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탕기에 고기까지…정치후원금은 쌈짓돈?

입력 2016.05.04 (08:12) 수정 2016.05.04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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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해마다 연말 쯤 되면 정치후원금 기부를 독려하는 문자나 광고 한 번쯤 보셨을 텐데요.

개인당 10만 원까지는 연말 정산 때 모두 돌려 받을 수 있다면서 유혹을 하죠.

국회의원들은 이런 방식으로 1년에 1억 5천만 원, 선거가 있는 해에는 최대 3억 원까지 후원금을 모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모은 정치후원금을 포함해 국회의원들의 정치자금, 어떻게 쓰이고 있을까요?

KBS 탐사보도팀이 선거관리위원회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지난 2012년부터 4년 동안 19대 국회의원 2백92명의 정치자금 수입지출 보고서를 입수했습니다.

이를 전수 조사를 해 봤더니 국회의원들이 지난 4년 동안 쓴 정치자금은 천4백억 원이 넘었고, 의원 한 명당 5억 원 정도였습니다.

정치자금은 말 그대로 정치 활동을 위한 돈입니다.

국회의원들 봉급 격인 세비와 의원 사무실 인력 운영비 등은 국고에서 지원되는데요.

정치자금은 세비나 운영비 등과는 다르게 국민들이 한 푼 두 푼 보내준 후원금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현행 정치자금법은 이런 후원금을 사적인 경비로 쓰는 걸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백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치자금, 과연 제대로 쓰이고 있는 걸까요? 홍찬의 기자가 검증해 봤습니다.

<리포트>

한 19대 국회의원의 정치자금 수입·지출 보고서입니다.

의원님 의복이란 항목으로 5만 원이 지출됐습니다.

찾아가 보니 엉뚱하게도 호텔 뷔페식당입니다.

<녹취> 호텔 뷔페식당 종업원 : "(여기는 뷔페식당인 거예요?) 예 보시면 뷔페로 저희가 진행 중이고요."

정치자금으로 약탕기를 구입하거나, 실내용 신발을 산 의원도 있습니다.

<녹취> 의원실 관계자 : "저희 의원님이 그냥 여기 지역에 직원들 좀 건강 생각한다고 뭐 하나 사서 그것 좀 끓여서 마시라고 했거든요."

70만 원짜리 안경을 구입하고 집 근처 마트에서 고기를 사는 데도 정치자금을 사용했습니다. 사적 사용이 의심돼도 의정활동용이라고 주장하면 어쩔 수 없다고 선관위는 말합니다.

<녹취> 중앙선관위 과장 : "그런 부분까지 저희가 강하게 이거는 써서는 안 된다고 하기에는 좀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솔직히…."

영국에선 지난 2009년 정치자금의 사적 사용이 폭로되면서 국회의장 등 6명이 사임하고, 140여 명의 의원들이 차기 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녹취> 전용주(동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영국의 방식과 같이 내부통제의 방식과 외부통제 방식이 같이 가는 형태, 그래서 서로 경쟁하면서 국회의원들의 자금 흐름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선관위는 지난 2013년 정치자금 등을 인터넷으로 상시 공개하는 내용을 포함한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내놨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홍찬의입니다.

<기자 멘트>

KBS 탐사보도팀이 지난 2014년 한 해 동안 지출한 정치자금 3백80억 원을 분석해 보니까 사무실 유지비가 21%로 가장 컸고, 홍보비, 인건비 순이었습니다.

그리고 식사비나 간담회 등 주로 먹는 데 쓰는 비용이 9%나 됐습니다.

하지만, 토론회와 도서 구매 등 정책개발에 쓴 정치자금은 1.6% 금액으로는 6억 원에 불과했습니다.

앞선 리포트에서 보신 것처럼 정치자금을 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는데요.

그런데 중앙선관위가 적발한 건 2012년 54건, 2014년에는 61건 등 이 3년 동안 백30건이 넘습니다.

이 가운데 한 건 만 고발 조치됐고, 나머지는 모두 단순 실수로 보고 경고를 받는데 그쳤습니다.

정치자금의 사적 사용 상당 부분은 적발되지도 않았고, 적발됐더라도 대부분 이렇게 큰 불이익이 없는 경고 처분에 그친 겁니다.

문제가 작지 않지만, 국민이나 언론이 정치자금을 감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현행 정치자금법에서는 국회의원이 쓴 개별 영수증을 확인하려면 해당 선관위에서만 열람할 수 있고, 복사나 사진 찍는 것도 금지돼 있습니다.

그냥 눈으로만 보라는 겁니다.

선관위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 지난 2013년 정치자금을 인터넷으로 상시 공개하도록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내놨지만, 몇 년 째 국회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5월 30일이면 20대 국회의원들의 임기가 시작됩니다.

정치개혁의 첫 걸음은 공정한 정치자금 제도와 투명한 집행, 그리고 철저한 관리에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국민들이 새로운 20대 국회에 요구하고 또 기대하는 과제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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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탕기에 고기까지…정치후원금은 쌈짓돈?
    • 입력 2016-05-04 08:17:13
    • 수정2016-05-04 09:5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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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해마다 연말 쯤 되면 정치후원금 기부를 독려하는 문자나 광고 한 번쯤 보셨을 텐데요.

개인당 10만 원까지는 연말 정산 때 모두 돌려 받을 수 있다면서 유혹을 하죠.

국회의원들은 이런 방식으로 1년에 1억 5천만 원, 선거가 있는 해에는 최대 3억 원까지 후원금을 모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모은 정치후원금을 포함해 국회의원들의 정치자금, 어떻게 쓰이고 있을까요?

KBS 탐사보도팀이 선거관리위원회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지난 2012년부터 4년 동안 19대 국회의원 2백92명의 정치자금 수입지출 보고서를 입수했습니다.

이를 전수 조사를 해 봤더니 국회의원들이 지난 4년 동안 쓴 정치자금은 천4백억 원이 넘었고, 의원 한 명당 5억 원 정도였습니다.

정치자금은 말 그대로 정치 활동을 위한 돈입니다.

국회의원들 봉급 격인 세비와 의원 사무실 인력 운영비 등은 국고에서 지원되는데요.

정치자금은 세비나 운영비 등과는 다르게 국민들이 한 푼 두 푼 보내준 후원금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현행 정치자금법은 이런 후원금을 사적인 경비로 쓰는 걸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백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치자금, 과연 제대로 쓰이고 있는 걸까요? 홍찬의 기자가 검증해 봤습니다.

<리포트>

한 19대 국회의원의 정치자금 수입·지출 보고서입니다.

의원님 의복이란 항목으로 5만 원이 지출됐습니다.

찾아가 보니 엉뚱하게도 호텔 뷔페식당입니다.

<녹취> 호텔 뷔페식당 종업원 : "(여기는 뷔페식당인 거예요?) 예 보시면 뷔페로 저희가 진행 중이고요."

정치자금으로 약탕기를 구입하거나, 실내용 신발을 산 의원도 있습니다.

<녹취> 의원실 관계자 : "저희 의원님이 그냥 여기 지역에 직원들 좀 건강 생각한다고 뭐 하나 사서 그것 좀 끓여서 마시라고 했거든요."

70만 원짜리 안경을 구입하고 집 근처 마트에서 고기를 사는 데도 정치자금을 사용했습니다. 사적 사용이 의심돼도 의정활동용이라고 주장하면 어쩔 수 없다고 선관위는 말합니다.

<녹취> 중앙선관위 과장 : "그런 부분까지 저희가 강하게 이거는 써서는 안 된다고 하기에는 좀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솔직히…."

영국에선 지난 2009년 정치자금의 사적 사용이 폭로되면서 국회의장 등 6명이 사임하고, 140여 명의 의원들이 차기 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녹취> 전용주(동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영국의 방식과 같이 내부통제의 방식과 외부통제 방식이 같이 가는 형태, 그래서 서로 경쟁하면서 국회의원들의 자금 흐름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선관위는 지난 2013년 정치자금 등을 인터넷으로 상시 공개하는 내용을 포함한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내놨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홍찬의입니다.

<기자 멘트>

KBS 탐사보도팀이 지난 2014년 한 해 동안 지출한 정치자금 3백80억 원을 분석해 보니까 사무실 유지비가 21%로 가장 컸고, 홍보비, 인건비 순이었습니다.

그리고 식사비나 간담회 등 주로 먹는 데 쓰는 비용이 9%나 됐습니다.

하지만, 토론회와 도서 구매 등 정책개발에 쓴 정치자금은 1.6% 금액으로는 6억 원에 불과했습니다.

앞선 리포트에서 보신 것처럼 정치자금을 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는데요.

그런데 중앙선관위가 적발한 건 2012년 54건, 2014년에는 61건 등 이 3년 동안 백30건이 넘습니다.

이 가운데 한 건 만 고발 조치됐고, 나머지는 모두 단순 실수로 보고 경고를 받는데 그쳤습니다.

정치자금의 사적 사용 상당 부분은 적발되지도 않았고, 적발됐더라도 대부분 이렇게 큰 불이익이 없는 경고 처분에 그친 겁니다.

문제가 작지 않지만, 국민이나 언론이 정치자금을 감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현행 정치자금법에서는 국회의원이 쓴 개별 영수증을 확인하려면 해당 선관위에서만 열람할 수 있고, 복사나 사진 찍는 것도 금지돼 있습니다.

그냥 눈으로만 보라는 겁니다.

선관위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 지난 2013년 정치자금을 인터넷으로 상시 공개하도록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내놨지만, 몇 년 째 국회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5월 30일이면 20대 국회의원들의 임기가 시작됩니다.

정치개혁의 첫 걸음은 공정한 정치자금 제도와 투명한 집행, 그리고 철저한 관리에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국민들이 새로운 20대 국회에 요구하고 또 기대하는 과제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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