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인도 타지마할 각종 오염에 몸살

입력 2016.06.18 (22:11) 수정 2016.06.18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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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인도의 상징과도 같은 타지마할.

타지마할은 360여 년 전 무굴 제국 황제가 사랑했던 아내를 기리며 지은 묘인데요.

순백의 대리석이 눈이 시릴 만큼 아름답지만 최근 오염으로 인한 훼손 정도가 심각합니다.

인도 국민들의 뿌리 깊은 생활 습관, 거기에 관리 당국의 미온적 대처까지 겹쳐 신음하고 있는 타지마할을 김종수 순회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남동쪽으로 200km 거리에 위치한 아그라.

교통의 요지인 이곳은 16세기부터 100여 년 동안 인도의 마지막 봉건왕조였던 무굴제국의 수도였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외국 관광객들에겐 타지마할의 도시, 관광 명소로 더 유명합니다.

무굴 제국의 5대 황제였던 샤 자한이 아내 뭄따즈마할의 죽음을 애도하며 지은 타지마할.

1632년에 착공된 뒤 2만 명이 넘는 노동자가 동원돼 22년 만에 완공됐습니다.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는 궁전, 하지만 대리석 건축물 곳곳에서는 환경오염으로 인한 심각한 훼손이 발견됩니다.

<녹취> 매드후파르나 차카라바르티(관광객) : "2, 3년 전 이곳을 처음 방문했을 때는 타지마할이 흰색으로 보였는데 다시 와보니 약간 누런색처럼 보이더군요."

건물 표면이 누렇게 변하는 현상인데, 대기오염과 모래바람.

산성비가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환경오염으로 색이 변하는 현상이 시간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지만 관광객의 입장을 제한하는 조치는 검토하지 않고 있습니다.

타지마할을 둘러싸고 있는 타워에는 이처럼 대리석 세척작업을 위해 임시구조물을 설치해놓고 있는데요. 관광객의 안전을 위해 초록색천막을 설치해 놓은 곳도 있습니다.

흰색 대리석에 들러붙은 오염물질을 완벽히 제거하려면 앞으로 최소한 9년은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천연 진흙을 바르고 말린 뒤 많은 인원이 투입돼 일일이 씻어내야 하는 고된 작업입니다.

<녹취> 바랏 파라샤(타지마할 가이드) : "바닥과 타워 세척에만 일 년 반 정도 걸리는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을 작업하는데 일 년 반이 걸린다면 중앙 구조물 세척에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변색의 원인 가운데 하나는 대기오염입니다.

그러나 대기 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는 디젤 차량과 화장장을 줄이는 것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변호사들이 나서 환경 보호를 위한 입법 청원에 나섰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인터뷰> 미라 고팔(환경단체'라이프'소속 변호사) : "(변호사들이 최근 입법 청원에서 지적하기를) 아그라에서 각종 쓰레기를 태워서 처리하는 과정에 독성물질과 부유 입자 물질을 공기 중으로 배출하고 이것이 타지마할에 변색을 유발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타지마할의 변색과 훼손을 일으키는 새로운 오염원이 밝혀졌습니다.

곤충의 분비물로 인해 생기는 초록색 얼룩입니다.

<인터뷰> 브제시 싱(현지 언론인) : "카메라 기자가 초록색 얼룩에 대해 가장 먼저 언급을 했습니다. 제가 직접 가서 촬영했는데 매우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타지마할의 아름다움을 훼손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초록색으로 변색된 곳, 타지마할의 뒤쪽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섬세한 조각이 새겨진 곳마다 곤충의 분비물이 가득합니다.

마치 이끼가 낀 것처럼 곳곳을 뒤덮고 있습니다.

초록색 분비물이 습기를 머금고 함께 녹아내리면서 흉하게 얼룩진 곳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타지마할 관리 당국은 이 같은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브리제쉬 싱(언론인) : "관리 당국은 미디어가 이 문제를 부각하게 시키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심리는 이것을 숨기려고만 하는 것 같습니다."

초록색 변색을 일으키는 원인은 '푸'라고 불리는 곤충의 분비물로 확인됐습니다.

<인터뷰> 기리쉬 헤쉬와리(인도 세인트 존스대 교수) : "세 가지 종이 모두 한 서식지에서 나온 것이며, 타지마할 건물에 앉아 엽록소 분비물을 배출하는데 이것이 초록색 얼룩의 원인입니다."

인근에 있는 야무나 강의 오염으로 이 곤충이 이상 번식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미라 고팔(환경단체 라이프 소속 변호사) : "야무나 강에 쓰레기 투기와 같은 아그라시의 부적절한 폐기물처리 방식이 오염을 만들어냈고, 생활하수가 바로 야무나 강으로 들어갑니다. 이것이 결국 곤충의 이상 번식을 초래했고..."

모기보다 약간 큰 이 곤충에 대한 연구는 최근에 본격 시작됐습니다.

곤충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야무나 강의 수량을 이전 수준으로 늘리고 강 전체의 수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인터뷰> 하비르 싱(인도 고고학 조사단 국장) : "델리와 파리다바드 등 정말 많은 도시가 타지마할까지 흐르는 야무나 강 주변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정부는 먼저 가장 상류부터 강물정화 작업을 시작해야 합니다."

야무나 강 주변입니다.

인근 주민들이 각종 쓰레기로 불을 피운 뒤, 강물을 끓여 빨래를 하고 있습니다.

주변 호텔에서 나오는 대형 세탁물을 처리하는 것인데, 잠시 앉아 있기만 해도 눈이 매워서 저절로 눈물이 쏟아질 정도의 매캐한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이곳은 타지마할 바로 옆에 있는 야무나 강인데요. 근처 화장장에서 나오는 재와 빨래터에서 나오는 오·폐수들이 같이 강물을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야무나 강가에서는 시신을 불사르는 화장이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이것이 환경오염과 문화재 훼손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하는 주민은 없습니다.

화장을 통해 죽은 사람이 해탈에 이르고 편히 쉴 수 있다는 종교적 믿음 때문입니다.

인도 환경 당국도 대기 오염과 수질 오염을 막기 위한 뚜렷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는 사이에 타지마할의 훼손은 갈수록 심각해 지고 있습니다.

'순백의 걸작'으로 불리며 400년 동안 아름다움을 지켜온 타지마할, 환경개선 대책이 하루빨리 시행되지 않을 경우 타지마할이 결국 오염으로 얼룩지고 '문화재의 무덤'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인도 아그라 타지마할에서 김종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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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 인도 타지마할 각종 오염에 몸살
    • 입력 2016-06-18 22:13:17
    • 수정2016-06-18 23: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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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상징과도 같은 타지마할.

타지마할은 360여 년 전 무굴 제국 황제가 사랑했던 아내를 기리며 지은 묘인데요.

순백의 대리석이 눈이 시릴 만큼 아름답지만 최근 오염으로 인한 훼손 정도가 심각합니다.

인도 국민들의 뿌리 깊은 생활 습관, 거기에 관리 당국의 미온적 대처까지 겹쳐 신음하고 있는 타지마할을 김종수 순회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남동쪽으로 200km 거리에 위치한 아그라.

교통의 요지인 이곳은 16세기부터 100여 년 동안 인도의 마지막 봉건왕조였던 무굴제국의 수도였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외국 관광객들에겐 타지마할의 도시, 관광 명소로 더 유명합니다.

무굴 제국의 5대 황제였던 샤 자한이 아내 뭄따즈마할의 죽음을 애도하며 지은 타지마할.

1632년에 착공된 뒤 2만 명이 넘는 노동자가 동원돼 22년 만에 완공됐습니다.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는 궁전, 하지만 대리석 건축물 곳곳에서는 환경오염으로 인한 심각한 훼손이 발견됩니다.

<녹취> 매드후파르나 차카라바르티(관광객) : "2, 3년 전 이곳을 처음 방문했을 때는 타지마할이 흰색으로 보였는데 다시 와보니 약간 누런색처럼 보이더군요."

건물 표면이 누렇게 변하는 현상인데, 대기오염과 모래바람.

산성비가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환경오염으로 색이 변하는 현상이 시간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지만 관광객의 입장을 제한하는 조치는 검토하지 않고 있습니다.

타지마할을 둘러싸고 있는 타워에는 이처럼 대리석 세척작업을 위해 임시구조물을 설치해놓고 있는데요. 관광객의 안전을 위해 초록색천막을 설치해 놓은 곳도 있습니다.

흰색 대리석에 들러붙은 오염물질을 완벽히 제거하려면 앞으로 최소한 9년은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천연 진흙을 바르고 말린 뒤 많은 인원이 투입돼 일일이 씻어내야 하는 고된 작업입니다.

<녹취> 바랏 파라샤(타지마할 가이드) : "바닥과 타워 세척에만 일 년 반 정도 걸리는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을 작업하는데 일 년 반이 걸린다면 중앙 구조물 세척에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변색의 원인 가운데 하나는 대기오염입니다.

그러나 대기 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는 디젤 차량과 화장장을 줄이는 것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변호사들이 나서 환경 보호를 위한 입법 청원에 나섰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인터뷰> 미라 고팔(환경단체'라이프'소속 변호사) : "(변호사들이 최근 입법 청원에서 지적하기를) 아그라에서 각종 쓰레기를 태워서 처리하는 과정에 독성물질과 부유 입자 물질을 공기 중으로 배출하고 이것이 타지마할에 변색을 유발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타지마할의 변색과 훼손을 일으키는 새로운 오염원이 밝혀졌습니다.

곤충의 분비물로 인해 생기는 초록색 얼룩입니다.

<인터뷰> 브제시 싱(현지 언론인) : "카메라 기자가 초록색 얼룩에 대해 가장 먼저 언급을 했습니다. 제가 직접 가서 촬영했는데 매우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타지마할의 아름다움을 훼손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초록색으로 변색된 곳, 타지마할의 뒤쪽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섬세한 조각이 새겨진 곳마다 곤충의 분비물이 가득합니다.

마치 이끼가 낀 것처럼 곳곳을 뒤덮고 있습니다.

초록색 분비물이 습기를 머금고 함께 녹아내리면서 흉하게 얼룩진 곳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타지마할 관리 당국은 이 같은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브리제쉬 싱(언론인) : "관리 당국은 미디어가 이 문제를 부각하게 시키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심리는 이것을 숨기려고만 하는 것 같습니다."

초록색 변색을 일으키는 원인은 '푸'라고 불리는 곤충의 분비물로 확인됐습니다.

<인터뷰> 기리쉬 헤쉬와리(인도 세인트 존스대 교수) : "세 가지 종이 모두 한 서식지에서 나온 것이며, 타지마할 건물에 앉아 엽록소 분비물을 배출하는데 이것이 초록색 얼룩의 원인입니다."

인근에 있는 야무나 강의 오염으로 이 곤충이 이상 번식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미라 고팔(환경단체 라이프 소속 변호사) : "야무나 강에 쓰레기 투기와 같은 아그라시의 부적절한 폐기물처리 방식이 오염을 만들어냈고, 생활하수가 바로 야무나 강으로 들어갑니다. 이것이 결국 곤충의 이상 번식을 초래했고..."

모기보다 약간 큰 이 곤충에 대한 연구는 최근에 본격 시작됐습니다.

곤충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야무나 강의 수량을 이전 수준으로 늘리고 강 전체의 수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인터뷰> 하비르 싱(인도 고고학 조사단 국장) : "델리와 파리다바드 등 정말 많은 도시가 타지마할까지 흐르는 야무나 강 주변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정부는 먼저 가장 상류부터 강물정화 작업을 시작해야 합니다."

야무나 강 주변입니다.

인근 주민들이 각종 쓰레기로 불을 피운 뒤, 강물을 끓여 빨래를 하고 있습니다.

주변 호텔에서 나오는 대형 세탁물을 처리하는 것인데, 잠시 앉아 있기만 해도 눈이 매워서 저절로 눈물이 쏟아질 정도의 매캐한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이곳은 타지마할 바로 옆에 있는 야무나 강인데요. 근처 화장장에서 나오는 재와 빨래터에서 나오는 오·폐수들이 같이 강물을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야무나 강가에서는 시신을 불사르는 화장이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이것이 환경오염과 문화재 훼손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하는 주민은 없습니다.

화장을 통해 죽은 사람이 해탈에 이르고 편히 쉴 수 있다는 종교적 믿음 때문입니다.

인도 환경 당국도 대기 오염과 수질 오염을 막기 위한 뚜렷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는 사이에 타지마할의 훼손은 갈수록 심각해 지고 있습니다.

'순백의 걸작'으로 불리며 400년 동안 아름다움을 지켜온 타지마할, 환경개선 대책이 하루빨리 시행되지 않을 경우 타지마할이 결국 오염으로 얼룩지고 '문화재의 무덤'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인도 아그라 타지마할에서 김종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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