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도, 내레이션도 없어요”…담백한 휴먼다큐 ‘버스’

입력 2016.04.18 (14:45) 수정 2016.04.18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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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버스의 하루 평균 승객은 약 1천700만 명을 헤아린다. 매일 국민 3명 중 1명이 버스를 타는 셈이다.

가장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인 버스는 그만큼 다양한 사연도 함께 싣고 달린다.

18일 오후 8시55분 방송되는 KBS 파일럿(시범제작) 다큐멘터리 '버스'는 버스에서 만난 사람을 집이든, 직장이든, 회식 장소든 따라가 이야기를 듣는 프로그램이다.

카메라가 쫓는 대상이 "어쩌다 마주친 그대"이기에 짜인 각본도, 정해진 인터뷰 내용도 없다.

이날 낮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 진행된 제작진 기자간담회에서 이 담백한 '버스'에 대한 다양한 궁금증을 풀어보았다.



◇ 왜 버스인가

이 프로그램 아이디어를 처음 구상한 이재혁 KBS 기획제작국 팀장은 평소 버스를 타고 출퇴근한다. 그날도 버스 내 라디오를 통해 전해지는 험악한 뉴스들을 듣던 이 팀장은 문득 버스 내부를 둘러보게 됐다.

"다들 누군가의 자식이고, 부모이며, 아이들이잖아요. 이들에게도 저마다 사연이 있을 텐데 우리가 이를 통해 조금만 주변 사람에게 관심을 두게 되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버스라는 공간을 통해서 주변을 새롭게 보게 되면, 이 험악한 세상이 좀 따뜻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요."

장장 4시간 동안 서울 강남과 강북을 관통하는 143번 버스가 '버스' 무대로 먼저 낙점됐다.

143번은 서울 시민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일 평균 4만 명) 버스 노선이다. 첫사랑 감성을 자극한 영화 '건축학 개론'에서 두 주인공이 함께 탔던 바로 그 버스이기도 하다.

두 번째로 선택된 버스는 부산 용당동과 하단을 오가는 143번이다. 이 버스는 서울을 제외하고 가장 이용객이 많은 버스다.

◇ 왜 각본·내레이션이 없을까

'버스'에는 짜인 각본이 없다. 핸디캠을 든 제작진이 버스에서 만난 초면의 사람에게 "지금 어디 가시느냐, 따로 가도 되느냐"고 물으면서 촬영이 시작된다.

길다영 PD는 "처음 만나는 상대가 어디를 가고, 무얼 하는지 전혀 배경 지식이 없는 상황에서 질문하고, 감을 잡는 일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여느 휴먼 다큐멘터리와는 달리 내레이션이 없는 것도 '버스' 특징이다.

'인간극장'에서 익히 본 것처럼 휴먼 다큐에서 내레이션은 정보를 전달하고 감성을 자극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버스'가 만나는 사람은 일반인이고, 사연도 날 것이기에 제작진은 최대한 '만들어진 감정'을 배제하는 길을 선택했다. 대신 버스에서 항상 나오는 라디오 오디오를 내레이션과 배경음악(BGM)으로 활용했다.

다만 젊은 시청층을 공략하는 2TV에 맞게 1TV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재치 넘치는 컴퓨터그래픽(CG) 효과를 화면에 입혔다.

◇ 소금 뿌리는 사람도 있었지만 "자기 이야기 들려주고 싶어하는 사람 많아"

리얼 드라마를 포착하기 위해 '버스' 제작진 고충도 적지 않았다.

편이성을 위해 작은 핸디캠을 든 탓에 많은 사람이 제작진에게 'KBS가 맞느냐'는 의혹의 눈초리부터 보냈다.

웃지 못할 일도 자주 일어났다. 카메라 촬영에 응한 남성을 따라갔으나 집에서 마주친 아내가 욕설과 함께 소금을 뿌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길 PD는 "그래도 몇 마디 하지 않았음에도 사람들이 후두둑 눈물을 흘리고,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툭 꺼내놓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면서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하는 사람이 예상보다 많다는 데 놀랐다"고 설명했다.

'버스'는 거리에서 마주친 일반인 사연을 담백하게 담아낸다는 점에서 같은 방송사의 '다큐3일'과 겹쳐 보이는 부분도 있다. '다큐3일'도 과거 '273번 버스의 3일'을 방송한 적이 있다.

이 팀장은 이에 대해 "'273번 버스의 3일'을 기획할 때 버스에서 내릴지 말지 격론이 일었는데 장소를 벗어나지 않는 '다큐3일' 포맷 특성상 정거장까지만 내렸다"면서 "'버스'는 상대를 계속 따라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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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4-18 14:45:46
    • 수정2016-04-18 14:46:23
    연합뉴스
국내 버스의 하루 평균 승객은 약 1천700만 명을 헤아린다. 매일 국민 3명 중 1명이 버스를 타는 셈이다.

가장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인 버스는 그만큼 다양한 사연도 함께 싣고 달린다.

18일 오후 8시55분 방송되는 KBS 파일럿(시범제작) 다큐멘터리 '버스'는 버스에서 만난 사람을 집이든, 직장이든, 회식 장소든 따라가 이야기를 듣는 프로그램이다.

카메라가 쫓는 대상이 "어쩌다 마주친 그대"이기에 짜인 각본도, 정해진 인터뷰 내용도 없다.

이날 낮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 진행된 제작진 기자간담회에서 이 담백한 '버스'에 대한 다양한 궁금증을 풀어보았다.



◇ 왜 버스인가

이 프로그램 아이디어를 처음 구상한 이재혁 KBS 기획제작국 팀장은 평소 버스를 타고 출퇴근한다. 그날도 버스 내 라디오를 통해 전해지는 험악한 뉴스들을 듣던 이 팀장은 문득 버스 내부를 둘러보게 됐다.

"다들 누군가의 자식이고, 부모이며, 아이들이잖아요. 이들에게도 저마다 사연이 있을 텐데 우리가 이를 통해 조금만 주변 사람에게 관심을 두게 되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버스라는 공간을 통해서 주변을 새롭게 보게 되면, 이 험악한 세상이 좀 따뜻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요."

장장 4시간 동안 서울 강남과 강북을 관통하는 143번 버스가 '버스' 무대로 먼저 낙점됐다.

143번은 서울 시민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일 평균 4만 명) 버스 노선이다. 첫사랑 감성을 자극한 영화 '건축학 개론'에서 두 주인공이 함께 탔던 바로 그 버스이기도 하다.

두 번째로 선택된 버스는 부산 용당동과 하단을 오가는 143번이다. 이 버스는 서울을 제외하고 가장 이용객이 많은 버스다.

◇ 왜 각본·내레이션이 없을까

'버스'에는 짜인 각본이 없다. 핸디캠을 든 제작진이 버스에서 만난 초면의 사람에게 "지금 어디 가시느냐, 따로 가도 되느냐"고 물으면서 촬영이 시작된다.

길다영 PD는 "처음 만나는 상대가 어디를 가고, 무얼 하는지 전혀 배경 지식이 없는 상황에서 질문하고, 감을 잡는 일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여느 휴먼 다큐멘터리와는 달리 내레이션이 없는 것도 '버스' 특징이다.

'인간극장'에서 익히 본 것처럼 휴먼 다큐에서 내레이션은 정보를 전달하고 감성을 자극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버스'가 만나는 사람은 일반인이고, 사연도 날 것이기에 제작진은 최대한 '만들어진 감정'을 배제하는 길을 선택했다. 대신 버스에서 항상 나오는 라디오 오디오를 내레이션과 배경음악(BGM)으로 활용했다.

다만 젊은 시청층을 공략하는 2TV에 맞게 1TV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재치 넘치는 컴퓨터그래픽(CG) 효과를 화면에 입혔다.

◇ 소금 뿌리는 사람도 있었지만 "자기 이야기 들려주고 싶어하는 사람 많아"

리얼 드라마를 포착하기 위해 '버스' 제작진 고충도 적지 않았다.

편이성을 위해 작은 핸디캠을 든 탓에 많은 사람이 제작진에게 'KBS가 맞느냐'는 의혹의 눈초리부터 보냈다.

웃지 못할 일도 자주 일어났다. 카메라 촬영에 응한 남성을 따라갔으나 집에서 마주친 아내가 욕설과 함께 소금을 뿌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길 PD는 "그래도 몇 마디 하지 않았음에도 사람들이 후두둑 눈물을 흘리고,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툭 꺼내놓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면서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하는 사람이 예상보다 많다는 데 놀랐다"고 설명했다.

'버스'는 거리에서 마주친 일반인 사연을 담백하게 담아낸다는 점에서 같은 방송사의 '다큐3일'과 겹쳐 보이는 부분도 있다. '다큐3일'도 과거 '273번 버스의 3일'을 방송한 적이 있다.

이 팀장은 이에 대해 "'273번 버스의 3일'을 기획할 때 버스에서 내릴지 말지 격론이 일었는데 장소를 벗어나지 않는 '다큐3일' 포맷 특성상 정거장까지만 내렸다"면서 "'버스'는 상대를 계속 따라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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