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플러스] 만해상 받는 ‘소록도 할매 수녀들’

입력 2016.07.15 (17:18) 수정 2016.07.2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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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사슴섬'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전라남도 고흥군 소록도에 불치병으로 일컬어진 한센인 전문 병원이 세워지고, 한센인을 수용한 지가 올해로 100년을 맞았다.

일제 강점기인 1917년에 세워진 소록도 한센인 집단 시설에는 1940년대 6,000여 명의 한센인이 거주했으나 현재는 500여 명이 남아 있다. 지금 한센인들은 현대식 병원과 시설에서 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면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일제 강점기 한센인들은 치료보다는 격리와 통제 속에서 강제 노역과 일상적인 폭행. 감금, 인체 해부 등으로 얼룩진 통한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옛 집단수용시설의 모습옛 집단수용시설의 모습


해방 이후에도 한센인들의 삶과 치료는 6.25 한국 전쟁과 이에 따른 국가적 궁핍으로 별로 나아지지 않았으나 60년대 들어 소록도 병원 이름이 갱생원에서 국립소록도병원, 국립나병원으로 바뀌면서 전기를 맞았다. 이는 다름 아니라 한센인에 대한 정책이 수용격리에서 병원치료 체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시기에도 한센병을 불치병으로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시각은 개선되지 않아 여전히 한센인 진료와 간호 그리고 이들에 대한 봉사활동은 어렵기만 했다.

이 시기 40여 년간 소록도에서 한센인들과 고락을 함께 하면서 간호와 봉사로 그들의 아픈 삶을 어루만져 준 사람이 바로 '할매 수녀'라 불린 마리안느 스퇴거(82) 수녀와 마거릿 피사렛(81) 수녀다.



소록도 천사 수녀, 만해대상 수상

두 할매 수녀에게 올여름 큰 상이 주어진다. 올해 20회를 맞는 만해대상 실천분야 수상자로 두 할매 수녀가 선정된 것이다. 만해사상실천선양회는 지난 7월 8일 두 할매 수녀가 40여 년간 소록도에서 한센인을 간호하고 봉사한 업적을 기리리기 위해 두 사람에게 실천분야 만해대상을 수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만해 한용운 선생의 사상과 정신을 기리기 위해 1997년에 제정된 만해상은 매년 세계인을 대상으로 실천을 비롯해 평화, 시문학, 예술, 학술, 포교 등 6개 분야에서 큰 업적을 이룬 사람에게 수여된다.

소록도성당 김연준 프란치스코 신부소록도성당 김연준 프란치스코 신부


소록도 종교시설 가운데에는 천주교 성당도 있다. 이 소록도 성당의 김연준 주임 신부는 할매 수녀들이 11년 전 고국 오스트리아로 떠날 때 보좌 신부로 근무하고 있었다. 김 신부는 할매 수녀들이 고국으로 돌아갈 당시에는 아무 생각 없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을 너무 소홀하게 떠나보냈다는 자책감에 사로잡혔다고 했다.

그래서 미안한 마음에 소록도 병원 100주년을 맞아 두 할매 수녀를 초대하고, 할매 수녀의 성스러운 삶과 봉사 활동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고흥군청 제공고흥군청 제공


두 수녀는 1952년에서 55년 사이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의 간호학교에서 같은 학년 같은 방을 쓰며 기숙사 생활을 함께했던 친구 사이였다. 졸업 후 마리안느는 오스트리아 현지 병원에서 근무 중이었고, 마가렛은 1959년 천주교 단체의 소개로 이미 대구에 와 있었다. 두 수녀는 전남 나주 성당의 초대 신부였던 헨리 대주교의 주선으로 62년 소록도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5년 근무 계약이 43년으로 이어져

당시 소록도에는 낙태중지로 한센인 부부 사이에서 아이들이 태어났으나 이들을 돌볼 사람이 없었다. 이 사실을 들은 헨리 대주교는 오스트리아 대주교에게 소록도 봉사인력을 요청했고, 마리안느·마가렛 두 수녀가 뽑혔다. 원래 두 수녀는 5년 근무계약으로 1962년에 소록도에 왔으나, 근무 기간은 43년이란 긴 봉사의 세월로 이어졌다.

두 수녀는 처음에 한센인의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다가 얼마 뒤 세계적인 한센인 구호단체인 벨기에 다미안 재단의 도움으로 인도에서 6개월간 한센병 관련 교육을 받는다. 교육 후 두 수녀는 다미안 재단 소속 의사 2명, 다른 간호사 3명과 함께 소록도 병원으로 돌아와 본격적인 한센인 치료와 구호에 나선다.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가 소록도 한센병(나병) 환자 치료시설인 국립 소록도 병원을 방문, 평생을 이국땅에서 봉사하고 있는 마리안느 수녀를 존경의 표시로 포옹하고 있다. (2000.5.25)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가 소록도 한센병(나병) 환자 치료시설인 국립 소록도 병원을 방문, 평생을 이국땅에서 봉사하고 있는 마리안느 수녀를 존경의 표시로 포옹하고 있다. (2000.5.25)


두 수녀가 본격적으로 한센인 치료와 구호에 나서 소록도 병원에서 처음으로 한 일은 한센인과 함께 식사하기였다. 당시에는 한센인들을 '나병 환자'라며 격리하고 한국인 의료진조차도 직접 치료를 꺼렸던 시기여서 이 사건은 소록도 전체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나아가 두 수녀는 환자의 상처 부위를 맨손으로 직접 만지며 약을 발라주고, 피고름이 얼굴에 튀겨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이는 한센병에 대한 잘못된 전염관을 바로잡는 계기가 됐다. 6개월이 지나도 두 수녀에게 한센병 증상이 나타나지 않자 병원의 다른 직원들도 한센인들을 '그냥 환자'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헌신적인 치료와 구호 활동으로 소록도 한센인 수가 3,000명 대로 떨어지자 함께 일했던 다미안 재단의 다른 의료진들은 1971년 4월 귀국했다. 하지만 마리안느와 마가렛 수녀는 소록도에 남아 한센인을 돌보는 일을 계속했다.

두 수녀가 극동 아시아의 작은 나라에서 한센인을 진료하고 봉사한다는 사실이 고국 오스트리아에 알려지자 오스트리아 부인회도 소록도 한센인 돕기에 나섰다. 소록도 병원 초창기의 영아원과 결핵 병동, 정신과 병동, 목욕탕 건물은 오스트리아 부인회의 재정 지원으로 지어졌다.

‘한센인의 천사’ 사택 문화재 지정

두 수녀는 인도에서 돌아와 2005년 귀국할 때까지 지금은 '마리안느 마가렛'으로 이름 지어진 작은 관사에서 검소하게 생활했다.



두 수녀는 이곳으로 한센인을 초대해 함께 빵을 굽고, 그 빵으로 식사했다. 이곳은 소록도에 있는 개신교와 원불교 관계자나 외부의 목사, 스님들이 드나들던 사랑방 역할도 했다. (故) 김수환 추기경도 이곳을 방문해 두 수녀를 위로했다. 1938년 벽돌로 지어진 이 건물은 병사 성당과 더불어 지난 6월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편지 한 통만 남기고 말없이 떠나

2005년 11월 21일 소록도 주민들은 슬픔에 휩싸였다. 59년 12월과 62년 2월에 20대 나이로 소록도에 왔던 마가렛과 마리안느 수녀가 '할매 수녀'라는 애칭을 들으며 40년 넘게 한센인을 보살펴온 세월을 뒤로하고 말없이 오스트리아로 떠났기 때문이다.

두 수녀는 섬을 떠난 뒤 소록도로 보낸 편지에서 "두 사람은 서로 간에 제대로 일할 수 없고 부담을 줄 때는 본국으로 돌아가자고 말을 했으며, 이제는 이 말을 실천할 때가 됐다"고 썼다. 그리고 "고향을 떠나 이곳에 와서 천막을 치고 간호를 시작했지만, 이제는 그 천막을 접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우리는 정부는 두 수녀의 공로를 인정해 지난 72년에는 국민포장을 96년에는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했다. 마리안느 수녀는 전남 고흥군의 초청으로 지난 5월 16일 소록도 병원 100주년 기념행사에 즈음해 11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아 57일간 머물다 돌아갔다. 치매를 앓고 있는 마가렛 수녀는 오지 못했다.

[연관기사] ‘100년 소록도’ 다시 찾은 ‘할매 수녀’

이 기간 마리안느 수녀는 소록도를 방문해 1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고, 예전에 돌봤던 한센인과 재회하며, 힘들었으나 행복했던, 그리고 성스러웠던 한센인 진료와 구호 활동을 돌아보며 감회에 젖었다. 또 2002년 월드컵 영웅인 거스 히딩크 축구 감독 이래 두 번째로 우리나라 명예국민이 되었으며, 고흥군의 한 초등학교 전교생 440여 명이 정성을 기울여 쓴 감사의 편지도 받았다.

‘소록도 천사’ 마리안느-마가렛 수녀 노벨상 추천

소록도 병원 100주년 기념행사 때 두 수녀에게 명예군민증을 수여한 고흥군은 두 수녀의 한센인 진료와 구호활동에 헌신한 숭고한 희생정신을 널리 알리기 위해 두 수녀에 대한 노벨 평화상 후보 추천을 추진하고 있다.



두 수녀의 소록도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는 올 연말쯤 나온다고 한다. 테레사 수녀, 이태석 신부, 소록도 할매 수녀 우리 시대의 성자들이다. 우리 인간의 정신 속 깊숙이 내재해 있다는 숭고함과 성스러움, 이 숭고함과 성스러움을 성자들은 가난한 사람, 병든 사람에 대한 희생과 봉사로 보여줬다.

올 연말 소록도 할매 수녀의 다큐멘터리를 보면 이기적인 우리들도 마음 속의 숭고함과 성스러움에 한 번 천착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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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6-07-20 16: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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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사슴섬'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전라남도 고흥군 소록도에 불치병으로 일컬어진 한센인 전문 병원이 세워지고, 한센인을 수용한 지가 올해로 100년을 맞았다.

일제 강점기인 1917년에 세워진 소록도 한센인 집단 시설에는 1940년대 6,000여 명의 한센인이 거주했으나 현재는 500여 명이 남아 있다. 지금 한센인들은 현대식 병원과 시설에서 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면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일제 강점기 한센인들은 치료보다는 격리와 통제 속에서 강제 노역과 일상적인 폭행. 감금, 인체 해부 등으로 얼룩진 통한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옛 집단수용시설의 모습

해방 이후에도 한센인들의 삶과 치료는 6.25 한국 전쟁과 이에 따른 국가적 궁핍으로 별로 나아지지 않았으나 60년대 들어 소록도 병원 이름이 갱생원에서 국립소록도병원, 국립나병원으로 바뀌면서 전기를 맞았다. 이는 다름 아니라 한센인에 대한 정책이 수용격리에서 병원치료 체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시기에도 한센병을 불치병으로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시각은 개선되지 않아 여전히 한센인 진료와 간호 그리고 이들에 대한 봉사활동은 어렵기만 했다.

이 시기 40여 년간 소록도에서 한센인들과 고락을 함께 하면서 간호와 봉사로 그들의 아픈 삶을 어루만져 준 사람이 바로 '할매 수녀'라 불린 마리안느 스퇴거(82) 수녀와 마거릿 피사렛(81) 수녀다.



소록도 천사 수녀, 만해대상 수상

두 할매 수녀에게 올여름 큰 상이 주어진다. 올해 20회를 맞는 만해대상 실천분야 수상자로 두 할매 수녀가 선정된 것이다. 만해사상실천선양회는 지난 7월 8일 두 할매 수녀가 40여 년간 소록도에서 한센인을 간호하고 봉사한 업적을 기리리기 위해 두 사람에게 실천분야 만해대상을 수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만해 한용운 선생의 사상과 정신을 기리기 위해 1997년에 제정된 만해상은 매년 세계인을 대상으로 실천을 비롯해 평화, 시문학, 예술, 학술, 포교 등 6개 분야에서 큰 업적을 이룬 사람에게 수여된다.

소록도성당 김연준 프란치스코 신부

소록도 종교시설 가운데에는 천주교 성당도 있다. 이 소록도 성당의 김연준 주임 신부는 할매 수녀들이 11년 전 고국 오스트리아로 떠날 때 보좌 신부로 근무하고 있었다. 김 신부는 할매 수녀들이 고국으로 돌아갈 당시에는 아무 생각 없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을 너무 소홀하게 떠나보냈다는 자책감에 사로잡혔다고 했다.

그래서 미안한 마음에 소록도 병원 100주년을 맞아 두 할매 수녀를 초대하고, 할매 수녀의 성스러운 삶과 봉사 활동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고흥군청 제공

두 수녀는 1952년에서 55년 사이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의 간호학교에서 같은 학년 같은 방을 쓰며 기숙사 생활을 함께했던 친구 사이였다. 졸업 후 마리안느는 오스트리아 현지 병원에서 근무 중이었고, 마가렛은 1959년 천주교 단체의 소개로 이미 대구에 와 있었다. 두 수녀는 전남 나주 성당의 초대 신부였던 헨리 대주교의 주선으로 62년 소록도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5년 근무 계약이 43년으로 이어져

당시 소록도에는 낙태중지로 한센인 부부 사이에서 아이들이 태어났으나 이들을 돌볼 사람이 없었다. 이 사실을 들은 헨리 대주교는 오스트리아 대주교에게 소록도 봉사인력을 요청했고, 마리안느·마가렛 두 수녀가 뽑혔다. 원래 두 수녀는 5년 근무계약으로 1962년에 소록도에 왔으나, 근무 기간은 43년이란 긴 봉사의 세월로 이어졌다.

두 수녀는 처음에 한센인의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다가 얼마 뒤 세계적인 한센인 구호단체인 벨기에 다미안 재단의 도움으로 인도에서 6개월간 한센병 관련 교육을 받는다. 교육 후 두 수녀는 다미안 재단 소속 의사 2명, 다른 간호사 3명과 함께 소록도 병원으로 돌아와 본격적인 한센인 치료와 구호에 나선다.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가 소록도 한센병(나병) 환자 치료시설인 국립 소록도 병원을 방문, 평생을 이국땅에서 봉사하고 있는 마리안느 수녀를 존경의 표시로 포옹하고 있다. (2000.5.25)

두 수녀가 본격적으로 한센인 치료와 구호에 나서 소록도 병원에서 처음으로 한 일은 한센인과 함께 식사하기였다. 당시에는 한센인들을 '나병 환자'라며 격리하고 한국인 의료진조차도 직접 치료를 꺼렸던 시기여서 이 사건은 소록도 전체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나아가 두 수녀는 환자의 상처 부위를 맨손으로 직접 만지며 약을 발라주고, 피고름이 얼굴에 튀겨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이는 한센병에 대한 잘못된 전염관을 바로잡는 계기가 됐다. 6개월이 지나도 두 수녀에게 한센병 증상이 나타나지 않자 병원의 다른 직원들도 한센인들을 '그냥 환자'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헌신적인 치료와 구호 활동으로 소록도 한센인 수가 3,000명 대로 떨어지자 함께 일했던 다미안 재단의 다른 의료진들은 1971년 4월 귀국했다. 하지만 마리안느와 마가렛 수녀는 소록도에 남아 한센인을 돌보는 일을 계속했다.

두 수녀가 극동 아시아의 작은 나라에서 한센인을 진료하고 봉사한다는 사실이 고국 오스트리아에 알려지자 오스트리아 부인회도 소록도 한센인 돕기에 나섰다. 소록도 병원 초창기의 영아원과 결핵 병동, 정신과 병동, 목욕탕 건물은 오스트리아 부인회의 재정 지원으로 지어졌다.

‘한센인의 천사’ 사택 문화재 지정

두 수녀는 인도에서 돌아와 2005년 귀국할 때까지 지금은 '마리안느 마가렛'으로 이름 지어진 작은 관사에서 검소하게 생활했다.



두 수녀는 이곳으로 한센인을 초대해 함께 빵을 굽고, 그 빵으로 식사했다. 이곳은 소록도에 있는 개신교와 원불교 관계자나 외부의 목사, 스님들이 드나들던 사랑방 역할도 했다. (故) 김수환 추기경도 이곳을 방문해 두 수녀를 위로했다. 1938년 벽돌로 지어진 이 건물은 병사 성당과 더불어 지난 6월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편지 한 통만 남기고 말없이 떠나

2005년 11월 21일 소록도 주민들은 슬픔에 휩싸였다. 59년 12월과 62년 2월에 20대 나이로 소록도에 왔던 마가렛과 마리안느 수녀가 '할매 수녀'라는 애칭을 들으며 40년 넘게 한센인을 보살펴온 세월을 뒤로하고 말없이 오스트리아로 떠났기 때문이다.

두 수녀는 섬을 떠난 뒤 소록도로 보낸 편지에서 "두 사람은 서로 간에 제대로 일할 수 없고 부담을 줄 때는 본국으로 돌아가자고 말을 했으며, 이제는 이 말을 실천할 때가 됐다"고 썼다. 그리고 "고향을 떠나 이곳에 와서 천막을 치고 간호를 시작했지만, 이제는 그 천막을 접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우리는 정부는 두 수녀의 공로를 인정해 지난 72년에는 국민포장을 96년에는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했다. 마리안느 수녀는 전남 고흥군의 초청으로 지난 5월 16일 소록도 병원 100주년 기념행사에 즈음해 11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아 57일간 머물다 돌아갔다. 치매를 앓고 있는 마가렛 수녀는 오지 못했다.

[연관기사] ‘100년 소록도’ 다시 찾은 ‘할매 수녀’

이 기간 마리안느 수녀는 소록도를 방문해 1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고, 예전에 돌봤던 한센인과 재회하며, 힘들었으나 행복했던, 그리고 성스러웠던 한센인 진료와 구호 활동을 돌아보며 감회에 젖었다. 또 2002년 월드컵 영웅인 거스 히딩크 축구 감독 이래 두 번째로 우리나라 명예국민이 되었으며, 고흥군의 한 초등학교 전교생 440여 명이 정성을 기울여 쓴 감사의 편지도 받았다.

‘소록도 천사’ 마리안느-마가렛 수녀 노벨상 추천

소록도 병원 100주년 기념행사 때 두 수녀에게 명예군민증을 수여한 고흥군은 두 수녀의 한센인 진료와 구호활동에 헌신한 숭고한 희생정신을 널리 알리기 위해 두 수녀에 대한 노벨 평화상 후보 추천을 추진하고 있다.



두 수녀의 소록도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는 올 연말쯤 나온다고 한다. 테레사 수녀, 이태석 신부, 소록도 할매 수녀 우리 시대의 성자들이다. 우리 인간의 정신 속 깊숙이 내재해 있다는 숭고함과 성스러움, 이 숭고함과 성스러움을 성자들은 가난한 사람, 병든 사람에 대한 희생과 봉사로 보여줬다.

올 연말 소록도 할매 수녀의 다큐멘터리를 보면 이기적인 우리들도 마음 속의 숭고함과 성스러움에 한 번 천착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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