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원짜리 명품 시계, 세금 빼니 ‘반값’

입력 2016.07.08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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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텍 필립. 1850년대 스위스에서 만들어진 시계 브랜드로 세계 3대 명품 시계로 꼽힌다. 아인슈타인과 차이콥스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등이 애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탔다. 최저가가 수천만 원이고 기능을 추가하면 수억 원을 훌쩍 넘는다. 인기 모델은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인기 모델의 백화점 판매가는 12억 원 정도. 그런데 이 시계를 서울 강남의 한 시계 판매장에선 20% 싸게 살 수 있다는 소문이 났다. 보증서까지 있는 틀림없는 정품이었다. 2억 원이나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입소문을 타고 손님이 찾아왔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파격적인 가격의 비밀을 알려면 상품 가격의 구조를 들여다봐야 한다. 고가 시계는 원가의 8%의 관세와 200만 원 초과 금액의 20%인 개별소비세, 개별소비세의 30%인 교육세, 그리고 가격의 10%인 부가가치세 등으로 구성된다. 세금이 시계 가격의 48%를 차지하는 것이다. 즉 12억 원짜리 파텍 필립 시계의 경우 5억 원이 원가이고 5억 원이 세금, 그리고 2억 원이 유통 비용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매장은 면세점에서 세금이 없는 가격에 시계를 산 뒤 다시 몰래 한국으로 들여왔다. 거의 반값에 들여왔기에 20% 정도 저렴한 가격에도 이익을 남기고 시계를 팔 수 있었다.

들여오는 과정은 조직적이었다. 미국과 러시아, 일본과 홍콩에 운반책을 고용했다. 그리고 손목에 시계를 차거나 휴대 가방에 시계를 넣어서 가지고 왔다. 때로는 인형이나 속옷에 집어넣기도 했다. 보증서와 시계 상자는 국제우편으로 따로 들여왔다. 이 과정에 모두 27명이 가담했다.

[연관기사] ☞ 속옷 속 억대 명품 시계…‘진품 밀수’ 급증

이런 수법으로 고가 시계와 가방 6백여 점, 시가 170억 원어치를 들여왔다. 파텍 필립과 롤렉스와 오메가 등 명품 시계가 588점이었고 명품 가방도 48점이나 됐다. 제품들은 10~20% 저렴한 가격에 매장과 인터넷에서 불티나게 팔렸다. 결국 세관에 꼬리를 잡혀 매장을 운영한 주범 등 9명이 관세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김대섭 인천본부세관장은 "시계 자체가 10억 원이나 한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고 제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가는 측면이 있지만 어쨌든 그런 제품이 많이 선호됨에 따라 밀수가 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우리나라 명품 시장은 13조 원 규모로 세계 8위 수준이다. 고가품 밀수도 덩달아 급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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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억 원짜리 명품 시계, 세금 빼니 ‘반값’
    • 입력 2016-07-08 18:13:16
    취재K
파텍 필립. 1850년대 스위스에서 만들어진 시계 브랜드로 세계 3대 명품 시계로 꼽힌다. 아인슈타인과 차이콥스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등이 애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탔다. 최저가가 수천만 원이고 기능을 추가하면 수억 원을 훌쩍 넘는다. 인기 모델은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인기 모델의 백화점 판매가는 12억 원 정도. 그런데 이 시계를 서울 강남의 한 시계 판매장에선 20% 싸게 살 수 있다는 소문이 났다. 보증서까지 있는 틀림없는 정품이었다. 2억 원이나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입소문을 타고 손님이 찾아왔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파격적인 가격의 비밀을 알려면 상품 가격의 구조를 들여다봐야 한다. 고가 시계는 원가의 8%의 관세와 200만 원 초과 금액의 20%인 개별소비세, 개별소비세의 30%인 교육세, 그리고 가격의 10%인 부가가치세 등으로 구성된다. 세금이 시계 가격의 48%를 차지하는 것이다. 즉 12억 원짜리 파텍 필립 시계의 경우 5억 원이 원가이고 5억 원이 세금, 그리고 2억 원이 유통 비용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매장은 면세점에서 세금이 없는 가격에 시계를 산 뒤 다시 몰래 한국으로 들여왔다. 거의 반값에 들여왔기에 20% 정도 저렴한 가격에도 이익을 남기고 시계를 팔 수 있었다.

들여오는 과정은 조직적이었다. 미국과 러시아, 일본과 홍콩에 운반책을 고용했다. 그리고 손목에 시계를 차거나 휴대 가방에 시계를 넣어서 가지고 왔다. 때로는 인형이나 속옷에 집어넣기도 했다. 보증서와 시계 상자는 국제우편으로 따로 들여왔다. 이 과정에 모두 27명이 가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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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수법으로 고가 시계와 가방 6백여 점, 시가 170억 원어치를 들여왔다. 파텍 필립과 롤렉스와 오메가 등 명품 시계가 588점이었고 명품 가방도 48점이나 됐다. 제품들은 10~20% 저렴한 가격에 매장과 인터넷에서 불티나게 팔렸다. 결국 세관에 꼬리를 잡혀 매장을 운영한 주범 등 9명이 관세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김대섭 인천본부세관장은 "시계 자체가 10억 원이나 한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고 제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가는 측면이 있지만 어쨌든 그런 제품이 많이 선호됨에 따라 밀수가 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우리나라 명품 시장은 13조 원 규모로 세계 8위 수준이다. 고가품 밀수도 덩달아 급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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