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건강 톡톡] 등교 시간 1시간 늦췄더니 집중력·행복감 향상

입력 2016.05.24 (08:49) 수정 2016.05.24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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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중고생 자녀 키우는 부모님들, 아침에 깨우고 밥 먹이느라 정신 없으실텐데요.

일부 중고등학교에서 아침식사를 챙겨먹고 등교하자는 취지로 등교시간을 8시에서 9시로 늦췄더니, 학생들의 수업집중력, 행복감 등이 향상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질문>
박 기자, 어떻게 된 일인가요? 등교시간을 늦추면 오히려 학습시간이 손해 아닌가요?

<답변>
네, 등교시간이 늦어지면, 분명히 학습시간 측면에서 손햅니다. 4시간 자면 대학입시에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사당오락이라는 관점에선 적어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요즘 학교들은 학생들 등교시간을 오히려 늦추는 추셉니다.

먼저 제가 등교시간이 한 시간 늦춰진 경기도의 수원 고등학교를 직접 찾아갔습니다.

지난 2014년 9월부터 등교시간을 8시에서 9시로 늦춘 건데요. 아침 8시가 넘었는데도 등교하는 학생들이 거의 안 보입니다.

8시 40분 넘어서야 학생들이 물밑듯이 등교를 합니다. 학생들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인터뷰> 이경태(수원고등학교 학생) : "고3이다보니까 잠이 많이 부족한데, 아침에 잠을 좀 더 많이 자고 올 수 있는 것? 그리고 전에는 아침에 전쟁터였거든요. 어머니가 깨우시고 저는 일어나기 싫었는데, 이제는 여유롭게 일어나서 준비할 수 있으니까 좋습니다."

오전 9시, 담임 선생님 조회를 마치고, 실험실로 향하는 학생들의 표정만 봐도 정말 한결 여유로워보였는데요.

실제로 실험에 집중하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학교 와서 졸린 학생들을 좀처럼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학교 선생님의 이야길 들어보시죠.

<인터뷰> 이유진(수원고등학교 교사) : "일단은 아이들이 아침에 조금씩이라도 잠을 더 자고 오니까 조는 아이들이 많이 줄었어요. 그리고 집중력도 많이 좋아지는 것 같고 무엇보다도 아침에 밥을 못 먹고 오니까 아이들이 매점을 많이 이용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아침에 매점을 이용하는 횟수도 많이 줄어서 그런지. 감기나 잔병치레하는 아이들도 많이 줄었던 것 같아요."

종합해보면, 학교를 좀 천천히 가도 되니까, 잠도 더 잘 수 있고, 아침식사로 건강도 챙기니까, 집중력도 향상되서 학교생활이 더 좋아졌다는 이야깁니다.

<질문>
학생이야 늦게 가면 당연히 좋다고 할 것 같은데, 등교시간 연장에 대한 객관적인 연구결과가 있나요?

<답변>
네, 있습니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연구팀이, 경기도 소재 중학교 학생 263명과 고등학교 학생 104명을 1년간 추적관찰을 했습니다.

8시에서 9시로 등교시간이 1시간 늦춰진 뒤 12달된 시점에 조사를 한건데요.

고등학생의 경우, 전반적인 행복감은 10점 만점에 5.6점에서 6.56점으로 17% 증가했고요,

일주일에 아침식사횟수도 4.53회에서5.56회로 무려 한 끼 이상 늘었습니다. 수업시간 집중도는 10점 만점에 5.43점에서 6.52점으로 20% 상승했고, 수업 중 졸음 정도도 5.55점에서 4.74점으로 줄었습니다.

무엇보다 에너지 넘치는 활력도 생기고, 학교에 가고 싶은 느낌이 많아지면서 지각횟수도 줄었습니다. 이런 긍정적인 효과는 중학생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질문>
등교시간 늦어지니까, 잠을 많이 자서 이런 효과들이 생긴 건 아닐까요?

<답변>
네,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요. 하지만 수면시간은 전혀 늘지 않았습니다.

일단 고등학생 평균 수면시간을 보면, 시간이 갈수록 6.58시간에서 5.92시간으로 오히려 감소했습니다.

수면시간은 줄었는데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요?

전문가들은 '기상시간의 이동'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습니다.

등교시간이 바뀌기 전엔 평균 6시 12분에 깼는데, 바뀐 후엔 7시 20분경에 일어나는 겁니다.

등교시간 바뀐 뒤엔 자는 시간도 평균 12시 42분으로 더 늦어졌습니다. 그만큼 늦게 자고 아침에 한 시간 더 잔다는 이야깁니다.

단지 1시간 늦게 일어난 게 학생들에게 이런 마법을 부린건데, 성인들과 달리 청소년은 생리적인 수면주기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청소년 시기는 성인과 비교해,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2시간 늦게 분비가 됩니다.

그래서 약 2시간 정도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수면주기를 갖게 되는데, 등교시간 연장이 이런 자연스런 리듬을 깨지 않도록 도와주게 됩니다.

이렇다보니, 수면시간은 변화가 없는데도 자고 일어나면 개운한 주관적인 수면의 질이 올라가니까 수업시간에 졸지 않고 집중하는 겁니다.

뿐만 아니라, 수면에도 종류가 있는데, 눈동자가 빨리 움직이는 렘수면의 경우, 꿈을 잘 꾼다고 해서 꿈수면이라고도 불리는데, 이게 주로 밤잠보다는 아침잠에 많이 나타납니다. 전문가의 말 들어보시죠.

<인터뷰> 홍승철(가톨릭대 성빈센트 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렘수면 자체가 좀 더 청소년들에서 많이 나타날 수 있고 늦게 일어남으로써 그것이 낮에 학습했던 것을 기억을 저장하는 그런 수면이라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학습능력에 도움을 준다든지 정신적인 피로를 회복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아침에 좀 더 눈을 붙이는 게 청소년들의 학습능력을 올릴 수 있는겁니다.

뿐만 아니라,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아침밥인데요.

자라나는 청소년 시기에 굉장히 중요합니다 아침밥을 거르는 학생들은 아침밥을 먹는 학생보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져서 비만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또한 아침을 거르고 등교를 하면 점심때 더 달고 더 기름진 음식을 폭식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칩니다.

따라서 아침잠 좀 더 자고, 아침밥 챙겨먹는 청소년들이 많아지도록 등교시간을 늦추는 학교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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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분 건강 톡톡] 등교 시간 1시간 늦췄더니 집중력·행복감 향상
    • 입력 2016-05-24 08:50:41
    • 수정2016-05-24 09:4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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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중고생 자녀 키우는 부모님들, 아침에 깨우고 밥 먹이느라 정신 없으실텐데요.

일부 중고등학교에서 아침식사를 챙겨먹고 등교하자는 취지로 등교시간을 8시에서 9시로 늦췄더니, 학생들의 수업집중력, 행복감 등이 향상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질문>
박 기자, 어떻게 된 일인가요? 등교시간을 늦추면 오히려 학습시간이 손해 아닌가요?

<답변>
네, 등교시간이 늦어지면, 분명히 학습시간 측면에서 손햅니다. 4시간 자면 대학입시에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사당오락이라는 관점에선 적어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요즘 학교들은 학생들 등교시간을 오히려 늦추는 추셉니다.

먼저 제가 등교시간이 한 시간 늦춰진 경기도의 수원 고등학교를 직접 찾아갔습니다.

지난 2014년 9월부터 등교시간을 8시에서 9시로 늦춘 건데요. 아침 8시가 넘었는데도 등교하는 학생들이 거의 안 보입니다.

8시 40분 넘어서야 학생들이 물밑듯이 등교를 합니다. 학생들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인터뷰> 이경태(수원고등학교 학생) : "고3이다보니까 잠이 많이 부족한데, 아침에 잠을 좀 더 많이 자고 올 수 있는 것? 그리고 전에는 아침에 전쟁터였거든요. 어머니가 깨우시고 저는 일어나기 싫었는데, 이제는 여유롭게 일어나서 준비할 수 있으니까 좋습니다."

오전 9시, 담임 선생님 조회를 마치고, 실험실로 향하는 학생들의 표정만 봐도 정말 한결 여유로워보였는데요.

실제로 실험에 집중하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학교 와서 졸린 학생들을 좀처럼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학교 선생님의 이야길 들어보시죠.

<인터뷰> 이유진(수원고등학교 교사) : "일단은 아이들이 아침에 조금씩이라도 잠을 더 자고 오니까 조는 아이들이 많이 줄었어요. 그리고 집중력도 많이 좋아지는 것 같고 무엇보다도 아침에 밥을 못 먹고 오니까 아이들이 매점을 많이 이용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아침에 매점을 이용하는 횟수도 많이 줄어서 그런지. 감기나 잔병치레하는 아이들도 많이 줄었던 것 같아요."

종합해보면, 학교를 좀 천천히 가도 되니까, 잠도 더 잘 수 있고, 아침식사로 건강도 챙기니까, 집중력도 향상되서 학교생활이 더 좋아졌다는 이야깁니다.

<질문>
학생이야 늦게 가면 당연히 좋다고 할 것 같은데, 등교시간 연장에 대한 객관적인 연구결과가 있나요?

<답변>
네, 있습니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연구팀이, 경기도 소재 중학교 학생 263명과 고등학교 학생 104명을 1년간 추적관찰을 했습니다.

8시에서 9시로 등교시간이 1시간 늦춰진 뒤 12달된 시점에 조사를 한건데요.

고등학생의 경우, 전반적인 행복감은 10점 만점에 5.6점에서 6.56점으로 17% 증가했고요,

일주일에 아침식사횟수도 4.53회에서5.56회로 무려 한 끼 이상 늘었습니다. 수업시간 집중도는 10점 만점에 5.43점에서 6.52점으로 20% 상승했고, 수업 중 졸음 정도도 5.55점에서 4.74점으로 줄었습니다.

무엇보다 에너지 넘치는 활력도 생기고, 학교에 가고 싶은 느낌이 많아지면서 지각횟수도 줄었습니다. 이런 긍정적인 효과는 중학생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질문>
등교시간 늦어지니까, 잠을 많이 자서 이런 효과들이 생긴 건 아닐까요?

<답변>
네,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요. 하지만 수면시간은 전혀 늘지 않았습니다.

일단 고등학생 평균 수면시간을 보면, 시간이 갈수록 6.58시간에서 5.92시간으로 오히려 감소했습니다.

수면시간은 줄었는데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요?

전문가들은 '기상시간의 이동'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습니다.

등교시간이 바뀌기 전엔 평균 6시 12분에 깼는데, 바뀐 후엔 7시 20분경에 일어나는 겁니다.

등교시간 바뀐 뒤엔 자는 시간도 평균 12시 42분으로 더 늦어졌습니다. 그만큼 늦게 자고 아침에 한 시간 더 잔다는 이야깁니다.

단지 1시간 늦게 일어난 게 학생들에게 이런 마법을 부린건데, 성인들과 달리 청소년은 생리적인 수면주기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청소년 시기는 성인과 비교해,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2시간 늦게 분비가 됩니다.

그래서 약 2시간 정도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수면주기를 갖게 되는데, 등교시간 연장이 이런 자연스런 리듬을 깨지 않도록 도와주게 됩니다.

이렇다보니, 수면시간은 변화가 없는데도 자고 일어나면 개운한 주관적인 수면의 질이 올라가니까 수업시간에 졸지 않고 집중하는 겁니다.

뿐만 아니라, 수면에도 종류가 있는데, 눈동자가 빨리 움직이는 렘수면의 경우, 꿈을 잘 꾼다고 해서 꿈수면이라고도 불리는데, 이게 주로 밤잠보다는 아침잠에 많이 나타납니다. 전문가의 말 들어보시죠.

<인터뷰> 홍승철(가톨릭대 성빈센트 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렘수면 자체가 좀 더 청소년들에서 많이 나타날 수 있고 늦게 일어남으로써 그것이 낮에 학습했던 것을 기억을 저장하는 그런 수면이라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학습능력에 도움을 준다든지 정신적인 피로를 회복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아침에 좀 더 눈을 붙이는 게 청소년들의 학습능력을 올릴 수 있는겁니다.

뿐만 아니라,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아침밥인데요.

자라나는 청소년 시기에 굉장히 중요합니다 아침밥을 거르는 학생들은 아침밥을 먹는 학생보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져서 비만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또한 아침을 거르고 등교를 하면 점심때 더 달고 더 기름진 음식을 폭식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칩니다.

따라서 아침잠 좀 더 자고, 아침밥 챙겨먹는 청소년들이 많아지도록 등교시간을 늦추는 학교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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