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조선 ‘저가 수주’ 함정…6천억 대 배상”

입력 2016.06.28 (21:23) 수정 2016.06.28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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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대규모 부실을 떠안고 있는 조선업계의 저가 수주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법정 관리중인 STX조선은 무려 48척의 배를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수주해 결국 이 계약을 취소하는 데만 무려 6천억 원이 넘는 공적자금이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송수진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지난 2013년, STX조선해양은 캐나다 업체로부터 유조선 네 척을 1,870억 원에 주문받았습니다.

STX는 배값의 10%인 선수금도 받지 않고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러나 배를 만들어봤자 손해가 더 커진다는 판단에, 채권단은 4백억 원을 물어주고 계약을 취소했습니다.

<인터뷰> STX조선해양 채권단 관계자(음성변조) : "이 건 같은 경우는 그냥 배를 지으면 더 손해인 거예요. 그래서 그 시점에서 스톱을 했습니다."

무려 90%나 완성된 배의 계약도 파기해야 할 정도로 저가 수주 상황은 심각했습니다.

각각 1100억 원, 880억 원에 수주한 두 척의 선박은 배 가격에 육박하는 900억, 730억 원을 배상하고 계약을 취소했습니다.

지금까지 들어간 배 생산비를 포함하면 손해액은 배값의 2배 가량이 되는 겁니다.

<인터뷰> STX 근로자(음성변조) : "적자 수주한 것들 취소하는 쪽으로 (채권단 지원금이) 다 빠졌죠. 안 그래도 무너져가는 회사가 살아나겠어요? 못 살아나지요"

이처럼 배 가격보다 생산비가 훨씬 더 비싸 손해인 물량은 확인된 것만 48건.

이 물량을 취소하기 위해 채권단이 업체에 물어준 배상금 등은 6천3백억 원으로, STX조선해양에 들어간 전체 공적자금의 15%에 이릅니다.

<인터뷰> 성기종(미래에셋대우 연구위원) : "저가수주를 하지 않는 것이 성과를 보호하는 방법일 수 있어요. 설비를 축소하면서 물량을 적게 받는 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아닐까."

업체들의 과도한 경쟁이 이런 저가 수주 관행을 불렀고, 결국, 한국 조선업계가 위기에 처한 큰 원인이 됐습니다.

KBS 뉴스 송수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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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조선 ‘저가 수주’ 함정…6천억 대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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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6-06-28 22: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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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대규모 부실을 떠안고 있는 조선업계의 저가 수주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법정 관리중인 STX조선은 무려 48척의 배를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수주해 결국 이 계약을 취소하는 데만 무려 6천억 원이 넘는 공적자금이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송수진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지난 2013년, STX조선해양은 캐나다 업체로부터 유조선 네 척을 1,870억 원에 주문받았습니다.

STX는 배값의 10%인 선수금도 받지 않고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러나 배를 만들어봤자 손해가 더 커진다는 판단에, 채권단은 4백억 원을 물어주고 계약을 취소했습니다.

<인터뷰> STX조선해양 채권단 관계자(음성변조) : "이 건 같은 경우는 그냥 배를 지으면 더 손해인 거예요. 그래서 그 시점에서 스톱을 했습니다."

무려 90%나 완성된 배의 계약도 파기해야 할 정도로 저가 수주 상황은 심각했습니다.

각각 1100억 원, 880억 원에 수주한 두 척의 선박은 배 가격에 육박하는 900억, 730억 원을 배상하고 계약을 취소했습니다.

지금까지 들어간 배 생산비를 포함하면 손해액은 배값의 2배 가량이 되는 겁니다.

<인터뷰> STX 근로자(음성변조) : "적자 수주한 것들 취소하는 쪽으로 (채권단 지원금이) 다 빠졌죠. 안 그래도 무너져가는 회사가 살아나겠어요? 못 살아나지요"

이처럼 배 가격보다 생산비가 훨씬 더 비싸 손해인 물량은 확인된 것만 48건.

이 물량을 취소하기 위해 채권단이 업체에 물어준 배상금 등은 6천3백억 원으로, STX조선해양에 들어간 전체 공적자금의 15%에 이릅니다.

<인터뷰> 성기종(미래에셋대우 연구위원) : "저가수주를 하지 않는 것이 성과를 보호하는 방법일 수 있어요. 설비를 축소하면서 물량을 적게 받는 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아닐까."

업체들의 과도한 경쟁이 이런 저가 수주 관행을 불렀고, 결국, 한국 조선업계가 위기에 처한 큰 원인이 됐습니다.

KBS 뉴스 송수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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