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 안에 배달하라”…생명 위협 ‘배달 지침’

입력 2016.06.30 (06:44) 수정 2016.06.30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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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배달 시간에 쫓겨 도로를 위험스레 질주하는 오토바이 배달원들의 모습 자주 보실 텐데요.

패스트푸드 업체마다 배달 시간을 세세히 규정한 내부 지침을 운영하면서 속도 경쟁을 더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박혜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배달 오토바이가 신호를 무시하고 도로를 질주합니다.

갑자기 앞으로 튀어나와 차선을 이리저리 바꾸며 위험천만한 운전을 합니다.

배달원들은 시간에 쫓기다 보니 이 같은 곡예 운전이 불가피하다고 말합니다.

<녹취> 패스트푸드점 배달원(음성변조) : "일단 마음이 급하면 노면에서 미끄러지는 거, 혼자 미끄러지는 건 대다수고요. 그게 다 사고 나는 원인이 마음이 급하니까 사고 나더라고요."

한 패스트푸드 업체의 배달 관련 지침입니다.

고객들의 대기시간을 20분에서 한 시간까지 10분 단위로 5단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통상 주문에서 조리까지 걸리는 시간이 10분, 주문량이 적을 때는 사실상 10분 이내 배달을 마쳐야 하는 겁니다.

주문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하지만, 대기 시간을 여유 있게 설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배달원들의 주장입니다.

<녹취> 패스트푸드점 배달원(음성변조) : "(대기시간) 30, 40분으로 바꿔놓고 오래 시간이 지나면 또 상부에서 연락이 와요. 왜 바꿨느냐, 확인 전화하고 그러니까 바꿀 수는 있지만 못 바꾸는 거죠."

또 다른 업체도 비슷한 내부 지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업체의 내부 지침을 보면, 제품 주문에서 배달까지 30분 이내에 끝마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업체들은 고객 서비스 차원의 지침일 뿐, 이를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불이익을 주지는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배달원들은 이 같은 지침 자체를 압박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고 호소합니다.

<녹취> 패스트푸드점 배달원 : "역주행을 하기도 하고, 이제 횡단보도로 오토바이를 타고 가기도 하고 인도로 주행하기도 하고, 과속을 하기도 합니다."

해마다 음식 배달을 하다 다치거나 숨지는 오토바이 배달원들은 1,400여 명, 업체들의 경쟁적인 배달 지침이 위험을 무릅쓴 질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KBS 뉴스 박혜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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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분 안에 배달하라”…생명 위협 ‘배달 지침’
    • 입력 2016-06-30 06:45:07
    • 수정2016-06-30 07:34:32
    뉴스광장 1부
<앵커 멘트>

배달 시간에 쫓겨 도로를 위험스레 질주하는 오토바이 배달원들의 모습 자주 보실 텐데요.

패스트푸드 업체마다 배달 시간을 세세히 규정한 내부 지침을 운영하면서 속도 경쟁을 더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박혜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배달 오토바이가 신호를 무시하고 도로를 질주합니다.

갑자기 앞으로 튀어나와 차선을 이리저리 바꾸며 위험천만한 운전을 합니다.

배달원들은 시간에 쫓기다 보니 이 같은 곡예 운전이 불가피하다고 말합니다.

<녹취> 패스트푸드점 배달원(음성변조) : "일단 마음이 급하면 노면에서 미끄러지는 거, 혼자 미끄러지는 건 대다수고요. 그게 다 사고 나는 원인이 마음이 급하니까 사고 나더라고요."

한 패스트푸드 업체의 배달 관련 지침입니다.

고객들의 대기시간을 20분에서 한 시간까지 10분 단위로 5단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통상 주문에서 조리까지 걸리는 시간이 10분, 주문량이 적을 때는 사실상 10분 이내 배달을 마쳐야 하는 겁니다.

주문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하지만, 대기 시간을 여유 있게 설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배달원들의 주장입니다.

<녹취> 패스트푸드점 배달원(음성변조) : "(대기시간) 30, 40분으로 바꿔놓고 오래 시간이 지나면 또 상부에서 연락이 와요. 왜 바꿨느냐, 확인 전화하고 그러니까 바꿀 수는 있지만 못 바꾸는 거죠."

또 다른 업체도 비슷한 내부 지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업체의 내부 지침을 보면, 제품 주문에서 배달까지 30분 이내에 끝마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업체들은 고객 서비스 차원의 지침일 뿐, 이를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불이익을 주지는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배달원들은 이 같은 지침 자체를 압박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고 호소합니다.

<녹취> 패스트푸드점 배달원 : "역주행을 하기도 하고, 이제 횡단보도로 오토바이를 타고 가기도 하고 인도로 주행하기도 하고, 과속을 하기도 합니다."

해마다 음식 배달을 하다 다치거나 숨지는 오토바이 배달원들은 1,400여 명, 업체들의 경쟁적인 배달 지침이 위험을 무릅쓴 질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KBS 뉴스 박혜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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