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구성 기싸움…‘지각 국회’ 되풀이?

입력 2016.05.30 (21:25) 수정 2016.05.30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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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오늘(30일)부터 20대 국회 임기가 시작됐습니다.

20대 국회는 법정시한내 원구성을 해서,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한데요,

국회를 연결합니다. 신지혜 기자! 오늘(30일), 20대 국회를 취재했는데, 어땠습니까?

<리포트>

네, 4년에 한 번씩 저런 현수막이 의사당 외벽에 내걸립니다.

'제 20대 국회 개원', 새로운 국회 시작을 알리고 있는데요.

하지만 국회가 제대로 일을 시작하려면, 우선 원구성을 해야합니다.

국회의장단과 상임위 배분을 끝내야, 본격적으로 입법부 역할을 할 수 있는 겁니다.

일단 오늘(30일) 3당 수석들이 모여서 협상을 했는데 의견 차이만 확인했습니다.

여야가 서로 의장도, 알짜 상임위 자리도 양보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는 상황인데요.

법적으로 임기 첫날부터 일주일 안에 국회의장단을 뽑아야 하는데, 1987년, 13대 국회부터 이 법정 시한을 한 번도 지킨 적이 없습니다.

이번에는 좀 달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여소야대, 또 3당 체제라는 드문 정치지형이 협상을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정치 싸움만큼 입법 경쟁도 치열해 보이는데요.

오늘(30일) 하루 법안 51개가 발의됐는데, 목적에 맞게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해야겠죠.

20대 국회에서 1등으로 법안을 접수하려고 밤을 샌 보좌진들도 있었는데요.

보여주기식 경쟁을 하기 보다는 실제 일하는 국회를 만드는 데 힘을 쏟아야겠죠.

정아연 기자입니다.

<리포트>

국회 의안접수센터 앞에 자리를 깔고 앉은 보좌진들.

마실 것과 담요까지 챙겨 불침번을 섰습니다.

개원과 동시에 첫 번째로 법안을 내려고 자리 경쟁에 나선 겁니다.

<녹취> 배덕광(새누리당 의원) : "내가 1등 하려고 했는데, 박 의원이 1등했네…"

<녹취> 박정(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 "국회의원은 법안으로 말하기 때문에 열심히 하겠다는 의미에서."

'1호 법안'을 위한 자리 쟁탈전은 4년 마다 반복돼 왔습니다.

19대 때는 사흘 밤을 샌 새누리당 김정록 의원측이, 18대 때는 당시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이 1호 법안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1호 법안 발의를 위해 밤샘까지 하는 모습을 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습니다.

국민과 국가를 위해 일해야 하는 국회의원들이 지나치게 개인의 영예에 매달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인터뷰> 김형준(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 "국정을 견제하고 합리적 대안 제시하는게 아니라 오로지 보여주기식으로, 더 나아가서 생색내기용으로 국회 운영했던 부분 있거든요"

법안 접수 순서가 중요한 게 아니라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는 지적에도 귀 기울여야 합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접수된 법안 만7천여 건 중 절반이 넘는 9천8백여 건이 폐기됐습니다.

KBS 뉴스 정아연입니다.

<기자 멘트>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선 여야 협치가 여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인데요.

국회 본회의장부터 다시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회의장 구조가 여야간 토론과 소통을 방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김기흥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본회의 개의 시간이 지났지만 의원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녹취> "회의장에 입장해 주시기 바랍니다."

간신히 의사 정족수를 넘겨 개의됐지만, 졸거나, 전화 통화를 하고, 돌아다니며 잡담과 인사를 나누기도 합니다.

다른 당 의원들에게 야유를 보내고, 같은 당 의원의 질의가 끝나면 우르르 회의장을 빠져나옵니다.

영국 의회는 이런 우리 국회와 많이 다릅니다.

의원들 간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동료 의원들과 어깨가 맞닿을 정도로 좌석 간격이 좁아 딴짓을 하거나 졸 수가 없습니다.

의장 단상을 'ㄷ'자로 감싸며 마주보는 의석 구조라 여야간 토론과 소통이 쉽습니다.

반면, 우리 국회의 본회의장은 의장 단상이 우뚝 솟아 있고, 의원석은 멀찍이 떨어져 단상만 바라보도록 돼 있습니다.

<녹취> 김석은(한양대 행정학과 교수) : "자리 배치를 좁게 한다든가 아니면 연단과 의자 사이를 좁혀서 연사와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게 끔, 지금 본회의장은 (연사가 말하는 것을) 그냥 일방적으로 들을 수밖에 없는..."

본회의장 배치를 바꾼다고 하루아침에 국회가 달라지진 않겠지만, 변화의 촉매제가 될 수는 있을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KBS 뉴스 김기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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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 구성 기싸움…‘지각 국회’ 되풀이?
    • 입력 2016-05-30 21:31:47
    • 수정2016-05-30 22: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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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오늘(30일)부터 20대 국회 임기가 시작됐습니다.

20대 국회는 법정시한내 원구성을 해서,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한데요,

국회를 연결합니다. 신지혜 기자! 오늘(30일), 20대 국회를 취재했는데, 어땠습니까?

<리포트>

네, 4년에 한 번씩 저런 현수막이 의사당 외벽에 내걸립니다.

'제 20대 국회 개원', 새로운 국회 시작을 알리고 있는데요.

하지만 국회가 제대로 일을 시작하려면, 우선 원구성을 해야합니다.

국회의장단과 상임위 배분을 끝내야, 본격적으로 입법부 역할을 할 수 있는 겁니다.

일단 오늘(30일) 3당 수석들이 모여서 협상을 했는데 의견 차이만 확인했습니다.

여야가 서로 의장도, 알짜 상임위 자리도 양보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는 상황인데요.

법적으로 임기 첫날부터 일주일 안에 국회의장단을 뽑아야 하는데, 1987년, 13대 국회부터 이 법정 시한을 한 번도 지킨 적이 없습니다.

이번에는 좀 달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여소야대, 또 3당 체제라는 드문 정치지형이 협상을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정치 싸움만큼 입법 경쟁도 치열해 보이는데요.

오늘(30일) 하루 법안 51개가 발의됐는데, 목적에 맞게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해야겠죠.

20대 국회에서 1등으로 법안을 접수하려고 밤을 샌 보좌진들도 있었는데요.

보여주기식 경쟁을 하기 보다는 실제 일하는 국회를 만드는 데 힘을 쏟아야겠죠.

정아연 기자입니다.

<리포트>

국회 의안접수센터 앞에 자리를 깔고 앉은 보좌진들.

마실 것과 담요까지 챙겨 불침번을 섰습니다.

개원과 동시에 첫 번째로 법안을 내려고 자리 경쟁에 나선 겁니다.

<녹취> 배덕광(새누리당 의원) : "내가 1등 하려고 했는데, 박 의원이 1등했네…"

<녹취> 박정(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 "국회의원은 법안으로 말하기 때문에 열심히 하겠다는 의미에서."

'1호 법안'을 위한 자리 쟁탈전은 4년 마다 반복돼 왔습니다.

19대 때는 사흘 밤을 샌 새누리당 김정록 의원측이, 18대 때는 당시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이 1호 법안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1호 법안 발의를 위해 밤샘까지 하는 모습을 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습니다.

국민과 국가를 위해 일해야 하는 국회의원들이 지나치게 개인의 영예에 매달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인터뷰> 김형준(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 "국정을 견제하고 합리적 대안 제시하는게 아니라 오로지 보여주기식으로, 더 나아가서 생색내기용으로 국회 운영했던 부분 있거든요"

법안 접수 순서가 중요한 게 아니라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는 지적에도 귀 기울여야 합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접수된 법안 만7천여 건 중 절반이 넘는 9천8백여 건이 폐기됐습니다.

KBS 뉴스 정아연입니다.

<기자 멘트>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선 여야 협치가 여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인데요.

국회 본회의장부터 다시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회의장 구조가 여야간 토론과 소통을 방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김기흥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본회의 개의 시간이 지났지만 의원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녹취> "회의장에 입장해 주시기 바랍니다."

간신히 의사 정족수를 넘겨 개의됐지만, 졸거나, 전화 통화를 하고, 돌아다니며 잡담과 인사를 나누기도 합니다.

다른 당 의원들에게 야유를 보내고, 같은 당 의원의 질의가 끝나면 우르르 회의장을 빠져나옵니다.

영국 의회는 이런 우리 국회와 많이 다릅니다.

의원들 간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동료 의원들과 어깨가 맞닿을 정도로 좌석 간격이 좁아 딴짓을 하거나 졸 수가 없습니다.

의장 단상을 'ㄷ'자로 감싸며 마주보는 의석 구조라 여야간 토론과 소통이 쉽습니다.

반면, 우리 국회의 본회의장은 의장 단상이 우뚝 솟아 있고, 의원석은 멀찍이 떨어져 단상만 바라보도록 돼 있습니다.

<녹취> 김석은(한양대 행정학과 교수) : "자리 배치를 좁게 한다든가 아니면 연단과 의자 사이를 좁혀서 연사와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게 끔, 지금 본회의장은 (연사가 말하는 것을) 그냥 일방적으로 들을 수밖에 없는..."

본회의장 배치를 바꾼다고 하루아침에 국회가 달라지진 않겠지만, 변화의 촉매제가 될 수는 있을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KBS 뉴스 김기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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