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이름이 두 개?…70대 소매치기 할머니의 이중생활

입력 2016.06.17 (08:34) 수정 2016.06.17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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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두 개의 전혀 다른 이름으로 살 수 있다면 어떨까요?

마치 영화나 드라마에 나올법한 이야기인데요.

놀랍게도 현실에서 이 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졌습니다.

최근 경찰이 70대 소매치기 할머니를 붙잡았는데, 알고 보니 이 할머니가 김 아무개, 조 아무개 이렇게 두 개의 호적을 가지고 있던 겁니다.

할머니는 이름이 두 개인 점을 범죄에 악용했습니다.

집행유예 기간에 소매치기하다 붙잡히면, 다른 이름을 대며 가중 처벌을 피한 겁니다.

이런 방식으로 수십 년 간 소매치기를 해온 건데 두 개의 이름으로 저지른 전과가 지금까지 모두 38범에 달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뉴스따라잡기에서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사람들로 북적이는 남대문 시장.

지난 3월 60대 여성 이 모 씨 역시 옷을 사기 위해 시장에 들렀습니다.

그런데 이 씨는 유독 이날 느낌이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녹취> 이OO(소매치기 피해자/음성변조) : “그날 느낌이 이상해서 가방을 몇 번씩이나 고쳐 매고 앞쪽으로 했거든요.”

가방이 신경 쓰이는 덴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녹취> 이OO(소매치기 피해자/음성변조) : “그날 돈이 좀 (있었어요.) 평소에 많이 안 가지고 다니는데 제 동생이 환갑잔치라 돈을 걷어서 주려고 돈을 많이 가지고 갔었어요.”

지갑 속엔 환갑을 맞은 동생에게 줄 70만 원과 외화 150유로 등 약 90만 원 정도의 현금이 들어 있던 겁니다.

시장에서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른 뒤 값을 치르기 위해 지갑을 꺼낸 이 씨.

그런데 잠시 뒤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녹취> 이OO(소매치기 피해자/음성변조) : “지갑을 (가방을) 열고 쏙 집어넣었는데 그다음 가게에서 (봤더니) 없는 거예요.”

분명히 가방에 넣어 놓았던 지갑이 순식간에 사라졌던 겁니다.

이 씨는 소매치기를 당했다고 생각해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먼저 시장 안에 설치된 CCTV를 확인했습니다.

그러자 이 씨가 지갑을 잃어버리기 직전 한 할머니가 이 씨의 뒤를 바짝 따라가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피해자 이 씨가 가판에서 옷을 고르는 사이, 멀찌감치 떨어져 있던 할머니가 조금씩 이 씨에게 다가갑니다.

목에 메고 있던 스카프를 손에 들고선 이 씨 주변을 서성이던 할머닌 잠시 뒷자리를 떠나는데요.

그런데 다른 CCTV 영상에서 할머니가 이 씨의 지갑을 손에 들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스카프로 손을 가리고 가방에서 눈 깜짝할 사이 지갑을 빼낸 겁니다.

도대체 이 할머니는 대체 누굴까?

경찰이 CCTV 영상을 기반으로 확인한 결과 피의자로 72살 조 모 씨가 지목됐습니다.

조 씨는 무려 55년 동안 주로 시장을 무대로 소매치기를 해 화려한 전과까지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경찰이 할머니를 체포하기에 앞서 할머니에 대한 이상한 이야기가 들려왔습니다.

<인터뷰> 강명구(서울 남대문경찰서 형사5팀장) : “인적사항 확인 후 체포영장을 발부받아서 추적 조회하던 중에 첩보를 하나 얻게 되는데 이 사람이 다른 사람 명의를 사용하고 있다. 그 얘기를 들었거든요.”

몇몇 사람들이 할머니를 조 모 씨가 아닌 김 모 씨로 알고 있던 겁니다.

처음엔 할머니가 진짜 이름과 다른 사람 이름 이렇게 두 개를 사용한 걸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경찰 조사 결과 황당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강명구(서울 남대문경찰서 형사5팀장) : “두 사람의 인적사항을 비교 분석하고 주민등록증을 만들 당시의 지문을 감정 의뢰하니깐 동일 인물이라고 결과가 나왔습니다.”

할머닌 다른 사람의 명의를 도용한 게 아니었습니다.

43년생인 김 씨와 조 씨는 동일인이었고, 할머니 앞으로 각기 다른 이름으로 두 개의 주민등록증이 발급돼 있었던 겁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걸까?

경찰은 수사를 통해 할머니가 경기도 고양시에 전입신고를 한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 10일 할머니를 체포했습니다.

경찰이 조 아무개에 대한 체포영장을 들고 찾아가자 할머니는 김 아무개 이름의 신분증을 보여주며 사람을 잘못 봤다고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할머니를 체포하면서, 두 개의 신분을 갖게 된 경위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강명구(서울 남대문경찰서 형사5팀장) : “61년도에 조 씨 성을 갖게 됐고, 83년도에 이산가족 찾기에서 모친을 만나게 됩니다. 그래서 김 씨 명의의 호적을 갖게 된 거죠.”

할머니의 원래 이름은 김 아무개.

하지만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면서 7살 어린 나이에 부모와 헤어진 뒤 보육원에서 조 아무개란 이름으로 호적을 얻게 됩니다.

이후 1983년에 이산가족 찾기 행사를 통해 헤어진 친부모를 만나게 됩니다.

이때부터 자신의 원래 이름인 김 아무개로 또 다른 신분증을 가지게 됐습니다.

그런데 행정기관이 이전에 가지고 있던 조 씨 명의의 호적을 지우지 않았습니다.

<녹취> 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그때는 전산화 작업이 없었고 수기 작업으로 되어있을 때여서요. 지금 같은 경우에는 전산화 작업이 있기 때문에 그전처럼 그렇게 하실 수 없고요.”

두 개의 주민등록증이 생긴 할머닌 어린 시절부터 해온 소매치기 범죄를 계속 저지르면서 이중 호적을 악용했습니다.

<인터뷰> 강명구(서울 남대문경찰서 형사5팀장) : “집행유예라든지 누범 기간이 되면 그 이름으로 검거가 되면 가중처벌을 받게 되니깐, 다른 이중 호적을 이용한 거죠.”

조 씨 성의 이름으로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을 경우, 집행 유예 기간 내에 또다시 체포되면 김 씨 성의 이름을 대서 가중처벌을 피해왔던 겁니다.

또 조 씨 신분으로 유치장 신세를 지고 있을 땐 김 씨 이름으로 기초생활수급비를 받기도 했습니다.

두 개의 신분으로 기록된 전과는 조 씨 성의 이름으로 28차례 김 씨 성의 이름으로 10차례나 됩니다.

일본으로 소매치기 원정을 떠났던 할머니의 과거 행적도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강명구(서울 남대문경찰서 형사5팀장) : “저희가 확인한 바로는 일본에 원정 소매치기를 갔을 때 3억 5,000만 원 정도의 돈을 절취했다고 진술한 바가 있습니다. 조 씨와 김 씨 명의로 일본에서 범행하다가 2회에 걸쳐 강제 추방을 당했습니다.”

55년간 한국과 일본을 넘나들며 화려한 소매치기 생활을 해온 할머닌 결국 또 다시 쇠고랑 신세가 되었습니다.

더불어 두 개의 이름으로 살아온 이중생활도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

이중 호적으로 가중처벌을 피해 왔던 할머닌 결국, 뒤늦게 그 책임을 지게 됐습니다.

전문가들은 할머니가 이중 호적으로 수사 업무를 방해한 만큼 공무집행 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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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이름이 두 개?…70대 소매치기 할머니의 이중생활
    • 입력 2016-06-17 08:37:45
    • 수정2016-06-17 09: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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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두 개의 전혀 다른 이름으로 살 수 있다면 어떨까요?

마치 영화나 드라마에 나올법한 이야기인데요.

놀랍게도 현실에서 이 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졌습니다.

최근 경찰이 70대 소매치기 할머니를 붙잡았는데, 알고 보니 이 할머니가 김 아무개, 조 아무개 이렇게 두 개의 호적을 가지고 있던 겁니다.

할머니는 이름이 두 개인 점을 범죄에 악용했습니다.

집행유예 기간에 소매치기하다 붙잡히면, 다른 이름을 대며 가중 처벌을 피한 겁니다.

이런 방식으로 수십 년 간 소매치기를 해온 건데 두 개의 이름으로 저지른 전과가 지금까지 모두 38범에 달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뉴스따라잡기에서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사람들로 북적이는 남대문 시장.

지난 3월 60대 여성 이 모 씨 역시 옷을 사기 위해 시장에 들렀습니다.

그런데 이 씨는 유독 이날 느낌이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녹취> 이OO(소매치기 피해자/음성변조) : “그날 느낌이 이상해서 가방을 몇 번씩이나 고쳐 매고 앞쪽으로 했거든요.”

가방이 신경 쓰이는 덴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녹취> 이OO(소매치기 피해자/음성변조) : “그날 돈이 좀 (있었어요.) 평소에 많이 안 가지고 다니는데 제 동생이 환갑잔치라 돈을 걷어서 주려고 돈을 많이 가지고 갔었어요.”

지갑 속엔 환갑을 맞은 동생에게 줄 70만 원과 외화 150유로 등 약 90만 원 정도의 현금이 들어 있던 겁니다.

시장에서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른 뒤 값을 치르기 위해 지갑을 꺼낸 이 씨.

그런데 잠시 뒤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녹취> 이OO(소매치기 피해자/음성변조) : “지갑을 (가방을) 열고 쏙 집어넣었는데 그다음 가게에서 (봤더니) 없는 거예요.”

분명히 가방에 넣어 놓았던 지갑이 순식간에 사라졌던 겁니다.

이 씨는 소매치기를 당했다고 생각해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먼저 시장 안에 설치된 CCTV를 확인했습니다.

그러자 이 씨가 지갑을 잃어버리기 직전 한 할머니가 이 씨의 뒤를 바짝 따라가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피해자 이 씨가 가판에서 옷을 고르는 사이, 멀찌감치 떨어져 있던 할머니가 조금씩 이 씨에게 다가갑니다.

목에 메고 있던 스카프를 손에 들고선 이 씨 주변을 서성이던 할머닌 잠시 뒷자리를 떠나는데요.

그런데 다른 CCTV 영상에서 할머니가 이 씨의 지갑을 손에 들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스카프로 손을 가리고 가방에서 눈 깜짝할 사이 지갑을 빼낸 겁니다.

도대체 이 할머니는 대체 누굴까?

경찰이 CCTV 영상을 기반으로 확인한 결과 피의자로 72살 조 모 씨가 지목됐습니다.

조 씨는 무려 55년 동안 주로 시장을 무대로 소매치기를 해 화려한 전과까지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경찰이 할머니를 체포하기에 앞서 할머니에 대한 이상한 이야기가 들려왔습니다.

<인터뷰> 강명구(서울 남대문경찰서 형사5팀장) : “인적사항 확인 후 체포영장을 발부받아서 추적 조회하던 중에 첩보를 하나 얻게 되는데 이 사람이 다른 사람 명의를 사용하고 있다. 그 얘기를 들었거든요.”

몇몇 사람들이 할머니를 조 모 씨가 아닌 김 모 씨로 알고 있던 겁니다.

처음엔 할머니가 진짜 이름과 다른 사람 이름 이렇게 두 개를 사용한 걸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경찰 조사 결과 황당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강명구(서울 남대문경찰서 형사5팀장) : “두 사람의 인적사항을 비교 분석하고 주민등록증을 만들 당시의 지문을 감정 의뢰하니깐 동일 인물이라고 결과가 나왔습니다.”

할머닌 다른 사람의 명의를 도용한 게 아니었습니다.

43년생인 김 씨와 조 씨는 동일인이었고, 할머니 앞으로 각기 다른 이름으로 두 개의 주민등록증이 발급돼 있었던 겁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걸까?

경찰은 수사를 통해 할머니가 경기도 고양시에 전입신고를 한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 10일 할머니를 체포했습니다.

경찰이 조 아무개에 대한 체포영장을 들고 찾아가자 할머니는 김 아무개 이름의 신분증을 보여주며 사람을 잘못 봤다고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할머니를 체포하면서, 두 개의 신분을 갖게 된 경위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강명구(서울 남대문경찰서 형사5팀장) : “61년도에 조 씨 성을 갖게 됐고, 83년도에 이산가족 찾기에서 모친을 만나게 됩니다. 그래서 김 씨 명의의 호적을 갖게 된 거죠.”

할머니의 원래 이름은 김 아무개.

하지만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면서 7살 어린 나이에 부모와 헤어진 뒤 보육원에서 조 아무개란 이름으로 호적을 얻게 됩니다.

이후 1983년에 이산가족 찾기 행사를 통해 헤어진 친부모를 만나게 됩니다.

이때부터 자신의 원래 이름인 김 아무개로 또 다른 신분증을 가지게 됐습니다.

그런데 행정기관이 이전에 가지고 있던 조 씨 명의의 호적을 지우지 않았습니다.

<녹취> 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그때는 전산화 작업이 없었고 수기 작업으로 되어있을 때여서요. 지금 같은 경우에는 전산화 작업이 있기 때문에 그전처럼 그렇게 하실 수 없고요.”

두 개의 주민등록증이 생긴 할머닌 어린 시절부터 해온 소매치기 범죄를 계속 저지르면서 이중 호적을 악용했습니다.

<인터뷰> 강명구(서울 남대문경찰서 형사5팀장) : “집행유예라든지 누범 기간이 되면 그 이름으로 검거가 되면 가중처벌을 받게 되니깐, 다른 이중 호적을 이용한 거죠.”

조 씨 성의 이름으로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을 경우, 집행 유예 기간 내에 또다시 체포되면 김 씨 성의 이름을 대서 가중처벌을 피해왔던 겁니다.

또 조 씨 신분으로 유치장 신세를 지고 있을 땐 김 씨 이름으로 기초생활수급비를 받기도 했습니다.

두 개의 신분으로 기록된 전과는 조 씨 성의 이름으로 28차례 김 씨 성의 이름으로 10차례나 됩니다.

일본으로 소매치기 원정을 떠났던 할머니의 과거 행적도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강명구(서울 남대문경찰서 형사5팀장) : “저희가 확인한 바로는 일본에 원정 소매치기를 갔을 때 3억 5,000만 원 정도의 돈을 절취했다고 진술한 바가 있습니다. 조 씨와 김 씨 명의로 일본에서 범행하다가 2회에 걸쳐 강제 추방을 당했습니다.”

55년간 한국과 일본을 넘나들며 화려한 소매치기 생활을 해온 할머닌 결국 또 다시 쇠고랑 신세가 되었습니다.

더불어 두 개의 이름으로 살아온 이중생활도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

이중 호적으로 가중처벌을 피해 왔던 할머닌 결국, 뒤늦게 그 책임을 지게 됐습니다.

전문가들은 할머니가 이중 호적으로 수사 업무를 방해한 만큼 공무집행 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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