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자유 북한’ 향한 탈북 여성들의 외침

입력 2016.04.30 (08:20) 수정 2016.04.30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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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탈북민들의 절대 다수는 여성인데요.

북한에선 물론이고 탈북 과정에서까지 여성이란 이유로 더 심각한 인권 유린에 시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네, 자식을 빼앗기다시피 해도 다시 못 보는 경우도 있고요.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끔찍한 일을 당하기도 합니다.

마침 이번 주 서울에서 열린 북한 자유주간 행사에서 이런 탈북 여성들의 인권 문제가 집중 조명됐다고 하죠?

네, 자유 북한을 위한 탈북 여성들의 외침, 그 현장으로 홍은지 리포터가 안내합니다.

<리포트>

경기도 군포의 한 가정집.

보글보글 구수한 된장찌개가 끓어가고 다섯 살 어린 아들을 안은 아버지가 아내의 밥상을 기다립니다.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입니다.

<인터뷰> "(엄마가 한 고기반찬이 맛있어? 아빠가 한 계란이 맛있어?) 엄마가 한 고기반찬! (와, 아들 짱!)"

식사를 준비한 정아 씨가 한국에 들어온 지도 벌써 7년이 됐는데요.

지금은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지만 한편에는 가슴이 미어지는 아픈 사연을 품고 삽니다.

중국에 남겨둔 채 아직 데려오지 못한 딸 때문입니다.

지금은 9살이 된 딸.

임신 상태로 탈북해 중국에서 낳았지만, 중국인 전 남편이 친권자라고 주장하며 아이를 내주지 않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 김정아 (탈북민) : "(중국) 호적에 있는 아이다 보니까 이건 철저히 그 사람(중국인 전 남편)에게 모든 권한이 다 가있는 거예요. 그런 상황에서 그 애를 지금도 못 찾고 있어요."

여러 차례 연락해 설득도 해봤지만 끝내 수포로 돌아간 7년의 세월, 정아 씨는 이제 세상을 향한 외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정아(탈북민) : "누군가가 먼저 이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절대로탈북 여성의 인권 문제 해결은 한계점에 다다르게 될 것을 알게 된 거예요."

현재 탈북민의 70% 정도가 여성인데요.

이들은 중국 등 제3국을 거쳐 한국으로 오는 과정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또 다른 아픔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성으로서, 또 엄마로서 겪고 있는 아픔을 세상을 향해 얘기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정아 씨가 비슷한 처지의 탈북 여성들과 함께 용기를 내 사람들 앞에 섰습니다.

<인터뷰> 김정아(탈북민/2006년 탈북) : "자식을 잃은 나쁜 엄마지만 내 자식 하나를 품에 안아 보고 싶고, 목소리 한번 듣고 싶어서 세상의 조롱을 뒤로 하고 이 자리에 선 저희들을 도와주십시오."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건 탈북 길에 올랐지만, 제3국에서 사정이 생겨 미처 아이들을 데려오지 못한 여성들인데요.

<인터뷰> 이은희(가명/탈북민) : "찾을 수만 있다면 또 찾지 않더라도 애 목소리 한 번만 들을 수 있다면 저는 소원이 없겠습니다."

인신매매와 폭행 등 생지옥 같은 인권 유린 실태에 대한 생생한 증언도 이어졌습니다.

<인터뷰> 성미경(가명/탈북민) : "18살에 팔려가서, 나이 차이도 많이 나는 데 팔려가서 살면서, 말도 모르지만 임신 된 것도 19살에 애를 낳았는데 애가 3살 때 (제가) 도망가다 잡혀서 네 사람한테 죽도록 얻어맞고."

오랜 시간 북한 인권 운동을 펼쳐온 미국의 수잔 숄티 대표도 이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행동을 촉구했습니다.

<인터뷰> 수잔 숄티(북한자유연합 대표) : "여러분이 용기를 내 목소리를 높여주신 덕분에 더 많은 분들이 이런 얘기를 할 것이고, 이것은 여러분이 아이들과 만나기 위해 내딛는 또 다른 한걸음이 될 것입니다."

이처럼 탈북민들은 여전히 마음에 응어리진 아픔이 많습니다.

나아가 북녘 땅 주민들은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적인 인권도 보장받지 못한 채 이보다 더한 고통을 받고 있는데요.

매년 4월 마지막 주, 이러한 북한 인권 실태를 개선하라고 한 목소리로 외치는 현장이 있습니다.

피켓을 든 여성들이 서울 도심 한 복판에 모였습니다.

‘북한자유주간’ 행사의 일환으로 이번엔 북한군 출신의 탈북 여성들이 나선 건데요.

이곳에서도 여군들에 대한 일상적인 성폭행 등 끔찍한 인권 유린 실태에 대한 폭로가 이어졌습니다.

<녹취> 채수향(가명/북한 간호군인 출신 탈북민) : "나중에 임신까지 하게 됐는데, (성폭행 당한) 간호장이 그걸 밝히려고 당 조직에 제기를 했더니, 정치지도원이 그걸 인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녹취> 채설향(가명/북한 해군 출신 탈북민) : 여군들에 대한 성폭행은 일상생활 속에 보편적인 일로, 있을 수 있는 일로 많이 생각을 하고 저희는 그게 성폭행이라는 것 자체를 모르고 살았던 겁니다.

2004년 미국에서 첫 발을 뗀 뒤 2010년부터는 매년 4월말 서울과 워싱턴을 오가며 열리고 있는 ‘북한자유주간’ 행사.

특히 올해는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진행돼 더 주목을 받았는데요.

탈북 어머니와 여군 등 여성 인권 문제는 물론 강제노동과 정치범 수용소 등 각종 주제가 다뤄졌습니다.

<인터뷰> 정희숙(서울시 동작구) : "21세기에 전 세계적으로 인권 보호를 아무리 외쳐 대지만 저렇게 실상이 있는 한 더 많이 외쳐야 하고, 더 많이 대외적으로 알려졌으면 좋겠고."

<인터뷰> 박성은(서울시 강남구) : "이런 여성들의 문제나 그런 정말 내 이웃의 이야기일 수 있는 이런 분들의 이야기를 젊은 사람들부터 조금씩 귀를 기울일 수 있는 그런 기회가 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10년 넘게 행사를 이끌어온 숄티 대표 역시 북한의 인권이 회복되는 그날까지 자유를 향한 외침은 계속될 거라고 강조합니다.

<인터뷰> 수잔 숄티(북한자유연합 대표) : "북한자유주간의 궁극적 목표는 평양에서 북한자유주간을 여는 것입니다. 우리는 북한 사람들이 자유와 인권, 존엄성을 존중받기를 바랍니다. 북한자유주간의 궁극적 목표는 북한이 자유로워지는 평화통일을 가져오는 것입니다."

북녘 땅, 그리고 탈북 과정의 동포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게 인권을 보호하는 일은 우리가 추구하는 통일의 중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이들의 현실에 관심을 가질수록 통일의 길도 앞당겨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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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자유 북한’ 향한 탈북 여성들의 외침
    • 입력 2016-04-30 08:50:27
    • 수정2016-04-30 09:3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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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탈북민들의 절대 다수는 여성인데요.

북한에선 물론이고 탈북 과정에서까지 여성이란 이유로 더 심각한 인권 유린에 시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네, 자식을 빼앗기다시피 해도 다시 못 보는 경우도 있고요.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끔찍한 일을 당하기도 합니다.

마침 이번 주 서울에서 열린 북한 자유주간 행사에서 이런 탈북 여성들의 인권 문제가 집중 조명됐다고 하죠?

네, 자유 북한을 위한 탈북 여성들의 외침, 그 현장으로 홍은지 리포터가 안내합니다.

<리포트>

경기도 군포의 한 가정집.

보글보글 구수한 된장찌개가 끓어가고 다섯 살 어린 아들을 안은 아버지가 아내의 밥상을 기다립니다.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입니다.

<인터뷰> "(엄마가 한 고기반찬이 맛있어? 아빠가 한 계란이 맛있어?) 엄마가 한 고기반찬! (와, 아들 짱!)"

식사를 준비한 정아 씨가 한국에 들어온 지도 벌써 7년이 됐는데요.

지금은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지만 한편에는 가슴이 미어지는 아픈 사연을 품고 삽니다.

중국에 남겨둔 채 아직 데려오지 못한 딸 때문입니다.

지금은 9살이 된 딸.

임신 상태로 탈북해 중국에서 낳았지만, 중국인 전 남편이 친권자라고 주장하며 아이를 내주지 않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 김정아 (탈북민) : "(중국) 호적에 있는 아이다 보니까 이건 철저히 그 사람(중국인 전 남편)에게 모든 권한이 다 가있는 거예요. 그런 상황에서 그 애를 지금도 못 찾고 있어요."

여러 차례 연락해 설득도 해봤지만 끝내 수포로 돌아간 7년의 세월, 정아 씨는 이제 세상을 향한 외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정아(탈북민) : "누군가가 먼저 이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절대로탈북 여성의 인권 문제 해결은 한계점에 다다르게 될 것을 알게 된 거예요."

현재 탈북민의 70% 정도가 여성인데요.

이들은 중국 등 제3국을 거쳐 한국으로 오는 과정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또 다른 아픔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성으로서, 또 엄마로서 겪고 있는 아픔을 세상을 향해 얘기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정아 씨가 비슷한 처지의 탈북 여성들과 함께 용기를 내 사람들 앞에 섰습니다.

<인터뷰> 김정아(탈북민/2006년 탈북) : "자식을 잃은 나쁜 엄마지만 내 자식 하나를 품에 안아 보고 싶고, 목소리 한번 듣고 싶어서 세상의 조롱을 뒤로 하고 이 자리에 선 저희들을 도와주십시오."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건 탈북 길에 올랐지만, 제3국에서 사정이 생겨 미처 아이들을 데려오지 못한 여성들인데요.

<인터뷰> 이은희(가명/탈북민) : "찾을 수만 있다면 또 찾지 않더라도 애 목소리 한 번만 들을 수 있다면 저는 소원이 없겠습니다."

인신매매와 폭행 등 생지옥 같은 인권 유린 실태에 대한 생생한 증언도 이어졌습니다.

<인터뷰> 성미경(가명/탈북민) : "18살에 팔려가서, 나이 차이도 많이 나는 데 팔려가서 살면서, 말도 모르지만 임신 된 것도 19살에 애를 낳았는데 애가 3살 때 (제가) 도망가다 잡혀서 네 사람한테 죽도록 얻어맞고."

오랜 시간 북한 인권 운동을 펼쳐온 미국의 수잔 숄티 대표도 이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행동을 촉구했습니다.

<인터뷰> 수잔 숄티(북한자유연합 대표) : "여러분이 용기를 내 목소리를 높여주신 덕분에 더 많은 분들이 이런 얘기를 할 것이고, 이것은 여러분이 아이들과 만나기 위해 내딛는 또 다른 한걸음이 될 것입니다."

이처럼 탈북민들은 여전히 마음에 응어리진 아픔이 많습니다.

나아가 북녘 땅 주민들은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적인 인권도 보장받지 못한 채 이보다 더한 고통을 받고 있는데요.

매년 4월 마지막 주, 이러한 북한 인권 실태를 개선하라고 한 목소리로 외치는 현장이 있습니다.

피켓을 든 여성들이 서울 도심 한 복판에 모였습니다.

‘북한자유주간’ 행사의 일환으로 이번엔 북한군 출신의 탈북 여성들이 나선 건데요.

이곳에서도 여군들에 대한 일상적인 성폭행 등 끔찍한 인권 유린 실태에 대한 폭로가 이어졌습니다.

<녹취> 채수향(가명/북한 간호군인 출신 탈북민) : "나중에 임신까지 하게 됐는데, (성폭행 당한) 간호장이 그걸 밝히려고 당 조직에 제기를 했더니, 정치지도원이 그걸 인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녹취> 채설향(가명/북한 해군 출신 탈북민) : 여군들에 대한 성폭행은 일상생활 속에 보편적인 일로, 있을 수 있는 일로 많이 생각을 하고 저희는 그게 성폭행이라는 것 자체를 모르고 살았던 겁니다.

2004년 미국에서 첫 발을 뗀 뒤 2010년부터는 매년 4월말 서울과 워싱턴을 오가며 열리고 있는 ‘북한자유주간’ 행사.

특히 올해는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진행돼 더 주목을 받았는데요.

탈북 어머니와 여군 등 여성 인권 문제는 물론 강제노동과 정치범 수용소 등 각종 주제가 다뤄졌습니다.

<인터뷰> 정희숙(서울시 동작구) : "21세기에 전 세계적으로 인권 보호를 아무리 외쳐 대지만 저렇게 실상이 있는 한 더 많이 외쳐야 하고, 더 많이 대외적으로 알려졌으면 좋겠고."

<인터뷰> 박성은(서울시 강남구) : "이런 여성들의 문제나 그런 정말 내 이웃의 이야기일 수 있는 이런 분들의 이야기를 젊은 사람들부터 조금씩 귀를 기울일 수 있는 그런 기회가 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10년 넘게 행사를 이끌어온 숄티 대표 역시 북한의 인권이 회복되는 그날까지 자유를 향한 외침은 계속될 거라고 강조합니다.

<인터뷰> 수잔 숄티(북한자유연합 대표) : "북한자유주간의 궁극적 목표는 평양에서 북한자유주간을 여는 것입니다. 우리는 북한 사람들이 자유와 인권, 존엄성을 존중받기를 바랍니다. 북한자유주간의 궁극적 목표는 북한이 자유로워지는 평화통일을 가져오는 것입니다."

북녘 땅, 그리고 탈북 과정의 동포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게 인권을 보호하는 일은 우리가 추구하는 통일의 중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이들의 현실에 관심을 가질수록 통일의 길도 앞당겨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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