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톡톡] ‘도둑 뇌사 사건’ 결국 유죄

입력 2016.05.25 (08:49) 수정 2016.05.25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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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생활에 필요한 법률 상식을 알아보는 <법률 톡톡> 시간입니다.

한밤중 자신의 집에 들어온 도둑을 때려 뇌사에 빠지게 했다 숨진 이른바 '도둑 뇌사 사건' 기억하실 겁니다.

정당방위 여부로 논란이 뜨거웠는데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정성훈 변호사와 함께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질문>
2년 전 쯤 논란이 뜨거웠던 사건이었죠.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구체적인 경위부터 정리해 볼까요?

<답변>
네, 2년 동안의 논란 속에서 마침내 지난 5월 12일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선고가 되었는데요.

그 동안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하여 여러 가지 말들과 추측이 오가면서 정당방위를 인정해야 되는 것이 아니냐는 그런 주장들이 있었는데요.

법원에서 인정한 구체적인 경위를 보면 이렇습니다.

2014년 3월경에 당시 만 19세였던 최 모씨는 전날 10시경부터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 다음날 새벽 3시경에 귀가를 합니다.

2층 문을 열고 거실에 들어서는데 그곳에서 서랍장을 뒤지며 훔칠 물건을 물색하던 55세의 김 모씨와 마주치게 되고요.

그래서 최씨는 ‘누구냐’라고 하면서 도둑인 김 씨에게 다가가서 주먹으로 얼굴을 수차례 때려서 넘어뜨리고, 김 씨의 뒤통수를 운동화를 신은 발로 세게 밟고 수차례 걷어차고, 이어서 거실에 있던 빨래 건조대를 집어 들어서 김 씨의 등 부분을 또 수차례 때린 다음에 허리에 차고 있던 벨트를 풀어서 다시 김 씨의 등 부분을 여러차례 때립니다.

이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의식이 없는 김 씨를 인근 병원 중환자실로 옮겼지만 김 씨는 결국 뇌사에 빠지면서 최 씨는 재판에 넘겨지게 되는데요.

이후 뇌사상태에 있던 김 모 씨는 2014년 12월 25일 결국 사망하게 된 사건입니다.

<질문>
정당방위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정당방위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죠. 그 이유가 뭔가요?

<답변>
네, 최 씨는 정당방위라고 주장했지만 1·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최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즉, 정당방위가 아니라고 봐서 최 씨에게 상해치사죄의 책임을 물은 건데요.

법원은 최씨의 폭행을 일단 두 단계로 나누어서 봤습니다.

먼저, 야간에 집에 침입해 훔칠 물건을 물색하는 상황에서 도둑을 주먹으로 때려서 제압한 상황은 당연히 자기 또는 가족의 신체와 재산을 지키기 위한 정당방위 상황에서의 행위라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검찰도 이 부분의 폭행에 대해서는 기소를 하지 않았는데요.

하지만, 이렇게 제압이 된 상황 이후에 이어진 후속폭행에 대하여는 정당방위라고 보지 않았습니다.

최 씨의 최초 폭행에 의해서 김 씨는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서 몸만 꿈틀거릴 뿐 어떠한 저항이나 공격도 전혀 하지 못하고 도망가려고만 꿈틀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정당방위 상황도 종료가 된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씨는 이후에도 김 씨의 머리를 발로 여러 차례 밟거나 걷어차고 빨래건조대와 허리띠로 계속해 폭행을 했기 때문에 이것은 정당방위에 해당할 수 없다고 본 것입니다.

<질문>
도망을 못가게 하기 위해 그럴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답변>
네, 그렇지 않아도 최 씨는 후속폭행이 김씨의 도주를 막기 위해서라는 주장도 했었지만 재판부는 김 씨가 도망가지 못하게 하려면, 소리를 질러 이웃의 도움을 청하거나 끈 등으로 포박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최 씨의 상고를 기각하였고 상해치사죄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의 형을 확정했습니다.

<질문>
정당방위 요건이 상당히 까다로운가 봅니다. 법률상으로는 정당방위 요건이 어떻게 정해져 있나요?

<답변>
네, 그렇죠, 이것은 까다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정당방위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국가의 경찰력을 통해서 위기를 모면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범죄에 해당하는 행위를 통해서 어떤 급박한 상황을 모면하였지만 예외적으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이기 때문에 쉽게 인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의 법집행을 도외시한 사적 보복이나 처벌까지도 용납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엄격히 판단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형법을 보면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행위로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정당행위로 보아 처벌하지 않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즉,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있는지 방지하기 위한 행위인지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인지를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을 종합하여 엄격하게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정당방위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본적으로 방어행위여야 됩니다.

적극적인 반격을 포함하는 반격방어도 포함될 수는 있지만 방어가 아닌 공격을 위한 행위의 경우에는 정당방위가 성립될 수 없습니다.

<질문>
이런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 한번쯤 생각해 보신 분들 많을 것 같은데요. 해외에서는 정당방위의 범위를 비교적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면서요?

<답변>
네, 고민이 되는 문제이지요. 어디까지가 정당한 방어행위가 되고 어디서부터가 공격행위가 되는지 일반인 입장에서는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일인데요,

이 사건에서도 최 씨는 다른 나라에 비하여 우리나라가 정당방위를 인정하는데 지나치게 엄격해 결과적으로 부당한 결론에 도달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을 했고, 그래서 법원도 영국,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입법례에 대하여도 살피면서 신중하게 판단을 했습니다.

개별 국가마다 제도나 문화, 역사 등의 다양한 요소에 따라 정당행위의 허용범위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각국의 구체적인 사례에 비추어 보면 우리나라의 정당방위 법리와 대체적으로 일치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실무가 부당하게 정당방위를 좁게 판단하는 것은 아니라고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김씨가 쓰러져 피를 흘리며 제압이 되었던 최초 폭행에서 멈추고 후속 폭행으로 더 나아가지 않았다면 정당방위로 끝낼 수 있었던 사안이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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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률 톡톡] ‘도둑 뇌사 사건’ 결국 유죄
    • 입력 2016-05-25 08:50:32
    • 수정2016-05-25 09:3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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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생활에 필요한 법률 상식을 알아보는 <법률 톡톡> 시간입니다.

한밤중 자신의 집에 들어온 도둑을 때려 뇌사에 빠지게 했다 숨진 이른바 '도둑 뇌사 사건' 기억하실 겁니다.

정당방위 여부로 논란이 뜨거웠는데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정성훈 변호사와 함께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질문>
2년 전 쯤 논란이 뜨거웠던 사건이었죠.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구체적인 경위부터 정리해 볼까요?

<답변>
네, 2년 동안의 논란 속에서 마침내 지난 5월 12일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선고가 되었는데요.

그 동안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하여 여러 가지 말들과 추측이 오가면서 정당방위를 인정해야 되는 것이 아니냐는 그런 주장들이 있었는데요.

법원에서 인정한 구체적인 경위를 보면 이렇습니다.

2014년 3월경에 당시 만 19세였던 최 모씨는 전날 10시경부터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 다음날 새벽 3시경에 귀가를 합니다.

2층 문을 열고 거실에 들어서는데 그곳에서 서랍장을 뒤지며 훔칠 물건을 물색하던 55세의 김 모씨와 마주치게 되고요.

그래서 최씨는 ‘누구냐’라고 하면서 도둑인 김 씨에게 다가가서 주먹으로 얼굴을 수차례 때려서 넘어뜨리고, 김 씨의 뒤통수를 운동화를 신은 발로 세게 밟고 수차례 걷어차고, 이어서 거실에 있던 빨래 건조대를 집어 들어서 김 씨의 등 부분을 또 수차례 때린 다음에 허리에 차고 있던 벨트를 풀어서 다시 김 씨의 등 부분을 여러차례 때립니다.

이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의식이 없는 김 씨를 인근 병원 중환자실로 옮겼지만 김 씨는 결국 뇌사에 빠지면서 최 씨는 재판에 넘겨지게 되는데요.

이후 뇌사상태에 있던 김 모 씨는 2014년 12월 25일 결국 사망하게 된 사건입니다.

<질문>
정당방위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정당방위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죠. 그 이유가 뭔가요?

<답변>
네, 최 씨는 정당방위라고 주장했지만 1·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최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즉, 정당방위가 아니라고 봐서 최 씨에게 상해치사죄의 책임을 물은 건데요.

법원은 최씨의 폭행을 일단 두 단계로 나누어서 봤습니다.

먼저, 야간에 집에 침입해 훔칠 물건을 물색하는 상황에서 도둑을 주먹으로 때려서 제압한 상황은 당연히 자기 또는 가족의 신체와 재산을 지키기 위한 정당방위 상황에서의 행위라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검찰도 이 부분의 폭행에 대해서는 기소를 하지 않았는데요.

하지만, 이렇게 제압이 된 상황 이후에 이어진 후속폭행에 대하여는 정당방위라고 보지 않았습니다.

최 씨의 최초 폭행에 의해서 김 씨는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서 몸만 꿈틀거릴 뿐 어떠한 저항이나 공격도 전혀 하지 못하고 도망가려고만 꿈틀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정당방위 상황도 종료가 된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씨는 이후에도 김 씨의 머리를 발로 여러 차례 밟거나 걷어차고 빨래건조대와 허리띠로 계속해 폭행을 했기 때문에 이것은 정당방위에 해당할 수 없다고 본 것입니다.

<질문>
도망을 못가게 하기 위해 그럴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답변>
네, 그렇지 않아도 최 씨는 후속폭행이 김씨의 도주를 막기 위해서라는 주장도 했었지만 재판부는 김 씨가 도망가지 못하게 하려면, 소리를 질러 이웃의 도움을 청하거나 끈 등으로 포박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최 씨의 상고를 기각하였고 상해치사죄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의 형을 확정했습니다.

<질문>
정당방위 요건이 상당히 까다로운가 봅니다. 법률상으로는 정당방위 요건이 어떻게 정해져 있나요?

<답변>
네, 그렇죠, 이것은 까다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정당방위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국가의 경찰력을 통해서 위기를 모면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범죄에 해당하는 행위를 통해서 어떤 급박한 상황을 모면하였지만 예외적으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이기 때문에 쉽게 인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의 법집행을 도외시한 사적 보복이나 처벌까지도 용납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엄격히 판단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형법을 보면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행위로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정당행위로 보아 처벌하지 않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즉,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있는지 방지하기 위한 행위인지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인지를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을 종합하여 엄격하게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정당방위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본적으로 방어행위여야 됩니다.

적극적인 반격을 포함하는 반격방어도 포함될 수는 있지만 방어가 아닌 공격을 위한 행위의 경우에는 정당방위가 성립될 수 없습니다.

<질문>
이런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 한번쯤 생각해 보신 분들 많을 것 같은데요. 해외에서는 정당방위의 범위를 비교적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면서요?

<답변>
네, 고민이 되는 문제이지요. 어디까지가 정당한 방어행위가 되고 어디서부터가 공격행위가 되는지 일반인 입장에서는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일인데요,

이 사건에서도 최 씨는 다른 나라에 비하여 우리나라가 정당방위를 인정하는데 지나치게 엄격해 결과적으로 부당한 결론에 도달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을 했고, 그래서 법원도 영국,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입법례에 대하여도 살피면서 신중하게 판단을 했습니다.

개별 국가마다 제도나 문화, 역사 등의 다양한 요소에 따라 정당행위의 허용범위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각국의 구체적인 사례에 비추어 보면 우리나라의 정당방위 법리와 대체적으로 일치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실무가 부당하게 정당방위를 좁게 판단하는 것은 아니라고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김씨가 쓰러져 피를 흘리며 제압이 되었던 최초 폭행에서 멈추고 후속 폭행으로 더 나아가지 않았다면 정당방위로 끝낼 수 있었던 사안이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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