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필리핀 판 트럼프’ 아웃사이더의 돌풍

입력 2016.05.14 (21:50) 수정 2016.05.14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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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자, 지난 월요일 필리핀에서는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습니다.

그런데 당선자가요, 필리핀 판 트럼프로 불리고 있습니다.

필리핀..하면 우리 교민 피살 사건 등 범죄와 부패가 만연한 곳인데요.

그런 곳에서 막말과 기행을 일삼으며,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검사 출신의 두테르테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구본국 특파원이 필리핀 대선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필리핀 마닐라 시내에 마련된 한 투표소.

폭력사태에 대비해 주변에 많은 경찰이 배치됐습니다.

대통령 선거와 총선, 지방선거를 동시에 실시하는 이번 선거에서는 모두 만 8천여 명의 공직자와 의원이 선출됩니다.

투표용지가 50㎝를 넘고 뽑아야 할 사람도 많습니다.

부정을 방지하기 위해 투표를 마친 사람들 손톱에는 파란색 잉크를 칠해 줍니다.

뭐니 뭐니 해도 선거의 최대 관심사는 대통령.

투표를 마친 사람들에게 다가가자 거침없는 답변이 이어집니다.

<녹취> 젠(유권자) : "저의 유일한 대통령은 두테르테입니다."

<녹취> 알버트(유권자) : "두테르테는 필리핀의 범죄와 가난을 끝낼 수 있을 겁니다."

투표는 현지시각 오후 5시까지 계속됐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유권자들이 몰려들면서 각 투표소는 보시는 것처럼 유권자들로 긴줄을 이뤘습니다.

이번 선거에 대한 필리핀 국민들의 관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선거 결과는 자정을 넘으면서 윤곽을 드러냈습니다.

대통령 당선인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경쟁자인 로하스 전 내무장관과 그레이스 포 여성 상원의원을 6백만 표 가까이 앞서면서 압승을 거뒀습니다.

당선 후 아버지 묘소를 찾은 두테르테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녹취> 두테르테(필리핀 대통령 당선인) : "경제를 살리고 범죄와 마약이 없는 안전한 국가를 만들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이루겠습니다."

검사 출신으로 22년 동안 필리핀 남부 다바오시 시장을 역임한 두테르테.

시장 시절 범죄자를 재판 없이 처형하는 등 법을 초월한 행보를 보여왔습니다.

강력한 범죄 소탕으로 징벌자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도시는 안전해졌지만 공권력을 남용하고 인권을 침해했다는 비판을 줄곧 받아 왔습니다.

그리고 이번 선거 과정에서는 각종 욕설과 막말을 일삼으며 필리핀 판 트럼프라는 새로운 별명을 추가했습니다.

집단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된 호주 여성 선교사를 비하하는 발언으로 지탄을 받는가 하면.

<녹취> 두테르테(필리핀 대통령 당선인) : "그녀가 성폭행을 당해 저도 매우 화가 납니다. 하지만 그녀는 매우 아름다웠습니다."

범죄자 10만 명을 죽여 물고기 밥이 되도록 마닐라만에 버리겠다며 극단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녹취> 두테르테(필리핀 대통령 당선인) : "만약에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군인과 경찰들에게 마약왕들을 사냥해 그들을 없애버리라고 명령할 겁니다."

지난해 1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필리핀을 방문했을 때는 도로 통제로 교통 체증이 빚어지자 교황을 욕하기도 했습니다.

중앙 정치 경험이 없어 선거 초반 군소 후보 정도로 취급되던 두테르테, 욕설과 갖가지 막말에도 불구하고 돌풍을 일으키며 당선된 이유는 무엇일까?

필리핀 마닐라 시내에 있는 교도소.

엄격한 검색 과정을 거쳐 안으로 들어서자 곳곳에 재소자들이 눈에 띕니다.

수시로 수갑을 찬 범죄자들이 교도소로 실려 옵니다.

한해 필리핀에서 일어나는 강력 범죄는 백만 건이 넘습니다.

범죄자가 많다 보니 일각에서는 범죄자 수용시설이 부족하다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녹취> 제소자 : "여기에 2천 명이 있어요. 전 6년을 지냈고요. 총으로 사람을 쏴서 들어왔어요."

두테르테는 다바오시장 시절 범죄 소탕을 경험 삼아 이번 대선에서도 필리핀에 만연한 범죄와의 전쟁을 내세우며 국민들의 표심 공략에 나섰습니다.

취임 6개월 안에 범죄를 척결해 안전한 국가를 만들겠다는 겁니다.

<녹취> 두테르테(필리핀 대통령 당선인/지난 7일) : "마약에 빠진 모든 나쁜 놈들을 없애 버릴 겁니다. 마약에는 인내도 중립 지대도 없습니다. 그들이 나를 죽이든 내가 그들을 죽이든 결정 날 것입니다."

이를 위해 경찰 3천 명을 증원하고 직권을 남용한 경찰을 사면하겠다고도 밝히고 있습니다.

막말과 독재정치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두테르트 후보는 각종 부패와 범죄 척결을 내세우며 필리핀 저소득층으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이른바 정치 명문가가 주도해 온 기존 정치권이 각종 부패와 범죄에 연루되면서 국민들에게 많은 실망감을 안겨주었고 이에 실망한 국민들이 등을 돌린 겁니다.

아키노 현 대통령이 집권한 2010년 이후 6% 넘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지만 빈곤층이 전체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커지는 빈부 격차도 표심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녹취> 줄리오 티한키(정치 분석가) :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 국민들의 새로운 감정을 봤습니다. 기존 정치에 대한 좌절과 분노 그리고 냉소와 같은 감정입니다."

법을 초월하는 징벌자, 아웃사이더 두테르테.

그리고 필리핀 판 막말 트럼프.

수많은 수식어가 붙었지만 필리핀 국민들은 그를 새 대통령으로 선택했습니다.

선거 공약대로 두테르테는 취임과 함께 대대적인 범죄와 부패 척결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강력한 지도력으로 안전하고 풍요로운 필리핀을 만들지….

아니면 사법체계와 인권을 무시하는 공포정치를 펼칠지….

기대와 우려를 한몸에 받고 있는 두테르테는 다음 달 말 취임해 6년 동안 필리핀을 이끕니다.

필리핀 대선 현장에서 구본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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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 ‘필리핀 판 트럼프’ 아웃사이더의 돌풍
    • 입력 2016-05-14 22:12:25
    • 수정2016-05-14 22:51:39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멘트>

자, 지난 월요일 필리핀에서는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습니다.

그런데 당선자가요, 필리핀 판 트럼프로 불리고 있습니다.

필리핀..하면 우리 교민 피살 사건 등 범죄와 부패가 만연한 곳인데요.

그런 곳에서 막말과 기행을 일삼으며,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검사 출신의 두테르테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구본국 특파원이 필리핀 대선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필리핀 마닐라 시내에 마련된 한 투표소.

폭력사태에 대비해 주변에 많은 경찰이 배치됐습니다.

대통령 선거와 총선, 지방선거를 동시에 실시하는 이번 선거에서는 모두 만 8천여 명의 공직자와 의원이 선출됩니다.

투표용지가 50㎝를 넘고 뽑아야 할 사람도 많습니다.

부정을 방지하기 위해 투표를 마친 사람들 손톱에는 파란색 잉크를 칠해 줍니다.

뭐니 뭐니 해도 선거의 최대 관심사는 대통령.

투표를 마친 사람들에게 다가가자 거침없는 답변이 이어집니다.

<녹취> 젠(유권자) : "저의 유일한 대통령은 두테르테입니다."

<녹취> 알버트(유권자) : "두테르테는 필리핀의 범죄와 가난을 끝낼 수 있을 겁니다."

투표는 현지시각 오후 5시까지 계속됐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유권자들이 몰려들면서 각 투표소는 보시는 것처럼 유권자들로 긴줄을 이뤘습니다.

이번 선거에 대한 필리핀 국민들의 관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선거 결과는 자정을 넘으면서 윤곽을 드러냈습니다.

대통령 당선인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경쟁자인 로하스 전 내무장관과 그레이스 포 여성 상원의원을 6백만 표 가까이 앞서면서 압승을 거뒀습니다.

당선 후 아버지 묘소를 찾은 두테르테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녹취> 두테르테(필리핀 대통령 당선인) : "경제를 살리고 범죄와 마약이 없는 안전한 국가를 만들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이루겠습니다."

검사 출신으로 22년 동안 필리핀 남부 다바오시 시장을 역임한 두테르테.

시장 시절 범죄자를 재판 없이 처형하는 등 법을 초월한 행보를 보여왔습니다.

강력한 범죄 소탕으로 징벌자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도시는 안전해졌지만 공권력을 남용하고 인권을 침해했다는 비판을 줄곧 받아 왔습니다.

그리고 이번 선거 과정에서는 각종 욕설과 막말을 일삼으며 필리핀 판 트럼프라는 새로운 별명을 추가했습니다.

집단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된 호주 여성 선교사를 비하하는 발언으로 지탄을 받는가 하면.

<녹취> 두테르테(필리핀 대통령 당선인) : "그녀가 성폭행을 당해 저도 매우 화가 납니다. 하지만 그녀는 매우 아름다웠습니다."

범죄자 10만 명을 죽여 물고기 밥이 되도록 마닐라만에 버리겠다며 극단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녹취> 두테르테(필리핀 대통령 당선인) : "만약에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군인과 경찰들에게 마약왕들을 사냥해 그들을 없애버리라고 명령할 겁니다."

지난해 1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필리핀을 방문했을 때는 도로 통제로 교통 체증이 빚어지자 교황을 욕하기도 했습니다.

중앙 정치 경험이 없어 선거 초반 군소 후보 정도로 취급되던 두테르테, 욕설과 갖가지 막말에도 불구하고 돌풍을 일으키며 당선된 이유는 무엇일까?

필리핀 마닐라 시내에 있는 교도소.

엄격한 검색 과정을 거쳐 안으로 들어서자 곳곳에 재소자들이 눈에 띕니다.

수시로 수갑을 찬 범죄자들이 교도소로 실려 옵니다.

한해 필리핀에서 일어나는 강력 범죄는 백만 건이 넘습니다.

범죄자가 많다 보니 일각에서는 범죄자 수용시설이 부족하다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녹취> 제소자 : "여기에 2천 명이 있어요. 전 6년을 지냈고요. 총으로 사람을 쏴서 들어왔어요."

두테르테는 다바오시장 시절 범죄 소탕을 경험 삼아 이번 대선에서도 필리핀에 만연한 범죄와의 전쟁을 내세우며 국민들의 표심 공략에 나섰습니다.

취임 6개월 안에 범죄를 척결해 안전한 국가를 만들겠다는 겁니다.

<녹취> 두테르테(필리핀 대통령 당선인/지난 7일) : "마약에 빠진 모든 나쁜 놈들을 없애 버릴 겁니다. 마약에는 인내도 중립 지대도 없습니다. 그들이 나를 죽이든 내가 그들을 죽이든 결정 날 것입니다."

이를 위해 경찰 3천 명을 증원하고 직권을 남용한 경찰을 사면하겠다고도 밝히고 있습니다.

막말과 독재정치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두테르트 후보는 각종 부패와 범죄 척결을 내세우며 필리핀 저소득층으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이른바 정치 명문가가 주도해 온 기존 정치권이 각종 부패와 범죄에 연루되면서 국민들에게 많은 실망감을 안겨주었고 이에 실망한 국민들이 등을 돌린 겁니다.

아키노 현 대통령이 집권한 2010년 이후 6% 넘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지만 빈곤층이 전체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커지는 빈부 격차도 표심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녹취> 줄리오 티한키(정치 분석가) :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 국민들의 새로운 감정을 봤습니다. 기존 정치에 대한 좌절과 분노 그리고 냉소와 같은 감정입니다."

법을 초월하는 징벌자, 아웃사이더 두테르테.

그리고 필리핀 판 막말 트럼프.

수많은 수식어가 붙었지만 필리핀 국민들은 그를 새 대통령으로 선택했습니다.

선거 공약대로 두테르테는 취임과 함께 대대적인 범죄와 부패 척결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강력한 지도력으로 안전하고 풍요로운 필리핀을 만들지….

아니면 사법체계와 인권을 무시하는 공포정치를 펼칠지….

기대와 우려를 한몸에 받고 있는 두테르테는 다음 달 말 취임해 6년 동안 필리핀을 이끕니다.

필리핀 대선 현장에서 구본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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