 심기 북한의 한반도 녹화가 제대로 될 수 있도록 많은 일을 할 그런 계획에 있습니다."

오늘 심은 나무가 작은 씨앗이 되어, 분단의 땅 한반도가 평화의 숲, 희망의 땅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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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분단의 땅에 희망의 나무를
    • 입력 2016-04-16 09:19:31
    • 수정2016-04-16 10:25:17
    남북의 창
<앵커 멘트>

나무 심기 좋은 봄날.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 인근에서 아주 특별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실향민과 지역 주민, 택시 운전사들까지.

남녀노소, 각계각층이 나무를 심으며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숲 만들기에 나섰는데요.

나무 한 그루 한 그루 마다 소망을 가득 담은 현장으로 홍은지 리포터가 안내합니다.

<리포트>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와 맞닿아있는 민간인 출입 통제 구역.

평소 군의 허가를 받아야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인데요.

아침 일찍부터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녹취> 이의진 : "(아버님 뭐 하시는 거예요?) 나무 심으려고요. 이거 전지 쳐주고 준비하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 송윤철 : "철원 DMZ 나무심기 행사가 있어서 나무 정리하고 있습니다."

식목일에 즈음해 DMZ를 찾아 특별한 나무심기에 나선 사람들인데요.

본격적인 나무 심기에 앞서 저마다 가슴에 품은 간절한 소망을 한자 한자 정성스레 리본에 적습니다.

<인터뷰> 김미나(대전시 동구) : "하루빨리, 제가 한 살이라도 덜 먹었을 때 서둘러 통일이 돼서 우리 남북한 국민 전체 다 한 마음으로 한 가족으로 살아갔으면 하는 마음에..."

<녹취> "한반도를 푸르게! 푸르게! 푸르게!"

드디어 본격적으로 시작된 나무심기!

인근 학생들과 지역주민 등 5백여 명이 일제히 황량한 들판에 나무를 심는데요.

제 키만 한 삽을 든 어린이들도 서툴지만 정성껏 손을 보탭니다.

<인터뷰> 김현우(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 "힘들어요. (왜 힘들어요?) 나무를 너무 열심히 심어서...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서 통일이 빨리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요.(그런 마음으로 심었어요?) 네."

군인들도 두 팔 걷어붙이고 힘차게 땅을 파고 흙을 다지는데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뜻깊은 일에 힘을 더할 수 있다는 게 즐겁기만 합니다.

<인터뷰> 김미나(대전시 동구) : "(여자분이신데, 삽질하는 게 힘들지는 않으세요?) 아니요. 재미있습니다. 행복합니다. 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해요. 그리고 얘가 잘 자랄 것 같아서 행복해요."

고향을 코앞에 두고도 갈 수 없는 실향민들에겐 이번 행사가 더 특별하게 와 닿는데요.

<인터뷰> 김규세(‘미수복’ 철원군민회장) : "북한에서 내가 학교에 다녔기 때문에 소풍 가면 전차 타고 하루 거기 가서 내금강 갔다 오고 그랬어. 우리 미수복 (지역 출신) 군민들은 다 자기 고향 못 들어가서, 우리 철원군민도 민통선 북방에 있기 때문에 못 들어가는 사람이 많아서 애처롭고... "

전쟁으로 고향을 잃고 평생 이 곳을 떠나지 못하는 김규세 할아버지도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올리며 나무심기에 참여했습니다.

<인터뷰> 김규세(‘미수복’ 철원군민회장) : "우리가 고향을 내버리고 피난을 나왔지만, 식목을 하고 하니까 기분도 좋고 마음이 참 좋습니다. 빨리 통일이 돼서 우리가 남북이 하나가 돼서 우리가 같이 잘 살고 같이 지내면 더 좋은 세월이 되지 않겠나..."

나무심기 사업이 3년 째 계속되면서 황량하기만 했던 이곳도 조금씩 숲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습니다.

이번엔 단풍나무, 자작나무, 산철쭉 등 17종의 나무 2750본을 심었습니다.

<녹취> 김동근(아시아녹화기구 상임대표) : "강원도 주민 수에다가 DMZ의 길이가 248km입니다. 그걸 나눈 숫잔데, 그래서 2750그루인데 그 뜻은 강원도 주민의 마음을 담아서 이 행사의 식목행사를 한다 그런 의미가 되겠습니다."

분단의 상징인 이곳 DMZ일대.

남과 북이 맞닿은 이 땅에 통일의 꿈이 심어졌는데요.

그런데, 이곳의 나무심기는 평화 통일에 대한 염원 뿐 아니라, 또 다른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전국의 도로 곳곳을 누비는 택시기사 분들도 나무 심기에 동참했는데요.

나무 심기는 물론 교통봉사대 회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기금까지 전달했습니다.

<인터뷰> 손삼호(‘사랑실은 교통봉사대’ 대장) : "북한 동포를 돕기 위한 준비를 해 왔어요. 전국 40개 지대에서 만원씩, 우선 적게 만 원씩을 모아보자..만 원씩 모은 돈이 480만 원 정도 돼요. 20만 원을 보태서 500만 원을 기탁했습니다."

북한의 헐벗은 산을 보고 남의 문제 같지 않았다고 합니다.

<인터뷰> 손삼호(‘사랑실은 교통봉사대’ 대장) : "나도 금강산을 갔다 왔거든요. 가서 보니까 나무들이 하나도 없고 그런 것이 상당히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빨리 어쨌든 통일이 돼서 나무도 많이 심어지고 북한의 어떤 경제적인 것이 우리와 같아져야 후유증이 없을 게 아닌가..."

이번 나무심기 행사도 나날이 심각해지는 북한의 산림 황폐화가 계기가 됐습니다.

황폐화된 산림은 홍수와 가뭄 피해를 키우고 생태계를 위협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나무심기 행사는 더욱 뜻깊은데요.

우리가 한 그루 한 그루 심는 이 나무가 북한의 황폐화된 산림을 복원하고 한반도의 생태계에 도움을 주는 작은 희망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무 심기를 마치고 찾은 평화전망대.

바로 눈앞에 비무장지대가 보이고, 북한 지역의 모습도 눈에 들어오는데요.

<인터뷰> 김복식(경기도 안산시) : "너무나 나무가 없어가지고 삭막하잖아요. 보니까 산소도 없을 것 같이 삭막하네요."

<인터뷰> 이설희(경상남도 창원시) : "할 수만 있다면 지금 휴전선 건너가서 우리 자력으로 한 5천그루 확 심어 주고 오고 싶어요."

북한의 산림 황폐화는 한반도 전체의 환경과 생태계에 큰 위협이 되는 만큼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인데요.

<인터뷰> 김동근(아시아녹화기구 상임대표) : "양묘사업 또 농자재 지원 등 북한의 나무 심기 북한의 한반도 녹화가 제대로 될 수 있도록 많은 일을 할 그런 계획에 있습니다."

오늘 심은 나무가 작은 씨앗이 되어, 분단의 땅 한반도가 평화의 숲, 희망의 땅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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