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는] 태평양전쟁 고아…日, 71년 만에 국적 회복 추진

입력 2016.07.08 (07:23) 수정 2016.07.08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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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태평양 전쟁이 끝난 뒤 일본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필리핀에 남겨진 일본인 전쟁 고아가 수천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전후 70년이 지났지만, 존재를 애써 부정해오던 일본 정부가 이제서야 실태 조사에 나섰습니다.

도쿄에서 이승철 특파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왜소한 체구의 노인.

필리핀 남부의 한 산속에 살고 있는 이 노인의 이름은 로젠도 아베.

아베...일본 이름입니다.

아베 씨는 태평양 전쟁 종전 와중에 아버지와 헤어졌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아베(필리핀 체류 일본인 전쟁 고아) : "밤이 되면 아버지가 생각나요. 일본에 가게되면 이 마음이 진정될까요?"

부모와 떨어지게 된 뒤 필리핀 사람들을 피해 산속으로 숨어들었고, 자신이 일본인임을 보여주는 기록은 모두 버렸습니다.

학교에 가는 것은 꿈도 못꿨습니다.

필리핀 국적 조차 없어, 현재 무국적 상태입니다.

아베 씨처럼 전쟁 중에 일본인 부모와 헤어진 전쟁 고아라며, 일본에 국적 회복을 신청한 사람만 3500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하지만 자신을 증명할 서류 등이 부족한 데다, 일본 정부도 실체를 외면해 불과 170여 명만이 국적을 회복했습니다.

딱한 사정을 접한 현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서명 운동이 이어졌고, 전후 71년이 되는 올해에야 일본 정부의 공식 실태 조사가 시작됐습니다.

<인터뷰> 아베 씨 : "우리들은 일본인의 자녀입니다. 아버지를 만나고 싶어요."

반세기 넘게 방치됐던 일본인 전쟁 고아 수천명의 존재는, 전쟁의 광기가 얼마나 오랫동안 상처를 남기는지 보여줍니다.

도쿄에서 KBS 뉴스 이승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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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세계는] 태평양전쟁 고아…日, 71년 만에 국적 회복 추진
    • 입력 2016-07-08 07:25:32
    • 수정2016-07-08 08:5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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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태평양 전쟁이 끝난 뒤 일본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필리핀에 남겨진 일본인 전쟁 고아가 수천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전후 70년이 지났지만, 존재를 애써 부정해오던 일본 정부가 이제서야 실태 조사에 나섰습니다.

도쿄에서 이승철 특파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왜소한 체구의 노인.

필리핀 남부의 한 산속에 살고 있는 이 노인의 이름은 로젠도 아베.

아베...일본 이름입니다.

아베 씨는 태평양 전쟁 종전 와중에 아버지와 헤어졌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아베(필리핀 체류 일본인 전쟁 고아) : "밤이 되면 아버지가 생각나요. 일본에 가게되면 이 마음이 진정될까요?"

부모와 떨어지게 된 뒤 필리핀 사람들을 피해 산속으로 숨어들었고, 자신이 일본인임을 보여주는 기록은 모두 버렸습니다.

학교에 가는 것은 꿈도 못꿨습니다.

필리핀 국적 조차 없어, 현재 무국적 상태입니다.

아베 씨처럼 전쟁 중에 일본인 부모와 헤어진 전쟁 고아라며, 일본에 국적 회복을 신청한 사람만 3500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하지만 자신을 증명할 서류 등이 부족한 데다, 일본 정부도 실체를 외면해 불과 170여 명만이 국적을 회복했습니다.

딱한 사정을 접한 현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서명 운동이 이어졌고, 전후 71년이 되는 올해에야 일본 정부의 공식 실태 조사가 시작됐습니다.

<인터뷰> 아베 씨 : "우리들은 일본인의 자녀입니다. 아버지를 만나고 싶어요."

반세기 넘게 방치됐던 일본인 전쟁 고아 수천명의 존재는, 전쟁의 광기가 얼마나 오랫동안 상처를 남기는지 보여줍니다.

도쿄에서 KBS 뉴스 이승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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