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전관예우’와의 결별

입력 2016.05.16 (07:43) 수정 2016.05.16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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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근 해설위원]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의 핵심 인물인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가 며칠 전 구속됐습니다. 또 다른 주역인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이번 주쯤 검찰에 소환될 듯합니다. 그들은 법조계에선 수임료의 여왕과 황제라고 불려질만했습니다. 두 사건에서 백억 원 수임료를 약속받았다거나 한해 신고소득만 백억 원대였다는 것입니다. 법리에 충실해 열심히 변호한 대가였다는데 과연 그럴까요?

시작은 의뢰인과 변호사의 수임료 시비였지만 그 뿌리는 오랜 전관예우 의혹에 맞닿아있습니다. 그동안 법조계를 망령처럼 떠돌던 전직과 현직, 법조브로커들 간의 거대한 공생의 사슬이 살짝 민낯을 드러냈다고 합니다. 도저히 설명하기 힘든 결정과 판결들이 실제로 버젓이 이뤄졌습니다. 도박 혐의가 경찰과 검찰에서 두 번이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회삿돈 횡령 혐의는 아예 빠졌습니다. 투자사기혐의로 받은 4년형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낮춰졌습니다. 이들은 나중에 모두 혐의가 확인돼 복역 중입니다. 그런데도 처음엔 무혐의나 집행유예가 나왔습니다. 재직시의 인간관계와 현직들의 퇴직 이후 기대 등이 뒤섞인 전관예우라는 암묵적 기득권 체계는 어느새 괴물처럼 거대해졌습니다. 어떻게 손대야 할지 검찰의 고민은 깊습니다. 성역 없는 수사와 예외 없는 처벌이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제대로 하려면 제 발등을 찍고 스스로도 베어내야 합니다. 시늉으로 끝날지 여부는 여론의 압력과 추가로 드러날 사실들에 달려있습니다. 물론 전관예우의 진정한 근절은 고위직의 변호사 개업 제한 등 되돌릴 수 없는 근본적인 대책만이 가능합니다.

전관예우라는 법조비리는 우리 사회의 마지막 희망마저 앗아가 버릴 치명적인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유전무죄, 무전 유죄’라는 서글픈 한숨들입니다. 더 깊고 커진다면 사법정의라는 단어는 차마 부끄러워 입에 담기도 힘들어집니다. 가난보다는 불공평이 세상을 더욱 힘들게 합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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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근 해설위원]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의 핵심 인물인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가 며칠 전 구속됐습니다. 또 다른 주역인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이번 주쯤 검찰에 소환될 듯합니다. 그들은 법조계에선 수임료의 여왕과 황제라고 불려질만했습니다. 두 사건에서 백억 원 수임료를 약속받았다거나 한해 신고소득만 백억 원대였다는 것입니다. 법리에 충실해 열심히 변호한 대가였다는데 과연 그럴까요?

시작은 의뢰인과 변호사의 수임료 시비였지만 그 뿌리는 오랜 전관예우 의혹에 맞닿아있습니다. 그동안 법조계를 망령처럼 떠돌던 전직과 현직, 법조브로커들 간의 거대한 공생의 사슬이 살짝 민낯을 드러냈다고 합니다. 도저히 설명하기 힘든 결정과 판결들이 실제로 버젓이 이뤄졌습니다. 도박 혐의가 경찰과 검찰에서 두 번이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회삿돈 횡령 혐의는 아예 빠졌습니다. 투자사기혐의로 받은 4년형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낮춰졌습니다. 이들은 나중에 모두 혐의가 확인돼 복역 중입니다. 그런데도 처음엔 무혐의나 집행유예가 나왔습니다. 재직시의 인간관계와 현직들의 퇴직 이후 기대 등이 뒤섞인 전관예우라는 암묵적 기득권 체계는 어느새 괴물처럼 거대해졌습니다. 어떻게 손대야 할지 검찰의 고민은 깊습니다. 성역 없는 수사와 예외 없는 처벌이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제대로 하려면 제 발등을 찍고 스스로도 베어내야 합니다. 시늉으로 끝날지 여부는 여론의 압력과 추가로 드러날 사실들에 달려있습니다. 물론 전관예우의 진정한 근절은 고위직의 변호사 개업 제한 등 되돌릴 수 없는 근본적인 대책만이 가능합니다.

전관예우라는 법조비리는 우리 사회의 마지막 희망마저 앗아가 버릴 치명적인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유전무죄, 무전 유죄’라는 서글픈 한숨들입니다. 더 깊고 커진다면 사법정의라는 단어는 차마 부끄러워 입에 담기도 힘들어집니다. 가난보다는 불공평이 세상을 더욱 힘들게 합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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