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박사 학위를 3달 만에?…‘가짜’ 사이버 대학

입력 2016.05.25 (08:33) 수정 2016.05.25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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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인터넷으로 대학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곳, 바로 사이버 대학이죠.

미국 대학의 분교라고 내세운 한 사이버 대학이 있습니다.

그럴듯한 홈페이지에 해당 학교를 졸업하면 국내 대학에 편입도 할 수 있다며 사람들을 끌어모았는데요.

그런데 이 대학 뭔가 좀 이상했습니다.

천5백 만원을 내면 박사 학위를 단 3개월 만에 만들어 줬습니다.

알고 보니 가짜 사이버 대학으로 학위 역시 아무런 효력이 없었습니다.

가짜 대학의 학위 장사에 약 70명의 학생이 속아 넘어갔습니다

사건을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0년째 철학관을 운영해 온 김 모 씨.

이제는 나이가 들었지만 대학에 가지 못한 게 평생 한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학업에 대한 갈증은 사라지지 않았고, 재작년 다시 공부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이를 위해 김 씨는 지인의 소개로 한 사이버 대학에 지원합니다.

<녹취> 김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나는 여기 졸업하고 대학원을 가고 싶다고 그랬거든요. (그랬더니) 우리 학교는 미국 대학교에 인가받은 학교기 때문에 00 대학이고 동방 대학이고 뭐 가고 싶은 대로 해줄 수 있다. ”

해당 대학을 졸업하면 국내 대학에 편입할 수 있다는 말에 입학을 결정했던 김 씨.

그런데 그 학교 어딘가 이상했다는데요.

4년 학사 과정을 1년 6개월 만에 마칠 수 있다고 하는가 하면...

<녹취> 김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입학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박사 학위를 주겠다. 이러는 거예요. 저 졸업도 안 했는데 무슨 박사학위를 줍니까? 그랬더니 우리 학교는 미국 학교기 때문에 먼저 박사 학위를 받고 할 수 있다는 거예요.”

학사 과정도 마치지 못했는데 박사학위를 주겠다는 달콤한 제안.

처음엔 이상하다 싶어 의심도 했지만 미국 방식이 그렇다고 하니 그저 믿고 넘어갔습니다.

게다가 박사학위부터 시작하는 학생이 한두 명이 아니었기 때문에 자신도 도전해보기로 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녹취> 김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논문을 어떻게 씁니까? (물어보니깐.) 논문을 만들어 주겠다. 돈을 내라. 돈만 먼저 내라. 박사학위를 자기가 만들어주겠다 그러더라고요.”

하지만 논문은 직접 쓰고 싶었던 김 씨.

그런데 논문을 쓰겠다는 김 씨에게 학교는 이상할 만큼 집요하게 돈 애기를 꺼냈습니다.

<녹취> 김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논문을) 어떻게 써라 얘기를 한 마디 해주시더라고요. 그러더니 이제 논문비, (논문) 작성 가르쳐주는 그 지도비를 내라 이렇게 되는 거예요. 등록금은 등록금대로 그거는 그것대로.”

어렵게 논문이 완성되자 이번엔 말이 달라졌습니다.

<녹취> 김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나한테 석사로 바꾸라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따졌어요. 아니 박사를 주신다더니 왜 이제 석사를 주느냐고. (그랬더니 박사 논문은) 다 영어로 써야 되니까 내가 써줄게 (하는 거예요.)”

그제야 학교에 의문을 품게 된 김 씨.

박사 학위 문제로 다툼이 이어지던 중 김 씨는 학교로부터 갑자기 재적 처리를 당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미 학사 과정은 마쳤기에 해당 사이버 대학에서 졸업장은 손에 쥐게 됐습니다.

그런데 김 씨는 이후 대학 편입을 준비하던 중에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게 됩니다.

<녹취> 김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서울 00 대학 거기를 제가 시험을 봤어요. (그런데) 거기서 안 받아주는 거예요. 이런 학교가 없다고 안 받아주는 거예요. 그래서 그 때 알았죠.”

김 씨가 해당 사이버 대학에 들인 비용은 모두 천이백만 원!

하지만 대학 졸업장은 아무 의미 없는 한낱 종잇조각에 불과했던 겁니다.

결국, 김 씨의 신고로 해당 사이버 대학에 대한 경찰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인터뷰> 김석(경위/노원경찰서 지능수사팀) : “학력이 부족한 분들 또 아니면 학사나 석사, 박사 학위가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들 이런 사람들한테 사실은 인정이 안 되는 학위지만 국내에서 인정된다고 해서 발생한 피해 사례라고 볼 수 있겠어요.”

경찰 조사 결과 수년이 걸리는 석, 박사 과정을 3개월 만에 마친 사람도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석(경위/노원경찰서 지능수사팀) : “학사 학위 같은 경우는 700~1,000만 원 정도 그다음에 석사학위 같은 경우는 약 1,200만 원 정도, 박사 학위는 1,500만 원 정도에 학위를 판매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또 다른 피해자 김 모 씨는 입학하자마자 학교로부터 강의를 제안받았다고 합니다.

강의를 하다가 인정받으면 해당 대학에서 교수직까지 주겠다는 겁니다.

김 씨는 신입생에게 강의를 맡기는 게 이상했지만 수 년간 명리학 강의를 해온 경력이 인정받았다고 생각했습니다.

<녹취> 김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강의를 시키면서 교수라는 호칭도 주고 하는데 등록금을 대신에 선불로 내달라.”

그것을 시작으로 계속된 돈 요구.

김 씨가 총장에게 건넨 돈은 무려 천3백만 원에 이릅니다.

나중엔 빚까지 지며 돈을 마련했지만 약속했던 교수직은 그녀 차지가 아니었습니다.

<녹취> 김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졸업비를 100만 원 내래요. 사이판으로 졸업하러 간대요. 그래서 제가 안 냈어요. (나중에) 이거 (교수) 계약 못 하겠네 이러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자르는 거예요.”

지난 4년간 해당 학교를 거쳐 간 사람은 모두 68명.

직업 군인과 언론인도 있었지만 대부분 나이가 지긋한 역술인과 무속인들이었습니다.

해당 사이버 대학에서 일반 대학에서 흔하지 않은 사주학과, 풍수지리 학과 등을 개설했고, 무속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으로 돌면서 입학생이 늘어난 겁니다.

피해자들이 등록금과 교재비 학위 수여식 등 갖은 명목으로 갈취당한 돈은 모두 4억 원이 넘었습니다.

하지만 해당 대학 설립자이자 총장인 김 씨는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입니다.

<녹취> 김 모 씨(해당 대학 총장 피의자/음성변조) : “논문 제출하면 보통 지도교수라는 게 있는데요. 그 교수한테 한 50만 원씩 줍니다. 그건 어느 대학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수고비, 감사의 표시거든요. 액수는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게다가 자신의 사이버 대학은 미국에 본교가 있어 국내 교육부의 인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다.

경찰은 해당 학교의 학위가 국내에선 아무런 효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과장 광고를 한 것에 혐의점을 두고 있습니다.

<녹취> 이웅혁(교수/건국대 경찰학과) : “사이버 공간에서 익명성을 가장한 유령 대학도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고 실제로는 승인을 공식적으로 받지 않은 학교도 많이 있는 것이죠. 따라서 이와 같은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미국에 있는 공식 기관을 통해서 정식 승인과 인가를 받은 학교인가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학위를 준다는 말에 현혹된 피해자들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경찰은 총장 김 씨를 포함해 학교 관계자 7명을 사기죄로 불구속 입건했고, 수사를 계속한다는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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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박사 학위를 3달 만에?…‘가짜’ 사이버 대학
    • 입력 2016-05-25 08:35:40
    • 수정2016-05-25 09:3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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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인터넷으로 대학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곳, 바로 사이버 대학이죠.

미국 대학의 분교라고 내세운 한 사이버 대학이 있습니다.

그럴듯한 홈페이지에 해당 학교를 졸업하면 국내 대학에 편입도 할 수 있다며 사람들을 끌어모았는데요.

그런데 이 대학 뭔가 좀 이상했습니다.

천5백 만원을 내면 박사 학위를 단 3개월 만에 만들어 줬습니다.

알고 보니 가짜 사이버 대학으로 학위 역시 아무런 효력이 없었습니다.

가짜 대학의 학위 장사에 약 70명의 학생이 속아 넘어갔습니다

사건을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0년째 철학관을 운영해 온 김 모 씨.

이제는 나이가 들었지만 대학에 가지 못한 게 평생 한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학업에 대한 갈증은 사라지지 않았고, 재작년 다시 공부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이를 위해 김 씨는 지인의 소개로 한 사이버 대학에 지원합니다.

<녹취> 김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나는 여기 졸업하고 대학원을 가고 싶다고 그랬거든요. (그랬더니) 우리 학교는 미국 대학교에 인가받은 학교기 때문에 00 대학이고 동방 대학이고 뭐 가고 싶은 대로 해줄 수 있다. ”

해당 대학을 졸업하면 국내 대학에 편입할 수 있다는 말에 입학을 결정했던 김 씨.

그런데 그 학교 어딘가 이상했다는데요.

4년 학사 과정을 1년 6개월 만에 마칠 수 있다고 하는가 하면...

<녹취> 김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입학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박사 학위를 주겠다. 이러는 거예요. 저 졸업도 안 했는데 무슨 박사학위를 줍니까? 그랬더니 우리 학교는 미국 학교기 때문에 먼저 박사 학위를 받고 할 수 있다는 거예요.”

학사 과정도 마치지 못했는데 박사학위를 주겠다는 달콤한 제안.

처음엔 이상하다 싶어 의심도 했지만 미국 방식이 그렇다고 하니 그저 믿고 넘어갔습니다.

게다가 박사학위부터 시작하는 학생이 한두 명이 아니었기 때문에 자신도 도전해보기로 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녹취> 김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논문을 어떻게 씁니까? (물어보니깐.) 논문을 만들어 주겠다. 돈을 내라. 돈만 먼저 내라. 박사학위를 자기가 만들어주겠다 그러더라고요.”

하지만 논문은 직접 쓰고 싶었던 김 씨.

그런데 논문을 쓰겠다는 김 씨에게 학교는 이상할 만큼 집요하게 돈 애기를 꺼냈습니다.

<녹취> 김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논문을) 어떻게 써라 얘기를 한 마디 해주시더라고요. 그러더니 이제 논문비, (논문) 작성 가르쳐주는 그 지도비를 내라 이렇게 되는 거예요. 등록금은 등록금대로 그거는 그것대로.”

어렵게 논문이 완성되자 이번엔 말이 달라졌습니다.

<녹취> 김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나한테 석사로 바꾸라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따졌어요. 아니 박사를 주신다더니 왜 이제 석사를 주느냐고. (그랬더니 박사 논문은) 다 영어로 써야 되니까 내가 써줄게 (하는 거예요.)”

그제야 학교에 의문을 품게 된 김 씨.

박사 학위 문제로 다툼이 이어지던 중 김 씨는 학교로부터 갑자기 재적 처리를 당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미 학사 과정은 마쳤기에 해당 사이버 대학에서 졸업장은 손에 쥐게 됐습니다.

그런데 김 씨는 이후 대학 편입을 준비하던 중에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게 됩니다.

<녹취> 김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서울 00 대학 거기를 제가 시험을 봤어요. (그런데) 거기서 안 받아주는 거예요. 이런 학교가 없다고 안 받아주는 거예요. 그래서 그 때 알았죠.”

김 씨가 해당 사이버 대학에 들인 비용은 모두 천이백만 원!

하지만 대학 졸업장은 아무 의미 없는 한낱 종잇조각에 불과했던 겁니다.

결국, 김 씨의 신고로 해당 사이버 대학에 대한 경찰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인터뷰> 김석(경위/노원경찰서 지능수사팀) : “학력이 부족한 분들 또 아니면 학사나 석사, 박사 학위가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들 이런 사람들한테 사실은 인정이 안 되는 학위지만 국내에서 인정된다고 해서 발생한 피해 사례라고 볼 수 있겠어요.”

경찰 조사 결과 수년이 걸리는 석, 박사 과정을 3개월 만에 마친 사람도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석(경위/노원경찰서 지능수사팀) : “학사 학위 같은 경우는 700~1,000만 원 정도 그다음에 석사학위 같은 경우는 약 1,200만 원 정도, 박사 학위는 1,500만 원 정도에 학위를 판매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또 다른 피해자 김 모 씨는 입학하자마자 학교로부터 강의를 제안받았다고 합니다.

강의를 하다가 인정받으면 해당 대학에서 교수직까지 주겠다는 겁니다.

김 씨는 신입생에게 강의를 맡기는 게 이상했지만 수 년간 명리학 강의를 해온 경력이 인정받았다고 생각했습니다.

<녹취> 김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강의를 시키면서 교수라는 호칭도 주고 하는데 등록금을 대신에 선불로 내달라.”

그것을 시작으로 계속된 돈 요구.

김 씨가 총장에게 건넨 돈은 무려 천3백만 원에 이릅니다.

나중엔 빚까지 지며 돈을 마련했지만 약속했던 교수직은 그녀 차지가 아니었습니다.

<녹취> 김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졸업비를 100만 원 내래요. 사이판으로 졸업하러 간대요. 그래서 제가 안 냈어요. (나중에) 이거 (교수) 계약 못 하겠네 이러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자르는 거예요.”

지난 4년간 해당 학교를 거쳐 간 사람은 모두 68명.

직업 군인과 언론인도 있었지만 대부분 나이가 지긋한 역술인과 무속인들이었습니다.

해당 사이버 대학에서 일반 대학에서 흔하지 않은 사주학과, 풍수지리 학과 등을 개설했고, 무속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으로 돌면서 입학생이 늘어난 겁니다.

피해자들이 등록금과 교재비 학위 수여식 등 갖은 명목으로 갈취당한 돈은 모두 4억 원이 넘었습니다.

하지만 해당 대학 설립자이자 총장인 김 씨는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입니다.

<녹취> 김 모 씨(해당 대학 총장 피의자/음성변조) : “논문 제출하면 보통 지도교수라는 게 있는데요. 그 교수한테 한 50만 원씩 줍니다. 그건 어느 대학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수고비, 감사의 표시거든요. 액수는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게다가 자신의 사이버 대학은 미국에 본교가 있어 국내 교육부의 인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다.

경찰은 해당 학교의 학위가 국내에선 아무런 효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과장 광고를 한 것에 혐의점을 두고 있습니다.

<녹취> 이웅혁(교수/건국대 경찰학과) : “사이버 공간에서 익명성을 가장한 유령 대학도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고 실제로는 승인을 공식적으로 받지 않은 학교도 많이 있는 것이죠. 따라서 이와 같은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미국에 있는 공식 기관을 통해서 정식 승인과 인가를 받은 학교인가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학위를 준다는 말에 현혹된 피해자들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경찰은 총장 김 씨를 포함해 학교 관계자 7명을 사기죄로 불구속 입건했고, 수사를 계속한다는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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