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스페셜] 원전 사고 30년…지금 체르노빌은?
입력 2016.04.30 (22:11)
수정 2016.05.0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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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기억하십니까?
30년 전인 1986년 4월 26일, 원전 직원이 전력통제 시스템을 시험하다 원자로가 폭발하는 바람에, 방사성 물질 10톤 이상이 대기 중으로 방출됐습니다.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졌을 때보다 400배나 큰 핵 오염 수준이었습니다.
이 사고로, 10만 명에서 100만 명 가까이 숨지고, 33만 명이 피난길에 올랐죠.
방사능 피해 복구에는 수백 년이 걸린다는 게 상식인데요.
30년이 지난 지금 체르노빌 사고 현장은 어떤 모습일까요?
하준수 특파원이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북쪽으로 180km.
한적한 도로를 2시간 정도 달리면 검문소가 나타납니다.
여기서 체르노빌 원전까지는 30km, 여기서부터는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됩니다.
출입을 희망하는 사람은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반드시 안내인과 동행해야 합니다.
출입자에게는 금지 구역 내에서 지켜야 할 지시 사항이 고지됩니다.
준수 사항과 금지 사항 등 10여 가지가 넘습니다.
방사선 계측기의 수치는 0.12 ㎲ v/h, 일상 생활에서도 검출되는 수준입니다.
그러나 원전 근처로 가까이 가자 계측기 수치가 서서히 올라갑니다.
사고 당시 체르노빌에는 1, 2, 3, 4 호기 등 4개 원전이 가동 중이었고 5, 6호기가 건설 중이었으나, 사고 후 추가 건설은 중단됐습니다.
사고가 났던 원전 4호기입니다.
이 근처에선 계측기 수치가 5.79 ㎲ v/h 을 넘어, 일상 수준의 10배가 훌쩍 넘습니다.
사고 직후 응급처치로 씌웠던 콘크리트 방호벽에는 금이 가 붕괴 위험이 커졌습니다.
내부에는 4호기 원자로에 쓰였던 방사능 물질의 95%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바로 옆자리에 높이 109m, 너비 260m, 무게 3만 톤의 스테인리스 강철로 만든 새로운 철제 방호벽을 건설 중입니다.
<녹취> 브리탄(공사 현장 감독) : "방호벽의 목적은 기존 방호벽 안에 있는 방사능 물질로부터 환경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등 40여 개 나라에서 40억 달러를 지원해 만드는데, 앞으로 100년 동안 방사능 물질 유출을 차단할 수 있습니다.
<녹취> 쉐크스텔로(체르노빌 원전 직원) : "새 방호벽의 수명 기한 내에 4호기 원자로 안에 있는 방사능 물질을 제거할 것입니다."
4호기와 구조가 같은 2호기 원전의 제어실을 찾아가 봤습니다.
수천 개의 버튼이 가득 찬 제어실에는 여전히 기술자들이 근무 중입니다.
사고 후에도 2000년까지 전력을 생산하다 지금은 2,600명의 기술자가 남아 원전 시설을 철거해 자연 상태로 되돌리는 '폐로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처리가 힘든 것은'사용 후 핵연료'인데, 사람이 1m 거리에 17초만 있어도 한 달 안에 사망할 수 있는 치명적인 물질이기 때문입니다.
<녹취> 쉐크스텔로(체르노빌 원전 직원) : "현재 1, 2, 3호기 원전의 사용 후 핵연료를 모두 수거해서 단지 내에 있는 전용 저장소에 옮겨 놓았습니다."
현재 체르노빌 원전 지역은 2개 구역으로 나뉘어, 반경 10km 지역은 우크라이나의 핵물질을 취급하는 특별산업 지역으로 지정됐고, 반경 30km 지역은 생태계 보호구역으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원전 내 출입자들의 안전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말합니다.
<녹취> 그라모트킨(체르노빌 원전 총책임자) : "오늘날 시간 제한 없이 이 지역에 머물 수 있을 정도로 오염 수준은 낮아졌습니다. 몇 가지 유의사항만 지키면 인간 활동의 대부분을 할 수 있습니다."
원전에서 불과 2km 떨어진 쁘리삐얏트.
사고 당시 체르노빌은 유럽 최대의 원전이었습니다.
이곳 쁘리삐얏트는 5만여 명의 체르노빌 원전 근로자를 위해서 건설된 최첨단 계획도시였습니다.
그러나 폭발 사고가 한순간에 모든 것을 바꿔 놓았습니다.
<녹취> 타타르추크(안내인) : "도시는 심각하게 오염됐고, 사고 이튿날인 4월 27일 모든 주민이 대피했습니다."
꿈의 보금자리는 이제 유령도시로 변해 버렸습니다.
그때 그 장소에서 찍힌, 30년 전의 사진들만이 당시의 풍요로움을 애잔하게 말해줄 뿐입니다.
<녹취> 히로(오사카 관광객) : "일본도 후쿠시마 참사를 겪었습니다. 여기 체르노빌의 비극을 보면서 교훈을 배워가고 싶었습니다."
쁘리삐얏트 주민 중 4만 4천여 명은 수도 키예프 동쪽에 있는 발자크로 이주해왔습니다.
65살 트리셰바씨도 그 중 한 명입니다.
<녹취> 트리셰바(쁘리삐얏트 이주민) : "심장도 안 좋고, 귀가 아주 안 좋아요. 다리도 아프고. 무엇보다 머리가 아파요."
그녀의 남편은 18년 전 심장병으로 숨졌고, 딸은 현재 갑상선 질환을 앓고 있습니다.
그동안 쁘리삐얏트 이주민의 40% 정도가 암과 혈액병 등으로 숨졌지만 의료 지원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녹취> 고르반(쁘리삐얏트 이주민) : "MRI 같은 의료검사나 병원치료는 무료가 아닙니다. 비용은 턱없이 비싸고요. 누구도 우리에게 보상을 안 해줍니다."
원전에서 북쪽으로 13km 떨어진 이웃 나라 벨라루스도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웃 나라 벨라루스는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인해 전 국토의 25%, 1/4이 방사능에 오염됐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오염이 심한 곳이 이곳 뽈례스키 공원 지역입니다.
이 지역은 특히 암을 유발하는 세슘의 농도가 다른 지역보다 20배 이상 높아 당시 2만여 명이 피난길에 올랐습니다.
폐허가 돼 방치된 집들 사이로 말 사육장이 눈에 띕니다.
<녹취> 크라프쳰코(뽈례스키 공원 관리자) : "여기서 말을 키우는 것은, 방사능 영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겁니다. 이상이 없으면 판매합니다. 18년째인데, 아직 이상이 없습니다."
한쪽에선 농작물도 재배 중입니다.
방사능에 오염된 땅에서 깨끗한 작물을 재배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녹취> 쳬르냐프스카야(호니스키 지역 부면장) : "땅의 표층을 제거한 뒤, 무기질 비료를 뿌려서 방사능 농도를 낮췄죠."
벨라루스에서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피해를 당한 환자는 154만 명에 달합니다.
의사인 구샤씨도 사고 직후 원전 근처 마을에서 환자들을 치료하다 본인이 갑상선 질환 등 방사능 병에 걸렸습니다.
<녹취> 구샤(원전 피해 환자) : "의료진은 유사시 최전선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병에 걸리거나 죽기도 하는 겁니다."
30년 전, 역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로 10만에서 최대 100만 명이 목숨을 잃고 30만 명 이상이 정든 보금자리를 떠났습니다.
수백만 명이 여전히 본인은 물론 후손들까지 각종 방사능 병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방사능, 정상 복구까지 몇백 년, 몇천 년이 걸리는 그 보이지 않는 공포 때문에….
체르노빌 사고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현장에서 하준수였습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기억하십니까?
30년 전인 1986년 4월 26일, 원전 직원이 전력통제 시스템을 시험하다 원자로가 폭발하는 바람에, 방사성 물질 10톤 이상이 대기 중으로 방출됐습니다.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졌을 때보다 400배나 큰 핵 오염 수준이었습니다.
이 사고로, 10만 명에서 100만 명 가까이 숨지고, 33만 명이 피난길에 올랐죠.
방사능 피해 복구에는 수백 년이 걸린다는 게 상식인데요.
30년이 지난 지금 체르노빌 사고 현장은 어떤 모습일까요?
하준수 특파원이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북쪽으로 180km.
한적한 도로를 2시간 정도 달리면 검문소가 나타납니다.
여기서 체르노빌 원전까지는 30km, 여기서부터는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됩니다.
출입을 희망하는 사람은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반드시 안내인과 동행해야 합니다.
출입자에게는 금지 구역 내에서 지켜야 할 지시 사항이 고지됩니다.
준수 사항과 금지 사항 등 10여 가지가 넘습니다.
방사선 계측기의 수치는 0.12 ㎲ v/h, 일상 생활에서도 검출되는 수준입니다.
그러나 원전 근처로 가까이 가자 계측기 수치가 서서히 올라갑니다.
사고 당시 체르노빌에는 1, 2, 3, 4 호기 등 4개 원전이 가동 중이었고 5, 6호기가 건설 중이었으나, 사고 후 추가 건설은 중단됐습니다.
사고가 났던 원전 4호기입니다.
이 근처에선 계측기 수치가 5.79 ㎲ v/h 을 넘어, 일상 수준의 10배가 훌쩍 넘습니다.
사고 직후 응급처치로 씌웠던 콘크리트 방호벽에는 금이 가 붕괴 위험이 커졌습니다.
내부에는 4호기 원자로에 쓰였던 방사능 물질의 95%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바로 옆자리에 높이 109m, 너비 260m, 무게 3만 톤의 스테인리스 강철로 만든 새로운 철제 방호벽을 건설 중입니다.
<녹취> 브리탄(공사 현장 감독) : "방호벽의 목적은 기존 방호벽 안에 있는 방사능 물질로부터 환경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등 40여 개 나라에서 40억 달러를 지원해 만드는데, 앞으로 100년 동안 방사능 물질 유출을 차단할 수 있습니다.
<녹취> 쉐크스텔로(체르노빌 원전 직원) : "새 방호벽의 수명 기한 내에 4호기 원자로 안에 있는 방사능 물질을 제거할 것입니다."
4호기와 구조가 같은 2호기 원전의 제어실을 찾아가 봤습니다.
수천 개의 버튼이 가득 찬 제어실에는 여전히 기술자들이 근무 중입니다.
사고 후에도 2000년까지 전력을 생산하다 지금은 2,600명의 기술자가 남아 원전 시설을 철거해 자연 상태로 되돌리는 '폐로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처리가 힘든 것은'사용 후 핵연료'인데, 사람이 1m 거리에 17초만 있어도 한 달 안에 사망할 수 있는 치명적인 물질이기 때문입니다.
<녹취> 쉐크스텔로(체르노빌 원전 직원) : "현재 1, 2, 3호기 원전의 사용 후 핵연료를 모두 수거해서 단지 내에 있는 전용 저장소에 옮겨 놓았습니다."
현재 체르노빌 원전 지역은 2개 구역으로 나뉘어, 반경 10km 지역은 우크라이나의 핵물질을 취급하는 특별산업 지역으로 지정됐고, 반경 30km 지역은 생태계 보호구역으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원전 내 출입자들의 안전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말합니다.
<녹취> 그라모트킨(체르노빌 원전 총책임자) : "오늘날 시간 제한 없이 이 지역에 머물 수 있을 정도로 오염 수준은 낮아졌습니다. 몇 가지 유의사항만 지키면 인간 활동의 대부분을 할 수 있습니다."
원전에서 불과 2km 떨어진 쁘리삐얏트.
사고 당시 체르노빌은 유럽 최대의 원전이었습니다.
이곳 쁘리삐얏트는 5만여 명의 체르노빌 원전 근로자를 위해서 건설된 최첨단 계획도시였습니다.
그러나 폭발 사고가 한순간에 모든 것을 바꿔 놓았습니다.
<녹취> 타타르추크(안내인) : "도시는 심각하게 오염됐고, 사고 이튿날인 4월 27일 모든 주민이 대피했습니다."
꿈의 보금자리는 이제 유령도시로 변해 버렸습니다.
그때 그 장소에서 찍힌, 30년 전의 사진들만이 당시의 풍요로움을 애잔하게 말해줄 뿐입니다.
<녹취> 히로(오사카 관광객) : "일본도 후쿠시마 참사를 겪었습니다. 여기 체르노빌의 비극을 보면서 교훈을 배워가고 싶었습니다."
쁘리삐얏트 주민 중 4만 4천여 명은 수도 키예프 동쪽에 있는 발자크로 이주해왔습니다.
65살 트리셰바씨도 그 중 한 명입니다.
<녹취> 트리셰바(쁘리삐얏트 이주민) : "심장도 안 좋고, 귀가 아주 안 좋아요. 다리도 아프고. 무엇보다 머리가 아파요."
그녀의 남편은 18년 전 심장병으로 숨졌고, 딸은 현재 갑상선 질환을 앓고 있습니다.
그동안 쁘리삐얏트 이주민의 40% 정도가 암과 혈액병 등으로 숨졌지만 의료 지원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녹취> 고르반(쁘리삐얏트 이주민) : "MRI 같은 의료검사나 병원치료는 무료가 아닙니다. 비용은 턱없이 비싸고요. 누구도 우리에게 보상을 안 해줍니다."
원전에서 북쪽으로 13km 떨어진 이웃 나라 벨라루스도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웃 나라 벨라루스는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인해 전 국토의 25%, 1/4이 방사능에 오염됐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오염이 심한 곳이 이곳 뽈례스키 공원 지역입니다.
이 지역은 특히 암을 유발하는 세슘의 농도가 다른 지역보다 20배 이상 높아 당시 2만여 명이 피난길에 올랐습니다.
폐허가 돼 방치된 집들 사이로 말 사육장이 눈에 띕니다.
<녹취> 크라프쳰코(뽈례스키 공원 관리자) : "여기서 말을 키우는 것은, 방사능 영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겁니다. 이상이 없으면 판매합니다. 18년째인데, 아직 이상이 없습니다."
한쪽에선 농작물도 재배 중입니다.
방사능에 오염된 땅에서 깨끗한 작물을 재배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녹취> 쳬르냐프스카야(호니스키 지역 부면장) : "땅의 표층을 제거한 뒤, 무기질 비료를 뿌려서 방사능 농도를 낮췄죠."
벨라루스에서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피해를 당한 환자는 154만 명에 달합니다.
의사인 구샤씨도 사고 직후 원전 근처 마을에서 환자들을 치료하다 본인이 갑상선 질환 등 방사능 병에 걸렸습니다.
<녹취> 구샤(원전 피해 환자) : "의료진은 유사시 최전선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병에 걸리거나 죽기도 하는 겁니다."
30년 전, 역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로 10만에서 최대 100만 명이 목숨을 잃고 30만 명 이상이 정든 보금자리를 떠났습니다.
수백만 명이 여전히 본인은 물론 후손들까지 각종 방사능 병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방사능, 정상 복구까지 몇백 년, 몇천 년이 걸리는 그 보이지 않는 공포 때문에….
체르노빌 사고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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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파원 스페셜] 원전 사고 30년…지금 체르노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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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6-04-30 22:01:52
- 수정2016-05-04 10:39:43

<앵커 멘트>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기억하십니까?
30년 전인 1986년 4월 26일, 원전 직원이 전력통제 시스템을 시험하다 원자로가 폭발하는 바람에, 방사성 물질 10톤 이상이 대기 중으로 방출됐습니다.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졌을 때보다 400배나 큰 핵 오염 수준이었습니다.
이 사고로, 10만 명에서 100만 명 가까이 숨지고, 33만 명이 피난길에 올랐죠.
방사능 피해 복구에는 수백 년이 걸린다는 게 상식인데요.
30년이 지난 지금 체르노빌 사고 현장은 어떤 모습일까요?
하준수 특파원이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북쪽으로 180km.
한적한 도로를 2시간 정도 달리면 검문소가 나타납니다.
여기서 체르노빌 원전까지는 30km, 여기서부터는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됩니다.
출입을 희망하는 사람은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반드시 안내인과 동행해야 합니다.
출입자에게는 금지 구역 내에서 지켜야 할 지시 사항이 고지됩니다.
준수 사항과 금지 사항 등 10여 가지가 넘습니다.
방사선 계측기의 수치는 0.12 ㎲ v/h, 일상 생활에서도 검출되는 수준입니다.
그러나 원전 근처로 가까이 가자 계측기 수치가 서서히 올라갑니다.
사고 당시 체르노빌에는 1, 2, 3, 4 호기 등 4개 원전이 가동 중이었고 5, 6호기가 건설 중이었으나, 사고 후 추가 건설은 중단됐습니다.
사고가 났던 원전 4호기입니다.
이 근처에선 계측기 수치가 5.79 ㎲ v/h 을 넘어, 일상 수준의 10배가 훌쩍 넘습니다.
사고 직후 응급처치로 씌웠던 콘크리트 방호벽에는 금이 가 붕괴 위험이 커졌습니다.
내부에는 4호기 원자로에 쓰였던 방사능 물질의 95%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바로 옆자리에 높이 109m, 너비 260m, 무게 3만 톤의 스테인리스 강철로 만든 새로운 철제 방호벽을 건설 중입니다.
<녹취> 브리탄(공사 현장 감독) : "방호벽의 목적은 기존 방호벽 안에 있는 방사능 물질로부터 환경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등 40여 개 나라에서 40억 달러를 지원해 만드는데, 앞으로 100년 동안 방사능 물질 유출을 차단할 수 있습니다.
<녹취> 쉐크스텔로(체르노빌 원전 직원) : "새 방호벽의 수명 기한 내에 4호기 원자로 안에 있는 방사능 물질을 제거할 것입니다."
4호기와 구조가 같은 2호기 원전의 제어실을 찾아가 봤습니다.
수천 개의 버튼이 가득 찬 제어실에는 여전히 기술자들이 근무 중입니다.
사고 후에도 2000년까지 전력을 생산하다 지금은 2,600명의 기술자가 남아 원전 시설을 철거해 자연 상태로 되돌리는 '폐로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처리가 힘든 것은'사용 후 핵연료'인데, 사람이 1m 거리에 17초만 있어도 한 달 안에 사망할 수 있는 치명적인 물질이기 때문입니다.
<녹취> 쉐크스텔로(체르노빌 원전 직원) : "현재 1, 2, 3호기 원전의 사용 후 핵연료를 모두 수거해서 단지 내에 있는 전용 저장소에 옮겨 놓았습니다."
현재 체르노빌 원전 지역은 2개 구역으로 나뉘어, 반경 10km 지역은 우크라이나의 핵물질을 취급하는 특별산업 지역으로 지정됐고, 반경 30km 지역은 생태계 보호구역으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원전 내 출입자들의 안전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말합니다.
<녹취> 그라모트킨(체르노빌 원전 총책임자) : "오늘날 시간 제한 없이 이 지역에 머물 수 있을 정도로 오염 수준은 낮아졌습니다. 몇 가지 유의사항만 지키면 인간 활동의 대부분을 할 수 있습니다."
원전에서 불과 2km 떨어진 쁘리삐얏트.
사고 당시 체르노빌은 유럽 최대의 원전이었습니다.
이곳 쁘리삐얏트는 5만여 명의 체르노빌 원전 근로자를 위해서 건설된 최첨단 계획도시였습니다.
그러나 폭발 사고가 한순간에 모든 것을 바꿔 놓았습니다.
<녹취> 타타르추크(안내인) : "도시는 심각하게 오염됐고, 사고 이튿날인 4월 27일 모든 주민이 대피했습니다."
꿈의 보금자리는 이제 유령도시로 변해 버렸습니다.
그때 그 장소에서 찍힌, 30년 전의 사진들만이 당시의 풍요로움을 애잔하게 말해줄 뿐입니다.
<녹취> 히로(오사카 관광객) : "일본도 후쿠시마 참사를 겪었습니다. 여기 체르노빌의 비극을 보면서 교훈을 배워가고 싶었습니다."
쁘리삐얏트 주민 중 4만 4천여 명은 수도 키예프 동쪽에 있는 발자크로 이주해왔습니다.
65살 트리셰바씨도 그 중 한 명입니다.
<녹취> 트리셰바(쁘리삐얏트 이주민) : "심장도 안 좋고, 귀가 아주 안 좋아요. 다리도 아프고. 무엇보다 머리가 아파요."
그녀의 남편은 18년 전 심장병으로 숨졌고, 딸은 현재 갑상선 질환을 앓고 있습니다.
그동안 쁘리삐얏트 이주민의 40% 정도가 암과 혈액병 등으로 숨졌지만 의료 지원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녹취> 고르반(쁘리삐얏트 이주민) : "MRI 같은 의료검사나 병원치료는 무료가 아닙니다. 비용은 턱없이 비싸고요. 누구도 우리에게 보상을 안 해줍니다."
원전에서 북쪽으로 13km 떨어진 이웃 나라 벨라루스도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웃 나라 벨라루스는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인해 전 국토의 25%, 1/4이 방사능에 오염됐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오염이 심한 곳이 이곳 뽈례스키 공원 지역입니다.
이 지역은 특히 암을 유발하는 세슘의 농도가 다른 지역보다 20배 이상 높아 당시 2만여 명이 피난길에 올랐습니다.
폐허가 돼 방치된 집들 사이로 말 사육장이 눈에 띕니다.
<녹취> 크라프쳰코(뽈례스키 공원 관리자) : "여기서 말을 키우는 것은, 방사능 영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겁니다. 이상이 없으면 판매합니다. 18년째인데, 아직 이상이 없습니다."
한쪽에선 농작물도 재배 중입니다.
방사능에 오염된 땅에서 깨끗한 작물을 재배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녹취> 쳬르냐프스카야(호니스키 지역 부면장) : "땅의 표층을 제거한 뒤, 무기질 비료를 뿌려서 방사능 농도를 낮췄죠."
벨라루스에서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피해를 당한 환자는 154만 명에 달합니다.
의사인 구샤씨도 사고 직후 원전 근처 마을에서 환자들을 치료하다 본인이 갑상선 질환 등 방사능 병에 걸렸습니다.
<녹취> 구샤(원전 피해 환자) : "의료진은 유사시 최전선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병에 걸리거나 죽기도 하는 겁니다."
30년 전, 역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로 10만에서 최대 100만 명이 목숨을 잃고 30만 명 이상이 정든 보금자리를 떠났습니다.
수백만 명이 여전히 본인은 물론 후손들까지 각종 방사능 병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방사능, 정상 복구까지 몇백 년, 몇천 년이 걸리는 그 보이지 않는 공포 때문에….
체르노빌 사고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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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준수 기자 ha6666j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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