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회사차…수입차 탈세 ‘여전’

입력 2016.04.18 (07:27) 수정 2016.04.18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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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1억 원이 넘는 수입차의 60% 이상은 회사 명의로 돼 있다고 하는데요.

명의만 회사로 해놓고 회사대표 가족이 집에서 쓰는 '무늬만 회사차'도 많습니다.

정부가 이런 탈세를 막겠다고 법을 개정했는데요,

과연 시장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김경진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길거리에서 수입차를 보는 건 이제 흔한 일입니다.

그런데 출근 시간이 한참 지난 대낮의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도 고가의 수입 차들이 주차돼 있습니다.

일상적인 출퇴근에 쓰질 않아서 그러는지 한 번 주차해 놓으면 주차위치도 잘 바뀌지 않습니다.

<인터뷰> 업계 관계자(음성변조) : "출퇴근 용도로 타는 차는 국산차 타는 분들이 많으시고, 근데 집 차는 다 수입차를 많이 타시죠."

이런 고가의 수입차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은 뜻밖에도 저녁 시간대 학원가입니다.

학원에서 늦게 수업이 끝나는 자녀들을 기다리는 차량 석 대중 한 대꼴로 수입차입니다.

이런 수입차를 타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인터뷰> 수입차 판매자(음성변조) : "의사분들 정말 (계약) 많이 하세요. 아내 분이 타는 분들도 많이 있으시고요."

취재진은 수입자동차협회 자료를 살펴보다가 특이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수입차 시장이 5~6천만 원 선의 개인구매와 1억 원 이상 고가의 회사 구매로 완전히 양분됐다는 점입니다.

가격이 4억 원대인 롤스로이스, 지난해 59대가 팔렸는데, 모두 회사차였습니다.

1억 원대인 이 수입 레저용 차량은 61%가 법인차로 등록돼 있습니다.

회사 명의로 리스를 하면 혜택이 엄청납니다.

자동차에 드는 모든 비용을 회사가 부담하고, 회사는 대신 법인세를 감면받습니다.

이렇게 덜 내는 세금은 연간 2조 5천억 원에 달합니다.

<녹취> 개인 사업자(음성변조) : "솔직히 사업하다 보면 회사 일이랑 개인 일이 잘 구분이 잘 안 되잖아요. 일단 회사차로 등록하고 급할 땐 개인 일로 쓸 수도 있는 거고."

이런 탈세를 막기 위해 정부는 지난 2월부터 법을 바꿨습니다.

연간 천만 원까지만 비과세 비용으로 인정하고 그 이상을 처리하려면 주행일지를 작성하게 한 겁니다.

법 개정 직후 확 줄었던 수입차 판매는 3월부턴 다시 회복세입니다.

<녹취> 수입차 판매자(음성변조) : "똑같다고 하더라고요. 한 번에 무언가를 바꿀 수가 없어요. 이미 해놓은 사람들 어떻게 하라고."

법을 피하는 방법까지 알려줍니다.

<녹취> "(운행 기록부는요?) 그냥 작성만 하시면 되죠."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규제안도 상당 부분 후퇴했습니다.

<인터뷰> 박지호(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간사) : "처음과 다르게 기업이나 특정 법인의 눈치 보기 식으로 끝나 버려서 사실상 시민에겐 실효성이 없는 반쪽짜리 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세무당국에도 사후검증기능만 있어서 이른바 무늬만 법인차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KBS 뉴스 김경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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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늬만 회사차…수입차 탈세 ‘여전’
    • 입력 2016-04-18 07:45:39
    • 수정2016-04-18 08:2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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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1억 원이 넘는 수입차의 60% 이상은 회사 명의로 돼 있다고 하는데요.

명의만 회사로 해놓고 회사대표 가족이 집에서 쓰는 '무늬만 회사차'도 많습니다.

정부가 이런 탈세를 막겠다고 법을 개정했는데요,

과연 시장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김경진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길거리에서 수입차를 보는 건 이제 흔한 일입니다.

그런데 출근 시간이 한참 지난 대낮의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도 고가의 수입 차들이 주차돼 있습니다.

일상적인 출퇴근에 쓰질 않아서 그러는지 한 번 주차해 놓으면 주차위치도 잘 바뀌지 않습니다.

<인터뷰> 업계 관계자(음성변조) : "출퇴근 용도로 타는 차는 국산차 타는 분들이 많으시고, 근데 집 차는 다 수입차를 많이 타시죠."

이런 고가의 수입차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은 뜻밖에도 저녁 시간대 학원가입니다.

학원에서 늦게 수업이 끝나는 자녀들을 기다리는 차량 석 대중 한 대꼴로 수입차입니다.

이런 수입차를 타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인터뷰> 수입차 판매자(음성변조) : "의사분들 정말 (계약) 많이 하세요. 아내 분이 타는 분들도 많이 있으시고요."

취재진은 수입자동차협회 자료를 살펴보다가 특이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수입차 시장이 5~6천만 원 선의 개인구매와 1억 원 이상 고가의 회사 구매로 완전히 양분됐다는 점입니다.

가격이 4억 원대인 롤스로이스, 지난해 59대가 팔렸는데, 모두 회사차였습니다.

1억 원대인 이 수입 레저용 차량은 61%가 법인차로 등록돼 있습니다.

회사 명의로 리스를 하면 혜택이 엄청납니다.

자동차에 드는 모든 비용을 회사가 부담하고, 회사는 대신 법인세를 감면받습니다.

이렇게 덜 내는 세금은 연간 2조 5천억 원에 달합니다.

<녹취> 개인 사업자(음성변조) : "솔직히 사업하다 보면 회사 일이랑 개인 일이 잘 구분이 잘 안 되잖아요. 일단 회사차로 등록하고 급할 땐 개인 일로 쓸 수도 있는 거고."

이런 탈세를 막기 위해 정부는 지난 2월부터 법을 바꿨습니다.

연간 천만 원까지만 비과세 비용으로 인정하고 그 이상을 처리하려면 주행일지를 작성하게 한 겁니다.

법 개정 직후 확 줄었던 수입차 판매는 3월부턴 다시 회복세입니다.

<녹취> 수입차 판매자(음성변조) : "똑같다고 하더라고요. 한 번에 무언가를 바꿀 수가 없어요. 이미 해놓은 사람들 어떻게 하라고."

법을 피하는 방법까지 알려줍니다.

<녹취> "(운행 기록부는요?) 그냥 작성만 하시면 되죠."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규제안도 상당 부분 후퇴했습니다.

<인터뷰> 박지호(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간사) : "처음과 다르게 기업이나 특정 법인의 눈치 보기 식으로 끝나 버려서 사실상 시민에겐 실효성이 없는 반쪽짜리 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세무당국에도 사후검증기능만 있어서 이른바 무늬만 법인차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KBS 뉴스 김경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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