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조영남 논란…미술계 ‘대작’이 관행?

입력 2016.05.23 (06:46) 수정 2016.05.23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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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방송인 조영남씨의 이른바 대작(代作) 논란이 지난주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검찰이 조씨의 사기 혐의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고, 조씨는 외부 활동을 잠정 중단했습니다.

이같은 작업 방식이 미술계의 관행이라는 조씨의 말도 미술계 안팎에 뜨거운 논란을 불렀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할지 문화부 이호을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질문>
이 기자! 화투 그림으로 유명한 조영남씨의 그림, 실은 다른 사람이 상당 부분을 그려준 그림이었다는 건데, 국민들이 많이 놀랐어요.

<답변>
조영남씨 화투 소재 그림을 보면서 기발하다 생각하신 분들 많으실텐데.

다른 사람의 손을 거쳤다고 생각한 사람 아마도 거의 없었을 것.

방송 카메라 앞에서 조씨가 직접 붓을 들고 그림 그리는 모습이 자주 화면에 비춰졌기 때문.

다른 화가가 그림의 90%를 그리고 조씨는 나머지 덧칠을 하고 사인만 해서 발표했다.

이른바 대작 작가라는 송모씨의 주장... 조영남씨도 일부 인정한 부분.. 겉으로 알려진 화가 조영남씨의 모습에 속은 것 아니냐, 이런 반응들이 많았다.

<질문>
미술계도 발칵 뒤집혔어요... 조씨가 다른 사람을 시켜서 그림을 그리게 한 것이 미술계의 관행이라고 말했잖아요?

<답변>
조씨는 조수와 함께 작업하는 것이 관행이라고 말했습니다.

미술계의 관행을 따랐을 뿐이다, 그러니까 문제될 것이 없다, 이런 얘기.

이런 해명이 미술계를 벌집 쑤셔놓은 듯 만들어.

미술게에서는 보조작가를 두고 작업하는 화가는 100명에 한두 명도 채 안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

극히 소수에 국한된 사례라는 건데요, 마치 미술계에 보편화된 관행인 것처럼 말한 데 대해, 혼자서 묵묵히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의 입장에서는 모욕적인 발언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

<질문>
보조 작가와 함께 작업을 하는 작가들도 없지는 않은 거죠?

<답변>
앤디 워홀이나 데미안 허스트, 제프 쿤스 같은 세계적인 작가들도 여러 명의 보조 작가를 두고 작업을 한다.

그러나 대부분 혼자서 하기 힘든 설치 미술이나 미디어아트처럼 기술을 요하는 분야가 많다.

순수 회화 쪽에서 보조 작가와 작업하는 것은 드물다고 할 수 있다.

작가 고유의 손길, 붓의 터치 하나가 중요하기 때문.

<질문>
어떤 경우를 공동 작업으로 인정하고, 어떤 경우는 대작이라고 해야 할까? 기준이 있는 거냐?

<답변>
작가와 보조자가 한 공간에서, 서로 호흡을 주고 받으면서, 함께 창작한다, 이러면 미술계에선 대체로 공동 작업으로 인정한다.

작가들끼리 상호작용이 중요하고 화가가 자신의 그림을 책임지고 감독한다는 것.

하지만 조영남씨의 경우는 이것과는 좀 다릅니다.

자기가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면 멀리 속초에 있는 작가 송씨가 그림을 완성해서 보내줬다는 게 조영남씨 설명인데.

한 공간에서 공동 창작으로 보기 어려운 부분이죠.

특히 송씨가 그림을 그려오면 돈을 줬다고 밝힌 것은, 돈을 주고 제품을 납품받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을 사는 대목입니다.

<질문>
설령 그렇게 했더라도 가장 크게 비난을 사는 것은 조영남씨가 떳떳하게 조수를 쓴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고 작품 활동을 해왔다는 거 아닙니까?

<답변>
검찰이 조영남씨에 대해 사기 혐의를 두고 수사를 하고는 있지만, 위법 여부를 떠나서 예술가로서의 윤리 문제로 봐야 한다는 지적.

조수를 쓰면서도 마치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혼자서 완성한 것처럼 한 것은 비윤리적인 태도라는 것.

또 그렇게 그린 그림이 과연 높은 가격에 팔릴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다.

<질문>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미술계도 짚어볼만한 대목은 없을까?

<답변>
유명인의 작품이라고 하면 비싼 가격이 매겨져서 거래가 되는 것이 우리 미술 시장의 현실이다.

작품이 본연의 가치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소위 이름값이 붙어서 과대평가되는 것.

때문에 작품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유명세를 믿고 미술계에 뛰어들고 평가가 부풀려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어.

평생을 그림에 매진하고도 배고픈 화가들로서는 분명히 허탈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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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조영남 논란…미술계 ‘대작’이 관행?
    • 입력 2016-05-23 06:48:38
    • 수정2016-05-23 07:25:33
    뉴스광장 1부
<앵커 멘트>

방송인 조영남씨의 이른바 대작(代作) 논란이 지난주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검찰이 조씨의 사기 혐의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고, 조씨는 외부 활동을 잠정 중단했습니다.

이같은 작업 방식이 미술계의 관행이라는 조씨의 말도 미술계 안팎에 뜨거운 논란을 불렀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할지 문화부 이호을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질문>
이 기자! 화투 그림으로 유명한 조영남씨의 그림, 실은 다른 사람이 상당 부분을 그려준 그림이었다는 건데, 국민들이 많이 놀랐어요.

<답변>
조영남씨 화투 소재 그림을 보면서 기발하다 생각하신 분들 많으실텐데.

다른 사람의 손을 거쳤다고 생각한 사람 아마도 거의 없었을 것.

방송 카메라 앞에서 조씨가 직접 붓을 들고 그림 그리는 모습이 자주 화면에 비춰졌기 때문.

다른 화가가 그림의 90%를 그리고 조씨는 나머지 덧칠을 하고 사인만 해서 발표했다.

이른바 대작 작가라는 송모씨의 주장... 조영남씨도 일부 인정한 부분.. 겉으로 알려진 화가 조영남씨의 모습에 속은 것 아니냐, 이런 반응들이 많았다.

<질문>
미술계도 발칵 뒤집혔어요... 조씨가 다른 사람을 시켜서 그림을 그리게 한 것이 미술계의 관행이라고 말했잖아요?

<답변>
조씨는 조수와 함께 작업하는 것이 관행이라고 말했습니다.

미술계의 관행을 따랐을 뿐이다, 그러니까 문제될 것이 없다, 이런 얘기.

이런 해명이 미술계를 벌집 쑤셔놓은 듯 만들어.

미술게에서는 보조작가를 두고 작업하는 화가는 100명에 한두 명도 채 안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

극히 소수에 국한된 사례라는 건데요, 마치 미술계에 보편화된 관행인 것처럼 말한 데 대해, 혼자서 묵묵히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의 입장에서는 모욕적인 발언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

<질문>
보조 작가와 함께 작업을 하는 작가들도 없지는 않은 거죠?

<답변>
앤디 워홀이나 데미안 허스트, 제프 쿤스 같은 세계적인 작가들도 여러 명의 보조 작가를 두고 작업을 한다.

그러나 대부분 혼자서 하기 힘든 설치 미술이나 미디어아트처럼 기술을 요하는 분야가 많다.

순수 회화 쪽에서 보조 작가와 작업하는 것은 드물다고 할 수 있다.

작가 고유의 손길, 붓의 터치 하나가 중요하기 때문.

<질문>
어떤 경우를 공동 작업으로 인정하고, 어떤 경우는 대작이라고 해야 할까? 기준이 있는 거냐?

<답변>
작가와 보조자가 한 공간에서, 서로 호흡을 주고 받으면서, 함께 창작한다, 이러면 미술계에선 대체로 공동 작업으로 인정한다.

작가들끼리 상호작용이 중요하고 화가가 자신의 그림을 책임지고 감독한다는 것.

하지만 조영남씨의 경우는 이것과는 좀 다릅니다.

자기가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면 멀리 속초에 있는 작가 송씨가 그림을 완성해서 보내줬다는 게 조영남씨 설명인데.

한 공간에서 공동 창작으로 보기 어려운 부분이죠.

특히 송씨가 그림을 그려오면 돈을 줬다고 밝힌 것은, 돈을 주고 제품을 납품받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을 사는 대목입니다.

<질문>
설령 그렇게 했더라도 가장 크게 비난을 사는 것은 조영남씨가 떳떳하게 조수를 쓴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고 작품 활동을 해왔다는 거 아닙니까?

<답변>
검찰이 조영남씨에 대해 사기 혐의를 두고 수사를 하고는 있지만, 위법 여부를 떠나서 예술가로서의 윤리 문제로 봐야 한다는 지적.

조수를 쓰면서도 마치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혼자서 완성한 것처럼 한 것은 비윤리적인 태도라는 것.

또 그렇게 그린 그림이 과연 높은 가격에 팔릴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다.

<질문>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미술계도 짚어볼만한 대목은 없을까?

<답변>
유명인의 작품이라고 하면 비싼 가격이 매겨져서 거래가 되는 것이 우리 미술 시장의 현실이다.

작품이 본연의 가치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소위 이름값이 붙어서 과대평가되는 것.

때문에 작품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유명세를 믿고 미술계에 뛰어들고 평가가 부풀려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어.

평생을 그림에 매진하고도 배고픈 화가들로서는 분명히 허탈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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