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차 둔갑 ‘클린디젤’…경유차 정책 오락가락

입력 2016.06.07 (08:12) 수정 2016.06.07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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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요즘 미세먼지의 주요 배출원으로 뭇매를 맞고 있는 게 바로 디젤차, 경유차죠.

그런데 현행 관련법을 보면 경유차는 클린디젤이라는 명칭을 달며 '친환경차'로 분류돼 있습니다.

사실 대략 10년 전만 해도 경유차는 주행할 때 내뿜는 시커먼 매연에서 바로 알 수 있듯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인식됐었는데, 어느 순간 친환경차로 둔갑했던 겁니다.

경유차에 대한 친환경 신화가 시작된 건 지난 2009년부터입니다.

당시 유럽연합 EU가 정한 자동차 유해가스 기준인 '유로 5'가 등장했는데요.

EU는 질소산화물을 이전보다 60% 가까이 줄이는 기준을 적용해 이 기준을 지키지 못하는 차는 시장에서 퇴출시켰습니다.

동시에 유로5를 만족하는 경유차는 연비도 높고 환경에도 도움이 되는 정말 '좋은' 차로 여겨졌습니다.

당시 온실가스 문제가 국제적인 이슈가 되면서 가솔린차보다 이산화탄소도 적게 배출하는 경유차가 '클린 디젤'이라는 말로 포장돼 각광받기 시작한 겁니다. -> DLP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당시 주무부처였던 지식경제부와 국회가 경유차를 '친환경' 자동차 범주에 포함시켰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검증조차 하지 않았던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경유차가 친환경 자동차로 둔갑하게 된 과정을 김기흥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최근 대표적인 미세먼지 배출원 중 하나로 지탄받고 있는 디젤차.

하지만 관련 법에는 클린디젤차란 이름으로 전기차 등과 함께 친환경차 범주에 포함돼 있습니다.

어찌된 일일까?

지난 2009년 클린디젤차를 '친환경차'에 포함시키자는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기술개발에 한계가 있다는 국회 전문위원의 지적이 있었지만, 당시 지식경제부가 클린디젤차의 배출가스가 하이브리드차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주장하면서 포함시키는 쪽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하지만, 지경부의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습니다.

당시 디젤차와 가솔린차의 이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 배출을 측정한 자료입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차이는 거의 없지만 질소산화물의 배출량은 디젤차가 가솔린차 보다 23배 이상 많습니다.

친환경차 기준을 만족시키는 디젤차는 입법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도 단 한 대도 없습니다.

<녹취> 산자부(구 지식경제부 관계자) : "없어요. 현재 기술로는 아직까지는 거기 도달한 차는 없었어요"

결국 지경부 주장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 없이 법안이 통과되면서 디젤차가 친환경차가 된 겁니다.

<인터뷰> 김필수(교수/대림대 자동차학과) :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육박할 정도로 (클린디젤) 기술 수준이 높다고 볼 수 있는 것은 너무 앞서가는 논리가 아닌가? 섣부른 정책이 아니었나?"

친환경차로 지정되고 이후 환경개선부담금이 면제되는 등 판매 조건이 좋아지면서 디젤차 판매량은 5년 만에 33%나 늘었습니다.

<인터뷰> 이찬열(더불어민주당 의원) : "디젤 차가 클린이라는 미명으로 포장되었습니다. 이는 국민을 속이고 국민 건강을 전혀 생각지 않았던 것입니다."

클린디젤차를 친환경차 범주에서 다시 제외시켜야 한다는 법안이 최근 국회에 제출됐습니다.

KBS 뉴스 김기흥입니다.

<기자 멘트>

이런 사정 때문인지 지난 3일 정부가 미세먼지 관리 특별 대책을 발표하면서 그동안의 클린 디젤 정책을 공식적으로 폐기하기로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클린 디젤 정책은 -> 중대한 시행착오였다고 시인하기까지 했습니다.

이에 따라 현재 친환경차로 지정된 경유차가 환경개선부담금이 면제되고 남산 터널 등을 이용할 때 내야 하는 혼잡통행료 50% 감면, 공영주차장을 이용할 때 받는 큰 폭의 할인 혜택은 곧 사라지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경유차를 친환경차 범주에 놨다가 지금은 미세먼지의 주범 취급을 하니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겠죠.

사실 무조건 경유차는 나쁜 차로 몰아가는 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트럭이나 건설기계처럼 순간적으로 힘이 필요한 차량에는 경유차가 꼭 필요하고, 이산화탄소 배출 측면에선 휘발유 차 못지 않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선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우선 이번 종합 대책에서는 빠진 충남지역 화력발전소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지, 또 보다 근본적으로는 미세먼지 발생원의 최대 50%를 차지하는 중국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시점이란 겁니다.

또한 경유차에 대한 무조건적 비판에서 벗어나 정말 연비도 좋으면서 환경 오염도 시키지 않는 친환경차 개발과 보급에도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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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환경차 둔갑 ‘클린디젤’…경유차 정책 오락가락
    • 입력 2016-06-07 08:17:09
    • 수정2016-06-07 09:2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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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세먼지의 주요 배출원으로 뭇매를 맞고 있는 게 바로 디젤차, 경유차죠.

그런데 현행 관련법을 보면 경유차는 클린디젤이라는 명칭을 달며 '친환경차'로 분류돼 있습니다.

사실 대략 10년 전만 해도 경유차는 주행할 때 내뿜는 시커먼 매연에서 바로 알 수 있듯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인식됐었는데, 어느 순간 친환경차로 둔갑했던 겁니다.

경유차에 대한 친환경 신화가 시작된 건 지난 2009년부터입니다.

당시 유럽연합 EU가 정한 자동차 유해가스 기준인 '유로 5'가 등장했는데요.

EU는 질소산화물을 이전보다 60% 가까이 줄이는 기준을 적용해 이 기준을 지키지 못하는 차는 시장에서 퇴출시켰습니다.

동시에 유로5를 만족하는 경유차는 연비도 높고 환경에도 도움이 되는 정말 '좋은' 차로 여겨졌습니다.

당시 온실가스 문제가 국제적인 이슈가 되면서 가솔린차보다 이산화탄소도 적게 배출하는 경유차가 '클린 디젤'이라는 말로 포장돼 각광받기 시작한 겁니다. -> DLP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당시 주무부처였던 지식경제부와 국회가 경유차를 '친환경' 자동차 범주에 포함시켰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검증조차 하지 않았던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경유차가 친환경 자동차로 둔갑하게 된 과정을 김기흥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최근 대표적인 미세먼지 배출원 중 하나로 지탄받고 있는 디젤차.

하지만 관련 법에는 클린디젤차란 이름으로 전기차 등과 함께 친환경차 범주에 포함돼 있습니다.

어찌된 일일까?

지난 2009년 클린디젤차를 '친환경차'에 포함시키자는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기술개발에 한계가 있다는 국회 전문위원의 지적이 있었지만, 당시 지식경제부가 클린디젤차의 배출가스가 하이브리드차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주장하면서 포함시키는 쪽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하지만, 지경부의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습니다.

당시 디젤차와 가솔린차의 이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 배출을 측정한 자료입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차이는 거의 없지만 질소산화물의 배출량은 디젤차가 가솔린차 보다 23배 이상 많습니다.

친환경차 기준을 만족시키는 디젤차는 입법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도 단 한 대도 없습니다.

<녹취> 산자부(구 지식경제부 관계자) : "없어요. 현재 기술로는 아직까지는 거기 도달한 차는 없었어요"

결국 지경부 주장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 없이 법안이 통과되면서 디젤차가 친환경차가 된 겁니다.

<인터뷰> 김필수(교수/대림대 자동차학과) :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육박할 정도로 (클린디젤) 기술 수준이 높다고 볼 수 있는 것은 너무 앞서가는 논리가 아닌가? 섣부른 정책이 아니었나?"

친환경차로 지정되고 이후 환경개선부담금이 면제되는 등 판매 조건이 좋아지면서 디젤차 판매량은 5년 만에 33%나 늘었습니다.

<인터뷰> 이찬열(더불어민주당 의원) : "디젤 차가 클린이라는 미명으로 포장되었습니다. 이는 국민을 속이고 국민 건강을 전혀 생각지 않았던 것입니다."

클린디젤차를 친환경차 범주에서 다시 제외시켜야 한다는 법안이 최근 국회에 제출됐습니다.

KBS 뉴스 김기흥입니다.

<기자 멘트>

이런 사정 때문인지 지난 3일 정부가 미세먼지 관리 특별 대책을 발표하면서 그동안의 클린 디젤 정책을 공식적으로 폐기하기로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클린 디젤 정책은 -> 중대한 시행착오였다고 시인하기까지 했습니다.

이에 따라 현재 친환경차로 지정된 경유차가 환경개선부담금이 면제되고 남산 터널 등을 이용할 때 내야 하는 혼잡통행료 50% 감면, 공영주차장을 이용할 때 받는 큰 폭의 할인 혜택은 곧 사라지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경유차를 친환경차 범주에 놨다가 지금은 미세먼지의 주범 취급을 하니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겠죠.

사실 무조건 경유차는 나쁜 차로 몰아가는 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트럭이나 건설기계처럼 순간적으로 힘이 필요한 차량에는 경유차가 꼭 필요하고, 이산화탄소 배출 측면에선 휘발유 차 못지 않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선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우선 이번 종합 대책에서는 빠진 충남지역 화력발전소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지, 또 보다 근본적으로는 미세먼지 발생원의 최대 50%를 차지하는 중국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시점이란 겁니다.

또한 경유차에 대한 무조건적 비판에서 벗어나 정말 연비도 좋으면서 환경 오염도 시키지 않는 친환경차 개발과 보급에도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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