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히로시마에 가는 까닭은…

입력 2016.05.13 (07:43) 수정 2016.05.13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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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기 해설위원]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일본에 갑니다. G7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서지만 관심은 히로시마로 향하는 발길에 모아집니다. 히로시마!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로 14만 명이 숨진 곳입니다. 인류의 비극입니다. 그러나 원자폭탄 투하가 아니었다면 과연 일본이 항복했을까요? 우리는 일본의 압제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까요?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우리가 착잡하게 지켜보는 이윱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희생자 위령비를 참배할 예정입니다. 백악관은 참배가 사과의 뜻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사과는 아니다, 굳이 이런 해명을 해야 할 정도로 미묘한 행보입니다. 일본의 반응은 벌써부터 뜨겁습니다. 일본 언론은 ‘양국에 박힌 역사의 가시를 빼는 일’이라고 대서특필합니다.
히로시마 이벤트는 일본 외교의 승리라 할 수 있습니다. 아베 총리는 집권 후 역대 최상의 미일관계를 구축했습니다.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심리를 이용했습니다. 이를 발판으로 평화 헌법을 수정하고 한국과는 위안부 합의를 이끌어냈습니다. 아베 총리의 국내 지지는 더욱 높아질 것이고 동북아에서 일본의 위상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미국도 손해 볼 일이 없습니다. 전쟁을 치렀던 일본과의 어색한 과거사를 청산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군사력이 더욱 커진 일본과 공고한 동맹을 다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의지를 과시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 막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분명히 해둬야 할 게 있습니다. 일본은 전쟁을 일으킨 나라입니다. 엄연한 사실입니다. 아직도 수많은 피해자가 살아있습니다. 우리나라와 중국, 그리고 아시아에. 가해자가 피해자로 둔갑해서는 안됩니다. 책임을 분명히 인정하고 진정한 사죄를 하는 일이 면죄부를 받으려는 것보다 앞서야 합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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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히로시마에 가는 까닭은…
    • 입력 2016-05-13 07:55:38
    • 수정2016-05-13 08:2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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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기 해설위원]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일본에 갑니다. G7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서지만 관심은 히로시마로 향하는 발길에 모아집니다. 히로시마!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로 14만 명이 숨진 곳입니다. 인류의 비극입니다. 그러나 원자폭탄 투하가 아니었다면 과연 일본이 항복했을까요? 우리는 일본의 압제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까요?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우리가 착잡하게 지켜보는 이윱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희생자 위령비를 참배할 예정입니다. 백악관은 참배가 사과의 뜻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사과는 아니다, 굳이 이런 해명을 해야 할 정도로 미묘한 행보입니다. 일본의 반응은 벌써부터 뜨겁습니다. 일본 언론은 ‘양국에 박힌 역사의 가시를 빼는 일’이라고 대서특필합니다.
히로시마 이벤트는 일본 외교의 승리라 할 수 있습니다. 아베 총리는 집권 후 역대 최상의 미일관계를 구축했습니다.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심리를 이용했습니다. 이를 발판으로 평화 헌법을 수정하고 한국과는 위안부 합의를 이끌어냈습니다. 아베 총리의 국내 지지는 더욱 높아질 것이고 동북아에서 일본의 위상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미국도 손해 볼 일이 없습니다. 전쟁을 치렀던 일본과의 어색한 과거사를 청산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군사력이 더욱 커진 일본과 공고한 동맹을 다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의지를 과시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 막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분명히 해둬야 할 게 있습니다. 일본은 전쟁을 일으킨 나라입니다. 엄연한 사실입니다. 아직도 수많은 피해자가 살아있습니다. 우리나라와 중국, 그리고 아시아에. 가해자가 피해자로 둔갑해서는 안됩니다. 책임을 분명히 인정하고 진정한 사죄를 하는 일이 면죄부를 받으려는 것보다 앞서야 합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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