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목숨을 담보로’…끊이지 않는 야간 산행
입력 2016.06.21 (09:02)
수정 2016.06.21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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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8일 밤 11시, 국립공원관리공단 속리산사무소. 이재양 속리산사무소 자원보전과 팀장은 랜턴과 등산복을 챙기고, 등산화 끈을 조여 맸습니다. 같은 팀 소속 직원 10명도 이 자리에 함께했습니다. 최근 국립공원관리공단 야간단속팀에 의해 속리산 눌재에서 야간산행이 계획되고 있다는 정보를 접하고 이들을 적발하기 위한 준비를 한 겁니다.
이 팀장을 비롯한 국립공원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속리산 눌재에 도착한 것은 다음날 새벽 3시였습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속리산 눌재는 정적이 감돌았습니다. 가끔 들려오는 야생동물의 울음소리가 이 정적을 깨웠습니다. 랜턴을 켜고 주위로 시선을 돌리자 나방과 같은 날벌레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속리산 눌재는 충청북도 괴산과 경상북도 상주를 잇는 백두대간 고개입니다. 해발 고도 380m 도로 백두대간 고개 중에는 그리 높지 않은 곳이지만, 이곳에서 이어지는 청화산과 조항산의 해발 고도는 9백 미터가 넘고 수려한 경치를 자랑합니다. 그래서 상당수 등산객이 눌재에서 산행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백두대간 눌재 구간은 등산객의 출입이 금지된 백두대간 보호구역입니다.

이 팀장을 비롯한 국립공원관리공단 속리산사무소 직원들은 2개의 조로 나눠 순찰에 나섰습니다. 1조는 도로를 따라 눌재 인근을 순찰하기로 했고, 한 조는 산으로 향했습니다. 출입이 금지된 샛길에는 ‘출입금지 보호구역’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습니다.
잠시 뒤 도로를 순찰하던 직원이 숲 속 공터에서 대형 관광버스를 발견했습니다. 차량에 있었던 등산객들은 이미 떠난 뒤였습니다. 비슷한 시각 산속에서는 등산객 20여 명이 발견됐습니다.
서울의 한 산악동호회 회원들이었습니다. 절반 이상이 40~50대 남성이었고, 6~7명은 여성이었습니다. 또 파란 눈의 외국인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한반도 백두대간의 실체를 야간산행을 통해 확인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적발된 등산객들은 이곳이 출입금지 구역인지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야간산행 역시 불법인 줄 몰랐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직원은 눌재에서 시작되는 샛길 출입구에 출입금지 현수막이 크게 걸려 있다는 설명을 했습니다.
10여 년 이상 등산을 하는 산악동호회에서 속리산 눌재 구간이 출입금지 구역임을, 국립공원 내 야간산행이 불법임을 몰랐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데도 이런 변명을 했습니다. 심지어, 여러 명의 등산객이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다고 말하는 등산객들도 있었습니다.

밤길에 만난 야행성 멧돼지 ‘눈 가리고 상대하는 격’
정말로 야간 산행이 위험하지 않을까요?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설명은 다릅니다.
야간에는 다양한 야생동물들이 움직입니다. 대부분 야행성이다 보니 주간보다 야간에 더 활발합니다. 그중에는 삵과 담비 같은 최상위 포식자도 있고, 멧돼지와 같은 덩치 큰 야생동물도 있습니다.
멧돼지는 다 자랐을 때 몸길이가 2m나 됩니다. 무게가 2백kg을 넘기도 합니다. 성인 여러 명이 함께 있다고 해도 멧돼지 한 마리를 이겨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더욱이 야간에 멧돼지와 마주치는 것은 더욱 위험합니다. 야행성인 멧돼지를 밤에 마주치는 것은 눈을 가리고 멧돼지와 상대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등산객이 수십 명이라고 할지라도, 눈을 가리고 어떻게 야행성인 멧돼지를 상대할 수 있을까요? 상상만 해도 아찔합니다.
특히, 야간에는 시야 확보가 어려워서 다른 사고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산행하다 다치는 일이야 가끔 있는 일이지만, 야간의 경우는 상황이 다릅니다. 야간에는 구조를 요청하기도 힘듭니다. 현재 자신의 위치를 확인할 만한 지형지물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설령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한다 하더라도 구조인력이 이 위치를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구조가 늦어진다면 어둠 속에서 탈진이나 공포 등으로 더 큰 위험에 처할 수 있습니다. 날이 추울 때는 저체온증과 같은 위기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습니다.
야간산행이 위험하기는 야생동물도 마찬가집니다. 야행성인 야생동물은 주로 밤에 이동하며 먹이활동을 하는데, 등산객들의 불빛과 움직임, 소음 등은 야생동물의 이동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등산객들에게 놀란 야생동물이 자신의 활동 영역을 이탈하게 되면 자칫 야생동물도 생존의 위험에 빠질 수 있습니다. 농가나 도로 위로 움직인다면 말이죠.

국립공원 야간 산행 적발 ‘매년 천여 건’
등산객은 물론 야생동물 모두에게 위험하지만, 야간산행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등산객들 사이에서는 야간산행이 ‘등산의 꽃’ 혹은 '등산의 묘미’라는 찬사를 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힘든 일이기에 성취감도 더 클 수 있습니다. 혹은 백두대간 종주를 하면서 출입금지 구역의 야간산행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매년 국립공원에서 야간산행 등 불법행위가 천 건 이상 적발됩니다. 이들에게는 최고 3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하지만 야간산행으로 초래될 수 있는 위험을 생각한다면 과태료 액수가 너무 적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좀 더 강력한 단속과 처벌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이번 주말에도 야간산행을 계획하시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단속에 걸리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야간산행으로 빚어질 수 있는 엄청난 결과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길 바랍니다. 등산객 자신은 물론, 야생동물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야간산행에 대해서 말이죠.
이 팀장을 비롯한 국립공원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속리산 눌재에 도착한 것은 다음날 새벽 3시였습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속리산 눌재는 정적이 감돌았습니다. 가끔 들려오는 야생동물의 울음소리가 이 정적을 깨웠습니다. 랜턴을 켜고 주위로 시선을 돌리자 나방과 같은 날벌레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속리산 눌재는 충청북도 괴산과 경상북도 상주를 잇는 백두대간 고개입니다. 해발 고도 380m 도로 백두대간 고개 중에는 그리 높지 않은 곳이지만, 이곳에서 이어지는 청화산과 조항산의 해발 고도는 9백 미터가 넘고 수려한 경치를 자랑합니다. 그래서 상당수 등산객이 눌재에서 산행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백두대간 눌재 구간은 등산객의 출입이 금지된 백두대간 보호구역입니다.

이 팀장을 비롯한 국립공원관리공단 속리산사무소 직원들은 2개의 조로 나눠 순찰에 나섰습니다. 1조는 도로를 따라 눌재 인근을 순찰하기로 했고, 한 조는 산으로 향했습니다. 출입이 금지된 샛길에는 ‘출입금지 보호구역’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습니다.
잠시 뒤 도로를 순찰하던 직원이 숲 속 공터에서 대형 관광버스를 발견했습니다. 차량에 있었던 등산객들은 이미 떠난 뒤였습니다. 비슷한 시각 산속에서는 등산객 20여 명이 발견됐습니다.
서울의 한 산악동호회 회원들이었습니다. 절반 이상이 40~50대 남성이었고, 6~7명은 여성이었습니다. 또 파란 눈의 외국인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한반도 백두대간의 실체를 야간산행을 통해 확인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적발된 등산객들은 이곳이 출입금지 구역인지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야간산행 역시 불법인 줄 몰랐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직원은 눌재에서 시작되는 샛길 출입구에 출입금지 현수막이 크게 걸려 있다는 설명을 했습니다.
10여 년 이상 등산을 하는 산악동호회에서 속리산 눌재 구간이 출입금지 구역임을, 국립공원 내 야간산행이 불법임을 몰랐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데도 이런 변명을 했습니다. 심지어, 여러 명의 등산객이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다고 말하는 등산객들도 있었습니다.

밤길에 만난 야행성 멧돼지 ‘눈 가리고 상대하는 격’
정말로 야간 산행이 위험하지 않을까요?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설명은 다릅니다.
야간에는 다양한 야생동물들이 움직입니다. 대부분 야행성이다 보니 주간보다 야간에 더 활발합니다. 그중에는 삵과 담비 같은 최상위 포식자도 있고, 멧돼지와 같은 덩치 큰 야생동물도 있습니다.
멧돼지는 다 자랐을 때 몸길이가 2m나 됩니다. 무게가 2백kg을 넘기도 합니다. 성인 여러 명이 함께 있다고 해도 멧돼지 한 마리를 이겨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더욱이 야간에 멧돼지와 마주치는 것은 더욱 위험합니다. 야행성인 멧돼지를 밤에 마주치는 것은 눈을 가리고 멧돼지와 상대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등산객이 수십 명이라고 할지라도, 눈을 가리고 어떻게 야행성인 멧돼지를 상대할 수 있을까요? 상상만 해도 아찔합니다.
특히, 야간에는 시야 확보가 어려워서 다른 사고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산행하다 다치는 일이야 가끔 있는 일이지만, 야간의 경우는 상황이 다릅니다. 야간에는 구조를 요청하기도 힘듭니다. 현재 자신의 위치를 확인할 만한 지형지물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설령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한다 하더라도 구조인력이 이 위치를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구조가 늦어진다면 어둠 속에서 탈진이나 공포 등으로 더 큰 위험에 처할 수 있습니다. 날이 추울 때는 저체온증과 같은 위기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습니다.
야간산행이 위험하기는 야생동물도 마찬가집니다. 야행성인 야생동물은 주로 밤에 이동하며 먹이활동을 하는데, 등산객들의 불빛과 움직임, 소음 등은 야생동물의 이동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등산객들에게 놀란 야생동물이 자신의 활동 영역을 이탈하게 되면 자칫 야생동물도 생존의 위험에 빠질 수 있습니다. 농가나 도로 위로 움직인다면 말이죠.

국립공원 야간 산행 적발 ‘매년 천여 건’
등산객은 물론 야생동물 모두에게 위험하지만, 야간산행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등산객들 사이에서는 야간산행이 ‘등산의 꽃’ 혹은 '등산의 묘미’라는 찬사를 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힘든 일이기에 성취감도 더 클 수 있습니다. 혹은 백두대간 종주를 하면서 출입금지 구역의 야간산행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매년 국립공원에서 야간산행 등 불법행위가 천 건 이상 적발됩니다. 이들에게는 최고 3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하지만 야간산행으로 초래될 수 있는 위험을 생각한다면 과태료 액수가 너무 적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좀 더 강력한 단속과 처벌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이번 주말에도 야간산행을 계획하시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단속에 걸리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야간산행으로 빚어질 수 있는 엄청난 결과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길 바랍니다. 등산객 자신은 물론, 야생동물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야간산행에 대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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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팀장을 비롯한 국립공원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속리산 눌재에 도착한 것은 다음날 새벽 3시였습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속리산 눌재는 정적이 감돌았습니다. 가끔 들려오는 야생동물의 울음소리가 이 정적을 깨웠습니다. 랜턴을 켜고 주위로 시선을 돌리자 나방과 같은 날벌레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속리산 눌재는 충청북도 괴산과 경상북도 상주를 잇는 백두대간 고개입니다. 해발 고도 380m 도로 백두대간 고개 중에는 그리 높지 않은 곳이지만, 이곳에서 이어지는 청화산과 조항산의 해발 고도는 9백 미터가 넘고 수려한 경치를 자랑합니다. 그래서 상당수 등산객이 눌재에서 산행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백두대간 눌재 구간은 등산객의 출입이 금지된 백두대간 보호구역입니다.

이 팀장을 비롯한 국립공원관리공단 속리산사무소 직원들은 2개의 조로 나눠 순찰에 나섰습니다. 1조는 도로를 따라 눌재 인근을 순찰하기로 했고, 한 조는 산으로 향했습니다. 출입이 금지된 샛길에는 ‘출입금지 보호구역’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습니다.
잠시 뒤 도로를 순찰하던 직원이 숲 속 공터에서 대형 관광버스를 발견했습니다. 차량에 있었던 등산객들은 이미 떠난 뒤였습니다. 비슷한 시각 산속에서는 등산객 20여 명이 발견됐습니다.
서울의 한 산악동호회 회원들이었습니다. 절반 이상이 40~50대 남성이었고, 6~7명은 여성이었습니다. 또 파란 눈의 외국인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한반도 백두대간의 실체를 야간산행을 통해 확인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적발된 등산객들은 이곳이 출입금지 구역인지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야간산행 역시 불법인 줄 몰랐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직원은 눌재에서 시작되는 샛길 출입구에 출입금지 현수막이 크게 걸려 있다는 설명을 했습니다.
10여 년 이상 등산을 하는 산악동호회에서 속리산 눌재 구간이 출입금지 구역임을, 국립공원 내 야간산행이 불법임을 몰랐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데도 이런 변명을 했습니다. 심지어, 여러 명의 등산객이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다고 말하는 등산객들도 있었습니다.

밤길에 만난 야행성 멧돼지 ‘눈 가리고 상대하는 격’
정말로 야간 산행이 위험하지 않을까요?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설명은 다릅니다.
야간에는 다양한 야생동물들이 움직입니다. 대부분 야행성이다 보니 주간보다 야간에 더 활발합니다. 그중에는 삵과 담비 같은 최상위 포식자도 있고, 멧돼지와 같은 덩치 큰 야생동물도 있습니다.
멧돼지는 다 자랐을 때 몸길이가 2m나 됩니다. 무게가 2백kg을 넘기도 합니다. 성인 여러 명이 함께 있다고 해도 멧돼지 한 마리를 이겨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더욱이 야간에 멧돼지와 마주치는 것은 더욱 위험합니다. 야행성인 멧돼지를 밤에 마주치는 것은 눈을 가리고 멧돼지와 상대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등산객이 수십 명이라고 할지라도, 눈을 가리고 어떻게 야행성인 멧돼지를 상대할 수 있을까요? 상상만 해도 아찔합니다.
특히, 야간에는 시야 확보가 어려워서 다른 사고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산행하다 다치는 일이야 가끔 있는 일이지만, 야간의 경우는 상황이 다릅니다. 야간에는 구조를 요청하기도 힘듭니다. 현재 자신의 위치를 확인할 만한 지형지물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설령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한다 하더라도 구조인력이 이 위치를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구조가 늦어진다면 어둠 속에서 탈진이나 공포 등으로 더 큰 위험에 처할 수 있습니다. 날이 추울 때는 저체온증과 같은 위기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습니다.
야간산행이 위험하기는 야생동물도 마찬가집니다. 야행성인 야생동물은 주로 밤에 이동하며 먹이활동을 하는데, 등산객들의 불빛과 움직임, 소음 등은 야생동물의 이동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등산객들에게 놀란 야생동물이 자신의 활동 영역을 이탈하게 되면 자칫 야생동물도 생존의 위험에 빠질 수 있습니다. 농가나 도로 위로 움직인다면 말이죠.

국립공원 야간 산행 적발 ‘매년 천여 건’
등산객은 물론 야생동물 모두에게 위험하지만, 야간산행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등산객들 사이에서는 야간산행이 ‘등산의 꽃’ 혹은 '등산의 묘미’라는 찬사를 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힘든 일이기에 성취감도 더 클 수 있습니다. 혹은 백두대간 종주를 하면서 출입금지 구역의 야간산행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매년 국립공원에서 야간산행 등 불법행위가 천 건 이상 적발됩니다. 이들에게는 최고 3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하지만 야간산행으로 초래될 수 있는 위험을 생각한다면 과태료 액수가 너무 적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좀 더 강력한 단속과 처벌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이번 주말에도 야간산행을 계획하시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단속에 걸리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야간산행으로 빚어질 수 있는 엄청난 결과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길 바랍니다. 등산객 자신은 물론, 야생동물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야간산행에 대해서 말이죠.
이 팀장을 비롯한 국립공원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속리산 눌재에 도착한 것은 다음날 새벽 3시였습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속리산 눌재는 정적이 감돌았습니다. 가끔 들려오는 야생동물의 울음소리가 이 정적을 깨웠습니다. 랜턴을 켜고 주위로 시선을 돌리자 나방과 같은 날벌레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속리산 눌재는 충청북도 괴산과 경상북도 상주를 잇는 백두대간 고개입니다. 해발 고도 380m 도로 백두대간 고개 중에는 그리 높지 않은 곳이지만, 이곳에서 이어지는 청화산과 조항산의 해발 고도는 9백 미터가 넘고 수려한 경치를 자랑합니다. 그래서 상당수 등산객이 눌재에서 산행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백두대간 눌재 구간은 등산객의 출입이 금지된 백두대간 보호구역입니다.

이 팀장을 비롯한 국립공원관리공단 속리산사무소 직원들은 2개의 조로 나눠 순찰에 나섰습니다. 1조는 도로를 따라 눌재 인근을 순찰하기로 했고, 한 조는 산으로 향했습니다. 출입이 금지된 샛길에는 ‘출입금지 보호구역’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습니다.
잠시 뒤 도로를 순찰하던 직원이 숲 속 공터에서 대형 관광버스를 발견했습니다. 차량에 있었던 등산객들은 이미 떠난 뒤였습니다. 비슷한 시각 산속에서는 등산객 20여 명이 발견됐습니다.
서울의 한 산악동호회 회원들이었습니다. 절반 이상이 40~50대 남성이었고, 6~7명은 여성이었습니다. 또 파란 눈의 외국인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한반도 백두대간의 실체를 야간산행을 통해 확인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적발된 등산객들은 이곳이 출입금지 구역인지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야간산행 역시 불법인 줄 몰랐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직원은 눌재에서 시작되는 샛길 출입구에 출입금지 현수막이 크게 걸려 있다는 설명을 했습니다.
10여 년 이상 등산을 하는 산악동호회에서 속리산 눌재 구간이 출입금지 구역임을, 국립공원 내 야간산행이 불법임을 몰랐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데도 이런 변명을 했습니다. 심지어, 여러 명의 등산객이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다고 말하는 등산객들도 있었습니다.

밤길에 만난 야행성 멧돼지 ‘눈 가리고 상대하는 격’
정말로 야간 산행이 위험하지 않을까요?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설명은 다릅니다.
야간에는 다양한 야생동물들이 움직입니다. 대부분 야행성이다 보니 주간보다 야간에 더 활발합니다. 그중에는 삵과 담비 같은 최상위 포식자도 있고, 멧돼지와 같은 덩치 큰 야생동물도 있습니다.
멧돼지는 다 자랐을 때 몸길이가 2m나 됩니다. 무게가 2백kg을 넘기도 합니다. 성인 여러 명이 함께 있다고 해도 멧돼지 한 마리를 이겨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더욱이 야간에 멧돼지와 마주치는 것은 더욱 위험합니다. 야행성인 멧돼지를 밤에 마주치는 것은 눈을 가리고 멧돼지와 상대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등산객이 수십 명이라고 할지라도, 눈을 가리고 어떻게 야행성인 멧돼지를 상대할 수 있을까요? 상상만 해도 아찔합니다.
특히, 야간에는 시야 확보가 어려워서 다른 사고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산행하다 다치는 일이야 가끔 있는 일이지만, 야간의 경우는 상황이 다릅니다. 야간에는 구조를 요청하기도 힘듭니다. 현재 자신의 위치를 확인할 만한 지형지물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설령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한다 하더라도 구조인력이 이 위치를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구조가 늦어진다면 어둠 속에서 탈진이나 공포 등으로 더 큰 위험에 처할 수 있습니다. 날이 추울 때는 저체온증과 같은 위기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습니다.
야간산행이 위험하기는 야생동물도 마찬가집니다. 야행성인 야생동물은 주로 밤에 이동하며 먹이활동을 하는데, 등산객들의 불빛과 움직임, 소음 등은 야생동물의 이동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등산객들에게 놀란 야생동물이 자신의 활동 영역을 이탈하게 되면 자칫 야생동물도 생존의 위험에 빠질 수 있습니다. 농가나 도로 위로 움직인다면 말이죠.

국립공원 야간 산행 적발 ‘매년 천여 건’
등산객은 물론 야생동물 모두에게 위험하지만, 야간산행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등산객들 사이에서는 야간산행이 ‘등산의 꽃’ 혹은 '등산의 묘미’라는 찬사를 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힘든 일이기에 성취감도 더 클 수 있습니다. 혹은 백두대간 종주를 하면서 출입금지 구역의 야간산행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매년 국립공원에서 야간산행 등 불법행위가 천 건 이상 적발됩니다. 이들에게는 최고 3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하지만 야간산행으로 초래될 수 있는 위험을 생각한다면 과태료 액수가 너무 적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좀 더 강력한 단속과 처벌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이번 주말에도 야간산행을 계획하시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단속에 걸리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야간산행으로 빚어질 수 있는 엄청난 결과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길 바랍니다. 등산객 자신은 물론, 야생동물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야간산행에 대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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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구 기자 newspow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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