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몰락하는 브라질…올림픽 기대감 ‘실종’

입력 2016.04.30 (21:41) 수정 2016.04.30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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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브라질 리우 올림픽이 이제 개막까지 채 백일도 남지 않았는데요, 브라질 정국이 혼란을 거듭하면서, 남미 대륙에서 사상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올림픽이 과연 제대로 치러질 수 있겠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보도본부 국제부 연결해서 이 소식 상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최성원 기자.

<기자 멘트>

네, 국제부 브리핑룸입니다.

개최국 브라질이 정말 어수선합니다.

대통령 탄핵 절차가 진행되고 있고, 최악의 경제난에 지카 바이러스 등 갖가지 문제가 겹치면서 올림픽 준비까지 차질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브라질에서 박영관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리우데자네이루 서쪽 바하 다 치주카에 들어선 올림픽 타운입니다.

공사가 끝난 경기장에서는 종목별로 테스트 경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80%밖에 짓지 못한 사이클 벨로드롬 등 일부 종목은 테스트 경기 없이 올림픽을 치러야 할 상황입니다.

리우 시는 올림픽 100일 전에 이만큼 공사가 진행된 것도 대단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심각한 재정 적자로 인해 제때 공사비도 지급하지 못할 만큼 상황이 어려웠다는 겁니다.

<녹취> 파에스(리우데자네이루 시장) : "우리가 모두 책임감을 가지고 일해온 결과입니다. 남들은 어렵다고 했지만 올림픽 100일 전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경기장으로 접근하는 도로와 지하철은 아직도 공사 중입니다.

평소에도 차량 정체가 극심해 올림픽 전까지 완공되지 않을 경우 교통대란이 불가피합니다.

<녹취> 페드로(리우 시민) : "바하 지역까지 15km 거리인데 평소에도 차로 2시간 걸려요. 공사가 잘 끝나도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 거에요."

안전도 문제입니다.

리우 시에서는 평소에도 `파벨라`로 불리는 빈민촌을 둘러싸고 범죄조직과 경찰의 총격전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경제난이 심각해지면서 도심 거리에서 발생하는 범죄도 증가하고 있고, 올림픽 기간에는 많은 관광객이 표적이 될 수 있습니다.

<인터뷰> 리우 시민 : "더는 견딜 수 없어요. 곳곳에 범죄 조직원이 돌아다니고 매일 강력사건이 발생해요. 리우 경찰은 대체 뭘 하는 겁니까"

브라질 언론에서는 호세프 대통령 탄핵 관련 소식이 연일 보도되고 있습니다.

올림픽에 손님을 초대하고 대통령 없는 행사를 치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호드리게스(리우 시민) : "올림픽을 개최한다는 건 국가적으로 좋은 일이죠. 그런데 지금처럼 엉망인 상태가 아니라 나라 형편이 좋을 때 얘기에요."

심각한 정치 혼란과 경제 위기, 여기에 지카 바이러스 문제까지 얽히면서 브라질에서는 올림픽 열기,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이 실종된 상태입니다.

브라질 리우에서 박영관이었습니다.

<기자 멘트>

브라질이 이렇게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호세프 현 대통령과 호세프의 정치적 스승이자 브라질의 첫 노동자 출신 대통령이었던 '영웅' 룰라의 몰락과 관련이 있습니다.

여기 이 사진을 보시죠.

지난 13일 수백만 명이 참가한 반정부 시위 때 등장한 풍선인데요.

호세프 대통령은 'IMPEACHMENT', 즉, '탄핵'이라고 적힌 띠를 둘렀고, 룰라 전 대통령은 죄수복을 입고 있습니다.

죄수번호가 13-171인데요, 13은 노동자당 투표번호를 의미하고 171은 금품갈취죄의 조항번호인데 '신뢰할 수 없는 자'를 뜻하는 브라질 속어입니다.

남미 좌파의 대부이자 퇴임할 때 지지율이 83%에 이르는 인기를 구사한 룰라, 800만 달러, 약 90억 원대의 뇌물 스캔들에 휘말려 추락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 : "수사당국은 저를 범죄자로 가정하고 요란을 떨면서 오만하게 쇼를 하고 있습니다. 저의 변호사가 전혀 몰랐던 사실을 언론은 이미 다 알고 있었습니다."

호세프 대통령은 노동자당 정권의 가장 큰 치적인 '가족기금' 재원을 의회 승인 없이 은행으로부터 270억 달러, 약 30조 원대의 자금을 대출받아 충당한 것이 드러났습니다.

두 전·현직 대통령이 휘말린 부패 스캔들은 이 페트로브라스라는 국영 에너지회사에서 일어났습니다.

이 회사는 브라질 경제의 심장으로 불리며 브라질 국내총생산, GDP의 13%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위치 점유하고 있습니다.

호세프 대통령은 룰라 전 대통령 집권시기에 이 페트로브라스의 이사회 의장을 지냈고 이후 에너지 장관도 역임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2014년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페트로브라스 임원들의 뇌물 스캔들이 터졌고 룰라가 연루된 것으로 수사당국은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카를로스(브라질 연방검사) : "룰라 전 대통령과 그의 가족들이 정부 안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부당한 이득을 얻었는지 증거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호세프 대통령이 룰라의 구속수사를 막기 위해 지난달 룰라를 수석장관직에 임명하는 악수를 둔 것입니다.

분노한 여론에 자신감을 얻은 하원은 대통령 탄핵 찬반 투표를 진행해 탄핵안을 통과시켰고, 상원에서도 탄핵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탄핵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브라질 정치권이 혼란에 휩싸이면서 브라질 경제는 끝을 알 수 없는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2년 전부터 GDP 성장률이 추락하기 시작하더니 지난해 마이너스 3%를 기록했고, 올해는 마이너스 4%대가 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업률은 올해 10.2%까지 치솟았습니다.

지금까지 국제부 뉴스브리핑룸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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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핫이슈] 몰락하는 브라질…올림픽 기대감 ‘실종’
    • 입력 2016-04-30 21:53:55
    • 수정2016-04-30 23:07:07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멘트>

브라질 리우 올림픽이 이제 개막까지 채 백일도 남지 않았는데요, 브라질 정국이 혼란을 거듭하면서, 남미 대륙에서 사상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올림픽이 과연 제대로 치러질 수 있겠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보도본부 국제부 연결해서 이 소식 상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최성원 기자.

<기자 멘트>

네, 국제부 브리핑룸입니다.

개최국 브라질이 정말 어수선합니다.

대통령 탄핵 절차가 진행되고 있고, 최악의 경제난에 지카 바이러스 등 갖가지 문제가 겹치면서 올림픽 준비까지 차질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브라질에서 박영관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리우데자네이루 서쪽 바하 다 치주카에 들어선 올림픽 타운입니다.

공사가 끝난 경기장에서는 종목별로 테스트 경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80%밖에 짓지 못한 사이클 벨로드롬 등 일부 종목은 테스트 경기 없이 올림픽을 치러야 할 상황입니다.

리우 시는 올림픽 100일 전에 이만큼 공사가 진행된 것도 대단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심각한 재정 적자로 인해 제때 공사비도 지급하지 못할 만큼 상황이 어려웠다는 겁니다.

<녹취> 파에스(리우데자네이루 시장) : "우리가 모두 책임감을 가지고 일해온 결과입니다. 남들은 어렵다고 했지만 올림픽 100일 전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경기장으로 접근하는 도로와 지하철은 아직도 공사 중입니다.

평소에도 차량 정체가 극심해 올림픽 전까지 완공되지 않을 경우 교통대란이 불가피합니다.

<녹취> 페드로(리우 시민) : "바하 지역까지 15km 거리인데 평소에도 차로 2시간 걸려요. 공사가 잘 끝나도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 거에요."

안전도 문제입니다.

리우 시에서는 평소에도 `파벨라`로 불리는 빈민촌을 둘러싸고 범죄조직과 경찰의 총격전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경제난이 심각해지면서 도심 거리에서 발생하는 범죄도 증가하고 있고, 올림픽 기간에는 많은 관광객이 표적이 될 수 있습니다.

<인터뷰> 리우 시민 : "더는 견딜 수 없어요. 곳곳에 범죄 조직원이 돌아다니고 매일 강력사건이 발생해요. 리우 경찰은 대체 뭘 하는 겁니까"

브라질 언론에서는 호세프 대통령 탄핵 관련 소식이 연일 보도되고 있습니다.

올림픽에 손님을 초대하고 대통령 없는 행사를 치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호드리게스(리우 시민) : "올림픽을 개최한다는 건 국가적으로 좋은 일이죠. 그런데 지금처럼 엉망인 상태가 아니라 나라 형편이 좋을 때 얘기에요."

심각한 정치 혼란과 경제 위기, 여기에 지카 바이러스 문제까지 얽히면서 브라질에서는 올림픽 열기,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이 실종된 상태입니다.

브라질 리우에서 박영관이었습니다.

<기자 멘트>

브라질이 이렇게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호세프 현 대통령과 호세프의 정치적 스승이자 브라질의 첫 노동자 출신 대통령이었던 '영웅' 룰라의 몰락과 관련이 있습니다.

여기 이 사진을 보시죠.

지난 13일 수백만 명이 참가한 반정부 시위 때 등장한 풍선인데요.

호세프 대통령은 'IMPEACHMENT', 즉, '탄핵'이라고 적힌 띠를 둘렀고, 룰라 전 대통령은 죄수복을 입고 있습니다.

죄수번호가 13-171인데요, 13은 노동자당 투표번호를 의미하고 171은 금품갈취죄의 조항번호인데 '신뢰할 수 없는 자'를 뜻하는 브라질 속어입니다.

남미 좌파의 대부이자 퇴임할 때 지지율이 83%에 이르는 인기를 구사한 룰라, 800만 달러, 약 90억 원대의 뇌물 스캔들에 휘말려 추락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 : "수사당국은 저를 범죄자로 가정하고 요란을 떨면서 오만하게 쇼를 하고 있습니다. 저의 변호사가 전혀 몰랐던 사실을 언론은 이미 다 알고 있었습니다."

호세프 대통령은 노동자당 정권의 가장 큰 치적인 '가족기금' 재원을 의회 승인 없이 은행으로부터 270억 달러, 약 30조 원대의 자금을 대출받아 충당한 것이 드러났습니다.

두 전·현직 대통령이 휘말린 부패 스캔들은 이 페트로브라스라는 국영 에너지회사에서 일어났습니다.

이 회사는 브라질 경제의 심장으로 불리며 브라질 국내총생산, GDP의 13%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위치 점유하고 있습니다.

호세프 대통령은 룰라 전 대통령 집권시기에 이 페트로브라스의 이사회 의장을 지냈고 이후 에너지 장관도 역임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2014년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페트로브라스 임원들의 뇌물 스캔들이 터졌고 룰라가 연루된 것으로 수사당국은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카를로스(브라질 연방검사) : "룰라 전 대통령과 그의 가족들이 정부 안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부당한 이득을 얻었는지 증거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호세프 대통령이 룰라의 구속수사를 막기 위해 지난달 룰라를 수석장관직에 임명하는 악수를 둔 것입니다.

분노한 여론에 자신감을 얻은 하원은 대통령 탄핵 찬반 투표를 진행해 탄핵안을 통과시켰고, 상원에서도 탄핵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탄핵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브라질 정치권이 혼란에 휩싸이면서 브라질 경제는 끝을 알 수 없는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2년 전부터 GDP 성장률이 추락하기 시작하더니 지난해 마이너스 3%를 기록했고, 올해는 마이너스 4%대가 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업률은 올해 10.2%까지 치솟았습니다.

지금까지 국제부 뉴스브리핑룸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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