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알몸 영상으로 협박”…‘몸캠 피싱’ 조직 적발

입력 2016.05.20 (08:35) 수정 2016.05.20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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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몸캠 피싱이란 말 들어보셨습니까?

알몸 채팅을 하자며 남성을 유혹한 뒤 영상을 몰래 녹화해 이를 빌미로 돈을 뜯어내는 범죄를 말하는데요.

돈을 주지 않으면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알몸 채팅 영상을 보내겠다고 협박해 돈을 받아냅니다.

주로 성적 호기심이 많은 젊은 남성들이 범행 대상이 됐습니다.

최근 몸캠 피싱 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는데 피해자가 무려 250명, 피해금액은 6억 원이 넘었습니다.

일당은 피해자들이 돈을 보내도 영상을 지워주진 않은 채 오히려 또다시 돈을 달라며 협박했습니다.

뉴스따라잡기에서 사건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남 창원시에 거주하는 32살 강 모 씨.

지난 2월 스마트폰 채팅앱에서 한 여성을 알게 됩니다.

여성은 강 씨에게 먼저 관심을 보이더니 한 포털 사이트에서 운영하는 화상 채팅을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녹취> 강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무작위 채팅 이런 건 서로 믿을 수가 없잖아요. 누가 누군지도 모르고. (그런데) 갑자기 *** 밴드의 아이디를 가르쳐 주더라고요. *** 밴드면 솔직히 누구나 다 하는 거잖아요.”

강 씨보다 나이가 많았던 여성은 자신이 누나라며 친근하게 대화를 이어갔고, 사진까지 교환했습니다.

<녹취> 강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30대 초반인데 진짜 좀 예뻤어요. 진짜 엄청 예쁘장한 얼굴에다가 그냥 누가 보든 남자가 좋아할 스타일이었어요.”

여성에게 호감을 느낀 강 씨.

그런데 시간이 흐르자 그녀는 강 씨에게 알몸 화상 채팅을 하자며 유혹했습니다.

강 씨가 망설이자 여성은 전화까지 걸어와 강 씨를 부추겼다고 합니다.

<녹취> 강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이런 걸 화상으로 한다는 걸 아예 모르고 있었거든요. 너무 적극적으로 다가오니까 넘어가 버린 거죠.”

화상 채팅이 끝난 뒤, 직접 만나기로 약속까지 한 두 사람.

그런데, 그 이후 강 씨에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익명의 남성은 강 씨가 알몸 화상 채팅을 한 사실을 들먹이며 협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강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그냥 돈 보내라. 몇 시까지 보내라. 안 보내면 바로 정보 보내버리겠다고. 전화가 오기 시작할 때 밴드 채팅에 보니까. 제 휴대전화에 있는 전화번호, 제 휴대전화에 있는 사진들, 다 보내주더라고요 저한테.”

전화 속 남성은 강 씨의 휴대전화를 해킹해 강 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연락처와 사진들을 사전에 모두 빼내간 겁니다.

남자는 심지어 강 씨가 알몸 채팅을 하던 모습을 고스란히 녹화했다며 300만 원을 요구해왔습니다.

만약 돈을 입금하지 않으면 강 씨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던 지인들의 연락처로 강 씨의 알몸 채팅 영상을 보내겠다며 협박했습니다.

<녹취> 강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아무한테나 보낸다는 게 아니고 내 배우자, 내 부모, 바로 그냥 일촌들한테 먼저 가는 거예요 그게.”

전화 속 남성은 바로 피해자가 알몸 채팅을 하도록 유도한 뒤 이를 찍어 협박하는 이른바 ‘몸캠 피싱 사기단’이었던 겁니다.

덜컥 겁이 난 강씨는 남성이 요구한 300만원 중 절반을 먼저 입금했고, 다음 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초조한 마음으로 수사 결과를 기다리던 강 씨에게 새로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녹취> 경찰관계자 : “경찰입니다.”

경찰이 지난 9일.

서울의 한 오피스텔을 급습했습니다.

이곳은 강 씨를 협박했던 몸캠 피싱 사기단의 비밀 아지트.

이곳엔 범죄의 증거가 고스란히 남아있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 “사람들한테 접근할 때 어떻게 합니까?”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핸드폰 앱을 통해서 일단 초대부터 하고, 앱을 보내서..”

경찰 수사 과정에서 강 씨의 휴대폰이 해킹이 됐던 과정도 드러났습니다.

채팅에서 만난 여성이 자신의 얼굴을 보여준다며 보낸 사진 파일 속에 해킹을 위한 악성코드가 숨겨져 있던 겁니다.

<인터뷰> 송재용(경남 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팀장) : “화상 채팅을 하는 와중에 악성 코드를 상대 남자한테 보내게 되는 거죠. 그러면 남자는 자기도 모르게 의심을 안 갖고 그 파일을 클릭함으로 인해서 자신의 핸드폰 (정보가) 상대편한테로 넘어가게 되는 거죠.”

이런 식으로 휴대폰 안에 있던 개인 연락처와 문자 메시지, 위치 정보까지 빼낸 조직.

이들은 음란 영상을 빌미로 최근 5개월 동안 250명을 협박해 6억 원 이상을 갈취했습니다.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집안에 들어가는 돈도 좀 있고 그래서... 죄송합니다.”

협박 단계에서 그친 경우까지 더하면 피해자는 무려 천 명이 넘는 상황.

대부분 대학생이었고, 회사원과 군인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범행을 저지른 조직원 중에 강 씨가 채팅에서 만났던 여성은 없었습니다.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인터넷) 사이트에서 다운로드를 해가지고 와서 저희가 동영상을 틀어줬습니다.”

피해자들을 유혹했던 여성은 인터넷에서 다운 받을 수 있는 음란 영상 속 인물이었던 겁니다.

강 씨에게 화상 채팅을 하자고 전화를 걸어온 건 여성 조직원이었습니다.

이들은 조직 운영 역시 체계적이었습니다.

신입 조직원을 선발할 땐 총책이 직접 면접을 봤고, 일주일이란 수습기간을 갖고 업무교육까지 시켰습니다.

<인터뷰> 송재용(경남 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팀장) : “최근에 들어온 직원들한테 빠르게 일을 배우게 하기 위해서 기본적인 내용 그리고 채팅 방법, 그런 부분들을 메모장에다가 적어놓고 그걸 보고 그대로 매뉴얼대로 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10명의 조직원 중 9명이 검거됐는데, 놀랍게도 이중 몸캠 피싱과 관련된 전과를 가진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총책이 지인에게 악성 코드 제작 방법을 배웠고 인터넷에서 범행 수법을 익혀 새롭게 몸캠 피싱 조직을 결성했던 겁니다.

<인터뷰> 이웅혁(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 “성적 호기심을 자극해서 투자에 비해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이 분명히 있는 것이죠. 체면과 명예를 중시하는 한국 사회의 특징에 있어서는 범죄의 기회 구조가 상당히 범행자에게 유리하게 형성되어 있다. 그와 같은 측면에서 이와 같은 범죄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경찰 조사에서 이들은 쉽게 돈을 벌기 위해 이 같은 일을 벌였다고 했습니다.

<인터뷰> 송재용(경남 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팀장) : “범인들의 요구대로 돈을 한 번 송금해주게 되면 범인들은 계속해서 협박 강도를 높여가면서 더 많은 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apk (악성코드) 파일이라든지 송금내역 등 증거자료를 가지고 가까운 경찰서에 신고해서 도움을 받는 것이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최선인 것 같습니다.”

지난달에는 강원도 삼척에서는 몸캠 피싱 조직에게 협박을 당하던 20대 남성이 자살을 시도한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조직화 되는 몸캠 피싱 범죄에 맞서 체계적인 단속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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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알몸 영상으로 협박”…‘몸캠 피싱’ 조직 적발
    • 입력 2016-05-20 08:37:02
    • 수정2016-05-20 09:4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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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몸캠 피싱이란 말 들어보셨습니까?

알몸 채팅을 하자며 남성을 유혹한 뒤 영상을 몰래 녹화해 이를 빌미로 돈을 뜯어내는 범죄를 말하는데요.

돈을 주지 않으면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알몸 채팅 영상을 보내겠다고 협박해 돈을 받아냅니다.

주로 성적 호기심이 많은 젊은 남성들이 범행 대상이 됐습니다.

최근 몸캠 피싱 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는데 피해자가 무려 250명, 피해금액은 6억 원이 넘었습니다.

일당은 피해자들이 돈을 보내도 영상을 지워주진 않은 채 오히려 또다시 돈을 달라며 협박했습니다.

뉴스따라잡기에서 사건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남 창원시에 거주하는 32살 강 모 씨.

지난 2월 스마트폰 채팅앱에서 한 여성을 알게 됩니다.

여성은 강 씨에게 먼저 관심을 보이더니 한 포털 사이트에서 운영하는 화상 채팅을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녹취> 강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무작위 채팅 이런 건 서로 믿을 수가 없잖아요. 누가 누군지도 모르고. (그런데) 갑자기 *** 밴드의 아이디를 가르쳐 주더라고요. *** 밴드면 솔직히 누구나 다 하는 거잖아요.”

강 씨보다 나이가 많았던 여성은 자신이 누나라며 친근하게 대화를 이어갔고, 사진까지 교환했습니다.

<녹취> 강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30대 초반인데 진짜 좀 예뻤어요. 진짜 엄청 예쁘장한 얼굴에다가 그냥 누가 보든 남자가 좋아할 스타일이었어요.”

여성에게 호감을 느낀 강 씨.

그런데 시간이 흐르자 그녀는 강 씨에게 알몸 화상 채팅을 하자며 유혹했습니다.

강 씨가 망설이자 여성은 전화까지 걸어와 강 씨를 부추겼다고 합니다.

<녹취> 강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이런 걸 화상으로 한다는 걸 아예 모르고 있었거든요. 너무 적극적으로 다가오니까 넘어가 버린 거죠.”

화상 채팅이 끝난 뒤, 직접 만나기로 약속까지 한 두 사람.

그런데, 그 이후 강 씨에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익명의 남성은 강 씨가 알몸 화상 채팅을 한 사실을 들먹이며 협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강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그냥 돈 보내라. 몇 시까지 보내라. 안 보내면 바로 정보 보내버리겠다고. 전화가 오기 시작할 때 밴드 채팅에 보니까. 제 휴대전화에 있는 전화번호, 제 휴대전화에 있는 사진들, 다 보내주더라고요 저한테.”

전화 속 남성은 강 씨의 휴대전화를 해킹해 강 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연락처와 사진들을 사전에 모두 빼내간 겁니다.

남자는 심지어 강 씨가 알몸 채팅을 하던 모습을 고스란히 녹화했다며 300만 원을 요구해왔습니다.

만약 돈을 입금하지 않으면 강 씨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던 지인들의 연락처로 강 씨의 알몸 채팅 영상을 보내겠다며 협박했습니다.

<녹취> 강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아무한테나 보낸다는 게 아니고 내 배우자, 내 부모, 바로 그냥 일촌들한테 먼저 가는 거예요 그게.”

전화 속 남성은 바로 피해자가 알몸 채팅을 하도록 유도한 뒤 이를 찍어 협박하는 이른바 ‘몸캠 피싱 사기단’이었던 겁니다.

덜컥 겁이 난 강씨는 남성이 요구한 300만원 중 절반을 먼저 입금했고, 다음 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초조한 마음으로 수사 결과를 기다리던 강 씨에게 새로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녹취> 경찰관계자 : “경찰입니다.”

경찰이 지난 9일.

서울의 한 오피스텔을 급습했습니다.

이곳은 강 씨를 협박했던 몸캠 피싱 사기단의 비밀 아지트.

이곳엔 범죄의 증거가 고스란히 남아있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 “사람들한테 접근할 때 어떻게 합니까?”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핸드폰 앱을 통해서 일단 초대부터 하고, 앱을 보내서..”

경찰 수사 과정에서 강 씨의 휴대폰이 해킹이 됐던 과정도 드러났습니다.

채팅에서 만난 여성이 자신의 얼굴을 보여준다며 보낸 사진 파일 속에 해킹을 위한 악성코드가 숨겨져 있던 겁니다.

<인터뷰> 송재용(경남 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팀장) : “화상 채팅을 하는 와중에 악성 코드를 상대 남자한테 보내게 되는 거죠. 그러면 남자는 자기도 모르게 의심을 안 갖고 그 파일을 클릭함으로 인해서 자신의 핸드폰 (정보가) 상대편한테로 넘어가게 되는 거죠.”

이런 식으로 휴대폰 안에 있던 개인 연락처와 문자 메시지, 위치 정보까지 빼낸 조직.

이들은 음란 영상을 빌미로 최근 5개월 동안 250명을 협박해 6억 원 이상을 갈취했습니다.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집안에 들어가는 돈도 좀 있고 그래서... 죄송합니다.”

협박 단계에서 그친 경우까지 더하면 피해자는 무려 천 명이 넘는 상황.

대부분 대학생이었고, 회사원과 군인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범행을 저지른 조직원 중에 강 씨가 채팅에서 만났던 여성은 없었습니다.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인터넷) 사이트에서 다운로드를 해가지고 와서 저희가 동영상을 틀어줬습니다.”

피해자들을 유혹했던 여성은 인터넷에서 다운 받을 수 있는 음란 영상 속 인물이었던 겁니다.

강 씨에게 화상 채팅을 하자고 전화를 걸어온 건 여성 조직원이었습니다.

이들은 조직 운영 역시 체계적이었습니다.

신입 조직원을 선발할 땐 총책이 직접 면접을 봤고, 일주일이란 수습기간을 갖고 업무교육까지 시켰습니다.

<인터뷰> 송재용(경남 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팀장) : “최근에 들어온 직원들한테 빠르게 일을 배우게 하기 위해서 기본적인 내용 그리고 채팅 방법, 그런 부분들을 메모장에다가 적어놓고 그걸 보고 그대로 매뉴얼대로 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10명의 조직원 중 9명이 검거됐는데, 놀랍게도 이중 몸캠 피싱과 관련된 전과를 가진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총책이 지인에게 악성 코드 제작 방법을 배웠고 인터넷에서 범행 수법을 익혀 새롭게 몸캠 피싱 조직을 결성했던 겁니다.

<인터뷰> 이웅혁(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 “성적 호기심을 자극해서 투자에 비해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이 분명히 있는 것이죠. 체면과 명예를 중시하는 한국 사회의 특징에 있어서는 범죄의 기회 구조가 상당히 범행자에게 유리하게 형성되어 있다. 그와 같은 측면에서 이와 같은 범죄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경찰 조사에서 이들은 쉽게 돈을 벌기 위해 이 같은 일을 벌였다고 했습니다.

<인터뷰> 송재용(경남 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팀장) : “범인들의 요구대로 돈을 한 번 송금해주게 되면 범인들은 계속해서 협박 강도를 높여가면서 더 많은 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apk (악성코드) 파일이라든지 송금내역 등 증거자료를 가지고 가까운 경찰서에 신고해서 도움을 받는 것이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최선인 것 같습니다.”

지난달에는 강원도 삼척에서는 몸캠 피싱 조직에게 협박을 당하던 20대 남성이 자살을 시도한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조직화 되는 몸캠 피싱 범죄에 맞서 체계적인 단속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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