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자의 노변정담, 연극 ‘코펜하겐’
입력 2016.07.15 (13:01)
수정 2016.07.15 (13:0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8월 9일 나가사키에 떨어진 미국 핵폭탄은 누가, 어떻게 만든 것일까. 아이슈타인으로부터 시작되어 수많은 과학자의 머리와 정치가의 야심을 통해 핵무기는 실제 만들어졌고, 인류에게 새로운 지옥도를 떠안겼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는 유태인 천재과학자과 독일의 천재물리학자들이 있다. 그중 양자역학으로 노벨물리학상을 탄 닐스 보어(덴마크)와 행렬역학과 불확정성의 원리로 역시 노벨물리학상을 탄 베르너 하이젠베르그(독일)도 있다. 두 사람의 이론은 ‘핵’의 정수리에 쇠망치를 내리친 셈이다. 보어와 하이젠베르그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이 무대에 오른다. 110분의 연극은 온통 핵물리학자의 과학이야기와 골치 아픈 철학적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런데, 의외로 재밌다. 무대에는 오직 세 사람, 보어와 하이젠베르그, 그리고 보어의 아내 마그리트만 오른다.
어제(14일)부터 서울 종로구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는 극단 청맥의 <코펜하겐> 공연이 시작되었다. 저녁 본 공연에 앞서 프레스콜 행사가 열렸다. 전막공연과 함께 배우와 윤우영 연출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간담회가 이어졌다.
연극 <코펜하겐>은 영국작가 마이클 프라이언(Michael Frayn)이 쓴 희곡으로 1998년 런던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내용은 1941년 어느 날, 덴마크 코펜하겐의 닐스 보어 집을 찾아온 하이젠베르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때는 스승과 제자, 학문의 동료였던 보어와 하이젠베르그는 과학적, 철학적 대화, 혹은 논쟁을 펼친다.
연극이 시작되면 이 이야기가 등장인물이 모두 죽은 뒤, 사후에 펼쳐지는 이야기임을 알려준다. 처음에 부부는 하이젠베르그와 왜, 갑자기 찾아오는지 의아해한다. 의심은 분노로, 공포로, 또 다시 학문의 즐거움과 인류의 미래에 대한 경각심으로 이어진다.
1941년 당시, 덴마크는 이미 독일 나치 점령하에 있었고 보어는 나치의 감시를 받고 있었다. 하이젠베르그는 독일에서 원자폭탄을 연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어는 그런 하이젠베르그가 밉고, 무섭고, 두려운 것이었다. 이미 과학자의 세상에서는 ‘핵분열’, ‘연쇄반응’, ‘플로토늄 추출’이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었다. 보어와 하이젠베르그는 ‘불확정성 원리’와 ‘상보성의 원리’를 들먹이며 과학의 궤적과 함께 인류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이야기한다.
이 작품은 노벨상 수상 노교수들이 자신들의 연구업적을 강의하듯 100분을 꽉 채운다. 대사량이 엄청나다. 윤명렬은 보어 교수를, 서상원은 하이젠베르그를, 이영숙은 보어부인을 맡아 연신 대사를 쏟아낸다.
<코펜하겐>이 처음 한국무대에 오른 것은 좀 특별한다. 서울대 공대학생들로 구성된 아마추어‘극단 실극’에서 처음 소개했단다. 그때 객원연출가로 윤우영이 참여했단다. 이번 공연은 네 번째 시즌이다. 남명렬은 계속해서 보어 교수를 열연한다.
윤우영 연출은 6년 만에 다시 <코펜하겐>을 무대에 올린 것에 대해 “이 작품은 상당히 어려운 작품이다. 대학로의 요즘 분위기가 상업극이나 코미디가 많다보니 이런 진지하고 철학적인 작품을 기다린 관객 분들도 있을 것이다. 흥행에 상관없이 이런 작품을 볼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남명렬은 “6년만이다. 그땐 검은 머리였지만 지금은 흰 머리다. 여기에 다른 두 배역은 교체가 됐다. 새로 만든다는 생각으로 작품연습을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어려운 내용, 어려운 대사에 대해 “용어들이 어려운 것은 틀림없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파인먼은 양자역학을 정확하게 설명할 사람은 지구에 없다고 단언했었다.”며 “윤우영 연출과 함께 어렵게 연습하며 배우들이 관객들에게 쉽게 설명할 수 있도록 애썼다. 그래서 보시는 분들은 어렵게만 생각되지는 않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하이젤베르그 역으로 격정적인 연기를 보여준 서상원은 “배우가 전문적인 물리학 세계를 알기는 어렵다. 양자역학이나 소립자, 양자물리학, 이런 것을 하려니 정말 어렵다.”면서 “하지만 그런 과학적 접근을 할 필요가 없어진 건 대본을 읽고 나서였다. 인간이 살아가는 이야기다. 30초 후에 어떤 움직임을 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런 인생의 불확실성을 생각하면, 이 작품을 보는 데 어려움이 없다. 좀 더 나은 가치관으로 어떻게 이 세상을 살아갈 것인가를 전달하려 한다.”고 연기에 임하는 자세를 밝혔다.
이영숙 배우는 “내가 맡은 마그리트는 무대의 중재자 역할도 하면서 동시에 해설자 역할이다. 대사를 보면, 내가 작품의 사건을 전환하는 부분이 꽤 있다. 그 부분에서 애를 먹은 것도 있다. 그 부분을 중심으로 연습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미국 토니 어워드에서 3개부문 상을 수상하고, 한국 초연당시 <한국연극> 베스트7 및 최우수연기상을 받았던 연극 ‘코펜하겐’은 오는 7월 31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물리학자의 노변정담, 연극 ‘코펜하겐’
-
- 입력 2016-07-15 13:01:47
- 수정2016-07-15 13:04:08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